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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마나 와투 쿠룽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일박에 10만원 정도로 우리 예산에서는 비싼 금액이나 이 리조트에서는 가장 저렴한 방이었다. 그래도 조식 포함 10만원이면 나쁘지 않은 금액이었다. 프라이빗한 수영장과 선베드는 없지만 문만 열고 나가면 바로 공용 수영장이 있기 때문에 언제든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었다. 프라마나 와투 쿠룽의 경우 대부분 풀빌라이기 때문에 공용 수영장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가끔 사진을 찍기 위해 오는 사람이라고 해야할까.

 

쿠타와는 확실히 아침공기가 달랐다. 정글 속이다 보니 공기부터 깨끗한 느낌이 들었다. 우붓 시내도 쿠타 시내만큼 복잡하지만 시내를 조금 벗어나니 조용했다.

 
 

아침을 먹고 숙소 곳곳을 또 구경했다. 와! 사람들이 왜 우붓우붓 하는지 이번에야 알 것 같았다. 전에 왔을 때는 우붓이 지루하고 따분한 곳 이었는데 이번에 왔을 때는 힐링이란 말이 머리 속에 저절로 떠올랐다.

 
 

수영장에 가서 물을 만져보니 차갑다. 아직 수영하기에는 이른 것 같았다.

 

수영장이 넓지는 않지만 깊이가 꽤 되어서 170센치미터가 조금 넘는 내가 서있으면 물이 입근처에서 찰랑거렸다.

 
 

식당에서 바라본 풍경도 좋지만 수영장에 앉아서 보는 풍경은 더욱더 좋았다. 매일매일 보고 싶은 풍경이라고 해야할까. 그냥 이 순간이 현실같지 않게 느껴졌다. 통잔의 잔고는 점점 줄어가지만 행복은 그에 반비례해서 커지는 것인지 아무튼 잠깐의 시간이기에 이 모습이 더욱더 행복하게 다가왔다. 일상이 된다면 이 풍경도 지겹지 않을까.

 

아침에 밥을 먹는데 메니저급으로 보이는 직원이 오더니 우리에게 방을 업그레이드 해줄 테니 바꿀 생각이 있으면 전화해 달라고 했다. 방에 들어와 옮길까 말까 고민을 하다 우선 방을 보고 옮기겠다고 말을 했다. 직원은 우리에게 본동에서 조금 떨어진 아티스트 빌리지라 불리우는 풀빌라 방을 보여주었다. 갈등이 되었다. 일박에 20~30만원 정도 하는 방이기에 옮길 것인가 아니면 그냥 있을 것인가. 풀빌라가 좋기는 한데 본동과 떨어져 있기도 하고 멋진 풍경을 못보게 되는 점이 아쉬웠다. 고민을 하다가 결국엔 전화로 방을 바꾸겠다고 했다. 급하게 짐을 다시 정리했다.

 

캐리어와 다른 짐들은 다른 직원이 옮겨준다고 했다. 프론트에서 버기카를 타고 아티스트 빌리지로 갔다. 걸어가도 얼마 멀지 않은 거리였다. 그런데 중간중간 떠돌이 개들이 돌아다녀서 나 혼자는 무서워서 못돌아다닐 것 같았다.

 
 

전반적으로 이 리조트 자체가 조용한 편인데 이곳은 풀빌라다 보니 더 조용했다. 풀빌라 입구에 직원이 계속해서 상주하고 있기 때문에 불편한 사항을 바로 바로 조치해 주었다. 풀빌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작은 연못이 있었다.

 
 

아티스트 빌리지는 대략 7~8동의 풀빌라로 이루어져 있다. 나갈 때는 자물쇠로 문을 잠그고 나가고 들어오면 나무 걸쇠로 문을 잠그면 되었다.

 
 

전체적으로 방이 어두웠다. 큰 침대 하나가 방 가운데 있고 나머지 공간은 여유로웠다. 다만 조명을 켜도 방이 전체적으로 어두운 느낌이 들었다. 이점이 꽤 불편했다. 그리고 이곳 티비는 선명하게 잘나왔는데 와이파이가 잘 안되서 방을 옮기 후 몇 시간 동안 계속 직원과 전화 통화를 했어야 했다. 아무튼 이곳도 먼저 있던 곳도 쉽게 쉽게 넘어가는 것이 없었다.

 

화장실은 외부에 있는데 오픈된 공간이라 조금 민망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밤에 화장실 갈 때는 무섭기도 했다.

 

가운과 금고, 드라이기, 라운더리 바구니도 화장실이 있는 외부에 있었다.

 

이곳에도 물은 총 4병이 제공되었는데, 항상 화장실에 2병이 있었다. 다른 블로거의 글을 보니 발리 자체가 물이 좋지 않기 때문에 화장실에 있는 물로는 이를 닦을 때 사용하는 물이라고 했다. 우리는 그냥 목마를 때 마다 그냥 벌컥벌컥 마셨는데 물에 민감하신 분은 호텔에서 제공하는 물로 이를 닦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화장실과 샤워실이 붙어 있고 샤워실 옆에는 돌로 만들어진 욕조가 있었다. 그리고 작은 수영장이 있었다.

