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영일대해수욕장 앞에 있는 라한호텔포항에서 하루를 보낸 후 다음날이 되었다. 오랜만에 포항까지 왔는데 그냥 서울로 올라가면서 중간에 볼 만한 곳이 있으면 구경하면서 갈까? 아니면 포항을 구경할까 고민이 되었다. 그래도 진짜 오랜만에 이곳까지 왔는데 예전 추억도 되살릴 겸 포항을 잠시 보고 시간이 남으면 서울로 올라가면서 다른 곳을 구경하기로 했다.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
포항에 볼만한 곳이 뭐가 있을까? 내가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호미곶밖에 없었다. 그래서 급하게 블로그를 뒤적거렸다. 누군가 포항에 갈만한 곳을 잘 정리해서 올려놓은 글이 있어서 포항에서 갈만한 곳을 캡처해 두었다. 호미곶은 전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곳이라 몇 번을 가보았지만, 예전 추억을 되살릴 겸 호미곶은 다시 한번 가보고 싶었다. 20살 때 친구와 함께 대구에서 자전거를 타고 경주-포항-울산-부산-거제-광양-고흥-보성-장흥-해남을 여행한 적이 있었다. 그때 우리는 해안을 따라서 여행하면 자전거 타는 것이 쉬울 것이라 생각해서 해안선을 따라 여행하기로 했는데, 해안선을 따라 한다는 것은 우리의 예상과는 한없이 달랐다. 포항 시내에서 호미곶으로 가기 위해 해안 도로를 따라 달렸는데 계속되는 오르막과 내리막 때문에 호미곶에 도착하니 하루가 저물었다. 그 이후 호미곶을 가는 길을 갈 때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누군가 해안선을 따라 자전거 여행을 한다면, 곰곰이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대신 풍경 하나는 끝내주는 여행이 되겠지만 말이다.
첫 번째로 온 곳은 연오랑세오녀였다. 연오랑세오녀라는 이름이 입에 붙지 않아서 나는 연오랑세오랑이라고 하고, 아빠는 연오랑세모녀라고 불렀다.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공원 같았다. 영일만이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어 마음속에 쌓인 스트레스들이 넓은 바다를 보고 있으니 트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곳이 뭐 하는 곳인지 모르지만 일단 블로거들의 추천이 많아서 오게 되었다. 차를 주차하고 산책길을 따라서 걸었다. 바다에서는 끈적이지만 바람이 불어왔다.
갈매기들은 바람을 타며 자신의 비행 실력을 뽐내고 있었다.
아빠가 이 꽃이 해당화라고 하셨다. 해당화 피고 지는~ 노래는 많이 들어봤지만 해당화를 본 적은 없었다. 나 자신이 얼마나 무지한지 모르겠다.
바람이 불기는 했지만, 8월 중순의 햇살은 뜨거웠다.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정자에 앉아서 잠시 땀을 식혔다.
이곳은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과 영일만 남파랑 길이 있는 곳이었다.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걷다가 잠시 땀을 식힐 겸 이곳에서 쉬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울릉도에서 바다를 그렇게 질리도록 보고 왔지만 바다는 질리지 않는 것 같다. 봐도 봐도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 바다인 것 같다. 관광객도 많지 않아서 사람에 치이지 않는 점이 너무 좋았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국내여행에 열을 올리기 때문에 전국 어디를 가나 인파의 홍수 속에 여행을 하게 되는데, 이곳은 사람이 많지 않아서 좋았다. 호미곶으로 가는 길목에 있기는 하지만 일부러 찾아오지 않는다면 약간 귀찮을 수 있을 것 같다.
포항공항에서 뜬 군용기일까? 프로펠러 비행기 소리가 나기에 하늘을 보았다. 군용비행기는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푸른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있는 비행기가 그래도 부러웠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신라인 마을이 나왔다. 이곳이 신라와 연관 있는 곳일까?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다. 이곳 이름도 특이한 게 이 공원은 무엇을 위해 만들었는지 궁금했다.
조금 더 이곳에 대한 정보를 알고 왔으면 좋았을 텐데, 블로거들의 추천만 보고서 온 곳이다 보니 풍경만 바라보며 구경을 했다.
신라마을에서 가장 사진 찍기 좋은 곳이었다. 툇마루로 보이는 바다를 배경으로 실루엣 사진을 찍기에 너무 이쁜 곳이었다.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없기에 다양한 포즈와 카메라 설정으로 사진을 찍어 보았다.
실루엣 사진을 찍고 동산같이 보이는 곳이 있었다. 거북이인지 두꺼비인지 모를 거대한 돌이 있었다. 이곳은 과연 무엇을 하던 곳인지 더 궁금해졌다.
