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이후로 한번도 가본적 없었던 곳이 산굼부리였어요. 제주여행 때 왠지 막 땡기는 느낌이 없었거든요. 이번 여행에 갑자기 한번 가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서 가게 되었어요.
하루종일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었어요. 현무암 돌담길로 된 길을 따라 산굼부리 입구로 갔어요. 요즘은 제주도에 가면 팬시한 모던한 여행지를 가다보니, 이런 돌담길이 오히려 더 제주스럽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트랜드가 제주도 하면 이쁜 카페, 이쁜 장소에서 인생샷을 찍는건데, 오랜만에 찾은 이곳에서 더 제주스럽고 신선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성산일출봉처럼 유명하지만 관광객은 성산일출봉처럼 많지는 않더라고요.
아빠는 경로우대를 받아서 약간의 할인을 받으셨어요. 근데 생각보다 입장료가 비싸더라고요. 분화구 하나보러가는데 둘이 합쳐서 만원이니 비싸긴 한 것 같아요.
들어가는 입구부터 세월의 은적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래도 제주여행의 전통적인 관광지라 그런지 기대가 되더라고요.
여기도 관광객이 거의 없어서 저희가 전세낸 것 같았어요.
일단 볼 일이 급해서 화장실부터 갔는데, 화장실 들어가는 입구도 제주스럽게 돌담길로 만들어져 있었어요.
산굼부리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여러가지 방법이 있어요. 성격이 급하신 분은 힘들긴 하지만 계단으로 후다닥 오르시면 되고, 서서히 천천히 가실 분은 억새길을 통해서 가시면 될 것 같아요.
저희는 체력이 약하니 억새길로 갔어요. 앞에 가는 커플들도 노란 우산을 쓰고 있네요.
완만한 억새길을 따라서 올라가는데, 구름인지 안개인지가 살짝 껴서 묘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어요.
노란 우산과 갈대, 비오는 하늘이 어울릴듯 안 어울릴듯 하지만, 그런대로 멋진 사진이 나오더라고요.
쉼터에서 잠깐 쉬고 싶었지만, 젖어서 앉을 수가 없었어요. 비오는 날은 진짜 무한 걷기를 해야하는 것 같아요.
이곳에서 드라마 촬영을 했다는 것 같은데, 드라마 촬영지는 내려오는 길에 들리기로 했어요.
정상에 오니 구름이 잔뜩 끼어서 아무 것도 안보였어요.
바람에 구름이 이동하면 분화구 아래가 보일듯 말듯 아주 조금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더라고요.
파노라마기능으로 시간차를 이용해 찍은 사진인데, 이 사진 찍는게 은근 재밌어요. 중독성 있더라고요.
이게 끝인가라는 생각을 했는데, 분화구 주변으로 산책길이 되어 있길래, 따라서 걸었어요.
걷는 도중 제주도 전통 묘지도 있더라고요. 묘지가 무섭다긴 보다는 주변풍광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상을 구경하는 것보다 주변을 구경하는게 더 재밌었어요.
분화구 주변에 산신령이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맑은 날 왔다면 그냥 옛날에 분화했던 곳이네 라는 생각이 들었을 텐데, 구름에 쌓인 분화구의 모습은 신성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하더라고요.
계속 길을 따라 걸었어요.
산굼부리라 쓰여있는데 자세히 보면 의자더라고요.
이렇게 앉을 수 있는데, 비때문에 다 젖었어요.
그리고 영험한 산굼부리의 기를 받고자 기 사진은 찍었어요.
비가와서 길이 질퍽질퍽거려서 더 걸어가지는 않았어요.
메리퍼핀처럼 우산을 타고 날아가려는지, 점프를 해봤지만, 똥똥한 아빠라 땅으로 다시 내려왔어요.
정상에서 내려가기 전 아쉬운 마음에 한번 더 분화구를 구경했어요.
비가 오지 않았으면 이런 모습을 절대로 볼 수 없었을 것 같아요.
결혼의 여신 촬영지라고 하는데 드라마를 안봐서 어떤 드라마인지는 모르겠더라고요.
그래도 억새길만은 운치있었어요.
점심을 거른 상태라 늦은 점심을 핫도그 하나로 대신했어요.
케찹을 좋아하진 않지만, 이날따라 커찹이 땡기더라고요. 비를 계속 맞아서 그런지 허기가 엄청지더라고요.
이렇게 사진 찍으면 나중에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아요.
역시 제주도에 왔으니 하루방아저씨랑 한 컷 정도는 찍어야 제주도에 왔다고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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