 
 

비가 와서 그런 것일까 선베드의 매트가 세워져 있었다. 제일 먼저 선베드의 매트를 선배드에 끼웠다.

 

로열 파타 마하의 경우는 수영장 앞이 뚫려 있어서 답답한 느낌이 없는데 이곳은 사방이 벽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는 편안함을 느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답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건물은 궁전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풀빌라다 보니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쓸 필요가 없는 점이 너무 좋았다. 담장 넘어로 가끔 옆 방이 보이기는 했지만 사생활이 어느정도 보장되는 점이 좋았다. 전에 있던 방은 침대가 어느정도 딱딱해서 목도 안아프고 잠자리가 편했는데 이 곳의 침대는 토퍼가 라텍스인지 누우면 쑤욱 아래로 꺼져서 불편했다. 목디스크가 있기에 침대 매트가 어느정도 딱딱한 것을 선호하는데 이곳 침대는 너무 부드러워서 이곳에서 4박을 하면서 잠을 편하게 못잔 것이 아쉬웠다. 오히려 선베드의 매트가 나한테는 더 잘맞았다.

 

풀빌라에 왔으니 수영장부터 들어가 봐야 하지 않을까.

 

이곳도 물이 차가웠다. 살짝 발만 넣어 보았는데 물이 너무 차가워 물 속에 들어가는 것이 망설여졌다.

 
 

물이 차갑기는 하지만 물 속에 들어가서 놀면 금새 차가움을 잊을 수 있었다.

 
 

수영장이 크지 않다 보니 잠시 더위를 식히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선베드가 아닐까.

 
 

선베드에 누우면 담장 넘어로 보이는 것은 하늘 밖에 없었다. 선베드에 누워서 지나가는 구름도 보고 지나가는 비행기도 보고 심심하면 책도 보다 잠도 자다 많은 시간을 이 선베드에서 보냈다.

이번 여행을 가면서 비포 선라이즈라는 영화책의 스크립트를 가지고 갔다. 처음 읽는 책은 아닌데 매번 읽을 때 마다 느껴지는 것이 달랐다. 20대 때의 이 책은 참 지루하고 방구석에 던져 버리고 싶었다. 30대 때는 아주 조금 두 주인공의 감정이 이해되는 것 같았다. 이번에 책을 읽을 땐 마음 한 구석이 벌렁거리고 요동쳤다.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많았다. 책을 읽으며 줄을 잘 안 긋는 편인데 이번에는 읽으면 마음가는 곳에 빨간줄을 쫙쫙 그었다.

 
 

집에서 가져온 튜브가 없었으면 풀빌라에서의 수영이 재미가 없었을 것 같다. 튜브에 몸을 맏기고 넷플릭스를 보거나 노래를 들었다. 이렇게 한량처럼 시간을 보내면 한두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8자 튜브는 인터넷으로 구매하고 도넛 튜브는 저번에 해수욕장에 놀러갔다 주은 것인데 이 튜브는 동해바다에서 발리까지 오게 되었다.

 

팔에는 팔자 튜브를 다리에는 도넛 튜브를 끼고 누워있으면 물의 흐름에 따라 내 몸도 이리 저리 흘러 다녔다.

 

저녁 6시쯤 되면 직원이 와서 모기향을 문앞에 놓고 갔다. 대신 모기향 받침대가 없어서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고 위험해 보였다. 건물 전체가 나무인데 모래받침 같은 것이 없으니 왠지 불안해 보였다.

 
 

우리는 아티스트 빌리지 첫 집이라 약간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것이 신경쓰였다. 방은 번호 대신 이름으로 불리었는데 나르마다였다. 조식을 먹거나 석식을 먹을 때마다 방이름을 말하다 보니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숙소 이름이 입에 붙었다.

 

아티스트 빌리지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도 열대식물들이 심어져 있어서 삭막한 느낌이 없었다.

 

안쪽 방이 더 조용하고 프라이빗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았다. 우리야 업그레이드해서 왔으니 딱히 불만이 없는데 내가 돈을 내고 예약했으면 조금 더 조용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안쪽으로 배정해 달라고 할 것 같았다.

 

정글 속에 버려진 왕궁인 앙코르와트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과연 모든 방이 다 꽉찼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곳에서 4일간 생활하면서 우리 숙소 앞에 사는 호주에서 온 할머니 빼고는 거의 사람을 못봤기 때문이다.

 
 
 

아티스트 빌리지가 크지 않은 편이라 내부를 구경하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진짜 사람에게 지친 사람들에게 딱 맞는 휴양시설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다 보면 금새 하루가 지나갔다.

 

새벽에 바투르 화산 일출투어를 가기 위해 새벽에 일어났다. 밤새 비가 내렸나 공기가 눅눅했다.

