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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간의 비행 후 홍콩의 야경은 호텔 방의 창문을 통해서 볼 수 있었다. 단 10시간의 비행이지만 이때까지의 여독이 쌓였는지 호텔에 도착해서 잠만 잤다. 홍콩을 즐길 마음의 여유와 몸이 되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구룡반도가 눈에 들어왔다. 구룡반도와 홍콩 섬 사이의 바다는 분주히 오가는 배들로 하얀 포말이 일어 분주한 항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홍콩의 이 익숙한 느낌이 너무 좋았다. 코로나 때문에 3년 동안 어딘가를 가지 못해서 그런가 이런 익숙함이 더 그리워지는 것 같다. 익숙한 모습이 이제는 낯설어지는 것 같이 느껴진다.

 
 

홍콩공항에 도착했을 때 굳이 짐을 찾을 필요가 없었지만, 시드니에서 짐을 홍콩까지만 보냈다. 홍콩에서 이것저것 살 수도 있고 필요한 물건만 작은 가방에 담기가 귀찮아서 시드니에서 체크인을 할 때 짐을 홍콩에서 찾기로 했다. 짐을 들고 돌아다니려니 은근 걸림돌같이 느껴졌다.

 

짐이 있다 보니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었다. 그래서 숙소에서 가까운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에만 갔다. 중경삼림에 나와 유명해진 에스컬레이터로, 홍콩에 올 때마다 꼭 한 번씩은 들리는 장소였다. 특별한 것은 없다. 그냥 산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지만 영화를 본 사람에게는 특별한 장소로 느껴지는 곳이다.

 

홍콩에 처음 온 관광객같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사람들을 따라 올라갔다. 머릿속에는 중경삼림의 노래가 플레이 되었다. 나도 모르게 음을 따라 흥얼거렸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다 중간지점에서 내렸다. 빽빽한 건물과 간판들, 무질서함에서 정겨움이 느껴지는 곳이 홍콩인 것 같다. 깔끔한 홍콩, 뭔가 매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무질서함 속을 걷고 있으면 이방인으로서 묘한 기분이 느껴진다.

 
 

에스컬레이터는 올라가는 방향밖에 없기에 내려올 때는 옆길로 걸어서 내려와야 했다. 이놈의 캐리어를 끌고 내려가려니 죽을 맛 어었다.

 

짐이 있다 보니 더 이상 돌아다니면 안 될 것 같아서 시간이 많이 남지만 공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음력 설이라 어디 가나 음력 설을 기념하는 장식을 볼 수 있었다. 시드니에서 볼 때는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졌는데 역시 아시아 문화권에서 보니 뭔가 익숙했다.

 

공항 전철을 타고 공항으로 왔다. 음력설을 맞이해 해외로 나가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공항은 혼잡했다. 홍콩공항이 허브공항이다 보니 원래 혼잡한데 명절까지 겹쳐서 더 혼잡하게 느껴졌다.

 

케세이퍼시픽의 메인 공항이 홍콩이다 보니 체크인 시간이 남았는데 쉽게 체크인을 하고 짐을 보내버렸다. 짐이 없으니 살 것 같았다. 공항에서는 음력설을 맞이해서 다양한 행사를 하고 있었다.

 

나이에 맞는 띠라는 것이 생소한 서양 사람도 자신의 띠에 맞는 동물 그림을 받기 위해 서 있기도 했다.

 

가장 인기가 있던 곳은 여러 가지 색을 이용해 그림글자를 그려주는 코너였다. 줄이 길어서 설까 말까 고민을 하다 사람들이 작품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니 하나 소장하면 좋을 것 같아서 기다렸다 작품을 받을 수 있었다. 어찌 보면 대단한 작품은 아니지만 이것을 보면서 오늘을 추억할 수 있으니 관광객에게는 좋은 기념품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집 현관에 이 작품이 붙어 있어서 종종 그날을 생각해 보기도 한다.

 
 

이 글처럼 항상 건강했으면 좋겠다. 돈도 많이 벌고 싶지만 가장 우선은 건강이 아닐까! 요즘 들어 건강의 소중함을 더욱더 많이 느끼는 것 같다.

 
 

구름과자를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가니 비행기가 착륙을 하고 있었다. 바로 앞에서 이렇게 비행기가 착륙하는 장면을 볼 수 있는 것이 너무 좋았다. 케세이퍼시픽의 메인 공항이다 보니 녹색 꼬리를 달린 케세이퍼시픽 비행기를 자주 볼 수 있었다. 또한 전 세계에서 오는 다양한 항공사의 비행기들도 볼 수 있었다.

