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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이란 이런 것일까. 숙소에서 벗어나지 않고 지내지만 마음이 편했다. 처음에는 무엇이든 해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조급함이 들었다. 비싼 돈 들여서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것이 마음 불편했었다. 여행 와서 아무것도 안 하고 쉬어 본 적이 있었을까. 어딘가 돌아다니고 투어를 하고 호텔 내에서 쉬더라도 생산적인 것을 해야 하는 압박감이 강했다.

우붓에 와서 한 것이라곤 우붓 시내에 잠시 다녀온 것이 다였다. 처음엔 답답했다. SNS의 노예가 된 것 마냥 하루하루 새로운 것을 하고 올려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게 부담스러웠다. 나를 위한 여행이 아닌 보여주기 여행을 하고 있었다.

 
 

또 다른 아침이 밝았다. 여행도 벌써 닷세가 지나고 있었다.

 

아침 공기가 싱그러웠다. 이곳이 동남이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날씨가 너무 좋았다.

 

매일 비슷한 조식을 먹지만 배가 고파서 그런지 접시 한가득 담아왔다.

 

평소에 집에서 잘 안 해 먹는 계란이지만 이곳에 와서는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프라이는 꼭 써니사이드 업으로 주문했다. 어디선가 본 영어 표현을 이럴 때 써먹을 수 있었다,

 
 

언제나 한 접시만 먹기 아쉬워 꼭 두 접시를 채워 먹고 방으로 돌아갔다.

 
 
 

지날 때마다 보는 꽃. 꽂이 활짝 필 때와 아닐 때의 모습이 전혀 달랐다.

 

아침을 먹고 방으로 가는데 햇살이 조금 따가웠다.

 
 

이 길을 걷고 있는 자체만으로 행복했다. 언제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을까.

 

수영장에서 봤던 한국인 가족이 체크아웃을 하고 있는데 군대의 행진 같았다.

 

아침마다 향을 피우고 길가엔 신에게 바치는 꽃이 놓여 있었다.

 

아빠는 식사 후 주무신다고 하시기에 혼자 테라스에 나와 오랜만에 블로그를 작성했다.

 

블로그 작성 후 다시 수영장으로 나왔다.

 
 

시원하다. 내가 꿈꾸던 여행이었다. 수영장에 누워 유유히 떠돌며 시간을 보내는 것. 넷플릭스를 켜놓고 대강의 스토리만 따라가며 몇 번 보았던 드라마를 보았다.

아빠는 한국에서 가져온 과자를 드시며 당 충전을 하셨다.

 

내일이면 이곳을 떠나 사누르로 가야 하기 때문에 이곳이 많이 그리울 것 같았다.

 

수영장에서 놀고 오니 오늘도 방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늦은 점심을 우유와 과일로 때웠다. 동남아에 오면 배가 터지게 먹고 싶었던 것이 용과였다.

 
 

아빠가 쉬시는 사이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를 사가지고 왔다. 뼛속까지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니 에너지가 충전되는 것 같았다.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났다. 원숭이 가족이 수영장에 나타났다.

 

원숭이는 사람이 신경 쓰이는지 빠르게 수영장을 벗어났다.

 

오늘 하루도 금세 지나갔다.

 
 

노을이 지는 모습을 영상으로 남기고 싶어서 고프로와 카메라를 테라스 난간에 설치했다. 한편으론 원숭이가 와서 훔쳐 갈까 걱정도 되었다.

 
 

닷세간 쉬어서 그런지 아빠의 몸 상태도 많이 좋아지셨다.

 
 
 

하늘에 짙은 구름이 깔려서 이쁜 노을을 못 볼까 걱정이 되었다.

 

카메라는 스스로 돌면서 노을을 찍고 있고 우린 밖으로 나왔다.

 

매일 논 밖에서 보다 오늘은 무슨 용기가 났는지 논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역시 밖에서 보는 것보다 안에서 보는 풍경이 더 좋았다.

 
 
 

이 맛에 우붓에 오나 보다. 라이스 테라스 트레킹을 하고 싶었는데 못해서 아쉬웠다. 숙소 앞에 있는 논에서 트레킹을 못한 것을 대리만족할 수 있었다.

 
 

노을은 서서히 지고 있고 우리의 우붓 여행도 이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해가 진 후부터가 노을의 절정임을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

 

하늘은 더 붉어졌다. 내 마음도 하늘과 함께 붉게 물들어 갔다.

 
 
 

눈이 시릴 만큼 아름다운 하늘을 보고 있으니 마음속을 번잡하게 했던 모든 것이 사그라드는 것 같았다.

 

어느덧 하늘에는 어둠이 찾아왔다.

 
 

테라스에서 오늘도 간단하게 저녁을 먹었다. 편의점에서 파는 자양강장제가 은근 아빠에게 도움이 된 것 같았다. 편의점에 갈 때마다 오로나민 씨와 피로 회복제를 사가지고 왔다. 망고스틴은 껍질이 두꺼워서 까먹기 불편했지만 맛은 최고였다.

 

마지막 날이다. 아쉬운 발걸음으로 또 식당으로 갔다.

