일주일이 길 거라 생각했는데 몇 밤을 자고 나니 부산 여행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일주일 동안 우리에게 집이 되어준 숙소를 나가려고 하니 발길이 무거웠다.
주섬주섬 일주일간 벌여 놓은 물건들을 캐리어에 정리했다. 올 때는 설레지만 갈 때는 항상 아쉬움만 남는 것 같다. 그래도 서울로 향하지 않고 거제에서 하루를 더 보낼 예정이기에 여행이 끝나가는 서운함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었다.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광안대교 위를 달리는데 빗방울 때문에 안갯속을 달리는 것 같았다. 거제로 가기 위해 다리와 다리를 건너 건너 서쪽으로 이동했다.
광안대교를 지나 용호동을 지나 부산항 대교를 지나 영도 쪽으로 갔다.
영도를 지나 남항대교를 지나서 송도로 갔다. 유료도로가 많아서 아빠는 투덜투덜 거리셨지만 시내를 관통해서 오는 것보다 이동시간이 짧기에 편했다.
사하구로 들어서니 차가 조금 밀렸다. 다 거제로 가는 차량들일까? 지난여름에 갔을 때보다 훨씬 더 차량이 많은 것 같았다.
거가대교로 접어들었다. 또 다리를 지나는데 다리 주변에 부산신항의 크레인이 보였다. 길게 늘어선 크레인들을 보니 애국가에 나오는 장면들이 생각났다.
부산항보다 이곳 부산신항이 더 거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터널을 지나 초대박 왕돈까스를 먹기 위해 가덕휴게소로 갔다.
일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은 없어 보였다.
작년에 보이지 않던 천국의 계단이 보였다. 난간에 앉아서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계단에 올라 바라본 남해바다는 아쉬움을 충분히 달래 주었다.
휴게소에서 가덕도 해저 터널을 볼 수 있었다. 어릴 적엔 해저터널을 지나면 물고기도 보이고 아쿠아리움 같은 느낌일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현실을 산속의 터널이나 해저터널이나 비슷한 느낌이라 기대는 하지 않지만 그래도 해저라는 상징성일 때문일까, 괜히 가슴 설레었다.
여전히 늙지 않는 어린 왕자도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돈까스 맛이 그리워 일 년 만에 가덕휴게소 왕돈까스를 먹어 보았다. 예전과 맛이 달라진 것 같았다. 일 년 전에는 소스에 버섯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심플하게 소스만 있었다.
밥을 먹으며 관광 지도를 보면서 어디를 가면 좋을지 생각해 보았다.
아빠는 한식 마니아이고 난 돈까스 매니아이기에 서로 다른 음식을 주문했다.
점심을 먹은 후 거제로 다시 향했다. 휴게소를 나오자마자 해저터널로 진입했다. 그렇게 터널과 다리를 지나 거제에 도착했다.
매미성 주차장에 도착하니 주차장이 꽉 차서 차를 주차할 수 없었다. 그래서 매미성 근처에 있는 시방 선착장으로 갔다. 시방 선착장에서 걸어서 매미성까지 갈 수 있을까 보니 중간에 길이 없어서 매미성으로 갈 수 없었다.
대신 선착장에서 잠시 쉬면서 매미성을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했다.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일단 다시 주차장으로 갔다. 운이 좋아서 일까, 다행히 빈자리가 있어서 잽싸게 차 뒤꽁무니부터 빈자리에 집어넣었다.
주차를 하고 나니 마음 편하게 매미성으로 갔다.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갔다. 비가 와서 길이 조금 미끄러웠다. 저 멀리 거가대교가 보였다.
많은 이들이 몽돌을 가져가는가 보다. 신기하게 거제도에는 다른 섬들과는 달리 몽돌 해변이 꽤 많은 것 같다. 숙소가 있는 학동 흑진주 몽돌해변도 몽돌이고. 아무튼 거제엔 몽돌이 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매미성이라는 이름을 듣고 무슨 이이 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이 마음에 안 들어 안 올까 생각했는데 매미란 이름은 태풍의 이름으로 이곳은 태풍 매미에 의해 큰 피해를 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성 이름이 매미성으로 자연재해로부터 작물을 지키기 위해 쌓은 구조물이라 한다.
한 사람의 힘과 의지로 이렇게 거대한 구조물을 만든다는 것에 대해 경외감이 느껴졌다.
정교하고 세련된 건축물은 아니지만 돌 하나하나에서 만든 이의 정성이 느껴졌다.
오히려 세련된 건축물이었다면 감흥이 덜했을 것 같다.
자연스러워 보이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지금도 현재 진행형의 성이었다.
돌 틈엔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회색빛의 성에 녹색의 식물들이 성에 생명을 불어 넣어 주고 있었다.
성의 정상에 오르니 파란 바다와 흰 구름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구름마저 그림같이 보였다.
짙은 구름은 주위 섬들을 살포시 덮고 있었다. 와! 이런 날 용왕님이 오시는 게 아닐까!
꼭대기에서 사진을 찍다 보니 왜 인스타 등에서 요즘 핫한 장소로 뜨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곳만 보면 나폴리의 바다가 부럽지 않았다.
특히 바다가 보이는 창에 앉아 찍는 사진은 일품이었다.
난간이 없어서 살짝 위험하기는 했지만 사진을 찍고 난 후 뭔가 뿌듯했다.
성 곳곳에 사진을 찍기 좋은 포인트가 있었다. 각각의 포인트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사람들 뒤로 줄을 섰다.
이 성을 만드시는 분은 처음부터 이렇게 거대한 성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을 하시며 만드셨을까? 누군가의 노력 덕분에 우리가 이런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서 너무 고마웠다.
성에서 나와 성 앞의 바다로 걸어갔다.
성의 전체적인 모습을 조망할 수 있었다. 저 멀리서 배를 타고 오는 사람이 본다면 요새처럼 보일 것 같았다.
성 안과 밖 어디서 사진을 찍나 이국적인 느낌이 났다.
구엘 공원에 있는 가우디의 분수에서 영감을 받은 것일까? 이 분수를 보자마자 가우디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바닷가의 바위가 비와 해초로 인해 미끄러웠다.
추석 연휴라 끊임없이 관광객이 밀려왔다. 호텔 체크인 시간이 가까워져 오기에 매미성을 출발해 스터번 호텔로 향했다.
'Love Korea'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 Sep 1.10 신선의 놀이터 거제 신선대 (0) | 2021.11.17 |
---|---|
2021 Sep 1.9 거제 해금강이 손안에, 우제봉 전망대 (0) | 2021.11.16 |
2021 Sep 1.7 출렁다리는 못 건너본 울산 대왕암 공원 (0) | 2021.11.09 |
2021 Sep 1.6 부산에서 경주여행가기(문무대왕릉, 카페 이스트앵글, 하서항, 양남주상절리) (0) | 2021.11.04 |
2021 Sep 1.5 부산 송도에서의 하루(송도해상케이블카, 송도해수욕장) (0) | 2021.10.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