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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요시다에서 아라쿠라야마 공원을 본 후 시모요시다역에서 일반 전철을 타고 가와구치코 역으로 왔다. 도쿄, 나고야 등 주변 도시에 온 고속버스 및 기차에서 내린 인파, 그리고 열차와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등 많은 관광객이 가와구치코역에 있기에 기차역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기차역 밖으로 나왔다. 기차역이 너무 정신이 없어서 내 멘탈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기차역 앞으로 나오니 기차역 오른쪽에 오래된 전차가 전시되어 있었다. 기차의 도색과 기차역의 색이 비슷했다.

 

가와구치코 역 뒤로 후지산이 보였다. 이 주변은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후지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시골역 같지만 기차역 안은 도시의 여타의 역처럼 정신이 없었다. 풍경은 한가롭고 평화로워 보였다. 지대가 높아서 시원할 것 같았는데 햇살이 따가워서 땀이 주룩주룩 흘렀다.

 

가와구치코 역 앞 광장은 고속버스 탑승장과 시내버스 탑승장이 같이 있기에 역사에는 끊임없이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가와구치코 역에서 바라본 후지산의 모습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서 매일 보아왔기 때문에 익숙했지만 실제로 보게 되니 사진이나 영상으로 볼 때는 느껴지지 않는 스케일이 느껴졌다.

 

가와구치코 역을 나와 가와구치코 파노라믹 로프웨이를 타기 위해 걸어갔다. 버스를 타고 가도 되는 것 같은데 일단 열차가 한번 도착하면 버스를 타려는 관광객이 많기 때문에 버스 정류장은 사람들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구글 지도에서 길 찾기를 해보니 기차역에서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기에 구글 지도를 참고하여 가와구치코 파노라믹 로프웨이까지 걸어갔다.

 

가와구치코 앞 골목을 걷다 뒤를 돌아보니 뒤로 눈 덮인 후지산이 보였다. 오늘 하루 동안 평생 볼 후지산의 모습을 다 보고 가는 것 같다.

 

골목길이 끝나니 큰 도로가 나왔다. 우리 말고도 몇몇 외국인은 걸어서 로프웨이까지 가고 있었다.

 

바람은 시원한데 날은 습했다. 기차역 앞은 관광객들로 정신이 없는데 가와구치 호수 앞 상가는 조용했다.

 
 

전날 다녀온 에치고-유자와와 느낌이 비슷했다. 조용한 일본의 소도시였다. Since 1930년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1930년이면 거의 100년이나 되지 않았는가.

 
 

아주 짧은 번화가를 지나니 호수가 나왔다. 하코네와 분위기와 모습이 비슷했다. 호수에서 모터보트를 타기도 하고 오리 배를 타기도 하며, 유람선을 타면서 사람들은 호수의 아름다움을 즐겼다.

 

가와구치코 파노라믹 로프웨이 매표소 앞에 왔다. 나무들 사이에 매표소가 가려져 로프웨이 타는 곳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줄어 섰더니 여기서부터 탑승까지 45분이나 걸린다는 안내판을 보았다. 서서 기다릴까 말까 고민을 했다. 고민하는 사이에 벌써 우리 줄 뒤에 사람이 늘어나 있었다.

 

서서 기다리는 줄은 다행히 그늘이라 기다릴만했다. 아빠랑 이야기하면서 기다리다 보니 조금씩 줄이 앞으로 이동했다.

 

우리는 케이블카만 이용하는데 다양한 콤보 이용권도 있기에 곰보를 이용하면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여러 가지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케이블카 왕복 요금은 900엔으로 가격도 적당했다. TV에는 후지산을 배경으로 타는 그네 영상이 계속 나오고 있었다. 인생 사진으로 좋을 것 같았다. 언제 후지산을 배경으로 저런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산 정상으로 가는 가장 편한 방법은 케이블카(로프웨이)를 타는 것이고, 산책길이 있어서 산 정상까지 걸어서 올라갈 수 있나 보다. 우리는 짧고 편하게 보고 가는 것이 좋기에 9000원으로 편안함을 구매했다.

 

드디어 기다리다 보니 입장권을 살 차례가 되었다. 무인발권기에서 발권해도 되고 매표창구에서 구매할 수 있었는데 유인 창구에서 표를 구매했다.

 

케이블카 승강장에 들어섰다. 계단이 가파르기에 주의를 요했다. 케이블카는 작았다. 전날 탔던 케이블카처럼 거대한 케이블카를 생각했던 것 같다.

 

케이블카는 케이블카 승강장을 빠르게 벗어났다. 그리고 급경사를 이루며 산 정상을 향했다.

 
 

케이블카가 위로 올라갈 수 록 호수의 모습이 전체적으로 보였다. 아래서 봤을 때 보다 위로 올라와서 보니 그 규모가 훨씬 크게 보였다.

