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어디까지가봤니(아빠와 함께 세계일주)

여름휴가를 다녀온지 벌써 3개월이 지나서야 여름휴가 여행기를 남기는 것 같다. 아직도 1월에 다녀온 미얀마, 발리여행 후기를 아직도 쓰고 있으니, 이건 좀 양호하다고 해야할지.

어릴적 꿈이 조종사였어서 그러다 보니 비행기도 좋고, 그냥 기차는 좋았다. 조종사가 못되면 에어버스같은 곳에서 항공기 제작같은거 하고 싶었다. 아니면 기차 승무원이나, 여행상품개발 같은 일을 하고 싶었는데, 결국 내가 자리잡은 곳은 교실 구석탱이였다. 아무튼 취미는 취미로 남겨두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이번 여름휴가여행은 어쩌다 보니 전국일주가 되어 버렸다. 첫날은 태백에서 보내게 되었다. 아빠 아시는 분이 태백에 살고 계서서 잠시 그 집을 들렸다 갔다. 작은 아파트 단지인데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살았는데, 석탄산업의 하향으로 사람들이 없다고 한다. 오래된 아파트였지만, 단지도 깔끔했다.

지인분 집으로 부터 하이원 추추파크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서울은 계속되는 장마로 맑은날을 볼 수 없었는데, 하늘과 맞닿을 것 같은 이곳에 오니 청명한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체크인을 하기 위해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사무실로 갔다. 코로나 때문인지 한창 바쁠 때인 것 같은 리조트는 한산했다. 오래된 증기기관차가 이곳이 기차를 테마로하는 리조트임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우리는 트레인빌로 예약을 했다. 다른 블로그에서 시설이 너무 오래되서 낙후되었다는 글을 많이 보아서 걱정되었다. 그냥 특별한 곳에서 하루 자본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거라 생각했다. 기차에서 숙박을 하는 것이 한국에서는 흔하지 않는 경험이기에 이것에만 초점을 두었다. 해랑이라는 관광열차가 있기는 하지만 가격이 백단위라 섣불리 예약하기엔 부담스런 가격인 것 같다. 체크인 사무실 벽면에 레일바이크와 스위치백 철도 탑승관련 안내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편의점에서 테라 생맥주 무제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저녁에 한잔하고 싶었는데, 왠지 땡잡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방키 케이스는 노란색 바탕에 추추파크라 적혀있었다.

일반주차장에서 차를 숙소근처에 있는 주차장으로 차를 옮긴 후 짐을 끌고 배정받은 방으로 갔다. 우리는 트레인빌4로 배정받았다. 기차 한칸을 반으로 나눠서 사용하고 있었다. 기차 한칸이 생각보다 길다보니, 반으로 나눠져 있어도 좁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숙소 뒤편 테라스에서 지나가는 스위치백 관광열차를 볼 수 있었다. 테라스에서 본 풍경은 최고급 호텔의 뷰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빼어났다.

때마침 지나가는 기차를 보니 철덕으로 마음이 설레였다. 지금은 이 철길로 승객운송은하지 않지만, 예전에는 청량리에서 출발한 기차는 이곳에서 스위치백이라는 특수 철도 시스템을 이용해 동해로 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길다란 방이 나왔다. 한쪽은 주방이고 침대는 방 깊숙한 안쪽에 있었다.

저렴한 펜션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좀더 특색있게 리모델링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간단한 요리를 할 수 있게 인덕션과 싱크대, 냉장고, 그릇 등이 구비되어 있었다.

침대 스프링이 진짜 스프링인지 앉으면 통하고 튕겨 나갈 것 같았다. 쿠션감은 좋지 않았다. 에어콘이 침대 위에 있다보니 찬바람이 머리로 내려와 한여름에 감기 걸리는줄 알았다. 대신 쇼파에 앉아서 바라보 밖의 풍경 때문에 모든 것이 열악한 이곳의 숙박 점수를 높게 만들어 주었다.

객실에 리조트와 관련된 안내사항 및 주변 맛집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

 갑자기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하니 분위기가 으시시해졌다. 물기를 머금은 풀들은 더욱더 짙은 녹색으로 보였다.

넓은 테라스에 덩그러니 철제 의자와 테이블만 놓여져 있었다. 비가 오기 시작하니 밖에서 차한잔 마시지 못해서 아쉬웠다.

이래저래 관리가 되고 있지 않는 것 같아 보여서 속상했다. 관리만 잘되어도 이색 숙박업소로 꽤 괜찮을 것 같은데, 시설 투자를 안하는 부분이 아쉽게 느껴졌다. 좋은 소재를 가지고서 사측에서 너무 운영을 못하는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강 숙소에 짐을 풀고, 늦은 점심은 집에서 가져온 라면을 끓여 먹었다. 그리고 소화도 시킬겸 리조트 구경에 나섰다.

기차가 테마인 리조트답게 리조트 가운데 꼬마기찻길이 있었다.

그리고 운행을 마친 관광열차를 볼 수 있었다.

관광열차답게 풍경을 구경하기 쉽게하기 위해 큰 유리창으로 되어 있었다.

끝에 칸은 밖에 나가서 풍경을 구경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단풍이 들 때 밖에 나가서 풍경을 보면 환상적일 것 같아 보였다.

느린 우체통도 있었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심포리역에서 찍었나 보다. 그래서 팻말을 따라 심포리역으로 갔다. 그렇게 맑았던 하늘은 구름이 잔뜩 끼더니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트레인빌 끝에 있는 길을 따라서 내려갔다.

한쪽 기찻길에는 레일바이크가 주차되어 있었다.

 아무도 없는 철길, 아무도 없는 레일바이크에서 사진을 찍었다. 전기선에는 더이상 전기가 흐르지 않은 것 같았다.

철길을 따라 걸어 갔다. 자갈길을 걷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깊은 산골짜기에 비도 내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개짓는 소리까지, 여유롭고 한가로운 오후인 것 같지만, 등골은 으스스했다.

드디어 심포리역에 도착했다. 폐역이 되어 아무도 오지 않는, 발길이 끊긴 역이 되었다. 다만 우리같은 관광객만 어쩌다 들리는 초라한 역이 되어 버렸다.

영화를 보지 않아서 어떤 영화인지 모르지만, 일단 왔으니 기념 사진을 남겼다.

더 구경하고 싶어도 등골이 오싹한 느낌이 들어서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테라스에 녹슨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다. 파라솔도 있고 사용할 수 있는 의자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편의점으로 가서 공짜 맥주를 마셨다. 비는 계속 부슬부슬 내렸다. 안주는 간단하게 편의점 과자로 대신했다.

 방금 전까지 하늘에 해가 있는 것 같더니, 금새 하늘이 어둡게 변했다. 다음날은 태백에서 경주로 이동해야 하기에 일찍 술자리를 마무리했다.

아침에 일어나 밖으로 나가니 공기가 맑았다. 아침부터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