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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은 특이하게 덥고 습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계절의 개념을 이제 서서히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홈쇼핑에서 전라남도 숙소 특가 상품을 판매하기에 홀리듯 상품을 구매했다. 화순에 있는 금호리조트로 예약을 했는데 서울에서 화순까지는 꽤 먼 거리라 중간에 어딜 들렀다 가면 좋을 것 같았다.

 
 

7월의 첫날, 새벽부터 집을 나섰다. 새벽시간이지만 서울을 빠져나가려는 차가 많았다.

 
 

하지가 지났지만 해가 길었다. 오랜만에 타는 경부고속도로와 천안, 논산 고속도로였다.

 
 

알밤으로 유명한 정안휴게소에서 잠시 쉬며 아침을 간단하게 먹었다.

 

보성 수국이 유명하다고 해서 전라도로 바로 향하려다 공주 유구로 목적지를 바꾸었다.

 
 

몇 년 전 코로나가 한창 퍼질 때 처음 가본 이후 처음 가보는 유구였다. 길가에 화사하게 핀 꽃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번에는 어떤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궁금했다.

 
 
 

일교차 때문인지 고속도로에는 옅게 안개가 끼어있었다.

 

충청도는 서울과 가깝기에 그다지 매력이 없는 곳이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인가 충청도가 편하고 가고 싶은 곳으로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

 
 

톨게이트를 통과해 유구 색동 수국 정원으로 갔다. 톨게이트에서 나와 얼마 멀지 않은 곳이었다.

 

예전 기억을 떠올려 전통시장 앞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전에는 주차할 곳이 없어서 유구 하나로 마트 주차장에 주차를 했었다.

 
 

차를 주차한 후 강가로 걸어갔다. 6월에 와야 절정의 수국꽃을 볼 수 있는데 절정을 지났기에 수국이 꽤 졌을 것 같았다.

 
 

수국꽃을 만나기 전 논가 옆 접시꽃을 만났다. 푸른 논 옆의 접시꽃의 색은 더 선명하고 이뻤다.

 
 

수국 정원에 들어서니 아직 지지 않은 수국이 피어있었다.

 

수국축제의 끝물이라 그런지 아직까지는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다만 여유롭게 사진을 찍고자 하는 포토그래퍼들만이 많았다.

 

아빠는 수국의 절정이 지나서 너무 아쉽다고 하시는데 내 눈에는 이 모습도 마음에 들었다.

 

선명한 분홍색이 아니라 꽃 사진이 조금 지저분하게 보일뿐 아직도 길가에는 수국꽃 세상이었다.

 
 

일단 사람이 없으니 너무 좋다.

 

카메라는 총 2대를 챙겨갔다. 하나는 팬택스 보디에 시그마 아트 렌즈를 장착한 카메라, 다른 카메라는 니콘 Zfc였다.

 

상황에 따라 펜탁스와 니콘을 번갈아 사용했다.

 

져가는 수국꽃이 그립고 아쉬워하는 사람들은 일찍 이곳을 방문했다.

 
 

아빠가 고프로로 촬영하고 싶다고 하셔서 내가 챙겨왔는데 목걸이 형태는 너무 폼이 안 난다고 하셨다. 그래서 조금 촬영하시다 어느 순간 가방 안으로 들어갔다.

 

사진작가들 삼각대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는데 어떤 사진을 찍어 내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작가들의 열정이 멀리서도 느껴졌다. 무거운 가방에 삼각대, 그리고 카메라까지. 열정이 없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아트 렌즈로 찍으니 눈으로 보는 것보다 확실히 더 색이 진하게 나왔다.

 
 

아트 렌즈로 인물을 찍으면 얼굴이 너무 노랗거나 붉게 나오는데 꽃만 찍으니 실제보다 더 실감 나게 사진을 만들어 주었다.

 
 
 

맑은 하늘이 그리운 날이었다.

 

수국꽃 위로 걸린 가랜더의 글귀가 마음에 들어왔다. 꽃이 있는 곳에는 그 어떤 글을 가져다 놔도 아름답게 보이는 것 같다.