 

오늘은 하루 종일 후지산만 보는 날인가 보다. 후지산을 어느 방면에서 보느냐에 따라 규모도 다르고 모습도 다르게 보였다. 그러나 사진 명소인 곳이다 보니 일본인보다는 우리 같은 관광객이 훨씬 더 많았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관광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풍경은 일본인데 주변 사람들은 중국인 밖에 없다 보니 내가 어느 나라에 온 것인지 헷갈렸다.

 

한무리의 중국인 관광객이 지나가고 나니 사진 포인트에 자리가 생겼다.

 

오전에 비해 날은 훨씬 더 좋아졌다. 날은 좋아졌지만 햇살은 뜨겁고 온도도 올라서 더워졌다.

 
 

저 종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케이블카를 기다리다 TV에서 저 종을 본 것 같은데 왜 이곳에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리고 캐릭터의 왕국답게 후지산이 보이는 파노라믹 전망대에도 캐릭터들이 세워져 있었다.

 

아래쪽 전망대는 또 다른 무리의 사람들이 와서 빈자리가 없었다. 우리는 전망대 상점 위에 있는 건물 위 전망대로 올라왔다. 사진을 찍을 때 난간이 나와서 거슬리기는 했지만 모퉁이에 서서 사진을 찍으면 분위기 있는 사진을 연출할 수 있었다.

 

입장권을 사기 위해 기다리면서 봤던 그네 영상은 그네의 스케일이 크고 타면 무서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막상 그네의 실물을 보니 애들이 타도 안 무서워할 것 같은 크기의 그네였다. 착시 현상처럼 사진을 찍어 주나 보다.

 
 
 
 

사람이 없는 틈에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이제 찍다 보니 찍은 사진들이 전부 비슷하게 보였다. 오늘 아침부터 후지산만 봤더니 조금 풍경이 질린다고 해야 할까. 오늘이 지나면 또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르는 풍경이기에 지겹지만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후지산 등산이나 해보는 것이 어떨까라는 망상이 스쳐 지나갔다. 5월 말이지만 후지산 정상에는 아직 눈이 하얗게 내려 있었다. 여기서 봤을 때는 저 산이 3700여 미터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2000미터도 안되어 보이는데.

 

바람이 간간이 불어오지만 햇살이 너무 따가웠다.

 

산에서 호수를 바라보았다. 호수 주변의 마을은 지대가 편평했다. 그리고 호수는 산 위에 거대한 바다와 같이 넓었다.

 

아쉬움이 남을까 봐 또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후지산은 화산이기에 능선에 작은 기생화산들이 보였다. 산 자체가 너무 거대하고 압도적이라 산 능선의 모습은 눈에 잘 안 들어왔다.

 
 

한라산이 부드럽고 젠틀하다면 후지산은 압도적이고 위협적인 남성적인 화산이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아래층에 있는 상점으로 갔다.

 

뭐 살만한 기념품이 있을까? 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열쇠고리와 마그넷, 그리고 뱃지가 보였다. 이 3가지 기념품을 보면 그냥 넘어갈 수 없기에 열쇠고리, 마그넷, 뱃지를 구매했다. 그리고 배가 고파서 차 안에서 먹을 찹쌀떡도 같이 구매했다. 특히 이곳에서 뱃지를 판매하고 있어서 너무 기뻤다. 점점 뱃지를 사는 것이 힘든데 이곳에는 다양한 뱃지를 판매하고 있었다.

 

기념품 가게 옆에서 스낵을 팔고 있었다. 고속도로 휴게소같이 자판기에서 쿠폰을 먼저 구매한 후 쿠폰을 음식과 교환하면 되었다.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기에 아이스크림 하나와 배가 고파서 고기가 말려있는 떡을 구매했다.

 
 

날이 더워서 아이스크림이 빨리 녹았다. 그래서 아이스크림을 입속에 욱여넣듯이 빨리 집어넣었다. 부드럽고 쌉싸름한 아이스크림이 지친 몸에 달달한 당을 충전시켜 주었다.

 
 

돌아갈 티켓을 확인했다. 가와구치코에서 오후 5시 36분에 출발해 신주쿠에 7시 28분에 도착하는 후지 관광열차 48호였다. 파도가 밀려오듯 사람들이 몰려왔다 다시 산 아래로 내려갔다. 한산한 틈을 노려서 사진을 찍었다. 전망대가 넓지 않기 때문에 사진을 여러 장 찍어도 비슷비슷했다.

 
 

전망대에서 내려가기 전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었다.

 

저 멀리에 후지 하이큐 랜드가 보였다. 무섭기로 전 세계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롤러코스터가 있고, 사람의 오금을 지리게 만드는 귀신의 집이 있다고 한다. 둘 다 내가 무서워하는 것이기에 전망대에 서서 보기만 했다. 그래도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산 정상에 구름이 가끔씩 걸렸다. 산을 넘기 힘들어 구름도 잠시 쉬었다 가는 것일까.

