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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아침을 먹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너무 힘이 들어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잠을 잔 후 일어나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우산을 챙겨오지 않았는데 다행히 호텔에 우산이 비치되어 있어서 우산을 쓰고 밖으로 나갔다. 가볍게 호안끼엠 호수 주변만 돌다 올 생각이었다. 호텔에 비치된 우산이 꽤 커서 두 명이 같이 쓰고 가도 충분했다.

 
 

비가 와서 그런가 주변 사물의 색깔이 더 원색으로 빛이 나 보였다. 특히 호텔에서 가지고 나온 우산은 푸릇푸릇 한 하노이 시내에 붉은 점 하나를 찍은 것 같이 튀어 보였다.

 

우기로 접어드는 기간이라 그런지 공기도 깨끗했다. 비가 와서 그런가 거리는 한산했다.

 

구글 지도를 확인하며 호안끼엠 호수 쪽으로 걸었다. 이쪽에서 가는 것은 처음이라 지도를 확인하며 걸어야 했다.

 
 

주말에만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지내는 3일 동안 호안끼엠 호수로 가는 길은 차량이 통제되었다. 호안끼엠 주변 도로는 자동차와 오토바이로 정신이 없는 곳인데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없으니 산책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멈추었다. 밤새 바람이 심하게 불었는지 바닥에는 나무에서 떨어진 나뭇잎과 씨앗 같은 것들이 떨어져 있었다.

 

비가 와서 나무들은 더 푸르게 나왔다.

 

나는 아직까지 피로가 가시지 않았는지 걸으면서 졸리고 몸이 축축 처졌다. 전날 숙소에 12시가 넘어 도착을 했고 잠은 한 시 넘어 잔 것 같다. 평소에도 한 시 넘어 자는 경우가 많은데 4시간의 비행이 힘들게 느껴졌던 것 같다.

 

하노이의 아침은 비가 와서 공기는 신선하게 느껴지고 생각 외로 덥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하늘은 언제든 비가 내릴 것 같이 구름이 덥혀 있었다. 비가 와서 의자는 다 젖어 있었다.

 

3년 만에 다시 온 하노이인데 크게 변하게 없어 보였다. 여전히 호안끼엠 호수는 고요하고 주변의 나무는 크고 호수 주변에는 관광객으로 가득했다.

 
 

호수 주변의 나무들이 너무 크고 가지가 뻗어 있는 모습이 예술 작품 같아 보였다. 아빠는 호수 주변 나무들에 푹 빠져서 신기한 모습으로 자라는 나무를 볼 때마다 사진을 찍으셨다.

 
 

나무들이 호수 쪽으로 가지를 뻗고 있었다. 호수를 향해 경배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푸름 속의 빨간 다리는 두드러지게 보였다. 아침이지만 다리 위에는 관광객이 많이 보였다.

 

호수 주변에 난간이 없어서 걸을 때 불안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어떤 나무는 가지가 물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호수 안 작은 섬에는 붉은색 바탕에 노란 별 하나가 그려진 베트남 국기가 바람에 펄럭였다.

 

남들은 쓰윽 하고 지나가는 호수이지만 아빠는 한걸음 한걸음 옮길 때마다 나무 하나 꽃 한 송이에 시선을 빼앗기셨다.

 
 

새로 산 렌즈로 찍어 보니 나 또한 설레었다. 이 여행을 오기 며칠 전 중고로 시그마 아트 렌즈 30mm를 구매했다. 단 초점 렌즈는 화각이 고정되어 불편해 사용을 안 했는데 한번 이용해 보고 싶어서 구매를 했다. 이번 여행이 첫 출사라 어떤 결과물을 보여줄지 궁금했다. 전반적으로 원색을 부드럽게 잘 표현해 주었다. 화각이 고정되어 사용감이 불편했지만 찍고 난 후 결과물이 너무 만족스러웠다.

 

선선했지만 비가 온 직후라 그런지 습하고 눅눅했다. 그러나 눈으로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는 사원 안에 들어가 볼까 생각하고 빨간 다리가 인상적인 사원으로 갔다. 입장료는 그렇게 비싸지 않은데 사람이 많아서 입구에서 사진만 찍고 이번에도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이 사원 앞을 몇 번을 왔는데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다. 이번에는 들어가 볼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이번에도 그냥 이렇게 넘어갔다.

 

사원 앞에서 사진을 찍고 나오는데 아빠의 샌들이 이상했다. 밑창이 떨어져 나갔다. 작년에 사준 크록스를 가지고 왔으면 좋았을 텐데 크록스가 부피가 커서 가져오기 싫었다고 하신다. 어쩔 수 없이 신발부터 사러 가야 할 것 같았다. 내가 맨날 하는 말이 '아끼면 똥 된다.' 있을 때 그냥 신고 다니라고. 이 신발도 이쁘다고 아끼고 아끼다 오래간만에 가지고 왔더니 베트남에서 유명을 달리하셨다.

