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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지인의 건강 상태가 안 좋다는 소식을 들어서 기분이 밤새 좋지 않았다. 밤에 안전 문자가 왔다. 한라산에 눈이 많이 내리니 1100고지로 가는 길과 한라산을 지나는 몇몇 도로가 통제된다는 문자였다. 아침에 일어나니 언제 비가 내렸다는 듯이 날이 맑았다. 어젯밤과 오늘 아침의 날씨가 너무 달랐다.

 

아침을 먹다 문득 1100고지의 눈 덮인 모습이 보고 싶어졌다. 눈 덮인 한라산을 등반해서 보면 좋겠으나 아무 준비 없이 한라산은 갈 수 없으니 1100고지 휴게소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중문 단지를 출발해 우리는 1100고지를 향해 달렸다. 중문 단지에서 1100고지로 오르기 위해 우리는 한라산을 오르는 길을 따라 계속해서 올라갔다. 한라산 정상은 새하얗게 눈으로 덮여 있었다.

 

점점 높은 지대로 올라오니 날이 쌀쌀했고 길가에는 눈을 볼 수 있었다. 제주도에서 눈을 본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제주도는 사시사철 따뜻한 곳이라는 생각이 있다 보니 제주도에서 눈을 보면 왠지 기분이 좋았다. 속도제한의 40이라는 글이 내 마음을 후벼 파는 것 같이 느껴졌다. 안내판은 이제 넌 40이네, 똑바로 살아!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40이라는 숫자가 마음속에 꼭 박혀 버렸다.

 
 

지대가 높아질수록 눈이 더욱더 많았다. 도로의 눈은 거의 다 녹았지만 나뭇가지 위의 눈은 아직 녹지 않아서 눈꽃을 볼 수 있었다.

 

1100고지에 가까워져 오니 하얀 세상을 만날 수 있었다. 역시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일찍 왔으면 더 하얀 세상을 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게으름을 피우다 늦어 버린 것이 아쉬웠다. 정오가 넘으면 눈이 다 녹을 것 같아 보였다. 그래도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막차를 탈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제주에서의 특별한 추억을 쌓고자 하는 사람들로 인해 1100고지 휴게소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주차장에는 차를 주차할 수 없어서 길가에 차를 주차하고 걸어서 가야 했다.

 

2021년 1월에도 이곳에 왔었다. 그때는 한창 눈이 심하게 내릴 때라 정신없이 눈을 맞으며 걸었던 기억이 났다. 진짜 이렇게 눈이 많이 내려도 되나 싶을 정도로 눈이 많이 내려서 내가 눈사람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늘은 눈이 내린 뒤 오니 뭔가 깨끗한 느낌이 들었다.

 
 

하늘이 너무 파랗기에 눈은 더욱더 깨끗하게 보였다. 눈을 밟을 때마다 뽀도독 소리가 났다. 너무 기분 좋은 소리였다. 전날부터 쳐졌던 기분은 멋진 풍경을 보고 있으니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아직 사람의 흔적이 없는 곳을 찾아서 걸어 보았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먼저 발자국을 찍어 보았다.

 
 

지대가 높다 보니 나무 위의 눈들이 녹지 않고 꽃처럼 매달려 있었다.

 
 
 

예상치 못한 눈을 본 사람들은 어른이나 아이나 전부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구름은 한라산 정상을 넘지 못하고 남쪽 하늘에서 대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날이 너무 청명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깨끗한 공기가 폐 깊숙한 곳으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 산 아래는 따뜻해서 좋고 이곳은 시원하고 맑은 느낌이 너무 좋았다.

 
 

밤새 얼마나 많은 눈이 내렸을까!

 
 
 

매번 멀리서 보아야만 하는 한라산이 아쉬웠다. 한 번쯤은 올라보고 싶은데 지금 내 몸으로 오르기는 무리인 것 같기에 멀리서 바라만 봤다. 우리는 1100고지 앞에 있는 습지 길을 따라 걸었다. 눈이 소복이 내려진 습지의 모습은 고요했다. 바람 소리만이 이곳의 정적을 깨는 것 같았다.

 

데크 길에는 눈이 쌓여서 미끄러웠다. 길이 좁기에 사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사진을 찍어야 했다.

 

눈보라를 맞으며 찍던 2021년 1월의 1100고지가 생각났다 눈보라가 심하게 불기에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사진을 찍었었다. 제주도도 이렇게 춥구나라는 생각이 처음 들었었다. 오늘은 그때와는 달리 편안했다. 회화 작품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습지 위에 쌓인 눈이 살짝 눈보라를 일으키며 우리 앞을 지나갈 뿐이었다.