 
 

내려가기 위해 다시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호수로 가는 케이블카를 타는 정거장은 한가했지만 무서웠다. 계단이 가팔랐다. 넘어지면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도 많이 오는 곳이기에 부모가 아이가 뛰지 못하도록 손을 꼭 잡고 계단을 내려갔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다리가 후들후들해졌다.

 

케이블카를 타고 호수 가로 내려왔다. 오늘 해야 할 체크리스트 중 두 번째를 완료했다. 이제 남은 시간 동안 뭐 하며 시간을 보낼까.

 

4시 반 기차로 변경하고 싶은데 주말이라 좌석이 없을 것 같았다. 호수를 걸을까 생각했지만 덥고 습해서 시원한 카페나 들어가서 쉬면 좋을 것 같았다.

 

호수에서 오리 배를 타는 사람들이 부러워 온 김에 오리 배나 타볼까 생각이 들어서 가격을 물어보러 갔다.

 

오리배 한 대에 2만 원인지 3만 원인지 기억은 안 난다. 아마 더 저렴했던 것 같다. 30분 동안 탈 수 있는데 멀리는 가지 말라고 안내해 주는 아저씨가 말해주었다. 보기엔 탑승하는데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생각보다 타는 것이 쉽지 않다.

 

몸을 겨우 구겨 넣어야 탈 수 있었다. 아빠가 타는 모습을 보고는 내가 탈 차례가 되니 긴장되었다. 난 제대로 타지도 못할 것 같다는 생각뿐이었다.

 
 

겨우 배에 탑승했다. 멀리 갈 생각은 없기에 나만 페달을 돌렸다. 그런데 은근히 힘들었다. 가볍게 타면서 주변 구경이나 하려고 했는데 페달을 돌리기 시작하니 숨이 헐떡거렸다.

 
 

힘이 들었지만 배를 선착장 근처에서 타고 있는데 저 멀리서 우리 쪽으로 유람선이 들어오고 있었다. 깜짝 놀라서 죽을힘을 다해서 페달을 돌렸다. 페달을 돌리는데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숨은 꼴딱꼴딱 넘어갈 것 같았다.

 

유람선을 겨우 비해서 선착장에 도착했다. 팔다리에 힘이 쭉 풀렸다. 오리 배를 더 탈 힘이 없어서 오리 배를 선착장에 붙인 후 내리는데 내리는 입구가 너무 작아서 오리 배에서 나오다 밖으로 굴렀다. 구르다 무릎과 팔꿈치가 까졌다. 까진 곳에 땀까지 나니 쓰려왔다.

 
 

오리 배를 두 번 탔다가는 사람을 잡을 것 같아서 쓰린 무릎에 약을 바른 후 기차역으로 향했다.

 
 

멘탈이 탈탈 털린 것 같았다. 걸을 때마다 쓰려왔다.

 

이렇게 시간이 남을 줄 알았으면 4시 반 열차로 예약할 걸이라는 후회가 밀려왔다.

 
 
 

기차역으로 걸어가는데 하늘엔 구름이 잔뜩 끼고 기온도 떨어졌다.

 
 

기차 탑승까지는 한 시간 반 정도 남았다. 기차역 대합실은 관광객들로 가득했고 앉을 자리가 많지 않았다. 그리고 날이 더웠다 갑자기 싸늘하게 추워지니 사람들이 기차역 안으로 들어와서 쉬고 있었다.

 
 

흡연실은 기차역을 나와 왼쪽 구석진 곳에 있었는데 흡연실 옆에는 로커가 있었다. 흡연실에서 보이는 풍경이 너무 좋았다. 기차 전기선에 시야가 살짝 방해받기는 하지만 웅장한 모습의 후지산을 볼 수 있었다.

 
 

4시 51분 열차만 돼도 괜찮은데 우리가 탈 기차까지는 아직까지 한참 시간이 남았다. 아빠와 나는 기차역 벤치에 앉아 사진을 정리하거나 꾸벅꾸벅 졸았다.

 
 

드디어 기다리던 기차 탑승시간이 되었다. 즐겁게 잘 보고 너무 좋은 시간이었는데 아빠와 나 둘 다 만신창이가 돼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우리가 탈 기차의 맞은편에는 특별하게 도색된 후지산 특급 열차가 정차해 있었다. 기차가 너무 귀여웠다.

 
 

옆에 기차가 귀엽기는 하지만 도쿄까지 가는 열차는 후지 관광열차밖에 없기에 귀여운 열차는 구경만 하고 우리 열차 안으로 들어갔다.

 

기차 출발 시간까지 조금 남았기에 짐은 기차에 둔 후 다시 밖으로 나와서 가와구치코에서의 마지막 사진을 찍었다.

 
 
 
 

오늘 하루 종일 후지산을 봐서 지겨울 것 같았는데 막상 떠나려고 하니 또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다.

 

기차에 들어와 자리에 앉으니 아쉬우면서도 마음이 편했다. 숙소로 돌아가 씻고 시원하게 에어컨을 틀어놓고 사진이나 정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https://youtu.be/eECJ-8zfp8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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