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차노에서 이틀을 보내고 이제 이탈리아 남부인 시칠리아로 넘어가는 날이다. 오늘은 하루 종일 기차를 타야 하는 일정이라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도 쉽지 않은 여행이 될 것 같았다.


이탈리아 빵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맛있는 것 같다. 고소하고 달달한 맛이 좋았다. 한 2주 넘게 빵을 먹으니 매콤하고 자극적인 한국 음식이 살짝 그립기는 했다. 예전에는 빵만 먹고도 잘 살 수 있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유독 가끔씩 한국 음식이 당겼다.


밥을 다 먹고 호텔 옆에 있는 공터로 가서 꽃 사진을 찍었다.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기차를 타는 시간은 3시라 오전 시간에 뭘 하는 것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체크아웃을 하고 어제 갔던 곳으로 갔다. 잠깐 케이블카만 타고 그냥 내려오려고 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데 이곳은 겨울 왕국이었다. 아랫동네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이곳은 눈이 소복이 내리고 있었다.




나무 위에도 눈이 소복이 내려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올라오는 길 눈보라로 인해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았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리니 이곳은 눈이 쌓여서 하얀 세상이었다. 아빠가 입은 원색의 옷과 빨간 우산이 유독 두드러지게 보였다.


첫날 도착해서 왔을 때는 어색했고 어제는 정신없이 일정을 소화하느라 이곳을 볼 여유가 없었고, 오늘에서야 이곳을 천천히 감상할 수 있었다.





내리는 눈이 카메라에 찍힐 정도로 눈발이 굵었다.


케이블카 옆에 있는 정원이 이쁜 호텔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길은 눈이 소복이 쌓여 새하앴고 그 누구도 밟지 않아서 눈이 깨끗했다.
우리가 처음으로 이곳에 들어와 눈도장을 꾹 하고 찍어 보았다. 우리는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볼차노 시내로 내려갔다.


친구와 만나기 위해 기차역으로 갔다. 기차역 주변은 구름이 짙게 깔려서 주변 산이 보이지 않았다.



친구와 함께 방문한 곳은 로아커 카페였다. 이곳에서 로아커 과자가 시작되었다고 하니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갔을 땐 100주년 기념 안내 문구가 이곳저곳에 붙어 있었다. 커피 가격은 일반적인 카페와 거의 비슷해서 비싸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다.





신기한 것은 커피를 주문하면 물을 같이 주는 것이었다. 입을 헹구는 용도인지 아니면 목마를 때 먹으라는 물인지는 모르겠지만 목이 말랐는데 물이 같이 나와 너무 행복했다.



카페는 로아커 본점치고는 작았다. 테이블이 많지 않아서 손님이 많을 때는 기다렸다 자리에 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로아커 카페에서는 로아커 과자도 함께 구매할 수 있었는데 어린이 고객이 많았다. 아이들이 바구니를 들고 기뻐하며 과자를 담는 모습이 귀여웠다.





다양한 로아커 상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우리도 기차에서 먹을 과자를 두 개나 샀다. 결국엔 기차에서 못 먹고 한국까지 가져오기는 했지만.


우리는 볼차노 역에서 3시 12분에 출발하는 나폴리행 고속 열차였다. 기차는 선로에 미리 들어와 있었지만 아직 탑승을 하지 않고 있었다.


아직도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기차역 안에는 매점이 한 곳 있는데 그곳에서 담배를 팔고 있었다. 연초뿐만 아니라 전자 담배도 파는 것이 신기했다. 특히 Fiit이나 테리아 같은 전자 담배를 팔고 있어서 반가웠다.


열차 탑승 시간이 가까워져 플랫폼으로 올라갔다. 기차 문은 열려 있어서 바로 탑승이 가능했다.



유럽 열차는 다 좋은데 타는 곳이 항상 계단이라 사람들이 문 앞에 줄을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부분이 불편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신칸센이나 일본의 기차가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훨씬 더 이용하기 편리한 기차 같았다.