이러한 궁금증을 풀 수 있던 곳은 귀비고라는 건물 안에 들어가서였다. 코로나 때문인지 시간별로 운영시간을 제한하고 있었다.
귀비고에서는 문화 관광해설사의 안내를 들으며 귀비고를 구경할 수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니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이곳이 무슨 전설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걸으며 귀비고 안을 구경했다. 이곳은 이 지방에서 전해지는 설화와 관련된 장소였다. 너무 설렁설렁 봤나 보다. 글을 쓰려고 하니 내용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생각나는 부분은 연오랑세오녀가 비단을 짰다, 일본에 건너갔다 등등 조각뿐이다. 귀비고 안은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것 들이 많았다. 고대의 제사장이 되어 소망을 적어보는 것도 있었다.
그리고 토기 퍼즐 맞추기, 연오랑세오녀가 되어 천을 짜보기 등도 있었다.
그리고 실내 상영관도 있었다. 편안하게 누워 영상을 시청하며 잠시나마 쉴 수 있었다.
영상의 길이는 그렇게 길지는 않지만 편안한 자세로 누워서 더위도 식히고 많이 걸어서 아픈 다리도 잠시 쉴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귀비고는 시간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내부 구경 시간이 다 되어 밖으로 나왔다. 시원한 실내에 있다 밖으로 나오니 여름날 한낮의 태양을 더 뜨거워졌다. 이제 연오랑세오녀를 나와 다음 목적지인 호미곶으로 향했다.
포항 호미곶
영일만을 따라 호미곶으로 갔다. 편도 1차선의 해안도로를 따라갔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는 길이였다. 자전거를 타고 힘들게 친구와 갔던 그때의 기억이 났다. 차로 가니 편하기는 하지만 이곳에 대한 느낌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호미곶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대체공휴일이라 그런지 주차장에 주차된 차가 많았다. 차를 주차한 후 해맞이 광장으로 갔다. 저 멀리 호미곶의 명물이 보였다. 왜 이곳에 저 모양의 조형물이 놓인지는 모르겠다. 이 손 모양이 무슨 의미가 있기에 이곳에 있을까? 바다 위에는 큰 손 모양이 있고 해맞이 광장 한쪽에 작은 손이 있었다.
가로등의 장식은 한반도 모양의 호랑이로 되어 있었다.
해맞이 공원에 바다에 있는 손 모양과 같은 조형물이 있었다. 서로 대칭으로 되어 있었다.
처음 보는 손 모양이 아니지만 오랜만에 와서 보니 새롭게 느껴졌다.
조금 더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고자 바닷가로 난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그런데 파도에 밀려온 부유물 때문에 다시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
연오랑세오녀에는 관광객이 많지 않았는데, 역시 이곳에 오니 사람이 많았다. 다들 좋은 자리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서 눈치를 봐야 했다. 살짝 옆으로 와서 사람이 조금 있는 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다섯 개의 손가락에 갈매기들이 전부 앉아 있을 때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갈매기들이 다들 어디로 놀러 갔는지 손가락 몇 개는 놀고 있었다.
예전에 왔을 때 없었던 해안 산책길이 보였다.
전에 왔을 땐 손 모양 조형물의 앞에서만 사진을 찍었었다. 바닷가 위로 난 길을 따라 걸으니 조형물을 뒤에서 옆에서 볼 수 있었다. 시선을 바꿔 보니 느낌이 다르게 느껴졌다.
저기로 가면 울릉도가 나올까? 푸른 바닷물은 끊임없이 해안으로 밀려들고 있었다. 바위에 부딪힌 파도는 흰 포말을 만들고 있었다.
호미곶의 한쪽은 바위지대로 되어 있어 사람들이 바위 위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도 내려가 볼까 하다가 날도 덥고 귀찮아서 바라만 보았다. 돌아나가는 길에 다시 본 문어 조형물이 너무 귀여웠다. 이곳이 문어가 유명한가 보다. 너무 리얼한 문어가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았다.
다시 상생의 손으로 오니 드디어 갈매기가 손가락마다 앉아 있었다. 보너스로 손바닥에 한 마리가 더 있었다.
광장 한쪽에 특이한 시계가 있었다. 자세히 보니 시곗바늘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이 뒤로 가는 것 같지만, 이 시계는 정확하게 미래를 위해 가고 있는 시계였다. 단지 익숙한 것을 벗어났을 뿐이었다.
차로 돌아가는 길에 광장 한쪽에 텔레또비 동산 같은 곳이 있어서 우리도 동산에 올라 사진을 찍었다. 대관령 초원 같은 느낌으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옆에 펜스가 나와서 대관령의 느낌이 조금 덜 났다.