 

아빠는 처음에 수국이 많이 져서 아쉽다면서도 아름다운 꽃을 볼 때마다 발걸음을 멈추셨다.

 
 
 

강길을 따라 계속 걷는 것도 좋지만 우리는 수국이 있는 곳만 구경했다.

 
 

어떻게 찍으면 마음 속 깊이 꼭 박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이리저리 찍어봐도 내눈에는 다 비슷한 구도의 사진이었다. 사진은 내인생의 계륵이었다. 손을 놓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잘 찍지도 못하니.

 

사람이 많다면 눈치껏 찍어야 할 가랜더의 글도 기다림없이 찍을 수 있었다.

 

포토 스팟도 비어 있어서 찍고 싶을 때 기다림없이 사진을 찍었다.

 
 
 
 

날이 조금만 더 시원하면 좋겠는데 아침 시간이었지만 습하고 더웠다. 이제 진짜 여름인가 보다.

 

오두막에 올라 잠시 쉬었다. 시원한 바람이 그리웠다.

 

아름다운 꽃에 취해 등이 다 젖도록 사진을 찍었다.

 
 

똑같은 사진도 미묘하게 다르게 보이기에 모델인 아빠에게 다양한 표정과 포즈를 주문했다.

 

수국을 보고 있으니 이 초여름이 가고 있음이 느껴졌다.

 
 

둑에 서면 수국 꽃 뒤로 유구 시내가 보였다.

 

논 내음이 좋았다.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향긋함이기에 이 냄새는 내가 여름 하면 떠오르는 향수였다.

 
 

이제 볼 만큼 본 것 같은데 뭔가 아쉬웠다.

 

다시 둑 아래로 내려가 사진을 찍기로 했다,

 
 

제2회 수국 정원 사진 공모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나도 출품해 볼까 생각이 들었지만 작가분들이 많이 낼 것 같아 부러운 시선으로 플래카드만 바라보았다.

 

둑 아래로 내려왔다. 우리는 공원을 한 바퀴 돈 후 다시 원점으로 왔는데 아직도 공원은 조용했다.

비석 앞도 한산해서 어찌 보면 쓸쓸해 보였다.

 
 

같은 장소도 어떤 카메라를 사용하냐에 따라 전체적인 느낌이 달라진다. 펜탁스의 색감이 너무 좋아 20대 때부터 사용했다. 니콘은 촬영 당시의 색감보다는 보정했을 때의 느낌이 더 좋았다.

 
 

카메라를 바꾼 후 아빠랑 같이 셀카를 찍는 횟수도 더 늘었다.

 
 
 

아빠랑 나의 관심 시간은 딱 2시간이기에 점점 꽃에 질려가고 있었다.

 

함께 하기 때문에 좋고 그 시간이 소중하지 않을까. 가랜드의 글귀가 내 마음에 돌을 하나 던져주고 갔다.

 
 
 

이제는 무엇을 찍어도 비슷하게 보이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열심히 찍었다.

 
 

우리는 징검다리로 향했다. 큼직한 돌의 징검다리였다.

 

징검다리 사이사이로 맑은 물이 흘렀다.

 
 

완연히 여름이었다. 예년 같은 여름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름이라 좋았다.

 
 

징검다리에서 돌아와 벤치에 앉아 잠시 허기진 배를 채웠다.

 

시골 담장 어디를 둘러봐도 천사의 나팔 같은 능소화가 펴있었다.

 
 

창고에 그려진 수국 그림은 과하지 않고 단아했다.

 

전통시장 주차장에 다다르니 창고 같은 건물의 벽면에 베틀을 짜는 벽화를 볼 수 있었다.

 
 

건물 사이의 핑크빛 길은 꿈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두 번째로 온 유구였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고 즐거웠다. 또 수국꽃이 필 때가 되면 유구가 생각날 것 같다. 수국 하면 유구가 아닐까.

https://youtu.be/g6R55vUDg9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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