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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와의 인연은 2005년으로 거스러 올라가야 한다. 친구들과 2004년 12월 31일 마지막 열차를 타고 부산으로 향했다. 정확히 청량리에서 탔으니 해운대로오는 기차였다. 2005년에 친구들 모두 군대를 가기에 마지막으로 다 같이 바다를 보러 왔다. 다들 육군으로 입대를 하기에 바다를 볼 일이 없을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바다를 보러 왔다. 차가운 겨울 바다를 맞으며 다들 군대에서 무사히 전역하기를 기도했다. 2005년 1월에 많은 친구들이 군입대를 하고 나만 남아서 6월에 군대에 갔다. 한달 간의 훈련과 훈반기 교육 한달 자대 배치를 받을 때가 되니 벌써 8월의 중순이였다. 기차를 타고 부산역에 내렸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사단본부로 갔다. 사단에서 저멀리 해운대가 보였다. 그리고 해운대 옆에 있는 부대로 자대배치를 받아다. 그러다 보니 해운대에 갈 일이 많았었다. 특히 휴가 복귀할 때 해운대에서 한숨 쉬며, 담배만 피던 생각이 난다. 아침에 뜨는 태양은 아름다운 곳이지만, 나에게는 2년이라는 청춘이 고스란히 녹아 든 곳이였다. 좋은 사람도 만나고 좋은 추억도 있지만, 군대에서의 추억이라는 것이 썩 그렇게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해운대, 청사포, 송정, 기장, 동백섬 등 애증의 장소이다.

 숙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호텔밖으로 나왔다. 1층의 원조복국집은 맛집인지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것 같았다. 아마 속풀이로 복국이 좋은가 보다. 미포는 해운대 끝자락이라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지역이 아니였는데, 옆에 시그니엘호텔이 들어서면서 사람이 많아진 것 같았다.

예전의 미포의 한적한 느낌을 받을 수 없어서 아쉬웠다. 해운대가 항상 북적이고 정신 없는 곳이라면 그래도 미포는 한적한, 해운대가 보이는 곳이였는데, 이곳도 시끌시끌한 곳이 되어 버렸다.

 날이 궂어서 파도가 세게 쳤다. 파도가 칠 때마다 포말이 안경으로 날아와 달라 붙었다.

 파도가 거칠고 성난 것 같아 보였지만, 이 더위를 날리고 싶은 사람들은 바다로 들어가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달맞이 고개 위도 개발의 열풍을 피하지 못했던 것 같다. 빌라촌과 낮은 아파트가 있던 달맞이 고개에는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 있었다. 예전에 내가 알던 부산은 이제 점점 찾기 어려워지는 것 같았다.

전망대에 올라가볼까 하다, 숙소에서 보는 풍경도 나쁘지 않기에 올라가지 않았다. 또한 구름이 잔뜩 낀날을 어차피 먼바다까지 보이지 않기에 돈을 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해운대에서 날이 맑은 날은 대마도까지 보이는데, 날이 화창하고 시정이 좋은 날이였으면 전망대에 올라 가볼만 했을 것 같다. 오륙도, 달맞이 고개 등에서 날이 맑으면 대마도가 보인다. 자대 배치 받고 처음 본 대마도가 얼마나 신기 했던지, 일단 그 당시 외국의 외자도 모르던 시기라, 눈으로 외국을 본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렇게 썰렁한 해운대는 처음 보는 것 같았다. 항상 사람들로 북적북적 거리는 곳인데, 사람이 뜸했다. 그래도 여름이 가는 것이 아쉬운 사람들은 해운대를 방문했다.

 예전 같으면 해수욕장에 몇 만명, 몇 십만명이 다녀갔다고 뉴스에 나올텐데, 코로나가 여름 휴가의 모습을 바꾸어 놓았다.

 나름 기분을 낸다고 하와이안 남방을 입었는데, 옷이 너무 양**같아 보였다. 거기에 살도 띠룩띠룩 쪘으니, 인상이 더 험상 궂어 보였을 것 같다.

