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여행은 욕심이 과했던 것인지 아니면 너무 예전 체력만 믿고 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여유로워야 할 여행이 조금 빡빡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늘은 런던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는 아일랜드의 수도인 더블린으로 향했다. 비행시간은 제주도와 비슷하니 제주도 당일치기 여행 정도라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시차 적응이 덜되어서 이른 아침에 그런대로 일찍 일어났다. 잠을 일찍 깼지만 어제의 여행이 힘들었는지 온몸이 무겁게 느껴졌다.


새벽에 전철을 타러 가는데 사람이 없었다. 또 이른 새벽에 나갔다, 밤늦게 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하철역을 걷다 얼스 코트 역이 예전에 지하철 신호를 교환하던 장소였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 얼스 코트 정션으로 불리던 곳이었다. 아무튼 새벽 지하철을 한 시간 타고 런던 히스로 공항에 도착했다.



새벽 시간이라 그런지 공항은 한산했다. 친구가 전철을 한 대 놓치는 바람에 늦는다고 해서 공항에서 기다렸다.


친구가 올 동안 혼자 셀프 체크인을 진행했다. 예약 번호를 넣으니 표가 6장이 나왔다. 한 명당 2장으로 왕복 티켓이 바로 나왔다.



흡연을 위해서는 공항 밖으로 나가야 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하늘을 깜깜하기만 했다. 유리로 만들어진 5 터미널과 하늘이 대조를 이루어져 보였다.



친구가 도착한 후 바로 보안 검색을 받으러 갔다.


우리가 탈 비행기는 BA830으로 8시 25분에 출발하는 더블린행 비행기였다.


처음 가보는 나라와 도시라 가슴이 뛰었다. 특히나 더블린에 가면 술은 잘 못 마시지만 알싸하고 달콤한 리얼 기네스를 마실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부풀었다.





A12 도착해서 기다리다 보니 탑승시간이 되었다. 스타얼라이언스 항공사를 이용하고 싶었지만 프랑크푸르트 등을 경유하고 가격도 비쌌다. 그래서 마일리지 적립과 상관없이 원월드 항공사인 영국항공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영국항공이 제일 저렴해서 큰 선택권이 없었다.



전날 에든버러에서 올 때 타서 그런지 좌석은 익숙했다. 역시나 유로 시트를 시작한 나라답게 좌석 간격은 좁고 의자도 무게를 최소한으로 하려는지 얇았다. 그래도 나는 유럽 사람들보다 키가 작으니 좌석 좁은 것은 괜찮은데 옆도 폭이 좀 좁아서 뚱뚱한 사람으로서 조금 불편하게 느껴졌다.



기내에서 여러 가지 간식을 팔고 있었다. 아침 비행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좌석에 앉자마자 못 잔 잠을 자고 있었다.






아침에 나올 때는 날이 좋았는데 어느새 비가 내렸나 보다, 창문에 물방울이 묻어 있었다.



비행기는 게이트를 출발해 활주로로 향했다. 하늘은 또 비가 올 것 마냥 구름이 짙게 깔려 있었다.



비행기는 드디어 이륙했고 우리 비행기는 기수를 서쪽으로 틀어 아일랜드로 향했다.






비행기가 위로 올라올수록 구름은 더 짙어졌다. 비행기는 서쪽을 향해 날고 있었고 햇살이 비행기 뒤에서 비추고 있었다.



기내식으로는 전날과 같은 콘 과자가 물과 함께 나왔다.


한 시간 반 만에 우리는 더블린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더블린 공항에 도착하니 입국 심사를 받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여권에 또 하나의 흔적이 생겨서 기분이 좋았다.


더블린으로 여행을 와야지 생각했지만 특별한 계획이 없었다. 그냥 표만 예매하고 온 것이라 이제부터 무엇을 하면 좋을지 찾아보았다. 펍에 가도 좋고 길거리를 걸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래도 더블린까지 왔는데 뭔가 하나 의미 있는 것을 보고 가면 좋을 것 같아 이것저것 뒤적이니 기네스 스토어 하우스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 기네스 스토어 하우스를 구경하고 남는 시간에 주변을 관광하면 좋을 것 같아서 예매 사이트로 들어가서 성인 2명과 시니어 1명을 결제했다.


