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우연히 방문한 칠갑산 천문대가 너무 좋았다. 일단 복잡하지 않고 한적하게 산길을 걷는 것도 좋았고 조용한 천문대에서 잠시나마 우주의 신비에 빠져 볼 수 있었다. 더구나 고도가 높다 보니 다른 곳에 비해 시원했다.

 

숙소인 화순 금호리조트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백제 문화 단지로 향했다. 칠갑산을 내려오니 산과 산 사이에 만들어진 평지가 보였다. 마을을 산이 둘러싸고 있지만 그 가운데는 널은 평지가 있어 산과 들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뭔가 마음속에 꽉 차이 있는 답답함이 풀리는 것 같았다.

 
 

도로도 단순하다 그냥 쭉 가면 되었다. 지명을 보니 청양군 장평면이라고 적혀 있다. 지명에서 오는 뭔가 모를 편안함이 있었다.

 

길가 옆으로 마을이 자리 잡고 있어서 사람의 온기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차를 타고 칠갑산에서 부여로 가는 길 길가 옆 황토색의 집이 눈에 들어왔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과 들이 아주 적절하게 배치되어 지나는 시간 동안 잠시나마 힐링이 되었다. 우리는 청양 장평면에서 부여 은산면으로 들어선 후 부여 시내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부여에 들어오니 공기가 너무 텁텁하고 더웠다. 칠갑산의 맑고 시원한 공기와는 전혀 반대의 숨이 멎을 것 같은 뜨거운 공기가 우리를 맞이했다. 전부터 한번 와보고 싶었던 롯데 리조트 부여가 있었다. 리조트 옆에 골프장이 있다 보니 평일이나 주말이나 예약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그래서 항상 검색만 해보고 포기했던 곳이었다. 백제 문화 단지로 가기 위해서는 리조트 앞에 있는 아웃렛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그리고 2~3분 정도 걸어가면 백제 문화 단지가 보였다.

 

크게 백제문화단지 티켓이라고 적혀 있기 때문에 처음 가는 사람들도 쉽게 매표소를 찾을 수 있어 보였다.

 
 

생각보다 유구와 칠갑산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기 때문에 시계를 보니 이곳을 볼 수 있는 시간이 한 시간도 안 될 것 같았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사비로 열차도 타보고 싶었는데 탑승시간이 맞지 않았다. 매표소에서 기본 티켓으로 역사 단지와 문화관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표를 구매했다. 65세 이상은 무료라서 아빠는 공짜이고 나만 6,000원을 지불했다.

 

시간이 없는 관계상 진짜 바람과 같이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후루룩 순식간에 역사관을 둘러봤다. 우리의 눈길을 끈 것은 역사관의 내용보다는 부여서동 연꽃축제였다. 시간이 된다면 다시 한번 연꽃 축제에 가보고 싶은데 갈 시간이 될지 모르겠다.

 

역사관 안에 들어가니 백제문화단지를 축소해 놓은 디오라마가 보였다.

 

박물관하면 어둡고 낮게 깔린 성우의 목소리가 흘러나와서 갔다 오고 나면 기분이 다운되는데 이곳은 밝고 경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제시대 생활상을 보여주는 마네킹도 무섭다기보다는 친근하게 느껴졌다. 아빠가 백제시대 옷을 입고 저 사이에 서있으면 꼭 백제 사람 같아 보일 것 같았다. 키도 비슷하고.

 

1층 전시관의 마지막에는 캐릭터가 세워져 있었다. 백제의 전사일까. 얼굴에는 화가 잔뜩 나 있었다. 화가 잔뜩 난 전사 옆에는 귀여움이 넘치는 다른 캐릭터도 있었다.

전시관 2층은 특별기획전시실이었는데 딱히 구미가 당기지 않아서 1층만 보고 밖으로 나왔다. 시간에 쫓기다 보니 여유롭게 역사관을 못 보았다.

 
 

밖으로 나오니 사람이 녹아내릴 것 같았다. 칠갑산과 부여 그렇게 멀지 않은 곳인데 날씨가 너무 정반대라 놀랬다. 아무튼 표까지 다 샀으니 대강이라도 구경을 해야 하지 않을까.

 

역사문화관을 나와 백제문화단지의 메인인 사비궁으로 갔다. 사비궁 옆에는 생활문화마을, 위례성, 고분공원, 능사가 있는데 날도 너무 덥기에 사비궁과 능사만 구경하고 나왔다.

 

역사문화관에서 나와 왼쪽으로 가면 정양문이 나왔다. 이곳에서 한 번 더 표 검사를 받고 사비궁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정양문이 사비궁의 정문인데 이곳에서 우산을 대여할 수 있었다. 그래서 뜨거운 햇살을 조금이나마 피할 수 있었다.