 유명관광지에서 이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진로의 두꺼비와 사진을 찍었다. 두꺼비도 마스크를 쓰고, 하루방도 마스크를 쓰고, 불편하고 느끼는 사람만 마스크를 잘 쓰는 것 같지 않았다.

 해변에서도 마스크를 쓰게 하기 위해 이곳저곳 마스크를 써야한다는 안내판과 장식이 있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고 돌아나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행히 공무원 같은 분들이 돌아다니며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사람들을 계도하고 계셨다.

 여름이라 날이 길어서 여행하는 시간이 길었다. 저녁을 먹기 위해 해운대 시장으로 갔다.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불과 5분 정도 거리에 해운대 시장이 있다. 그리고 구 해운대 역으로 가는 길을 정비해서 스페인 바로셀로나의 람블라스 광장에 온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코로나만 아니라면 이곳에서 버스킹 공연도 보고 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없어진 해운대역까지 길이 쭈욱 놓여져 있었다.

 해운대 시장은 원래 떡볶이가 유명한데, 아빠가 특별한 음식을 드시고 싶다고 해서 시장 이곳 저곳을 기웃거렸다. 맛있을것 같은 식당은 전부 대기를 해야했고, 자리가 협소한 것 같아 보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되지 않는듯 보였다.

 돌아다니다 사람이 적은 식당으로 들어갔다. 날도 덥고해서 굽는 것은 딱 질색이라, 생선모둠으로 주문했다. 두명이라 중사이즈면 된다는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생선모둠 중으로 주문했다.

 가게는 생선을 취급하는 가게 특유의 냄새가 났다. 은근 냄새에 민감한 편이라 신경쓰이기는 했다. 대신 생선이 맛있어서 냄새는 참을만 했다.

 아빠는 해운대에 와서 생선구이에 막걸리까지 드신다고 기분이 좋아지셨다. 아무튼 생선이 통통해서 푸짐한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숙소에서 바다를 보며 한 잔(콜라)을 하기 위해 튀김도 샀다. 숙소에서 가방을 여니 튀김에 들어있던 간장이 흘러서 가방 내부가 간장범벅이 되어 버렸다.

 밤이 깊어갈 수록 해운대의 람블라스 거리에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그리고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백종원 아저씨 사진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아빠는 그냥 백종원 아저씨가 좋다고 하신다. 백종원 아저씨가 낸 요리책도 집에 있다.

 사시사철 유명한 해운대지만 그래도 여름이 해운대의 꽃인데 이렇게 사람이 없으니 조금 걱정이 되었다. 어디가나 진로 두꺼비가 마스크를 쓰는 것을 잊지 않게 해주었다.

원래는 밤이 더 화려한 해운대지만 2020년 8월 해운대의 밤은 차분했다.

 차분해서 그런가 오히려 걷기도 좋고 사진찍기도 좋았다. 그리고 바다에서 밀려 온 구름이 초고층 빌딩에 걸려 있는 것 같았다.

 초고층 빌딩 사이에 저층인 조선비치호텔은 화려함보다는 우아함을 뽐내는 것 같았다. 오래되었지만, 신축건물들에 기죽지 않는 당당함과 여유가 느껴졌다.

 미포에서 볼 때보다 파도가 무섭게 느껴졌다. 파도에 휩쓸려가면 이 세상과 작별할 것 같아 보였다.

 예전에는 밤이면 젊은 남녀들의 헌팅장소로 사람들로 북적이던 곳이였는데, 휴가를 즐기러 온 가족 단위 여행객만 해변에 보였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가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비가 내리려고 하루종일 하늘이 꾸물거렸나보다.

 불이 켜진 초고층 빌딩은 더욱더 위압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하루에 60만원 가까이 주고 시그니엘 호텔에서 지낼 수 있으나,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다시 숙소로 돌아 왔다. 해운대 일대를 조금 걸어다녔더니 은근 다리가 아팠다. 이제 떡볶이에 튀김을 먹고 잘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았다. 여행을 오면 하루가 너무 짧은 것 같아서 너무 아쉬운 것 같다. 하루가 48시간이고 96시간이고 필요에 따라 길어지고 짧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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