 

이제 드디어 한국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을 지났다. 명절이라 출국하는 사람이 많아서 시간이 조금 걸렸다. 그리고 드디어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게이트 앞에 서서 탑승을 기다렸다. 한국은 얼마나 추울까? 추위는 다 가셨을까? 내일부터 출근해야 하는데 아침에 일어날 수 있을까? 등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이 익숙한 보딩브짓지를 통해 비행기에 탑승했다. 이번 좌석도 맨 마지막 줄 좌석이었다.

 
 

맨 마지막 줄이다 보니 한참을 걸어서 와야 하지만 뒤에 아무도 없기에 이륙한 후 편하게 의자를 뒤를 밀 수 있는 점이 너무 좋았다.

 

영어만 한 달 내내 듣다가 이제 주변에서 한국어가 들리기 시작했다. 한국어가 많이 들리는 것으로 보아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가 맞는가 보다. 다시 현실로 복귀하는 길이라 만감이 교차했다. 좋으면서 싫은, 말로 항상 표현이 되지 않았다.

 

탑승이 완료된 후 비행기는 활주로를 향해 갔다. 이제 3시간 반 뒤면 한국에 도착한다. 이 여행의 첫날 한국을 떠날 때는 설렘과 불안함을 안고 있었는데, 이제는 편안함과 여행의 추억을 안고 한국으로 가고 있었다. 한 달간 꿈을 꾼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 만에 맞이한 겨울이 생소하게 느껴졌다. 창문을 통해 다른 비행기가 날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비행가 힘차게 활주로를 박차고 날아갔다. 항상 비행기가 이륙하는 장면은 가슴을 설레게 했다. 내가 탄 비행기는 아직 이륙을 하기 전이지만 내 마음은 벌써 저 비행기처럼 붕 떠 있는 것 같았다.

 
 

우리가 탄 비행기는 한참을 이륙을 위해 기다렸다. 다른 비행기가 이륙을 한 후, 또 다른 비행기가 착륙을 했다.

 
 

비행기는 이륙 후 기수를 북으로 돌렸다. 비행기가 기수를 돌리기 위해 도는데 살짝 멀미가 났다.

 
 

하늘의 구름과 비행기의 날개 끝이 닿을 것 같았다.

 
 

비행기는 북으로 향하면서 서서히 고도를 높였다.

 
 
 

작은 창문이지만 하늘을 이렇게 날고 있는 것은 너무 좋았다. 전날 시드니에서 홍콩으로 오는 길에 비행기가 갑자기 급하강을 하는 바람에 공중부양을 해서 비행기가 무섭기는 하지만 그래도 비행은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 같다.

 
 

구름바다를 발아래에 두고 비행기는 어떤 미동도 느껴지지 않게 날고 있었다. 밖에서 들려오는 엔진 소리와 고도를 높일 때마다 들리는 소리만이 간간이 들려올 뿐이었다.

 
 
 

북동쪽을 향해 날아가다 보니 시간이 다시 한 시간 당겨지는 것 같았다. 그 사이 기내식이 나왔다. 칼로리 폭탄이라는 것은 알지만 비행에서 기내식을 빼면 단팥 빠진 단팥빵이 아닐까!

 
 

기내식을 먹고 시간이 조금 지나니 한국 영토에 들어섰다. 화려한 불빛을 보니 한국에 왔다는 것이 느껴졌다. 단지 한 달만 해외에 있었을 뿐인데 이런 화려한 불빛들이 왜 그렇게 어색하게 느껴지는지.

 

화려한 불빛이 그립기도 했지만 또다시 현실로 돌아옴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졌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어쩌면 길 수도 있고 짧을 수도 있는 시간이었다.

 
 
 
 

창문에 기대어 화려한 불빛을 넋을 놓고 쳐다보았다. 이렇게 홍콩, 뉴질랜드, 호주 여행이 끝나고 있었다. 아무리 긴 여행을 해도 돌아올 때의 아쉬움은 똑같은 것 같다. 당일치기 여행이든 한 달짜리, 두 달짜리 여행이든 돌아오는 그 순간을 항상 아쉬움만 남는다.

A. 홍콩 국제 공항 1 Sky Plaza Rd, Chek Lap Kok, 홍콩
B. Mid Level Escalator Jubilee St, Central,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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