예전에도 새천년기념관이 유료였는지 무료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현재는 유료였다. 위에 올라서 호미곶을 보는 것도 끝내 주는 것으로 기억한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자전거 무료 대여소를 보았다. 자전거를 타고 이곳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사람이 많지 않은 평일에 와서 자전거를 빌려 타면 좋을 것 같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촬영지)
연오랑세오녀, 호미곶, 두 군데 밖에 가지 않았지만 시간이 꽤 흘렀다. 이제 마지막 여행지를 위해 구룡포로 향했다. 구룡포 어딘가 익숙한 지명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너무나 익숙했다. 네비를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로 설정했다. 그런데 네비가 알려준 곳은 주차장이 아니었다. 네비가 알려준 곳보다 조금 더 가니 항구에 주차장이 있었다. 항구에 있는 주차장이 꽤 넓어서 어렵지 않게 주차를 할 수 있었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가 유명해진 이유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촬영지였기 때문이다. 아빠와 나는 그 드라마를 시청하지는 않았지만, 워낙 유명한 드라마라 채널을 돌리다 한두 번 짧게 본 적은 있다. 일본인 가옥거리에 들어서니 일본의 교토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거리에 들어서니 한국에서 일본으로 여행을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 오니 여행이 더 그리워졌다. 언제쯤 다시 자유롭게 여행을 갈 수 있을까? ~적인 느낌, ~적인 느낌이 나는, 이런 말보다는 그냥 오리지널의 느낌을 받고 싶었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그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오히려 더 멀리 가고 싶은 마음이 커진 것 같지만.
이 거리, 이 공간은 다른 지역과 분리된 것 같았다.
게이샤 커피! 바리스타를 공부한 친구가 꼭 한번 먹어봐야 한다고 하는 커피였다. 너무 비싸기에 쉽게 마시기 힘든 커피라고 했다. 그 비싼 커피를 파는 커피숍이 이곳에 있었다.
역시 게이샤 커피의 가격이 후들후들했다. 한잔 마시고 싶은데 15,000원을 주고 커피 한 잔을 마신다고 하면 아빠한데 엄청 혼날 것 같아서 아쉽지만 지나쳐야 했다. 언젠가 다시 가게 된다면 꼭 게이샤 커피를 마셔보고 싶다.
이 거리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있던 곳이 이 계단이었다. 계단을 걷다 보니 어디선가 이런 분위기의 계단을 본 것 같았다. 생각해 보니 일본 신사로 올라가는 계단의 느낌이 들었다. 아마 일본인들이 신사로 가기 위해 만들었던 길이 아니었을까?
이 계단에 사람이 많은 이유는 드라마의 장면에 나왔던 장소이기 때문이었다. 드라마를 떠나서 이곳에 올라오니 구룡포 항구가 한눈에 들어왔다. 아빠도 계단에 앉아서 드라마 주인공과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으셨다. 이곳에서 다들 이런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계단에 오른 후 뒤편으로는 작은 공원이 있었다.
아홉 마리 용을 뜻하는 것이 구룡포일까? 그 용을 닮은 소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나무에 앉아서 잠시 바닷바람을 맞으며 가방에서 빵과 음료를 꺼내서 간단하게 늦은 점심을 먹었다.
이곳의 곳곳에서 동백꽃 필 무렵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다시 계단을 내려와 또다시 일본인 가옥거리를 걸었다.
교토의 기온 거리를 걷고 있다고 생각했다.
동백꽃 필 무렵이 워낙 유명해서 그런지 웬만한 상점들은 동백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이 길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는 까멜리아였다. 얼핏 듣기로는 이곳이 동백이가 운영했던 식당으로 알고 있다.
까멜리아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줄을 서야 했다.
거리를 걷다 보니 눈에 들어오는 사진을 찍을 포인트들이 많았다.
주차장으로 가기 위해 골목에서 나와 항구로 나왔다. 한반도 모양으로 나무가 심어 있었다.
항구 주변에는 가우디의 구엘공원을 연상시키는 벤치가 놓여 있었다.
세 군데 밖에 돌아다니지 않았는데, 벌써 오후 4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언제 서울까지 가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뭔가 알찬 여행을 한 것 같아서 뿌듯했다.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군위 휴게소를 들렸다. 특이한 분위기의 휴게소가 인상적이었다.
난 휴게소에 오면 항상 먹는 것은 돈가스이고 아빠는 한식을 주문하셨다. 점심을 대충 빵으로 먹어서 그런지 기름기가 좔좔좔 흐르는 돈가스는 꿀맛이었다. 그리고 후식은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다시 서울을 향해 달렸다. 7월에 비해 확실히 해가 많이 짤아진 것 같다. 이번 여행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았다. 특히 독도에 갔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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