 
 
 

메뉴의 변화가 거의 없어서 질리긴 했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식당 한쪽 구석에서 파이프 담배를 피우는 할아버지가 인상적이었다. 파이프 담배를 보니 어릴 적 생각이 났다.

 

방으로 가는 길 테라스 난간에 있는 원숭이가 보였다.

 
 

원숭이가 우리를 힐끗 보더니 지붕을 타고 다른 곳으로 갔다.

 
 

가방 속에 프레드릭슨씨가 있는 것이 생각났다. 이곳에서의 마지막 사진은 그와 함께 찍었다.

 

사누르로 가는 픽업이 12시이기에 짐을 가지고 천천히 로비로 갔다.

픽업 기사는 픽업 시간에 맞춰 호텔로 왔다.

 

우붓에서 사누르까지는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여성 기사였는데 거의 한 시간 동안 한국 드라마 이야기를 했다. 한국 드라마를 한국 사람보다 더 많이 보고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한국 드라마가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한국 배우가 나오는 제품이 가장 인기가 많다고 했다. 우린 새로운 숙소가 있는 사누르에 도착했다.

https://youtu.be/G9reeNyR9ho

https://youtu.be/KF4KunWh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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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붓에서의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다. 아빠는 한국에서 출발할 때보다 컨디션이 많이 좋아지셨다.

 

매일 아침밥을 먹으러 걸어가는 길이 너무 행복했다. 조식 메뉴가 거창하지는 않지만 가는 길 자체가 즐겁게 했다.

 
 

건기의 우붓은 습한 느낌이 없어서 쾌적했다. 하늘이 파랗다. 눈이 시릴 만큼 파랬다.

 
 

논길을 가는 길 만난 오리 가족. 물이 찬 논으로 오리들이 줄을 지어 걸어갔다. 참 사소한 풍경이지만 마음속에 깊게 새겨졌다.

 

야자나무에서 떨어진 열매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노랗게 익은 게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너무 흔해서 그럴까 떨어진 열매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논 한쪽에 있는 오두막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쐤다.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이 상쾌했다.

 
 

오늘은 뭐 하며 지낼까. 특별히 뭘 하지 않더라도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이쪽 수영장은 어린이 풀장 같아서 5일 동안 한 번도 온적이 없었다. 수영장 한쪽에는 작은 바가 있었다.

 
 

발리에 오면 아침마다 향을 피우는 사람이 있다. 향을 피우며 무슨 생각을 하실까. 향 피우는 모습을 보니 왠지 마음이 경건해졌다. 발리의 주된 종교는 힌두교이다. 여기에는 수많은 신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발리가 신들의 섬인가 보다.

 
 

박쥐 란의 이파리는 볼 때마다 눈길을 끌었다. 박쥐의 날개 같기도 하고 손 같아 보이기도 했다.

 

3번째 먹는 아침 식사였다. 메뉴는 매일 같다. 그래도 배가 고프니 다 맛있게 느껴졌다.

 

직원이 가져다준 오믈렛이 귀여웠다. 나도 매일매일 웃는 하루를 보내고 싶다.

 

식사를 마친 후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햇살이 좋았다. 온도는 한국과 차이가 안 나지만 습도가 낮으니 쾌적했다.

 
 

아빠는 오전 시간 동안 계속 주무셨다. 정오가 지나서야 일어나셔서 수영장으로 갔다.

 
 

컨디션이 많이 좋아지시는 했지만 몸이 쳐지는 느낌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컨디션이 조금이라도 좋아지셨는지 수영장에 들어와 같이 수영을 했다.

 

건기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 연날리기를 하는 사람이 많다. 멀리서 보면 초대형 박쥐가 매달려 있는 것 같이 보였다. 밤에 보면 조금 등골이 오싹했다.

 

수영을 마치고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그사이 방은 깨끗이 정리되어 있었다. 아침마다 테라스에 새똥 같은 게 있어서 직원에게 사진을 보여주니 박쥐라고 했다. 박쥐가 밤마다 와서 먹이를 먹고 똥도 싸고 도망간다고. 그래서 박쥐가 올 시간에 맞춰 새벽에 일어났으나 난 박쥐를 보지 못했다. 아빠는 우연히 박쥐를 봤다고 하는데 박쥐가 매달려서 먹이를 먹는 게 아니라 테라스 바닥에서 열매를 먹었다고 했다.

숙소 근처(?)에 코코 마트가 있기에 걸어서 가기 위해 숙소에서 나왔다. 멍키 포레스트를 지나서 가야 했다. 가로지르는 길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길은 없었다.

 

해가 서쪽으로 많이 기울었지만 햇살이 뜨거웠다.

 
 
 

뭉게뭉게 피어오른 구름에 막대를 꽂아 먹으면 시원할 것 같았다.

 
 

코코 마트에서 무엇을 사면 좋을까. 즐거운 고민을 했다.

 

멍키 포레스트로 가는 길은 내리막길이라 편했다.

 

시내에 비해 복잡하진 않지만 그래도 도로는 언제나 오토바이로 가득했다.

 
 

익숙하지 않은 방향으로 가는 길이라 가끔씩 구글 지도를 확인했다. 가까운 길 같은데 괜히 멀게만 느껴졌다.

