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전날과 다르게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왠지 비도 올 것 같고, 전날 한림공원에 갔던 것이 무리였을까? 아침에 일어나는데 몸이 너무 무거웠다. 일정없이 온 여행이기에 오늘은 뭐하며 시간을 보낼까 아침부터 고민이 되었다. 아빠도 몸이 힘드시다고 오늘은 가까운 곳에서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고 하셨다.
밖에 나오니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날은 맑았으나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차가웠다. 전날 따스했던 공기가 밤사이 차갑게 식어 버렸다.
오늘은 용두암을 지나 카페거리까지 가보기 했다. 제주도 올 때마다 관덕정 앞을 수없이 지나다녔으나 한번도 관덕정에 가본적이 없었다. 한번을 관덕정 앞을 지나기에 들어가 보려고 했으나 코로나로 인해 휴관이었었다. 이날도 걸어서 관덕정 앞을 지나는데, 한번 하는지 안하는지 보고 갈까 궁금해서 관덕정 입구에 가니 다행히 이날 관덕정 안으로 들어 갈 수 있었다. 입장료가 비싸지는 않으나, 코로나로 인해 입장료는 받지 않고 있었다.
정원의 연못은 제주의 푸른하늘을 담고 있었다. 안에 물고기도 있었던 것 같다.
제주의 날씨는 참으로 적응이 안되는 것 같다. 방금까지 바람이 불고 추웠는데, 또 금새 따뜻해졌다. 매일 아침마다 옷을 어떻게 입고 나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덥다 싶어 얇게 입으면 춥고, 춥다 싶어서 두껍게 껴입으면 또 갑자기 더워졌다. 아무튼 방문객이 많지 않은 관덕정은 우리가 전세를 낸 것 같았다. 사람이 없었기에 사회적 거리두기는 자연적으로 이뤄졌다.
밖에서 봤을 때 보다 관덕정이 꽤 넓었다. 그리고 깔끔하게 관리가 되어 있었다.
관덕정 한쪽에는 귤나무 정원이 있었다. 우리가 평소에 먹는 귤과 비싸다는 한라봉, 레드향 등의 귤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이렇게 못생긴 귤은 무엇일까? 이런 귤은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유자같이 생기기도 하고, 아무튼 색이 진한 노란색을 띠고 있어서 너무 이뻤다.
제주시내 한복판에 이렇게 조용한 장소가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잠시 도시에서 벗어나서 느림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제주도가 조용한 섬이기는 하지만 사람이 사는 제주시는 사람들로 인해 북적북적 거리는데, 이곳만큼은 북적이지 않고 고즈넉했다.
관덕정을 나와 관덕정 앞에 있는 거대한 건물(?)로 갔다. 나는 처음에 이 건물이 관덕정인지 알았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 너무 많이 보았던 건물이기에 너무나 익숙했다.
이곳에서 과거에 무엇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청의 알록달록함이 푸른 하늘과 대비되어 보였다.
관덕정을 구경한 후 다시 바닷가쪽으로 걸어서 갔다. 구도심인 이곳은 1980년, 90년대를 연상시키는 건물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어릴적 동네에서 보았던 건물들, 나도 모르게 정감이 갔다. 저 나무 위의 열매는 왜 따지 않았을까? 지나가는 새들을 위해 남겨두었을까? 주인은 게으른 사람일까? 아니면 배려심 있는 사람일까? 나무를 보며 별별 생각을 다 해보았다.
우리 숙소 쪽에서 이곳에 오려면 버스를 타고 오려면 버스를 너무 오래기다려야 하고, 택시를 타자니 돈이 아까운 것 같고, 그냥 걷는데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지나가는 길에 제주 시티 버스를 볼 수 있었다. 그냥 시티버스를 타고 다닐걸 그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닷가에 도착하니 방파제 넘어로 무시무시한 파도가 방파제를 집어 삼키고 있었다.
제주에 여러번 왔지만 이렇게 성난 파도는 처음 보는 것 같다. 간혹 파도가 높게 일어 육지를 때리면 물이 도로까지 넘어오기도 했다.
바람소리와 파도소리가 너무 무서웠다. 바람을 타고 바닷물이 안경에 달라 붙었다. 비가오지 않는데, 안경은 비가 오는 것 같이 느껴졌다.
용연계곡으로 가는 길 바람은 계속 거칠게 불고 파도는 계속 육지를 넘보고 있었다.
다리 위에 서있는데, 바람에 날라갈 것 같았다. 왜 그리 다리는 출렁거리는지, 바람과 사람의 걸음으로 인해 출렁다리는 더욱더 출렁거렸다.
몇 달전 이곳에 왔을 때 거울처럼 맑은 바다를 볼 수 있었는데, 파도가 바다의 쓰레기를 육지로 밀어내고 있었다. 사람이 버린 쓰레기는 바다를 돌아 다시 사람에게 돌아오는 것 같았다. 아름다운 계곡은 없어지고 쓰레기만 둥둥 떠다니는 쓰레기 계곡이 되어 버렸다.