출발 시간이 되었는데도 기차는 출발하지 않고 계속 대기 상태로 있었다. 로마에 도착해서 3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으니 여기서 조금 연착해도 별 무리 없이 다음 열차를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기차는 2시간이나 출발을 하지 못하고 기차역에 멈춰있었다. 결국 2시간이 지난 5시에 출발을 했다. 그래도 한 시간 정도의 여유시간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차가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조금씩 연착이 되었다. 그래서 결국에는 3시간 넘게 연착이 되었다. 우리는 걱정이 되었다. 다음 기차를 과연 탈 수 있을 것인가.


로마에 도착하기 전 승무원이 우리에게 오더니 자기들이 시칠리아로 가는 기차를 30여 분 정도 연착시킬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가 내릴 플랫폼과 타야 할 플랫폼을 알려주었다. 우리는 로마 역에 도착해서 숨이 넘어가라 달렸다. 캐리어를 끌고 큰 가방을 메고 셋이서 로마 테르미니 역을 전력 질주를 했다. 그래서 겨우 기차에 탑승할 수 있었다. 기차에 타니 땀이 흥건했다. 온몸이 끈적거렸다.


원래 기차나 비행기에서 잠을 못 자는 편인데 이번에는 너무 힘들어서 그런지 꿀잠을 잤다. 한두 시간 깊은 잠을 자고 나니 몸이 조금은 개운해지는 것 같았다. 아직 주변은 어두웠다. 기차는 이탈리아 남부 지역을 달리고 있었다. 메시나에서 기차는 분리가 되어 배에 실리고 있었다.


잠결에 밖을 보니 기차는 배 안에 들어와 있었다. 차장에게 언제 오면 되냐고 물어본 후 갑판으로 올라갔다.



여객선이라 안에 이렇게 앉을 수 있는 자리도 있었다.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을 빼서 마셨다. 잠이 조금은 달아나는 것 같았다.



밖으로 나오니 이탈리아 본토와 시칠리아가 동시에 보였다. 우리나라 같으면 다리 하나를 지어 그냥 지나갈 텐데 이곳은 아직도 기차를 배에 실어 옮겼다.



구름이 짙게 깔려서 일출을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사람들은 피곤한지 갑판에서 스트레칭을 하거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많았다.



배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은 20여 분 밖에 되지 않았다. 배가 시칠리아 쪽에 접근하려고 하기에 다시 기차로 내려갔다.


예전에는 이것보다 더 긴 기차를 배 안에 넣은 것 같은데 이번 기차는 조금 짧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칠리아를 가지 않는다면 느낄 수 없는 기차여행의 감성이었다.


아빠도 잠이 좀 깨셨는지 기차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으셨다.


아침에 빵을 준다고 들었는데 차장이 우리에게 주고 간 것은 음료 하나, 과자 하나, 그리고 커피 한 잔뿐이었다.


아빠는 피곤하시다며 다시 누우셨다.


1등석 칸은 4인실이었는데 우리 3명이 사용해서 이용하는데 불편함은 없었다.


기차는 시칠리아에 들어와 다시 남쪽으로 향했다.




바다를 따라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날씨만 맑았어도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중해가 자기 빛을 잃고 서해바다 같은 색을 보이고 있었다.


우리는 드디어 출발한 지 19시간 만에 카타니아 중앙역에 도착을 했다. 어제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등골이 싸해진다.


숙소 체크인을 하고 싶었는데 꼭 2시 넘어서 된다고 해서 짐만 맡기고 밖으로 나왔다. 아빠가 배가 고프시다고 해서 그냥 아무 카페나 들어가 빵과 커피, 차를 주문했다. 카페 주인이 동양인이 이곳에 와서 주문을 해서 그런지 약간 당황해하시는 것 같았다. 너무 배가 고파 중심지까지 못 가고 동네 카페로 왔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정신도 좀 차리고 배도 채우고 다시 카타니아 중심지로 향했다.