 

멍키 포레스트에 들어서니 울창한 숲 때문에 길이 어두웠다.

 
 

저녁에 차를 타고 지날 땐 으슥하게 느껴졌는데 낮에 오니 관광객으로 활기찼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원숭이가 사는 숲으로 가끔 원숭이들이 숙소까지 온다고 들었다. 저번 겨울 여행 때 전선 위를 타고 가던 원숭이가 코코넛 껍데기를 나에게 던져서 맞을뻔했었다.

 

나무 위에서 원숭이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그리곤 무심한 듯 다시 나무를 타고 가버렸다.

 

멍키 포레스트는 입장시간이 지나서 문을 닫았지만 멍키 포레스트에 들어가지 않아도 어디서든 원숭이들을 볼 수 있었다.

 
 

귀여운 것 같으면서도 사나운 원숭이들. 가끔씩 안경이나 모자 등을 훔쳐 간다고 들었다.

 

공포의 숲길을 지나 약간 경사진 길을 계속 올라갔다.

 
 

짐을 들고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머리가 핑 돌았다.

 

우붓에서 본 가장 큰 마트(?)였다. 마트에 들어오니 한국 사람이 많아서 이마트에 온 것 같았다.

 

우붓에 오면 망고스틴을 먹어봐야 한다고 겨울에 왔을 때 가이드가 우리에게 말했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망고스틴을 샀다. 그리고 선물로 줄 말린 망고 등도 구매했다. 제일 중요한 용과도 몇 개 바구니에 넣었다. 이것저것 넣다 보니 거의 십만 원어치 구매를 했다. 물건을 들고 숙소로 오는 길이 힘들었지만 왠지 뿌듯했다. 다음엔 코코 마트 근처에 숙소를 정해야겠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오늘 하루도 노을빛과 함께 지고

있었다.

 
 
 

매일매일 자연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것도 복이 아닐까.

 

하루가 또 지나가서 아쉽지만 그래도 아름다움을 맞이할 수 있는 이 순간이 행복했다.

 

무거운 물건을 들고 오느라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뿌듯했다.

 
 

영원할 것 같은 노을도 점점 어둠에 잠식되어 갔다.

스마트 티브이라 넷플릭스를 티브이로 볼 수 있었다. 티브이를 본 후 잊지 않고 로그아웃하고 아이디에 남아 있는 내 넷플릭스 아이디도 삭제했다.

 

저녁식사로 룸서비스를 시켜보았다. 피자가 조금 딱딱해서 식감이 별로였으나 프렌치프라이는 바삭했다.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늦은 저녁 식사를 했다. 그리고 후식으로 빨간 용과를 먹었다. 빨간 용과는 맛있기는 하지만 다음 날 화장실에 가면 그 끝이 좋지 않은 단점이 있는 과일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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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오전에는 호텔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오후 늦게 잠깐 우붓 시내를 구경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호텔 안에만 있다 보면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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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맞은편에 스타벅스 몽키포레스트점이 있었다. 우붓 왕궁은 걸어서 십여 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냥 숙소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가면 우붓 왕궁, 왼쪽으로 가면 몽키 포레스트였다.

 

인도네시아의 인도는 진짜 좁았다. 특히 우붓 시내는 걸어서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은데 인도까지 좁다 보니 인도가 더 좁게 느껴졌다.

 

이국적인 인테리어의 레스토랑이 아빠의 시선을 잡았다. 특히 활짝 핀 꽃은 꼭 사진을 찍고 가셨다.

 

도로는 일방통행 같은데 역주행하는 오토바이들이 있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위험해 보였다.

 

우붓 시내에 가까워질수록 역시나 사람이 많았다.

 

차보다 오토바이가 더 대중적인 곳이기에 어느 곳이나 오토바이 주차장이 있었다. 중고등학교만 되면 등하교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는 말을 들었었다. 혼란스러운 시내교통이지만 사고난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우붓 시내까지는 살짝 오르막 길이었다. 그렇다고 숨이 찰 정도로 경사진 길은 아니었다.

 

무슨 축제 기간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정확히 무엇을 위한 축제 기간인지는 이해하지 못했다. 발리를 여행하는 내내 길거리 곳곳에서 사자탈을 쓰고 악기를 연주하며 다니는 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신기해서 시진도 찍고 동영상으로 녹화를 했는데 나중에는 시끄럽게 느껴졌다.

 

겨울에 왔을 땐 공사 중이던 건물이 완공되어 있었다.

 

새로 건립된 쇼핑센터(?) 바로 앞이 우붓 왕궁이었다. 이번이 우붓 여행 세번째인데, 세번째 여행이 되어서야 우붓 왕궁에 처음 보러 왔다.

 

입구 앞에서 돈을 받는 것 같은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입장료가 있나 해서 돈을 꺼내려고 했으나 자세히 보니 전통춤 공연 티켓을 파는 사람이었다. 잘 모르는 관광객은 입장료인지 알고 왠지 전통 춤 공연 티켓을 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왕궁이라고 하지만 웬만한 사원보다 규모가 작은 것 같았다.

 

발리 느낌이 물씬 나는 장소였다.

 

발리 하면 생각나는 느낌. 어찌 보면 발리풍으로 잘 꾸며진 리조트 같기도 했다.

