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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름의 이름은 왜 아부일까? 참 묘한 이름을 가진 오름이였다. 원래는 앞오름인데 발음상 아부로 바뀌었다고 한 것 같다. 제주에는 300여개의 오름이 있다고 한다. 그중 몇 개의 오름을 가보았을까? 제주하면 오름오름 많이 이야기를 하지만 좀처럼 오름에 갈 일이 많이 없었다. 동쪽 지역을 여행할 때 하루는 오름만 다녀보는 것은 어떨까? 아마 경주의 능같은 오름들을 보고 있으면, 묘한 기분에 빠져들게 된다.

 

 

스누피 가든에서 걸어서 아부오름으로 갔다. 보기에는 그렇게 높아보이지 않아서 쉽게 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해가 조금씩 지고 있었다. 노을을 보기에는 오름이 좋은 것 같다.

 

6시 무렵에 아부오름에서 제주시내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있어서 그 버스를 타고 제주 시내로 들어갈 예정이었다. 버스 시간까지 조금 애매하게 남아있었다. 여유롭게 구경하기에는 조금 빠듯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서 오름에 오르니 주변이 환하게 보였다. 저 오름은 뭐일까 저건 왜 크고 저건 왜 작을까? 평소에 하지 않았던 잡스러운 생각들이 왜 이런 곳에 오면 들까? 아마 분위기에 쉽게 취하는 성격이어서 그런 것 같다.

 

 

숨을 헐떡이며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하늘의 구름은 새털처럼 흩어져 있었다.

 

 

 

 

정상에 놓여 있는 길을 따라 걸었다. 오름을 한바퀴 다 돌아볼까라는 욕심이 생겼다.

 

 

 

오름의 가운데는 수풀이 우거져 있었다. 오래전에는 이곳에서 화산가스 및 용암이 나오지 않았을까?

 

정상과는 대조적인 오름의 가운데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정상의 누리끼한 색과는 다른 푸른 느낌이 너무 좋았다.

 

 

길을 걷다 보니 앞에서 결혼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이곳이 그사람들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의 장소로 남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껍게 깔린 구름이 해를 가렸지만 구름사이로 햇살이 비치는게 천사가 내려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뭐 딱히 종교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럴 땐 꼭 천사가 아니 어떤 신이 계시를 내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구름이 없었다면 오늘 노을은 어떠했을까? 우리가 생각했던 노을의 모습은 새별오름같이 온통 하늘이 붉게 물들어서 땅까지 물들일 것 같은 그런 노을이였는데, 오늘의 하늘은 주황색의 노리끼리한게 아마 이곳에서의 노을은 이런 노을인가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바퀴를 돌자니 생각보다 먼 것 같았다. 그래서 반만 걷고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한바퀴를 다 돌면 뭔가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못내 아쉽지만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갔다.

 

 

 

 

걸어왔던 길이 꽤 길었나 보다, 버스시간은 가까워오는데 왜 그렇게 내마음은 조금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마음이 급해서 빨리 내려가고 싶은데 아빠는 나무가 너무 이쁘다고 또 사진찍자고 하셨다.

 

나는 계속 시계를 쳐다보며 아빠에게 조급한 마음을 내비쳤다. 하루에 세군데는 조금 벅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은 한두군데만 가게 되는데, 아침에 거문오름에 오르고, 스누피 가든에서 스누피에 푹빠지고, 또 아부오름에 오르고, 하루를 알차게 보낸 것 같다. 아마 제주를 떠날 날이 이제 며칠 남지 않았기에 하나라도 더 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잠시라도 시간을 버릴 수 없었던 것 같다.

 

 

해는 더 많이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하늘의 빛이 부드러워졌다. 수채화 같은 느낌으로 주변의 풍경이 마음에 다가왔다.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아마 이곳에서 본 일몰은 잊지 못할 것 같다. 부드러운 오름들과 솜사탕을 풀어 놓을 것 같은 하늘과 오렌지 빛으로 빛나던 태양을.

 

 

오르막을 오를 때는 숨만 차지 무릎이 아프지는 않지만, 내려가는 길은 조금 무서웠다. 넘어지면 데구르르 굴러갈 것 같았다.

 

서둘러 내려와서 그런가 10분 정도 시간이 남았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시간이 원래 속도대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

 

저 멀리 노란색 버스가 우리쪽으로 다가왔다. 버스를 보는 순간 안도감이 들었다. 제주까지 편하게 갈 수 있다는 마음에 마음이 가벼워졌다. 이 버스를 놓치게 되면 환승정류장까지 가서 또 시내버스를 갈아타야 했는데, 이 버스 때문에 제주까지 가장 빠르고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조금만 이 버스에 대해 알았다면 용눈이 오름 등도 갈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 버스만 타고도 동쪽 관광지를 편하게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버스 노선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나중에 한번더 이용해 보고 싶었다.

아부오름에서 한시간도 걸리지 않고 제주시내에 도착했다. 편하게 와서 그런지 내릴 때 에너지가 다시 충전되어서 숙소까지 힘차게 걸어갈 수 있었다. 하루가 바빴지만 이용한 교통편이 편해서 그런가 비교적 힘이 덜든 여행이였다.

youtu.be/dEX9lzE832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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