20여 년 전에 혼자 왔을 땐 카타니아가 무서운 동네같이 느껴졌다. 워낙 이곳에 마피아가 많다는 말을 들어서 그런가 졸아서 다닌 것 같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한 것이 없는 것 같았다. 오히려 더 낙후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마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점 낙후된 소도시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았다.


골목에는 사람이 많이 없었는데 중심지에 있는 광장으로 나오니 사람들이 꽤 많았다.





로마나 피렌체 등에 비하면 촌 동네일뿐이지만 이곳에서는 그래도 제일 번화한 거리였다.


상점도 있고 카페도 많이 있었다.


예전 기억을 떠올려 광장 옆에 있는 시장으로 갔다.


예전과 같은 활기를 느끼지 못했지만 그래도 근 20년 만에 다시 같은 장소에 오니 감회가 새로웠다. 가슴속에 있던 시칠리아의 그리움 같은 것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조금 더 일찍 왔으면 생선 시장도 볼 수 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시장 옆에는 작은 공원이 있었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따스했다. 춥고 눈이 오는 볼차노에 있다가 시칠리아에 오니 극과 극을 경험하는 것 같았다.


아빠가 좋아하는 다양한 식물들도 있었다.



광장 앞 성당에 들어가 이제 며칠 남지 않은 여행을 안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한 가지 소원을 더 빌었다. 부자 되게 해달라는 시답잖은 소원을.





교회에서 나와 광장을 돌아다니니 정오가 넘어가고 있었다. 아까 카페에서 빵 한 조각씩 먹었기에 배가 다시 고팠다. 그래서 사람이 많아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이곳의 시그니처 음식인 생선 세트를 주문했다. 내가 생각했을 때는 생선구이 3가지가 나올 줄 알았는데 염장된 생선 조각이 나와서 순간 당황스러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오징어튀김 세트로 주문할 걸이란 생각이 들었다.



걸어가며 사진을 찍다 보면 체크인 시간이 될 것 같아 호텔 쪽으로 걸어갔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오늘과 내일뿐이었다. 그래서 내일은 에트나 화산을 가거나 좀 시칠리아를 느낄 수 있는 곳을 가고 싶었다.





호텔에 도착하니 바로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아고다의 평점이 별로라 걱정이 되었으나 방도 크고 깔끔했다. 일단 씻고 나나 살 것 같았다. 잠이 소르르 왔다.



숙소는 'ㅁ'자 모양으로 되어 있었다. 가운데는 정원이 있었다.


다양한 식물들을 키우고 있어서 사진 찍기 좋았다.


저녁에 마트에 가기 위해 호텔에서 나왔다. 길가의 나무가 오렌지인 게 신기했다.



낮에도 살짝 할렘 같은데 저녁이 되니 더욱더 할렘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길가에 핀 선인장이 걸어가던 우리의 발걸음을 잡았다.


호텔에서 이것저것 산 후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 어디를 가는 것이 좋을까. 화산은 나만 좋아하는 곳이고 다른 사람들도 만족할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하는데 어디를 가야 할지 결정을 못 내린 채로 잠자리에 들었다.

Piazza Walther, 11, 39100 Bolzano BZ, 이탈리아
Via Platamone, 8, 95131 Catania CT, 이탈리아

'Earth-traveler > Italy'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5 Jan, Feb 1.6 시칠리아에서 로마로 가는 길 (0) | 2025.05.30 |
---|---|
2025 Jan, Feb 1.5 시라쿠사 당일치기 여행 (0) | 2025.05.28 |
2025 Jan, Feb 1.3 볼차노에서 즐기는 돌로미티 여행 (0) | 2025.05.26 |
2025 Jan, Feb 1.2 돌로미티로 가는 길, 이탈리아 볼차노 (0) | 2025.05.22 |
2025 Jan, Feb 1.1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이탈리아 코모에서의 하루 (0) | 2025.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