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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화순적벽을 가려고 했는데 버스 시간이 안 맞아서 화순 2경인 운주사로 향했다. 드라마 '모범택시 2'에도 나오고 '손현주의 간이역'에도 나온 능주역이 금호리조트에서 운주사로 가는 길에 있기에 능주역에 잠시 들렀다 가기로 했다. 체크아웃이 11시라 11시에 맞춰서 리조트에서 나왔는데 해가 뜨거웠다. 차는 햇빛을 받아서 차 대시보드에 손을 대면 손에 화상이 입을 정도로 뜨거웠다.

 
 

금호리조트 화순에서 나와 시골길을 한참을 달렸다. 그리고 국도로 갈아타고 능주역으로 향했다.

 
 

능주역에 도착하니 역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보통의 간이역이었다.

 

방문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았다. 시골 간이역에는 아빠와 나, 둘뿐이었다.

 
 

역무원이 없는 역인 것 같다. 역에서는 표를 판매하고 있지 않았다. 사람의 인적이 끊긴 것 같은 적막감이 흘렀다.

 
 

이곳에서는 나주, 함평, 목포로 갈 수 있고 또한 부산으로도 갈 수 있었다. 하루에 몇 대 다니지 않는 간이역이다 보니 여객운임표에는 빈 공간이 많았다. 군대 가기 전에 여수에서 목포까지 기차를 타고 갔던적이 있는데 아마 그때 이 역을 지났던 것 같다. 요즘 티브이에 한두 번 나오다 보니 눈에 익은 역이었지만 예전에는 시골에 있는 흔한 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능주역이 유명한 이유는 능주역을 안내하는 안내판이 특이하기 때문이다.

 

티브이에서 봤던 그 모습을 바로 앞에서 보니 신기하고 가슴 뛰게 반가웠다.

 

안내판 옆에 있는 나무 의자는 간이역 자체의 감성을 더욱 높여주었다.

 

날이 너무 뜨거워서 타들어갈 것 같았지만 그래도 웃으며 아빠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웃고 있지만 웃음이 안 나오는 뜨거움이었다.

 

능주역 표지판을 보니 연예인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없이 길게 펼쳐진 철길과 플랫폼. 마음속 깊이 잠들어 있는 감성을 톡톡 건드는 것 같았다.

 

아빠는 기차를 좋아하는 내가 이해가 안 되시는지 한숨을 푹푹 쉬시면서 덥다고 다시역으로 돌아가셨다.

 

점점 이런 작은 역들 이 사라지고 있으니 이렇게라도 방문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나도 어디를 가더라도 먼저 KTX를 타지 무궁화호나 새마을호는 꺼리게 된다. 느림의 여행을 해야 하는데 이젠 느리다는 것이 점점 싫어지고 있는 것 같다.

 

들판 위에 있는 역이 쓸쓸하게 보였다.

 

뒤돌아서서 가야 하는데 자꾸 발길이 안 떨어져서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아무도 없는 간이역 앞 광장은 쓸쓸함만이 남아 있었다. 사람들이 북적였을 광장은 이제는 어쩌다 찾아오는 관광객만 맞이했다.

 
 

기차역에서 내리면 바로 마을로 이어지는, 마을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기차역은 이제는 겨우 명맥만 유지하며 언제 사라질지 기다리고 있었다.

 

능주역을 나와 다시 운주사로 향했다. 국도로 들어서기 위해 길을 나서는데 철길 건널목이 보였다. 철도 신호기는 하루에 몇 번 종을 울리며 움직일까. 더운 여름 철도 신호기도 나른한지 팔을 올리고 쉬고 있었다.

 
 

다시 국도로 들어와 운주사로 갔다. 운주사로 가는 길 다시 만난 철길. 빠름의 시대에 맞지 않는 간이역들. 내 몸은 편함을 추구하지만 내 감성은 아직 90년대, 2000년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자꾸만 사라져 가는 간이역이 아쉽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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