 
 

매번 우붓에 올 때마다 이 앞을 자주 지나다녔는데 왜 한 번도 들어와 볼 생각을 해보지 못했을까.

 
 

이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인트는 조금 기다렸다 사진을 찍어야 했다.

 

정원에는 풀과 꽃들이 기득해서 풍성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의 문은 열고 지나가는 길이 아닌 그저 사진 찍는 포인트였다. 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지 궁금했다. 우붓 왕궁의 느낌이 너무 좋았다. 조금 더 오픈된 공간이 많았으면 좋았을 것 같았다.

 

걷고 있으면 인디아나 존스가 되어 왕궁을 탐험하는 것 같았다.

 

8월의 발리의 날씨는 상상 이상으로 좋았다. 습도도 적당하고 기온은 오히려 한국보다 낮았다.

 

티테일한 장식들이 조잡스럽다 느낄 때도 있지만 붉은 벽과 회색의 장식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처음엔 왕궁이 클 것 같아 시간이 많이 소요되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는데 왕궁 자체가 크지 않아서 우붓 시내를 여행하다 잠시 들렸다 가기 딱 좋은 것 같았다.

 
 
 

조금 걸었다고 다리가 아팠다. 잠시 의자에 앉아 쉬었다.

 

출입구의 안과 밖의 분위기가 너무 달랐다. 왕궁 안은 조용하지만 왕궁 밖은 차와 사람으로 번잡했다.

 
 

왕궁을 나와 왕궁 앞 쇼핑센터로 갔다.

 

몇 달 전 공사하는 모습만 봤는데 몇 달 사이 이렇게 건물이 완공되었다는 게 신기할 뿐이었다. 쇼핑센터는 발리 수공예품이나 옷 등을 팔고 있었다.

 

쇼핑센터를 수박 겉핥기 식으로 구경한 후 우붓 스타벅스로 갔다.

 

해가 아직까지는 길었다. 도로 끝에서 강한 햇살이 뻗어 나왔다.

 

예전에 지인이 인도네시아에도 스타벅스가 있냐고 물어봤던 적이 있는데, 발리를 돌아다니면 쉽게 볼 수 있는 카페가 스타벅스인데 한 번도 와보지 않은 사람은 이곳이 정글만 있는 그런 곳이라 생각하나 보다.

 

스타벅스 나무 로고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인도네시아가 커피 산지 중 하나이지만 커피 가격은 한국과 비슷했다. 기본 아메리카노에 인도네시아 커피 빈을 추가할 수 있었는데 추가요금이 싫어서 이번에는 기본 커피에 달달한 바닐라 케이크로 주문했다.

 

어쩐 일인지 창가 자리가 비어 있어서 큰 창문이 있는 창가에서 복잡한 도로 위의 차와 사람들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쉬는 동안 우붓 왕궁에서 찍은 사진을 아빠에게 보내드렸다. 이번에 산 스카이롬 때문에 어디서든 아빠가 와이파이를 사용하실 수 있었다.

 

노을 지는 거리가 아름다웠다.

 

우붓 스타벅스의 흡연실에서 우붓의 사진 명소인 사원을 앉은 자리에서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저녁시간에는 공연 때문인지 사원 안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커피를 마신 후 스타벅스에 있는 사원을 보러 왔다. 매번 오는 사원인데 왠지 안 보고 가면 서운한 곳이었다.

 

공연 준비 때문에 안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안에 들어갈 수 없었지만 사원에 관광객이 많지 않아서 조용했다.

 

사원 옆 나무에 트리하우스가 있었다. 심슨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을 현실에서 보니 신기할 뿐이었다.

 
 
 

해는 더 서쪽으로 기울었다. 하나 둘 가게에 조명이 들어왔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쇼핑센터 앞은 사람들로 더 분주해졌다. 조명이 들어온 건물은 낮보다 화려했다.

 

쇼핑센터 앞에는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어린 학생들이 바닥에 앉아서 쉬고 있었다.

 

어느 학생이 기부함을 들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우리도 큰돈은 아니지만 기부함에 넣었다.

 

기부를 하고 나니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 가벼웠다. 이번 발리 여행은 큰 계획도 없고 크게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그냥 이곳에 있는 것이 좋았다. 이곳은 발리니까, 그게 좋았다.

https://youtu.be/OoLYLmJBJ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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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붓 호텔을 예약하며 시내와 벗어난 한적한 곳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처음으로 시내에서 지낼 것 인지 고민이 되었다. 한적한 시골은 우붓만의 한적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지만 시내에 한번 나오기가 힘들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는 처음으로 우붓 시내에 숙소를 정했다. 후기가 많이 없어서 걱정이 되었지만 몇몇 후기가 좋아서 그 후기만 믿고 숙소를 예약했다. 1박에 10만 원 이내로 숙박비도 저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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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가이드와의 만남이 늦어진 데다 우붓으로 오는 길이 막혀서 공항에서 우붓까지 한 시간 반 정도 걸렸다. 아고다를 통해서 예약했는데 숙박비는 숙소에서 현장 결제였다. 체크인을 할 때 숙박비를 결제한 후 직원을 따라 방으로 갔다. 호텔 체크인 카운터에서 가장 먼 쪽에 위치한 방 중 하나가 43번 룸이었다. 처음에는 혼자 찾아갈 수 없기에 직원을 따라 방으로 갔다. 2층이라 짐 들고 혼자 올라갔으면 죽을뻔했다.