 

정양문을 지나 사비궁으로 가는 길은 그늘 하나 없는 땡볕이었다.

 

그리고 사비궁 뒤로 능사가 보였다.

 

사비궁을 보면 전형적인 한옥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크게 감흥은 없었으나 우리나라의 건물이 삼국시대나 조선시대나 크게 차이가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비궁 정문에 서니 그래도 꽤 바람이 불었다. 미지근하지만 바람이 부니 조금은 살 것 같았다. 우리가 간 시간이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간이라 더 더웠던 것 같다.

 

메인 건물과 정문 사이에는 큰 광장이 있고 주변은 회랑이 둘러져 있었다.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에 나왔을 법한 궁의 모습이었다.

 
 

덥고 힘들다 보니 메인 건물로 가지 못하고 회랑에서 미지근한 바람을 쐬며 시간을 보냈다.

 

주말인데 이렇게 사람이 없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주는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고 성수기나 주말에는 차를 댈 곳이 없을 정도로 사림이 넘쳐나는데 이곳은 너무 없었다. 사람들의 생각에 잊힌 나라여서 일까. 과거에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현재도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았다.

 

현대에 복원한 건물이지만 한옥의 처마선은 언제나 보아도 마음을 편하게 했다. 날이 조금만 선선했으면 좋겠는데 저 지글지글 끓는 마당으로 나가면 바로 태양볕의 공격을 받아 타버릴 것 같았다.

 
 

우리는 사비궁을 나와 능사로 갔다.

 
 

부지가 넓다. 대신 가운데에 그늘이 없기에 정오쯤 방문하는 것은 좋은 것 같지 않았다. 여름에 온다면 오전에 오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다.

 
 

능사로 가기 위해 사비궁을 나왔다. 그늘을 벗어나야 하는데 그늘을 벗어나기 싫었다. 뭉그적 거리며 회랑 밖의 벽에 기대어 사진을 찍었다.

 

이곳의 메인은 사비궁 보다 능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비궁은 일반적인 궁궐의 모습을 띠고 있다면 능사는 현재 우리가 쉽게 볼 수 없는 절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단층 건물의 절에 익숙한 우리는 이렇게 화려하고 웅장한 절은 거의 보지 못했다.

 

능사 앞에는 작은 연못이 있었다.

 

능사 앞에는 양쪽에 연못이 있고 가운데로 큰길이 놓여 있는데 이 길에 서서 능사를 바라보면 능사 5층 목탑은 멀리서 보았을 때 보다 더 위엄있게 다가왔다.

 

부여하면 바로 연꽃이 아닐까. 능사 앞 연못에도 이제 연꽃이 피기 시작했다.

 

더워서 많이 움직이기 싫어서 능사 앞에서 사진만 찍었다. 물에 비친 5층 목탑도 아름다웠다.

 
 

마음속 소망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소망의 대북을 크게 두들기고 왔다. 기도 빨 이 강한 곳이라면 소망이 언젠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안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그냥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우리가 책에서 배웠다. 목탑들이 저런 모습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그 당시 목탑을 가진 절들은 얼마나 웅장했을까.

 

햇빛을 가리기 위해 빌린 우산이 꽤 사진 소품으로 괜찮았다. 그리고 우산이 커서 햇빛도 잘 가려주었다. 우산을 안 가지고 갔으면 아마 둘 다 얼굴이 벌겋게 변했었을 같다. 나는 사진을 찍어야 해서 그냥 땡볕에 노출되었다.

 
 

능사 앞 정원에는 조형물이 있었다. 아마 야간 투어 때 사용하는 조형물인 것 같았다. 조명을 받은 능사와 조형물. 이곳에 앉아 사진을 찍으면 꽤 로맨틱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사진이 찍힐 것 같았다.

 

수박 겉 핥기 방식으로 역사관과 사비궁, 능사를 본 후 다시 주차장으로 향했다.

 
 

너무 더워서 그런가 방문객이 거의 없었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비 오듯이 쏟아졌다. 날이 선선한 봄, 가을에 온다면 이 길은 어떤 매력을 보여줄까. 지금은 너무 덥기에 매력을 느낄 틈도 없었다.

 

우산도 대여할 수 있고 연날리기도 체험할 수 있는 것 같았다.

 

부자가 되고자 정양문에 세워진 플라스틱 금화를 한 닢 들어 함께 사진을 찍었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 나무에 핀 꽃이 아름다워 잠깐 사진을 찍었다. 일반 티켓은 6,000원이라 우리처럼 구경한다면 입장료가 너무 비싼 것 같다는 생각을 할 것 같다. 우리도 시간이 없어서 너무 대강 본 것이 조금 아쉬웠다. 그러나 7월의 첫날 정오에 이곳을 방문하는 것은 무리수였던 것 같다. 조금 서둘러 오전에 왔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응형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