 
 
 
 

아름다운 풍광에 취해서 걷다 사진을 찍다 걷다 사진을 찍다를 반복했다. 길가에 늘어선 차들에 비해 관광객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길을 조금만 넓게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을 최대한 보호하면서 인공 조형물을 만들려면 어쩔 수 없기는 하지만, 아무튼 이곳을 걸을 때마다 가끔은 사람에 떠밀려 다닐 수밖에 없는 이 길이 종종 아쉽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누군가 만들어 놓고 간 오리를 보았다. 제주 현지 사람이 만들고 간 것일까! 누군가 센스 있게 스노우 덕들을 난간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갔다.

 
 
 

나무가 길을 둘러싸면서 눈꽃 터널을 만들었다. 어떻게 찍든 어디를 찍던 똥 손도 예술작품으로 만들어주는 풍경이었다.

 
 
 

눈발이 날리지 않기에 걷기도 좋았다. 아침 시간에는 눈을 보러 온 부지런한 관광객들이 많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여행을 할 때 남들보다 한 템포 느리게 가면 조금 더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모두 다 부지런하게 구경할 때 남들의 시계보다 자신의 시계를 한 박자 느리게 가게 여행을 세우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단지 가끔 한 박자, 한 템포가 느리기에 중요한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센스만점인 귀여운 눈사람이 난간 모퉁이에 있었다. 눈으로 몸을 만들고 나뭇잎으로 눈을 만들었는데 눈이 심술궂게 느껴졌다. 그리고 화룡점정으로 머리에 나뭇가지까지 하나 꼽혀 있었다.

 
 
 

눈구경을 하다 보니 다시 1100고지 휴게소가 보이기 시작했다.

 
 

하얗게 눈이 내린 습지는 자연의 도화지가 되었다 그림자가 눈 위게 그림을 그리고 바람은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지나갔다. 회화의 평면적인 아름다움과 조소의 입체적인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의도함이 없는 자연스러움 때문에 더욱더 눈길이 갔다.

 

흰 캔버스 위에 흑백으로 그림자를 그러놓은 것만 같았다. 보고만 있었는데 마음이 편안했다. 머릿속에 있는 잡생각들이 서서히 지워져 나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하얀 눈 위에 우리의 그림자가 다정하게 서 있었다. 아빠와 나는 이렇게 둘만의 단체 사진을 찍었다.

 
 
 
 

길가의 차들은 많이 줄지 않았다. 오히려 더 늘어난 것 같았다. 아마 뒤늦게 소식을 듣고 이곳으로 온 관광객인 것 같았다. 우리는 1100고지에서 내려와 다시 중문 쪽으로 향했다. 한라산에서 내려오는 길은 눈이 많이 녹아서 눈꽃을 볼 수가 없었다. 우리가 1100고지로 갈 때가 아마 눈꽃을 볼 수 있었던 마지막이었던 것 같았다.

 
 

한라산에서 내려오던 중 거린사슴 전망대에 잠시 차를 세웠다. 이곳에 서니 중문과 서귀포 지역을 한 번에 볼 수 있었다.

 
 

날이 조금 더 좋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전망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거린사슴 전망대를 출발해 전날 가려다 못 간 카멜리아 힐로 향했다. 오늘은 카멜리아 힐에서 동백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이번 여행의 마지막 여행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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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일요일 아침에 제주항에서 배를 타고 추자도에 갈 예정이였다. 전날 바다 상태를 보았을 때 과연 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배가 결항되었다는 문자가 오지 않아서 일단 일요일 아침 새벽에 일어나서 추자도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선박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오늘 풍랑주의보로 인해 배가 결항되었다고 한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이렇게 연락을 받고나니 힘이 팍하고 풀려버렸다. 그래서 다시 침대 위에 누워있다 잠이 들었다.

 

제주시내의 날씨도 구름이 잔뜩 끼었다. 아빠가 나에게 가볼만한 곳을 찾아보라고 해서 부랴부랴 찾아 보았다. 인스타그램에서 최신 사진으로 검색을 하니 한라산 1100고지가 하얗게 눈으로 덮여 있었다. 그래서 서프라이즈를 할 시간에 옷을 막 껴입고 제주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오늘의 한라산은 구름으로 덮여 있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구름으로 덮여 있으니, 지금 우리가 향하는 곳이 더욱더 기대가 되었다.

