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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지인과의 만남 후 비행기를 다시 타기 위해 공항으로 왔다. 당일치기 여행이란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쯤(?) 이렇게 제주도를 당일치기 여행으로 오고 싶었는데, 올 때는 기쁜 마음에 날아갈 것 같은 마음이 들었는데, 갈 때는 뭔가 만신창이가 돼서 집으로 가는 것 같았다. 어디서 씻고 싶다는 생각이 하늘을 찔렀다. 땀으로 샤워를 한 것 같은데, 씻지도 못하고 공항으로 오니 온몸에서 쉰내가 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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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에 저녁 늦게 온 적은 생각해 보면 거의 없는 것 같다. 아마 도착은 이렇게 저녁에 한 적이 여러 번 있지만 출발을 위해 3층에 온 적은 처음이었다. 저녁에 도착하면 대부분 정신없이 렌터카를 빌리러 가거나 버스를 타고 숙소로 가느라 제주공항의 밤 모습은 제대로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역시 공항은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다운 것 같다.

 

 

돌아오는 비행 편은 김포공항에서 체크인 전에 거의 마지막 비행기로 변경해 두었다. 내가 타고 오는 비행기보다 5분인가 10분 늦게 출발하는 비행 편이 이날이 마지막 비행기였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라운지에는 사람이 없었다. 지인과 함께 소주 한 잔을 했더니 알딸딸한 게 기분이 좋으면서 갈증이 났다. 다음날 오전 김포-여수 비행이 있어서 걱정이 되었다. 지금 비행기를 타면 오후 10시가 넘어 김포에 도착하고, 또 다음날 아침 8시 무렵에 여수행 비행기를 타려면 이날은 밤을 새운 후 집에서 새벽에 나와야 할 것 같았다.

집에 가서 씻고 침대에 누울 수 있다고 생각하니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A321-200으로 비즈니스석이 없이 전체 좌석은 일반석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비행기 표를 늦게 바꾸는 바람에 맨 앞자리는 자리가 없어서 둘째 줄에 앉을 수 있었다.

 

이날의 마지막에서 두 번째 비행 편이라 그런지 탑승한 승객은 많지 않았다. 다행히도 내 옆자리는 비어서 비행기가 출발을 했다.

 

 

비행기는 정시에 출발을 했다. 술을 마셔서 그런지 몸이 천근만근 내려앉는 것 같았다. 밖에서 들어오는 불빛들이 몽환적으로 보였다.

 

제주바다는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낮보다 밤이 더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서쪽 하늘을 향해 비행기는 이륙을 했다. 비행기 아래로는 도두봉도 보이고 이호테우해변도 보였다. 해안선의 불빛은 제주를 떠나려는 사람에게 다시 제주에 돌아오게 끔 유혹하는 것 같았다.

 

어느 정도 고도에 오르니 비행기는 서쪽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하늘에는 얇게 구름이 끼어있었다.

 

구름 아래로는 조업을 나간 불빛이 밤하늘의 별처럼 빛이 났다. 밤에 바다를 보니 밤하늘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래전 드라마인 '파일럿'에서 주인공의 아버지께서 야간비행 중 밤하늘과 바다가 구분이 안되어 추락(?) 하셨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밤하늘을 날고 있는 지금 어느 게 바다이고 어느 게 하늘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우리의 비행기 보다 낮은 곳에 달이 떠 있었다. 서울로 가면 갈수록 달은 내 발아래에서 옆으로 점점 이동을 했다.

 

 

비행기는 시속 800킬로미터의 속도로 날고 있으나 속도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만약 지상을 이 속도로 달리고 있다면 얼마나 빠를까 상상을 해보았다. 다만 엔진에서 나오는 소리만이 우리가 얼마나 빠르게 날고 있는지 알려주는 것 같았다.

 

 

제주에서 출발할 때 달은 비행기보다 아래에 있더니 어느덧 내 시선과 같은 선상에 달이 떠있었다. 어디서 본 것은 있어서 최대한 카메라 렌즈를 당겨서 달의 표면을 찍어보고 싶었다. 수백 컷을 찍을 것 같다. 마음에 드는 사진이 많이 없었다. 역시 이럴 땐 슈퍼 망원 렌즈가 필요한 것 같다.

 

수도권에 접근할수록 지상에 보이는 불빛이 화려했다. 제주-김포 구간은 길다면 길지만, 짧은 구간이기에 살짝 하늘을 보며 멍을 때리다 보니 벌써 착륙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늘엔 구름이 얇게 깔려 있기는 했지만 서울의 밤하늘을 보기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가 생각했던 루트는 구로 쪽으로 착륙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비행기는 서쪽으로 향하더니 김포 쪽에서 착륙을 하는 것 같았다. 김포 쪽으로 오니 짙게 구름이 깔려 있었다. 구름층을 지날 땐 비행기가 뭔가에 부딪힌 것처럼 진동을 했다.

 

 

김포 위를 덮은 두꺼운 구름층을 지나서 비행기는 김포공항에 착륙을 했다. 난 창문에 기대어 주변 풍경을 홀린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비행기는 구구궁 소리는 내며 착륙을 했고, 활주로를 빠르게 빠져나왔다.

 

 

늦은 시간에 도착해서 그런지 이륙하는 비행기도 착륙하는 비행기도 없었다. 적막한 김포공항은 오랜만이었다. 도심에 위치한 공항이다 보니 늦은 밤 운행하는 비행기는 거의 없었다. 집에 도착하니 자정이 되었다. 다음 비행을 위해 집에서 나갈 시간은 4~5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 계획을 세울 땐 힘들지 않고 다 가능할 것 같았는데, 막상 마일런을 시작하니 체력의 한계를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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