 

픽업기사를 기다리기 위해 아티스트 빌리지 로비에 나왔는데 직원도 호텔 본동으로 옮겨 갔는지 아무도 없었다. 너무 적막하면서 무섭기도 했다. 길가에서는 개 울음소리가 들렸다.

 
 

픽업 기사가 왔는지 확인하거 펜스를 밀고 밖에 나갔는데 떠돌이 개의 짓는 소리 때문에 무서워서 바로 펜스를 다시 치고 안으로 들어왔다. 아무튼 밤거리는 떠돌이 개들로 무서웠다.

 
 

풀빌라가 좋기는 하지만 답답한 느낌이 있어서 아침에 밥먹으로 오는 길이 너무 좋았다. 특히 탁 트인 공영수영장의 풍경은 매일 봐도 지루하지 않았다.

 
 
 
 

공영 수영장 옆으로 개인 수영장이 없는 방들이 4~5개 있었다. 아마 이 방에서 머무는 사람들이 공영수영장을 이용하고 대부분은 풀빌라에서 지내기 때문에 수영장에 오는 사람들이 없었다.

 

우리가 처음 배정 받은 방은 너무 사람들이 드나드는 공간이라 불편하고 개인 공간이 없었는데 이곳은 작은 공간이지만 개인 공간이 있었다.

 

매일 직원이 피워놓은 향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버기카를 타고 갈까 하다 날이 좋기에 소화도 시킬 겸 호텔 본동에서 아티스트 빌리지까지 걸어서 갔다.

 
 

호텔과 마을 사이 논이 이었다. 농부는 어디 갔는지 농사 장비만 논두렁에 두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길가의 야자수에는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어슬렁어슬렁 지나다니는 큰 개만 없으면 참 좋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종종 동네 주민들이 지나가면 개들도 눈치를 살살 보면서 사람을 피해서 걸어 갔다.

 

그냥 동네인데 느낌이 좋았다. 여행객의 입장에서 바라봐서 일까.

 

풍경만 다르지 우리나라의 시골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사시사철 꽃과 풀을 볼 수 있는 곳. 그러다 보니 항상 밝고 화사하게 느껴졌다.

 

아티스트 빌리지로 가는 길목에 있는 자동 점등 전구가 눈에 들어왔다.

 

메인 거리를 걷다 골목으로 꺾어서 조금 더 걸어 들어가야 했다.

 
 

우리 앞에 가는 길거리 강아지 때문에 내몸은 또 다시 굳어졌다.

 
 

밤에는 인기척이 없어서 무섭게 느껴지는 풀빌라이지만 낮에는 직원들이 많아서 그래도 덜 무섭고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뭇잎을 들추면 달팽이가 보였다. 달팽이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1월의 발리는 우기이기에 갑자기 비가 내린다. 비오는 날 수영장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ASMR을 듣는 것 같았다. 빗방을은 거세게 수영장으로 떨어졌다. 춥지만 기분만은 좋았다.

 

수영을 하고 나면 추웠다. 추울 땐 욕조에 따뜻한 물을 가득 받아 목욕을 했다. 집에서 가져간 입욕제를 사용하기도 하고 호텔에서 제공하는 소금이나 거품이 잘 나는 입욕제를 이용했다.

 

언젠가 화장실을 갔다 오는데 발에 뭐가 묻어서 뭐지라고 생각하고 발을 닦았는데 어느날은 뭔가 우지직하는 소리가 발바닥에서 났다. 발바닥을 바닥에서 때니 손가락만한 벌레가 뭉게져 있었다. 직원에게 벌레가 있다고 전화를 하니 아주 쿨하게 바닥만 닦고 갔다.

 

이곳에서 5일 있으면서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곳이 이 풍경이었다.

 
 

매일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는데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우리의 SNS를 보는 사람은 아마 지겨웠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호텔 본동에서 자전거도 빌릴 수 있나 보다. 자전거를 타고 아티스트 빌리지까지 가려다 이날도 걸어서 갔다.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인데 걸어서 가는 투숙객은 없는 것 같았다.

 

풀빌라에 있다보니 걸을 일이 없었다. 짧은 거리이지만 이렇게 걷는 것이 좋았다.

 
 

걸으며 동네 주민과 눈인사를 하기도 했다.

 

날이 덥다 보니 개들도 아무 곳이나 누워있었다. 실수로 자는 개를 밟을까 걱정이 되었다.

 

공용 수영장에서 한참을 놀고 오니 방은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가끔 직원이 샴푸, 린스, 바디 워시 등을 잊고 안주고 가는 경우가 있어서 항상 숙소에 들어온 후 확인을 해야 했다. 풀빌라고 업그레이드 되는 바람에 우리의 여행이 갑자기 업그레이드 된 것 같아서 좋으면서 이런 요행을 또 바라게 되는 것이 아닐까 마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다. 다음에 내돈 내고 당당하게 숙박을 해야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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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rrqcYcHqwi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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