 

 

1100고지로 가기 위해서는 240번 버스를 타야했다. 240번의 배차간격이 너무 듬성듬성해서 한대를 놓치면 한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 버스는 오후 3시 20분이였다.

 

240번 버스는 한라산을 가로지르는 코스로 어리목입구, 1100고지, 영실매표소를 지나 서귀포 제주컨벤션까지 가는 버스였다. 제주터미널 매표소 윗부분에서 제주버스 노선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이렇게 붙여 놓아서 필요할 것 같아서 사진을 찍어 두었다.

 

그리고 잠깐 올레길을 걷는 여행자를 위한 올레꾼 짐보관소가 제주버스터미널에 있었다. 마스크 자판기는 처음보는 것 같다. 급하게 여분의 마스크가 필요한 경우 마스크 자판기를 이용하여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었다.

11시 30분 버스를 타기 위해 대합실에서 기다리다 답답해서 밖에서 기다렸다. 우리가240번 버스를 늦은 시간에 타는 편이라 사람이 별로 없겠지 생각했는데, 의외로 240번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버스가 신제주를 지날 때, 신제주에서 많은 사람들이 240번을 이용해 한라산으로 갔다.

 

 

버스는 11시 30분이 다되어 플랫폼으로 들어왔다. 버스는 신제주를 지나 한라산으로 올라갔다. 240번 버스는 제주-한라수목원-1100고지-영실매표소-중문-컨벤션센터 까지 운행되는 버스로 제주 한라산을 가로지는 버스 노선이였다. 아마 중문으로 갈 때 편한 것 같은데, 배차시간이 한시간에 한 대이기 때문에 시간을 꼭 확인해야 한다.

 

 

대략 한시간 정도 탄 것 같다. 제주시내를 벗어나니 버스는 점점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서 산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주변으로 내 무릎보다 높게 쌓인 눈을 볼 수 있었다. 버스에서 주변에 쌓인 눈을 보니 점점 기대감이 높아져 갔다. 많은 승객들이 1100고지에서 하차를 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산같이 쌓여 있는 눈을 볼 수 있었다. 대신 눈이 얼음처럼 굳어서 매우 미끄러웠다.

 

 

화장실이 급해서 화장실로 가는데 내가 땅을 밟고 있는 것인지 빙하 위를 걷고 있는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눈이 녹고 다시 어는 과정이 반복되어 빙하처럼 얼어버렸다.

 

 

나무는 눈코팅이 되어 있었다. 평소에 보던 나무 위에 쌓인 눈이 아닌 눈이 나무 전체를 코팅하듯이 덮어 버렸다. 솔잎의 가지가지마다 눈코팅이 되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조금만 더 있으면 저기 있는 하루방도 눈에 덮여 버리지 않을까? 눈은 하늘에게 끊임없이 내렸다. 아침을 너무 일찍 먹었기에 배가 너무 고팠다. 그리고 눈과 바람이 부는 곳에 잠시 있었더니 체온이 갑자기 떨어져서 따뜻한 곳을 찾아 갔다. 1100고지 습지 전시관으로 올라가는 길이 너무 미끄럽기에 손이 시렵기는 했지만 난간을 잡고 넘어지지 않게 조심했다.

 

 

잠시 몸만 녹이러 들어 왔는데, 갑자기 음식냄새를 맡으니 배가 더욱더 심하게 고파졌다. 그래서 간단하게 먹으려고 떡국을 주문했다. 따뜻한 음식이 뱃속으로 들어가니 온몸이 한순간에 풀리는 것 같았다. 나가서 구경해야하는데, 밖이 너무 추워서 나가는 것이 망설여 졌다.

 

우리가 떡국을 먹는 사이 1100고지 휴게소 주차장은 눈꽃을 보기 위해 온 관광객으로 가득찼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눈을 본 사람들은 어쩔줄 몰라하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신이나서 막 뛰어다니는데, 어른들은 특히 운전하는 아빠들은 걱정이 커 보였다.

 

휴게소 주차장이 협소해서 주차장에 주차를 하지 못한 차들은 길가에 주차를 했다. 이곳이 눈때문에 차량이 뒤엉키고, 불법주차하는 차가 많아서 그런지 경찰차가 수시로 다니며 불법주차하는 차들은 단속하고 있었다. 이런 날은 되도록이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예전에 이곳에 왔을 때는 여름이였던 것 같다. 습지의 푸릇푸릇함을 보았는데 이날은 온통 새하얀 눈밭을 볼 수 있었다.