 

룸은 오래되긴 했지만 그래도 관리가 잘되어 있는 편이었다. 아빠와 둘이 자는 방의 침대가 너무 공주 스타일이라 당황스러웠다.

 
 

방의 크기에 비해 티브이가 작았지만 스마트 티브이라 넷플릭스를 볼 수 있었다. 환경 보호를 위해 물은 유리병에 담겨 있었다. 매일 물 2개가 제공되었다. 가장 마음에 든 것은 냉장고였다. 미니 냉장고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마트에서 이것저것 사 와서 넣을 수 있었다.

 

화장실과 욕실은 하나의 공간에 있었다. 욕조가 오래되긴 했지만 욕조가 있어서 종종 피곤에 지진 근육들을 따스한 물에 풀 수 있었다.

 

1월에 왔을 때는 발리의 대부분 호텔들에서는 일회용 어미니티를 제공했는데 이곳은 다회용 샴푸와 바디샴푸가 놓여 있었다. 사누르의 호텔도 다회용 제품이 있었다.

 

가구도 오래된 느낌이 들었지만 전반적으로 방과 조화를 이루었다.

 
 

테라스는 꽤 넓었다. 밤이라 테라스 앞의 풍경이 잘 안 보였지만 달빛 아래 희미하게 수확된 논이 보였다. 그리고 젖은 옷을 말릴 수 있는 건조대가 테라스 구석에 놓여있었다.

 

테라스에 앉아 멍 때리고 있으니 천장에 귀여운 도마뱀이 유유히 지나가고 있었다.

 

배가 너무 고팠지만 식당에 가서 저녁을 사 먹기 귀찮아 편의점에서 간단한 먹을 것을 사와 먹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숙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숙소 앞에는 논이 있었다. 우붓 시내 외곽이 아니어도 이렇게 논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호텔 입구로 걸어가는 논길이 너무 좋았다. 우붓 시내여서 삭막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뜻밖에 만난 풍경에 힘든 몸과 마음이 한순간에 편해졌다.

 
 

은은한 조명은 이곳을 더 발리스럽게 만들었다.

 

왜 이제 이런 곳을 알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우붓 시내이지만 이곳은 조용하고 한적했다.

 

가장 가까운 마트인 M 마트에서 이것저것 사 와서 테라스에서 간단한 저녁을 먹었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때도 비닐봉지가 아닌 다회용 가방을 사용해야 했다. 그래서 발리에 있는 내내 가방에 쇼핑백이나 물건을 담을 가방을 가지고 나와야 했다.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먹는 라면은 꿀맛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테라스로 가니 맑은 하늘과 추수가 끝난 논이 보였다.

 

테라스에서는 논 뷰를 방 문을 열고 나오면 정글 뷰가 보였다.

 

수영장은 호텔 뒤쪽에 있었다. 논뷰와는 다른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8월의 발리는 한국보다 훨씬 시원한 것 같았다. 요즘은 오히려 한국이 더 동남아 같다고 해야 할까.

 

아침을 먹으러 가는 길 숙소 앞에 있는 원두막에 앉아 보았다. 바람이 시원했다. 논에 벼가 자라고 있다면 더 멋졌을까.

 

우리나라같이 벼의 밑단까지 다 베어내는 것이 아니라 윗부분만 잘라내서 밑단은 남겨 놓았다. 1년에 몇 번을 수확할 수 있는 곳이기에 쌀이 있는 곳만 과일 따듯이 잘라내는 것 같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걸으니 기분이 좋았다. 하늘은 너무 파랬다. 한국에서 쌓였던 스트레스가 하늘만 바라보고 있어도 풀리는 것 같았다.

 
 

논 사이에서 오리를 보았다. 아침부터 논에서 무엇을 찾는지 분주히 고개를 논에 파묻고 이리저리 걸어 다녔다.

 

호텔은 논뷰를 볼 수 있는 곳과 일반 뷰로 나누어져 있었다. 일반 뷰도 나쁘지는 않은데 그래도 이곳에 왔으면 논을 볼 수 있는 곳이 더 좋지 않을까.

 
 

논 뷰를 볼 수 있는 방은 대신 아침을 먹으러 갈 때 많이 걸어야 했다. 아침 먹으러 가는 길이 산책하러 가는 길 같았다. 아빠는 며칠 전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으셔서 걱정이 되었는데 인천에서 자카르타로 온 날보다 조금 더 좋아지셨다고 하셨다.

 
 

식당은 리셉션 옆에 있었다. 식당의 규모는 크지 않았다. 뷔페식인데 음식을 바로바로 채우지 않는지 없는 음식이 많았다.

 
 

음식의 종류가 다양하지는 않아서 많이 담아서 먹을 음식은 없었다. 이곳에서 총 4번의 조식을 먹었는데 메인 메뉴 한두 가지 빼고는 매일 조식이 같았다. 4일 동안 거의 비슷한 음식만 먹으니 약간 질리는 느낌이 들기는 했다.

