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고대하던 여수-제주 노선을 타보게 되었다. 수도권에 거주하기 때문에 이렇게 일부러 오지 않는 이상 여수-제주 노선은 타볼 일이 없다. 항상 궁금했었다. 비행기 표를 구매할 때 비행시간이 40-50분으로 나오는데 왜 이 구간이 그렇게 길게 걸리는지. 서울에서 제주까지 티켓 상으로는 1시간 10분이 적혀있다. 그러면 이착륙 시간만 빼면 이 비행기는 순항고도에서 얼마나 날 것인지 이것저것 처음 타보는 노선이라 모든 게 궁금했다.
체크인을 일찍 했기에 빈둥빈둥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미리 보안검색을 마치고 안에서 기다리려고 했으나 이 공항은 비행기가 출발하기 몇십 분 전부터 보안검색을 실시하는 것 같았다. 2층에 작은 카페가 있기는 했지만 커피숍에서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보안검색이 시작되었다. 체온 측정을 한 후 보안검색대를 지났다. 몇 시간 뒤 다시 이곳에서 또 서울 가는 비행기를 타야 했다. 창피하게 보안검색 직원들이 알아보면 어쩌지라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옷을 하나 가지고 왔는데 디자인도 색도 같은 옷이라 갈아입어봤자 다른 사람 같아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보안검색을 빠르게 마친 후 탑승하기를 기다렸다. 게이트는 2개밖에 없기에 편의 시설이라곤 거의 없었다. 목이 말라서 잽싸게 정수기에서 물을 마신 것 빼고는 할게 별로 없었다.
탑승이 시작되었다. 여수-제주행 비행기 표를 늦게 구매하는 바람에 자리 선택권이 거의 없었다. 원래는 여수를 여행한 후 서울로 돌아가는 일정이었는데 여수공항이 순천과 여수 사이에 있다 보니 교통 편이 좋지 않아서, 날도 더운데 밖에 나가서 여행하기 싫어졌다. 그래서 급하게 빈 시간을 뭐 하며 보낼까 고민하다, 제주행 퀵턴 여행을 세우게 되었다. 아마 타고 갔던 비행기를 타고 올 것 같다는 생각이 탑승하고 나니 들었다. 두 시간의 시간 텀이 있기는 했지만, 비행 편명을 보니 타고 갔던 비행기로 돌아오는 것 같아 보였다.
역시 작은 기종 비행기였다. 김포에서 여수로 올 땐 거의 만석에 가까웠는데, 제주로 갈 땐 빈자리가 많아 보였다.
내 뒤에 있는 꼬마는 비행기를 처음 타는 것 같아 보였다. 끊임없이 아빠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있었다. 처음이라는 단어, 그 설렘 나도 그럴 적이 있었는데, 이젠 너무 찌들어서 의무적으로 비행기를 타는 것이 아닐까라는 반성이 들었다. 항상 그 설렘을 가지고 산다면 삶도 꽤 즐거울 텐데, 우린 너무 처음의 그 감정을 잊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여수에서 제주까지 지도상으론 그렇게 멀지 않았다. 비행기는 활주로에 들어선 후 한참을 달렸다. 활주로 끝에 가더니 비행기를 돌려 기수를 남으로 맞췄다. 작은 공항을 이용하다 보면 종종 활주로를 택싱한 후 비행기를 돌려서 이륙하는 경우가 있다.
비행기는 남쪽을 향해서 빠르게 달려 이륙을 했다.
이륙할 때 그 짜릿함이란. 비행은 이륙 후 30분이라고 하는 것 같았다.
날이 맑아 주변 풍경이 손에 잡힐 것 같이 깨끗하게 보였다.
오! 이거 완전 관광 비행 같은 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광 비행보다 더 관광 비행 같은 정규 노선이었다.
비행기는 고도를 조금 높이는 것 같지만 평상시 김포-제주 구간의 노선보다 고도가 낮았다.
나중에 플라잇 어워어 앱으로 확인해 보니 대략 4000미터 언저리에서 비행기가 날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라 그런지 수많은 섬들이 비행기 아래로 보였다.
아시아나항공 국내선 관광 비행 때는 날개 쪽에 앉는 바람에 이쪽 지역을 지날 때 날개만 바라볼 수밖에 없어서 아쉬웠는데, 오늘은 맑은 하늘 아래로 보이는 작은 섬들이 그날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것 같았다. 혼자 보기는 너무 아쉬운 풍경이었다.
연안을 벗어나니 비행기는 망망대해 위를 날고 있었다.
섬들이 뒤로 점점 사라졌다.
저긴 고흥일까? 아님 해남일까?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서로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데, 지상에 내려가면 가까워 보였던 그곳도 멀어 보이고 시간적인 소모도 많은 것이 신기했다.
멍을 때리다 아래를 보니 남해 한가운데 외롭게 있는 거문도가 보였다. 군대 가기 전 혼자 남도여행을 할 때 첫날 여행지로 갔던 곳이 거문도였다. 서울에서 여수행 새마을호를 타고 5시간을 간 후, 택시를 타고 여수여객선터미널로 이동했었다. 그리고 또 배로 2시간 반을 타고 갔던 섬이었다. 그 당시 서울에서 첫차를 타야 여수에서 페리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아무튼 2005년 이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었다. 그 당시는 그렇게 유명한 여행지가 아니다 보니 아는 사람만 찾아가는 그런 곳이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방문하는 곳이 되어 버렸다.
거문도를 2020년, 지난해 겨울 가려고 했으나 풍랑주의보가 발효되어 가지 못했었다. 울릉도도 다녀왔으니 거문도도 한번 가봐야겠다. 거문도를 지나니 비행기는 착륙 준비를 한다는 방송이 나왔다.
이류 후 대략 십여 분 정도 날은 것 같은데 벌써 착륙을 한다니 기분이 묘했다. 그리고 김포-제주 구간은 코로나 전에는 음료를 제공했는데 이 구간에서는 사탕 서비스를 했다는 것을 알고 신기하면서 뭔가 어색했다.
비행기가 점점 고도를 낮추니 바다 위의 배가 눈에 들어왔다. 저 배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완도? 목포? 외관으로 봤을 땐 7월에 탔던 실버 클라우드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제주로 오는 페리가 한두 대가 아니니 어디서 출발한 배일까 궁금했다.
제주로 들어오는 배도 있지만, 제주를 빠져나가는 배도 보였다.
매번 앉는 좌석마다 바다 쪽으로 앉아서 우리 비행기가 어디쯤을 날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비행기의 고도가 많이 낮아졌음을 통해 거의 다 도착했음만을 예상할 수 있었다.
비행기 아래로 용담 포구가 보였다. 이번 1월, 제주에서 보름 지내면서 비행기 착륙하는 것을 보겠다며 저기에 서서 비행기 사진과 동영상을 찍은 게 생각났다.
지상이 보이니 비행기의 빠른 속도가 느껴졌다. 빠르게 활주로에 착륙을 하고 역추진을 했다.
활주로를 빠져나와 게이트로 향했다.
보딩브리지로 내리다 보다 생각했는데, 버스로 이동한다는 말을 듣고 이건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옆에 브리지가 있는데.
버스를 타고 도착 홀로 왔다. 연 3일째 오는 제주도였다. 이제 남은 시간까지는 2시간 남짓이었다. 오늘도 한라산을 못 봐서 아쉬울 뿐이었다.
아시아나항공 타고 여수에서 제주가기, Flight Log from Yeosu to Jeju by Asiana Airl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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