 

 

평소라면 고산식물로 가득찬 습지를 볼 수 있는데, 눈이 쌓이니 또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가지만 앙상한 나무들은 눈잎을 입고 있어서 눈잎이 나무가지마다 매달려 있었다.

 

 

 

 

걷는 데크가 좁아서 두명 이상 걷기는 불편했다. 길의 가운데는 얼음이 있어서 잘못해서 얼음을 밟아서 몇 번 미끄러져서 넘어질 뻔 했다.

 

 

그래도 풍경이 너무 아름답기에 눈때문에 불편한 것은 참을 수 있었다.

 

 

고산지대다 보니 제주시내보다는 많이 추웠다. 거기에 바람까지 불어 오니 손은 점점 얼어가는 것 같았다.

 

 

거쎈 바람을 타고 눈까지 계속 내렸다. 그래서 안경을 닦고, 카메라 렌즈도 닦고, 고프로 렌즈도 수시로 물기를 닦아 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깨끗한 사진을 얻기 위해 부지런히 렌즈를 닦고 또 닦았다.

 

 

제주도에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게 느껴졌다. 책에서야 산에가면 온도가 낮아져서 춥다는 것을 알려주지만, 피상적인 지식이기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직접와서 보니 역시 배워서 버릴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특히 제주 시내와 이곳을 비교해보니 확실히 고도가 높을 수록 추워지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같은 제주도인데 이렇게 날씨가 다르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빠르게 이동하는 구름사이로 맑은 하늘이 가끔씩 보였다.

 

 

아빠는 어린아이처럼 신이나셨다. 아빠는 나에게 사진 이쁘게 잘 찍으라고 잔소리를 하셨다. 이런 날이 흔하지 않기에 특별한 기억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고 하셨다.

 

 

예전에 왔던 기억을 더듬어 이곳의 여름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눈은 멈추지 않고 더욱 거세게 바람을 타고 내렸다. 나무 위에 내린 눈은 나무에 소복히 쌓이는 것이 아닌, 나무에 달라 붙어서 한몸과 같이 느껴졌다. 약간은 부침개를 하기 위해 소나무가지에 전분가루를 뭍혀 놓은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나도 사진찍는게 신이 나서 손이 시려운 것도 참아가며 사진을 찍었다.

 

 

아마 이날의 기억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1100고지도 이정도로 아름다운데, 한라산 정상은 어떨지 궁금했다. 구름이 너무 짙게 깔려서 한라산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한라산 등반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풍경을 볼지 궁금했다. 그래서 제주살이 동안 한라산 등반을 한번 정도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사진찍는 찰칵소리와 눈보라소리, 사람들의 탄성소리만이 이곳에 있었다.

 

바람이 너무 불어 모자를 쓸 수 없어서 나는 눈사람이 되어 갔다. 그리고 마스크로 인해 안경은 김이 셔렸다, 녹았다를 반복해서 안경표면의 물이 얼어버렸다.

 

 

 

이제 습지탐방로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습지 위에 나홀로 서있는 것 같은 나무도 아름다웠다. 홋카이도의 나홀로 서나무도 아름답지만, 1100고지의 나홀로 나무가 더욱 아름다운 것 같다.

 

 

원래는 20분이면 휙하고 도는 습지탐방로인데, 눈 때문에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내 머리는 눈이 녹았다 얼어서 초강력 본드를 머리에 바른 것 같이 굳어 버렸다.

 

 

조금 더 구경하고 싶었는데 날도 너무 춥고 더 이상 구경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아서 다시 제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차들이 끊임없이 1100고지로 오고 있었다. 많은 눈으로 인해 차량들은 거북이 같이 지나갔다.

 

다행히 얼마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초강력으로 부는 바람을 피해 버스정류장 안에 서 있었다.

 

 

카카오 맵을 통해 버스가 영실매표소를 떠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버스정류장 밖으로 나와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는 주차된 차량들을 피해 아주 느리게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아마 영실매표소에서 많은 등산객을 태우고 오는지, 버스에는 빈자리가 많지 않았다. 다행히 아빠와 나는 같이 앉아 갈 수 있었다. 아마 구경한 시간은 두시간도 채 안되는 것 같았다. 짧지만 강렬한 기억으로 오래동안 남을 것 같다.

https://youtu.be/43HnUh3Ei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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