 

오픈 레스토랑이었지만 8월의 발리는 시원했다. 1월이었으면 후텁지근했을 텐데 8월의 발리는 쾌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2023년 한국의 여름은 이때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더위 때문에 힘들었는데 발리에 와서야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 다시 방으로 걸어가는데 호텔 정원의 풀과 꽃들이 눈에 들어왔다. 배가 부르니 식당으로 올 때 보다 더 여유가 있는 것 같았다.

 
 

식당으로 갈 때 못 보았던 아니 눈에 띄지 않았던 주변 풍경이 보였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잠시 방에서 쉬면서 시간을 보냈다. 나는 테라스에 앉아 멍하니 밖을 바라보았다. 연날리는 사람이 보였다. 바람이 많이 부는 8월에는 연을 날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이것저것 챙겨서 호텔 뒤에 있는 수영장으로 갔다. 우리 방은 2층인데 수영장에서 바라보면 4~5층 정도 되는 것 같았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야 했다.

 
 

아빠는 피곤하시다고 하셔서 선베드에 누워서 쉬셨다. 나는 튜브에 바람을 넣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물이 차갑지만 기분이 좋았다. 기온은 27도 정도로 높았지만 습하지 않아서 덥다는 생각이 크게 들지 않았다. 대신 햇살은 뜨겁고 강했다.

 
 

아빠는 피곤하시다면 썬 베드에 누워서 노래를 들으셨다.

 
 

나는 물에 미친 사람마냥 혼자 튜브를 타고 수영장에 둥둥 떠다녔다. 심심하기에 방수팩에 폰을 넣은 후 넷플릭스를 틀어 놓았다. 라디오 드라마를 듣는 듯이 튜브에 누워서 DP2를 보았다.

 
 

수영장이 크지는 않지만 깊이가 다양했다. 어린이가 놀 수 있는 깊이부터 내 키보다 깊은 수심 2미터까지 있었다.

 
 

선베드에서 쉬시던 아빠가 물에 들어오셨다.

 

물이 차갑다며 처음에는 발만 담그셨다.

 
 
 

물에 들어오시니 즐거우신가 보다.

 
 

내가 가지고 놀던 공을 꼭 껴안고 수영장 이곳저곳을 헤엄치며 다시셨다. 수심이 깊은 곳은 무서워서 벽을 꼭 잡고 수영장 끝으로 갔다.

 
 

이번까지 해서 발리만 5번인데 이렇게 날씨가 좋은 적은 없었다. 아빠는 쉬어도 계속 피곤하고 몸이 좋지 않으신다고 했다.

 
 

수영장도 조용하고 단지 수영장 조각상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만이 고요함을 깼다.

 
 

수영장 너머로는 작은 개울이 있었고 커다란 바나나 나무에는 주렁주렁 바나나가 매달려 있었다.

 

수영을 마친 후 방으로 돌아갔다. 내려올 때는 괜찮았는데 방까지 올라가려니 숨이 찼다.

 

숨이 차기는 했지만 그래도 올라오니 풍경만은 일품이었다.

 

테라스에서 흡연이 되는 부분도 마음에 드는 것 중 하나였다.

 

수영을 마친 후 잠깐 우붓 시내를 구경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종일 보고 있지만 질리지 않았다. 이 맛에 우붓에 오는 것 같았다.

 
 

8월의 발리가 시원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낮에는 뜨거웠다. 늦은 오후가 되니 뜨거움도 조금 사라졌다.

 
 

이곳에는 총 2개의 수영장이 있다. 하나는 우리 쪽 방 쪽에 있고, 다른 하나는 호텔 초입 쪽에 있었다. 수영장이 두 곳 다 크지는 않았다.

 
 
 

논을 지나면 정글 같은 정원이 나왔다. 이곳도 매번 지나면서 마음에 들었다.

 
 

호텔 안은 고요했다. 호텔 밖으로 나가면 차와 사람으로 정신이 없는데 호텔 안은 딴 세상 같았다.

 

전날은 정신없이 체크인을 하고 들어가서 호텔 입구를 제대로 못 보았다. 호텔 입구에 레스토랑과 리셉션, 그리고 발리에서 자주 보이는 힌두교 조형물(?)이 있었다.

 

시내를 구경한 후 호텔로 오니 해가 지고 있었다.

 
 

저녁이 되니 구름이 낮게 깔려 있었다. 햇빛을 받은 구름이 아름다웠다.

 

8월의 발리는 이때까지 가본 발리의 날씨 중 최고였다.

https://youtu.be/KF4KunWhLGo

https://youtu.be/OoLYLmJBJ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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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처음 나온 해외라 그런지 시간이 금방 지나가는 것 같았다. 자카르타에서 4일, 쿠타에서 5일, 우붓에서 5일을 보낸 후 다시 쿠타로 돌아왔다.