 

예전 기억을 떠올려 신발 매장이 많은 거리로 걸었다. 숙소를 호안끼엠 근처로 정한 이유 중 하나가 이것저것 살 수 있는 상점이 많아서였다. 그런데 신발은 살 생각이 없었는데 신발부터 사러 가야 했다.

 

언제나 사람과 차, 오토바이로 북적이는 도로인데 오늘 아침엔 유난히 한산했다. 이런 여유로움이 좋았다. 베트남에 오면 언제나 스트레스 받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정신없는 오토바이였기 때문이다.

 

이쁜 슬리퍼는 대부분 여성용이라 어쩔 수 없이 밋밋한 슬리퍼로 선택해야 했다. 그리고 온 김에 다른 상점도 들려서 여름 옷을 구매했다.

 
 

신발을 사고 옷도 한두 벌 샀더니 기분이 좋아졌다. 어느새 날씨는 좋아졌다. 그리고 태양볕이 뜨겁게 내리쬐기 시작했다.

 
 

호안끼엠의 메인 로터리는 차량이 통제되어 사람만 걸어갈 수 있었다.

 

날이 뜨거워지기 시작하니 잠시 쉬면서 에너지를 충전할 필요가 있어서 하이랜드 커피숍으로 들어왔다.

 

베트남의 로컬 카페의 경우 에어컨이 없거나 안 틀어주는 경우가 많은데 체인점 카페의 경우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져 있기에 로컬 카페보다는 체인점 카페를 선택하게 된다.

 
 

베트남은 커피 생산국답게 커피 가격이 의외로 저렴했다. 커피 종류가 많아서 뭘 주문할 까 고민하다 난 아메리카노로 아빠는 달달한 캐러멜 마키아토로 선택하고 케이크의 가격도 저렴해서 두 개나 주문했다.

 

작지만 달달한 게 더운 날씨로 지친 몸에 에너지를 넣어주었다.

 

매일 마시던 커피 말고 다른 종류로 선택하고 싶었지만 뭐가 좋은지 모르기에 습관적으로 한국에서와 같은 음료를 주문했다.

 

야외에 나가서 먹을까 생각이 들다가도 더울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어서 그냥 안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침에 찍은 사진을 아빠에게 보내고 우리는 SNS에 사진을 올리느라 한동안 말없이 자신의 할 일을 할 뿐이었다.

 

한 시간 정도 카페에서 쉰 것 같다. 시원한 카페에 있다 보니 밖으로 나오기 싫어졌다. 어느새 시간은 정오를 지났다. 비가 그치고 나니 이제는 날이 푹푹 찌기 시작했다. 아침의 습함은 많이 사라졌지만 이제는 머리 뒤통수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날은 덥지만 이게 하노이 날씨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날씨가 더우니 다시 그늘로 에어컨이 있는 곳으로 피신하고 싶었다. 살이 찌고 난 후부터 땀을 유독 많이 흘렸다. 그래서 여벌의 옷을 챙겨가지고 왔지만 어차피 옷을 갈아입고 나가도 5분 만에 옷이 땀에 다 젖어 버리니 매일 같은 옷만 입고 다녔다.

 

우산을 괜히 들고나온 것일까, 작으면 가방에 넣으면 되지만 우산이 너무 커서 들고 다녀야 했다.

 
 
 

오후 시간이 되니 호수 주변에 사람이 많아졌다. 조용했던 아침은 사라지고 이제부터 호수 주변은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아침에는 젖어 있던 벤치들은 어느새 말라서 앉을 빈자리가 많이 보이지 않았다. 벤치에 앉아서 멍하니 앉아서 호수만 바라보고 있어도 좋을 것 같았다.

 
 

녹음이 울창한 거리를 걷는 기분은 상쾌했다. 무슨 국경일일까. 길거리에는 베트남 국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아이들은 전 세계 어디를 가나 똑같은 것 같다. 생동감 넘치고 개구지고. 차가 다니지 않는 차도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노는 아이들이 귀여웠다.

 

호수 주변을 걸으니 마지막에 왔던 2019년 12월의 하노이가 생각났다. 이렇게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발이 묶여 버릴 줄 그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지만 미지근한 바람만 불 뿐이었다.

 

호수 주변에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바닥에 앉아서 잠시 쉬었다 갔다. 바닥은 어느새 바짝 말라서 아침에 비가 온 것이 거짓말같이 느껴질 뿐이었다.

 
 

날이 더워지니 살짝 머리가 어지러웠다. 해가 날 때와 안날 때의 온도차가 극명했다.

 
 

고풍스러운 건물에 있는 '신한은행'은 매번 지날 때마다 한 번씩 쳐다보게 된다.

 
 
 

호수 주변에는 유럽풍의 고급스러운 건물들이 꽤 있었다. 사무실이나 식당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 같았다. 베트남에서 느끼는 유럽이었다.

 
 

베트남 풍과 유럽 풍의 조화가 느껴졌다.