뭘 할지 정하고 나니 카페인이 확 하고 당겼다. 그래서 시내로 가기 전 공항 카페에서 간단한 아침 식사를 했다.



이곳에도 영국식 아침 식사가 있었다. 여러 가지 사이드 메뉴 중 마음에 드는 것 몇 가지를 고르면 되었다. 어제 먹은 아침 식사가 생각나서 그대로 주문을 해보았다. 공항이라 가격이 비쌌지만 배고플 때 먹는 아침 식사라 그런지 맛이 좋았다.



아침 식사를 간단하게 먹은 후 버스 타는 곳으로 갔다. 공항버스를 왕복으로 예매를 했다. 공항에서 갈 때는 어찌어찌해서 시내까지 가겠는데 막상 돌아올 생각도 걱정이 되었다.



시내에서 공항으로 올 때 어디서 버스를 타면 되는지 몰라 버스 판매하는 곳에 있는 지도를 사진 찍어 두었다. 결국엔 구글 지도가 알려주는 대로 가서 버스를 타기 했지만.



한참을 기다리니 버스가 왔다. 시내까지는 30~4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새로운 나라에 왔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공항버스를 타고 있으니 종점이라고 내리라고 하기에 일단 버스에서 내렸다. 그리고 기네스 스토어 하우스를 찾아가기 위해 구글 지도를 검색해 보았다. 2킬로미터 정도로 걸을 만한 것 같았다. 걸어가면서 다른 명소들도 같이 보면서 가면 좋을 것 같았다.


우리는 강가 길을 따라서 걸었다. 이곳도 런던처럼 날씨가 좋지 않았다. 하늘에서 언제 비를 뿌릴지 모르는 날씨였다.



공항버스에서 내린 후에는 이제 새로운 장소에서의 여행 시작이라 긴장이 되었었다. 강가 길을 따라 걸으니 길도 편하고 일단 이 길을 따라가면 된다는 생각이 드니 마음 편했다. 지금 당장 내가 해결해야 할 숙제를 하나 해결한 느낌이라 한결 편하게 걸어갈 수 있었다.



마음이 편해지지 주변 풍경이 더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강가의 여유로움과 날아다니는 새들까지 모든 게 평온했다.


심지어 건물의 높이도 높지 않아서 무엇인가 모르게 마음이 편했다. 이런 느낌이 더블린의 느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가 길을 따라 걸으며 사진도 찍고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평소에 듣던 아일랜드 노래들을 따라 불렀다.


평일이지만 도시 자체가 조용했다. 사람들에게서 바쁨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영국과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영국적인 느낌은 적었다.



걷다 보니 이 동네에서 방귀 좀 낀다는 성당에 도착을 했다. 어린 학생들이 현장학습을 와있었다.


선생님으로부터 이곳의 역사를 듣는 것 같았다. 영어라면 귀동냥이라도 해보겠는데 아마 스페인에서 온 학생들인지 스페인어로 하는 설명이라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우리는 그저 랜드마크에 온 것 마냥 사진만 찍고 다시 걷던 길을 걸어갔다.


도시 자체가 크지 않다 보니 조금만 걸어가면 명소들이 보였다.



펍앞에 있는 오크통마저 감성적으로 느껴지고 작은 골목에서는 지린내가 나기는 했지만 감성이 살아 있었다.





큰 거리에서 작은 거리로 들어서니 또 다른 풍경들을 만날 수 있었다.


붉은색의 벽돌이 이어진 길은 우리를 산업혁명 당시의 어느 골목길을 걷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벽돌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드디어 기네스 스토어 하우스라는 이정표를 볼 수 있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공장 지역이었던 것 같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나 보았을 법한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이정표를 본 후 골목길을 따라 걸으니 작은 출입문을 찾을 수 있었다. 작은 출입문이 기네스 스토어 하우스의 입구였다.



밖은 무미건조한 벽돌뿐인데 안에 들어오니 이건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19세기에서 21세기로 타임머신을 타고 넘어온 것 같았다. 예약한 QR코드를 보여주니 3장의 음료 시음권을 받을 수 있었다.



한 층을 올라가니 처음 마주한 것은 기념품 가게였다. 기네스와 관련된 기념품들로 마지막에 나올 때 자석이나 하나 사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람 순서에 따라 관람을 시작했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며 관람을 하는 것으로 관람의 마지막에는 전망대에서의 맥주 한 잔이 기다리고 있었다.






