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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박 이일의 여행을 할 때는 왜 그렇게 욕심이 생기는 걸까. 긴 여행은 여유롭게 하는데 짧은 여행을 할 때는 이것저것 욕심이 생긴다.

 
 

운주사를 구경한 후 정읍 허브원으로 향했다. 화순 운주사에서 정읍까지는 대략 두 시간이 걸렸다. 라벤더가 다 졌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니 마음 편하게 허브원으로 갔다.

 

오후 늦은 시간이라 방문객은 생각보다 적었다. 주차장도 널찍해서 차를 주차한 후 허브 단지로 걸어갔다. 날씨가 미친 것 같다. 차 밖으로 나오니 땀이 멈추지 않았다.

 
 

멀리서 보니 라벤더가 거의 다 져서 괜히 왔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라벤더의 절정이 지났기에 사진에서 보았던 보랏빛 물결은 보이지 않았다. 일부 라벤더 밭은 라벤더를 수확해서 빈 공터 같았다.

 

여기까지 왔으니 그래도 조금 걸어보고 가자는 마음으로 라벤더 길로 들어갔다.

 
 

아직 수확을 하지 않은 라벤더가 일부 남아 있어서 씁쓸한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

 

어떻게 사진을 찍어야 꽃이 풍성하게 보일까 고민이 되었다,

 

그래서 최대한 클로즈업해서 아래에서 위로 사진을 올려 찍었다.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피어 있는 라벤더들 때문에 아쉬운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

 
 

고성 하늬 팜 라벤더 농장보다 몇 배는 넓었다. 라벤더가 만발했을 땐 보는 이의 가슴을 설레게 할 것 같았다.

 
 
 

라벤더가 많이 져서 그런지 방문객이 많지 않은 점이 오히려 좋았다.

 
 

라벤더 꽃 속에 서 있으니 라벤더의 은은한 향이 느껴졌다. 태양볕 때문에 머리는 타들어 갈 듯 뜨거웠지만 기분은 좋았다.

 
 

라벤더 농장을 걷고 있으니 기분이 서서히 좋아졌다. 단지 내 옷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사진을 찍고 있는데 라벤더 농장에서 일하는 아저씨께서 이 농장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사람들이 라벤더 사진을 찍는다고 라벤더 사이에 덮어놓은 비닐 안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는데 이게 라벤더를 빨리 죽게 한다고 하셨다.

 
 
 
 
 

아저씨의 말을 듣고 나니 라벤더 꽃 속으로 들어가서 사진 찍는 게 마음에 걸렸다.

 
 
 
 

절정이 지났지만 이 정도면 딱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땐 단렌즈로 찍으면 좋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조금만 걷다 가려고 했는데 걷다 보니 농장 깊숙한 곳까지 걷게 되었다.

 
 
 
 

산 위에 있다 보니 뒤를 돌아 보면 시원한 뷰가 마음을 뻥 뚫리게 해주었다.

 
 
 

라벤더의 보랏빛 물결을 못 봐서 아쉽지만 이 순간은 오늘 밖에 없기에 최대한 이 순간을 즐겼다.

 
 

내년에 온다면 라벤더 꽃이 절정일 때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수기라면 줄 서서 사진을 찍었을 법한 포토 스폿에서도 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라벤더가 절정일 때는 입장료가 있는 것 같은데 우리가 갔을 땐 따로 입장료를 받지 않았다.

 

다시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갔다.

 

평지에 파라솔이 쳐져 있어 뜨거운 태양을 피할 수 있었다.

 

의자에 앉아 있으니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만 있으면 딱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생뚱맞아 보이지만 돌 사이에 서서 풍경을 바라보았다.

 
 

서쪽 하늘에는 조금씩 노을이 지고 있었다.

 
 
 

귀찮다고 그냥 지나쳐 갔으면 얼마나 아쉬웠을까.

 
 

의자 방향을 잠깐 돌려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서울에서 가깝다면 사람이 많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왔던 길을 돌아 카페 쪽으로 향했다. 처음에 못 보던 풍경이 하나씩 더 들어왔다. 이 공간이 익숙해지는 것 같았다.

 
 
 

땀은 주룩주룩 흐르지만 카메라 셔터에서 손을 놓을 수 없었다.

 
 

더위를 잘 안 타는 아빠도 이제는 힘에 부치시나 보다.

 
 

빨리 사진 찍고 카페로 가자고 하신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홋카이도에 가서 라벤더를 보고 싶은데 내가 직장에 매인 몸이다 보니 7월 초에는 언제나 휴가를 내기가 어렵다. 그래도 마음속으론 항상 홋카이도에 가서 보랏빛 들판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날이 덥지 않았다면 카페에 안 들리고 바로 서울로 갔을 텐데 시원한 음료가 간절했다.

 

봄, 가을에는 야외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셔도 운치 있을 것 같았다.

 

실내로 들어오니 천국이었다. 커피보다는 이곳에서만 마실 수 있는 음료가 더 당겨서 나는 에이드 종류로 아빠는 라벤더 라테로 주문했다.

 

1층은 약간 칙칙한 분위기라 인증 사진만 찍고 2층으로 올라갔다.

 
 
 

흰 계단을 오르면 2층으로 오를 수 있는데 계단이 전부 흰색이라 오르고 내릴 때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야 했다.

 

우리가 늦게 카페에 가서 그런지 베이커리가 다양하지 않아서 아쉬웠다. 음료의 빛깔이 너무 이뻐서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석양이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았다. 풍경은 이쁘지만 해가 너무 뜨거웠다.

 
 

그래서 해가 비치지 않는 안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석양이 보이는 곳의 뷰도 좋고 안쪽 뷰도 좋았다.

 
 

잠시 쉬다 보니 젖은 옷이 다 말랐다. 티맵으로 경로를 확인하니 차가 막히지 않기에 집으로 가기 위해 다시 길을 나섰다.

 
 
 

어느덧 하늘은 더 붉게 물들었다.

 

뜨거웠던 햇살도 서서히 누그러들었다.

 
 

라벤더 농장도 고요하고 카페엔 적막감이 들었다.

 
 
 

차에 타기 전 주차장 옆 해바라기 밭으로 갔다.

 

하늘을 향해 한 방향으로 서있는 꽃들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꽃. 해바라기가 언제부터 좋아졌는지는 모르겠다. 하나 확실한 것은 고흐의 해바라기를 본 후 해바라기가 내 마음속에 들어왔다. 태양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바라기같이.

 

땅은 노랗고 하늘을 붉고, 모든 게 아름다웠다.

 
 

이 순간이 정지된 것 같았다. 마음속 앨범에 한쪽에 오늘의 이 순간이 스틸 것처럼 저장되었다.

 
 

해가 더 서쪽으로 더 질수록 해바라기는 더 짙은 노란색을 띠었다.

 
 

라벤더도 보고 해바라기도 보고, 장마라 못 보던 붉은 석양도 보았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발길이 떼어지지 않았다. 짧은 여행에 많은 곳을 돌아다녀 피곤했지만 그래도 마음은 가벼운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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