출렁이는 다리 위에서 아빠는 점프를 하셨다. 나중에 점프사진만 모아서 영상을 만들던지 아니면 하나의 사진으로 만들던지, 점프샷만 모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심하게 바람이 불고 있지만 비행기는 쉴세 없이 제주 공항으로 착륙을 하고 있었다.
아직 여행 초반이라 그런지 이런 모습까지 다 아름답게 보였다.
용두암에 도착했을 때 사람이 조금 있어서 멀리서 용두암만 잠깐보고 다시 가던 길을 재촉했다.
코로나 시기에 제주에 온 사람들은 제주를 어떻게 기억할까? 마스크를 쓴 하루방, 마스크를 착용하고 찍은 사진들 모든게 마스크, 방역을 땔 수 없는 것 같았다.
용두암을 지나 해안길을 따라 걸어갔다. 예전에 이곳에 왔을 때는 비가 부슬부슬 내렸던 것 같다. 오늘은 왜 그렇게 바람이 심하게 부는지, 이곳에 오는 날은 항상 날이 좋지 않은 것 같다. 날이 좋지 않았지만, 해안도로를 따라 걷는 사람들이 많았다. 운동삼아 나온 동네주민들 부터 올레길을 걷고 있는 관광객까지.
어디선가 엔진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면 손에 잡힐 것만 같은 거리에 비행기가 낮게 날았다.
바람은 옆에서 나의 뺨을 사정없이 때리고 있었다. 아빠는 후드모자를 뒤집어 써서 눈사람같이 변하셨다. 나는 모자 쓰는 것이 싫어서 그냥 걸었더니 얼굴에 약간의 미열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투썸용두암점에 도착했다. 이곳에 오고싶었던 이유는 착륙하거나 이륙하는 비행기를 카페에 앉아서 볼 수 있다는 블로그를 보고 왠지 제주여행 중 한번은 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2층으로 올라가니 벌써 창가쪽 자리는 빈자리가 없었다. 그러나 창문이 통창문이다 보니 멀리서도 밖을 보는데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3층 루프탑은 사진 명소로 유명한 곳이였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 보았다. 오! 생각보다 계단이 무서웠다. 특히 이날은 바람이 많이 불다 보니 균형을 잡고 안정적으로 올라가기 힘들었다.
위에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아래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높게 느껴졌다. 그리고 난간이 없기에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찍으면 얼마나 이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국의 계단 뿐만 아니라 천사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아빠에게 계단 위로 올라가라고 하니 무섭다고 하셨다. 특히 포즈를 이렇게 저렇게 취해달라고 말을 하니, 무서워서 못하겠다고 하셨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대강 사진찍고 가면 아쉬울 것 같아서, 나는 아빠한테 이 포즈, 저 포즈를 취해달라고 했다.
무서움은 잠깐이지만 사진은 영원하닌까 말이다.
잠깐이지만 바람때문에 너무 춥게 느껴졌다. 그래서 사진만 찍고 다시 2층으로 내려왔다. 창가 옆에 마사지 기계도 있었다. 아마 10분에 2,000원이였던 것 같다.
여행오면 노트에 그림을 한번 그려보고 싶었다. 잘그리지는 못하지만 노트에 펜으로 끄적끄적 그림을 그려보았다. 아빠는 후드티입은 사람이 괴물같다며 나를 놀렸다. 아직은 많이 미흡하지만 언젠가 잘 그릴날이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이것저것 하는 사이에 후드티를 입은 남자가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 남자가 떠나자 마자 잽싸게 창가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지나가는 비행기를 찍기 위해 고프로를 설치했다.
창문 넘어로 비행기가 지나갔다. 비행기의 바퀴까지 보였다.
3층 옥상으로 올라가서 지나가는 비행기를 보았다. 진짜 내 머리 위로 지나가는 비행기를 보고 있으니 이곳이 천국같이 느껴졌다.
홍콩영화를 보면 도심 위로 비행기를 지나가는 장면이 꽤 나온다. 어릴적 홍콩영화를 보면서 홍콩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던 적이 있다. 홍콩과 같은 풍경은 아니지만 내 머리 위로 지나가는 비행기를 보고 있으니, 홍콩 영화가 생각이 났다.
비행기 착륙하는 장면에 취해 시간가는 줄 몰랐다. 점점 하늘이 검게 변하였다. 날이 더 안좋아지기 전에 이마트를 들렸다 숙소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카페에서 나왔다.
이마트에서 간단하게 장을 본 후 또 무거운 짐을 낑낑대며 들고 왔다.
저녁식사는 이마트에서 사온 음식을 먹었다. 하루종일 한 것은 많지 않았지만, 내 머리 위로 지나가는 비행기를 본 것만으로도 너무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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