맥주의 특징과 만들어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쉽게 알 수 있게 설명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맥주를 만들 때 사용하는 기구들도 그대로 진열해 두어 그 당시의 감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과거와 현재가 서로 같이 공존하는 공간 같았다.


맥주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지만 이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 더 재미있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공간들이 많았다.



한층 한층 올라가며 걷다 보니 쉬는 공간이 나왔다. 목이 말라 물 한 병을 사 먹었는데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았다. 이곳 매점에서 다양한 기네스 맥주들을 구매해서 마실 수 있었다. 그러나 생맥주가 아니기에 조금만 더 참고 한 층씩 위로 올라갔다.




전망대로 가기 위해서는 한 층 한 층 도장 깨기 하듯 보고 위로 올라가야 했다.






기네스의 상징인 하프를 이곳에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다양한 기네스의 광고도 이곳에서 볼 수 있었다.



특히나 자전거를 타고 있는 물고기가 인상적이었다.



기네스를 마시면 쇠도 번쩍 들 수 있나 보다. 착시현상을 이용해 재미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그리고 기네스 스토어 하우스의 최고는 저 그래비티 바였다.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로 가면 되었다.


이곳에 오니 더블린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360도 다 돌아봐도 제일 높은 건물이 기네스 스토어 하우스였다.


사람들로 가득 차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이곳에 들어오니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술 냄새 때문인지 나도 같이 취하는 것 같았다.


빈자리를 겨우 찾아 앉았다. 그리고 맥주를 받아 왔다. 곧바로 맥주잔에 담아준 기네스의 향기가 너무 좋았다. 맛은 좀 더 쓴 커피 맛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막 내린 맥주라 그런지 목에 부드럽게 넘어갔다. 오랜만에 느끼는 기네스의 맛이었다. 기네스를 싫어하던 친구도 이 기네스라면 사 먹을 것 같다고 했다.


분위기에 취해 술에 취해 이곳에서 한국에서 가져간 과자를 안주 삼아 맥주를 마셨다. 역시 한국인은 술에 안주가 꼭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기네스 맥주를 마신 후 1층으로 내려왔다. 뭐가 있나 돌아보다 헌팅캡을 보았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패턴이라 하나 사고 싶은데 아빠가 계속 눈치를 주었다. 그래도 지금 아니면 못 살 것 같아서 나는 모자를 아빠는 자석과 액세서리 몇 개를 구매하셨다.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에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구글 지도로 공항버스 타는 곳을 검색해서 걸어갔다. 다행히 구글 지도가 알려준 곳에서 조금 기다리니 공항버스가 우리가 서있는 정류장으로 왔다.


공항에 조금 일찍 도착해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표는 아침에 발권했기에 공항 검색대로 바로 향했다. 검색을 마치고 에어 사이드로 들어와 면세점을 구경했다. 아일랜드 하면 역시나 녹색이 아닐까. 공항 안의 디자인과 색상은 녹색으로 포인트가 되어 여기가 아일랜드임을 한 번 더 알려주는 것 같았다.


공항에 일찍 와서 뭐 하며 지내냐 생각했는데 의외로 공항에 오면 시간이 일찍 지나가는 것 같다.



게이트 앞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탑승할 시간이 되었다.



보딩브리지로 탑승을 하나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스텝카를 이용해 탑승하는 것이었다. 그 바람에 비행기를 눈앞에서 볼 수 있어서 나에게는 너무 좋은 기회였다.



나 혼자 신나서 사진을 백만 장을 찍은 것 같았다.



역시나 좁은 좌석이었다. 돌아가는 길이라 그런지 피곤했다. 아침과는 달리 피로가 막 밀려오는 것 같았다.




해가 있을 때 탑승을 했는데 벌써 날이 저물어 어두워지고 있었다. 내일은 이제 런던을 떠나 체코 프라하로 가야 한다. 왜 이번 여행을 이렇게 설계했는지 이해는 안 되지만 뭔가 많이 볼 수 있는 여행임은 확실한 것 같았다. 이곳에서 유유자적하며 쉬는 여행을 하고 싶었는데 쉬는 것은 한국에 가서 나 쉬어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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