 

미리 클룩을 통해 우붓에서 쿠타 호텔까지 픽업 서비스를 신청해 두었다. 사전에 예약을 해두니 이동하는데 부담이 없는 점이 좋았다. 우붓에서 쿠타까지는 대략 한 시간이 걸린 것 같았다. 우붓에서 체크아웃을 12시에 했다. 그리고 우붓에서 쿠타까지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쿠타에 도착하니 호텔 체크인 시간과 약간 맞물려서 조금 빨리 체크인을 진행할 수 있었다.

쿠타에서의 숙소는 에덴 호텔 쿠타 발리로, 이곳도 2020년 코로나가 터지기 전 마지막으로 묵었던 숙소였다. 저렴한 가격에 디스커버리 몰에서 가깝기에 이번 발리 여행의 마지막 숙소로 정했다. 코로나 이전 보다 확실히 숙박비가 전반적으로 많이 저렴해진 것 같았다. 대신 비행기 가격이 전정부지로 오르긴 했지만 말이다.

 

하루만 지낼 예정이기에 가장 저렴한 룸 타입으로 예약을 했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이곳 숙소와 자카르타의 숙소가 가장 햇빛이 잘 들고 밝았던 방인 것 같다. 풀 액세스 룸이 수영장을 이용하기 좋기는 한데 하루 종일 창문을 열수 없어서 어두컴컴한 방에서 지내야 했었다. 다음에 동남아에 온다면 절대로 풀 액세스 룸으로는 예약을 하지 않을 것 같다.

 

저렴한 숙소지만 기본적인 어미니티는 제공되었다.

 

약간 화장실에서 물 냄새가 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깔끔했다.

 

우붓에서 너무 좋은 숙소에 있다 와서 그런지 숙소가 비교가 되었지만 그래도 5만 원이 조금 넘는 가격으로 조식까지 포함해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꼭대기 층으로 배정을 받았다. 숙소가 'ㅁ'자 모양이라 다른 방이 서로 보이는 구조라 이곳에서도 커튼을 치고 있어야 했지만 풀 액세스 룸처럼 암막 커튼까지 칠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

 
 
 
 
 동남아는 더워서 그런지 단지 택시 타고 이동만 했는데 체력이 방전된 것 같았다. 숙소에서 쉰 후 마지막으로 쿠타 해변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오니 해변의 습하고 더운 공기가 느껴졌다.
 
 
 

방문을 여는 순간 폐 속으로 들어오는 더운 공기가 벅차게 느껴졌다.

 
 
 

많은 발리의 호텔들이 코로나 기간 동안 시설 관리가 잘 된 것 같지 않은 것 같다. 예전에 비해 손님 응대며 시설이 많이 낙후된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제 점점 정상화가 되어가니 예전의 명성을 다시 찾지 않을까.

 

우붓과는 다른 활기 참이 느껴졌다.

 
 
 디스커버리 몰로 갔다. 많은 매장들이 문을 닫아서 쓸쓸한 느낌이 났다.
 
 
 

디스커버리 몰 뒤, 바닷가에 있는 카페에 가려고 하니 웨이팅을 해야 한다고 해서 그냥 나왔다. 

 

 

디스커버리 몰 뒤쪽 계단에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디스커버리 몰 넘어인 진짜 쿠타 해변으로 걸어갔다. 애스턴 쿠타에서 쿠타 해변까지 걸어가기에는 조금 멀어서 항상 디스커버리 몰까지만 걸어왔다 되돌아갔는데, 이번에는 서핑의 성지인 쿠타 해변까지 걸어가 보았다. 

 

해안 산책로가 되어 있어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되었다.

 

파도가 치는 해변에서는 서퍼들이 서핑을 즐기고 있었다.

 

쿠타 해변으로 걸어가는데 바다 쓰레기와 잡상인들 등 지나가는 내내 얼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또한 해변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되어 공사장을 지나기도 했다. 특히 호객행위 때문에 내 스트레스 수치는 극에 달했다. 결국에는 아빠한테 신경질을 내버렸다.

 
 

그래서 쿠타 해변에서 나와 눈에 보이는 카페로 들어갔다. 시원하고 조용한 곳에 오니 그래도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마음이 답답해지더니 호객행위 하는 사람들도 짜증 나고 주변에서 공사하는 모습도 신경 쓰이고 모든 게 힘들게 느껴졌다.

 
 

달달한 케이크에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니 조금은 안정되었다.

 
 

스타벅스 앞에 웃긴 조형물이 서있기에 함께 사진을 찍었다. 나도 서핑 한 번 배워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짜증 냈던 길을 다시 걸어서 갔다.

 

처음에 걸어올 때 보다 그래도 마음은 편했다. 전에 왔던 쿠타 해변과는 너무 다른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너무 많은 쓰레기와 호객행위, 우리 같이 뚜벅이 여행자가 한가롭게 앉아서 바다를 구경할 수 없었다. 서퍼의 천국, 서핑이 성지인 이곳이 이렇게까지 망가졌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나 혼자 너무 아름다운 상상을 했던 것이 아닐까. 상상과 현실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에 나 혼자 힘들었던 것이 아닐까.

 

길을 걷다 사람들이 나무를 쳐다보고 있기에 우리의 시선도 덩달아 나무에 꽂혔다.

 

나무 위에 다람쥐가 사람과 밀당을 하고 있었다. 나무껍질 색과 비슷해서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았다. 중년의 아저씨들도 다람쥐를 보니 동심의 세계로 빠져드시는 것 같았다.