 

호안끼엠 호수를 벗어나 하노이 성요셉 성당으로 향했다. 호수를 벗어나니 길거리는 북적이고 정신이 없었다. 특히 시도 때도 없이 오는 오토바이와 보도에 세워진 오토바이 때문에 걷는 게 쉽지 않았다.

 
 

아시아의 노트르담 성당이라고 해야 할까. 노트르담 성당을 복사해서 붙여넣기 한 것 같았다. 규모가 노트르담 성당에 비해 많이 작기는 하지만 외관만 두고 보면 똑같이 생겼다.

 

하노이의 관광명소답게 언제나 사람으로 북적였다.

 

성당 앞으로는 성당에 들어갈 수 없게 펜스가 쳐져 있었다. 성당을 한 화면에 담을 수 없어서 아이폰으로 사진을 촬영했다. 왜곡되기는 하지만 왜곡된 화면에서 성당이 실제보다 크게 나왔다.

 
 

아침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 오늘은 맑은 하늘은 다 봤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구름은 사라지고 푸른 하늘만이 보였다.

 
 
 

성당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성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성당에 들어오니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경건해졌다. 사진도 조용히, 말도 조용히 할 수밖에 없었다. 성당에 왔으니 잠시 기도를 했다. 성당에 오면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기도를 하게 된다. 이유는 모르겠다. 마음이 왠지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기도를 마친 후 조용히 성당 주변을 한 번 더 돌아 보았다.

 

성당 밖으로 나왔다. 역시 유명한 관광지라 시클로들이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베트남에 와서 한 번도 타보지 않은 것이 시클로였다. 전에 인도에서 릭샤를 탄 적이 있었는데 내가 체중이 많이 나가다 보니 릭샤꾼이 너무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원래 줘야 할 돈보다 두 배 넘게 더 주고 내린 기억이 있었다. 그 후로는 사람의 힘으로 운행하는 것은 왠지 꺼려졌다. 시클로를 타보고 싶기는 했지만 내 몸무게는 그때보다 훨씬 더 늘었기에 선뜻 탈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골목을 걸으니 로컬의 냄새가 짙게 났다. 큰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베트남만의 향기랄까.

 

뿌리가 신기하게 자란 나무들이며 나무에 주렁주렁 장신같이 달린 것 같은 나무들까지 길가의 가로수지만 예사롭지 않았다.

 

다시 호수로 돌아왔다. 숙소로 가기 위해서는 호수를 지나야 했기 때문이다.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아까 가지 않았던 남은 거리를 돌아서 갔다.

 

이곳은 처음 와본 것 같다. 호수를 한 바퀴 다 돌아본 적이 없어서 항상 반절만 왔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곤 했는데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동선이 한 바퀴를 돌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항상 차가 다니는 길이라 걷고 싶은 생각이 크게 들지 않았는데 차가 없으니 가볍게 호수 주변을 한 바퀴 돌기 편했다.

 

날이 맑아지니 로컬 식당들은 야외용 테이블과 의자를 펼쳐 놓았다. 길가에 앉아서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보였다.

 

무슨 기념일일까? 아님 연휴일까? 베트남 가족들이 거리에 많았다.

 
 

어린이들을 위한 세상이었다. 무슨 기념일인 것일까.

 
 

토요일이라 사람이 많은 것일까. 아빠는 사람이 많아지니 기분이 같이 업이 되셨다.

 

화단에는 붉은 꽃이 심어져 있었다. 호수를 한 바퀴 도니 슬슬 다리가 아파졌다. 덥기도 덥지만 다리가 조금씩 뻐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꽃 사진은 포기할 수 없기에 마지막 힘까지 짜서 사진을 찍었다.

 
 

어린아이들은 비눗방울 장난감으로 비눗방울 만들었다. 집에 비눗방울 만드는 장난감이 있는데 가져오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다.

 

나무가 어떻게 저렇게 휘어서 자랄 수 있는 것일까. 나무가 누워서 호수를 향해 자라고 있었다.

 

이 나무는 아예 물속으로 들어가려는 것 같아 보였다.

 

구글 맵을 중간중간 확인하며 숙소 쪽으로 걸어갔다. 하노이 어린이 궁 전 앞 동상에는 롤러블레이드를 타는 사람이 많았다. 아마 어디선가 대여를 해주는 것 같았다.

 

베트남도 중국의 영향을 받은 지역이다 보니 세워진 동상의 사람은 중국풍의 의상을 입고 있었으며 장식도 중국스러운 느낌이 났다.

숙소로 가는 길 세워진 오토바이를 보며 감탄이 절로 나왔다. 자기 오토바이를 어떻게 찾을까. 오토바이를 꺼낼 수는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온 하노이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특별한 계획이 따로 있지는 않았다. 그냥 숙소 근처 호수 주변을 걷는 게 이번 여행의 계획이라고 해야 할까. 몇 시간 동안 호안끼엠 호수 주변을 돌고 숙소로 갔다. 숙소에서 조금 쉰 후 저녁에 다시 호수 야경을 보기 위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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