 

해변이 가파르고 파도가 세게 치기 때문에 멍 때리며 바다를 보기는 어려워 보였다. 특히 파라솔에 앉으려면 음료수라도 사 먹어야 했다. 해변이 너무 정리가 안되고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떼를 지어 돌아다니는 들개 때문에 걸어가다 갑자기 몸이 굳어졌다. 마지막 날인데 뭔가 잘 풀리는 것이 없는 것이 느껴졌다.

 
 

점포가 없는 쪽 모래사장으로 내려왔으나 모래가 쓰레기와 뒤섞여서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좁은 해변에 너무 많은 상점이 있기에 해변이 답답해 보였다. 뭔가 좀 정리가 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해변을 따라 걷는 길이 있어서 모래 위를 걷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아직 길가 옆에 상점들이 문을 다 열지 않아서 한산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서핑보드를 들고 가는 사람이 눈길을 끌었다.

 

서핑보드가 신기해서 보드 옆에서 사진을 찍었다. 서핑을 좋아한다면 쿠타 해변은 천국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우리 같이 그냥 눈으로 즐기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해변이었다. 우붓에서의 추억이 너무 강해서 이곳이 모습이 더 힘들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우기라 그런지 하루 종일 하늘에 짙은 구름이 끼어 있었다. 붉게 지는 노을을 보고 싶었는데 오늘은 볼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해변에서 축구를 하는 사람들을 보니 영화 탑건이 생각났다. 탑건과는 분위기가 다르긴 하지만 순간 영화의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서핑보드를 들고 축구하는 사람들 사이를 유유히 지나가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물이 빠진 바다에는 거친 파도가 계속 밀려 들어왔다.

 

저녁시간이 되니 디스커버리 몰에는 사람이 많아졌다. 계단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더운 날씨에 농구를 하는 젊은 사람들 등 이곳은 젊음의 열기로 활기를 띠었다.

 
 

바닥에 앉아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바닥이 찜질방 마냥 따뜻했다. 등에서는 땀이 주르륵 흐르지만 엉덩이는 따뜻한 게 기분이 좋았다.

 

발리에서의 마지막 날이라 붉게 지는 해를 보고 싶었다. 마음속에 발리의 노을을 담아 가고 싶었는데 우기라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더 많다 보니 노을을 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히 아주 조금 주황색으로 물든 하늘을 조금 볼 수 있는 것만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노을을 못 볼 것 같아 디스커버리 몰 안에 있는 KFC에서 치킨을 사기 위해 쇼핑몰 안으로 들어갔다. 방금 전 그렇게 사람이 많던 카페는 문을 닫아서 사람이 없었다. 쓸쓸하게 피카츄 복장을 한 사람은 사람의 발길이 많지 않은 쇼핑몰 앞에서 서 있었다.

 

빨리 치킨을 사러 가야 하는데 아쉬운 마음에 쇼핑몰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바다만 쳐다보았다.

 
 

발리 여행의 마지막 날 저녁은 켄터키 할아버지 치킨으로. 세계적인 체인점이지만 각 나라마다 맛이 조금씩 다른 것 같다. 인도네시아의 치킨 맛은 어떨까. 가끔 여행을 하다 보면 기름진 음식이 확 당길 때가 있다. 특히 한국식 치킨이. 그래도 한국식 치킨과 가장 비슷한 음식이 켄터키 할아버지의 치킨이 아닐까. 한 팩을 샀다. 봉지나 이런 것을 주지 않았다. 그냥 치킨이 든 컵만 덩그러니 받았다.

 

치킨을 들고 숙소로 갔다. 가방에서 치킨 냄새가 솔솔 났다. 빨리 가서 먹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속소에 도착해서 방으로 들어가기 전 호텔 구경을 했다. 이곳에는 두 군데의 수영장이 있었다.

 
 

우리 방 쪽 수영장은 공사 중이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던 수영장은 한산했다.

 
 

숙소 곳곳에서 작은 보수 공사가 있었다. 코로나를 끝내고 손님을 받기 위해 호텔 이곳저곳을 정비하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아침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갔다. 오픈 레스토랑이라 아침부터 더웠다.

 
 
 
 

뷔페식이라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 먹으면 되었다. 아침 시간이지만 벌써부터 바람이 뜨거웠다.

 

이것저것 가져다 먹고 싶은데 어젯밤에 오랜만에 치킨을 너무 많이 먹고 잤더니 아침밥이 크게 당기지 않았다.

테라스 쪽에서 먹을까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음식을 한번 가지러 나가려면 동선이 너무 길어져 귀찮을 것 같았다.

 

밥을 먹는데 전선 위로 다람쥐가 지나갔다.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아쉽기도 그립기도 할 것 같았다.

숙소에서 공항까지는 10 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10분이 안되는 시간 동안 기사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사분은 자카르타에서 대학을 나왔다고 했다. 자신이 느끼기에 자카르타는 살짝 무서운 도시라고 했다. 안전하기는 발리가 더 좋다며 우리에게 남은 여행을 잘하라는 인사를 남기고 우리 짐을 내려주고 쿨하게 공항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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