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문무대왕릉과 양남 주상절리를 구경한 후 부산으로 가기 위해 남쪽으로 향했다. 아침에는 날이 좋았는데, 점점 날이 흐려왔다. 군시절에 부산에서 근무를 해서 그런지 부산이 어느날 부터인가 정겹게 느껴졌다. 휴가 복귀하는 날은 항상 해운대에서 한숨을 쉬면서 도살장에 잡혀가는 소같이 기운없이 바다만 쳐다봤다. 매일 보는 바다지만 보는이는 마음에 따라 다르게 보였다. 날이 맑은 날이면 부산에서 간절곶이 보였다. 어느날 부터인가 티비에 나오더니 지금은 전국민에게 알려진 여행명소가 되었다.
경주에서 국도를 따라 갔다. 울산에 있는 화학단지를 지나가는데 미래도시를 지나가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큰 차들이 많아서 운전하기 쉽지는 않은 길이였다.
화학 공단을 지나서 바닷길을 따라서 간절곶 주차창에 도착했다. 기억 속에 있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은 많이 바뀌어있었다.
비가 올랑말랑했다. 일단 왔으니 구경을 위해 밖으로 나갔다. 비오기 전이라 습하고 더웠다. 그러나 푸른 잔디를 보니 마음은 시원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푸른 초원 위에 풍차가 서 있었다.
이렇게 넓은 초원을 보고 있으니, 영국의 세븐시스터즈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주변에서 한국말만 하지 않고, 한국사람만 없다면 영국의 어느 해안가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이 많이 가는 우체통은 조금 있다 가기로 하고, 일단 간절곶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약간의 언덕에 공원이 있었다. 보행이 어려운 사람도 방문할 수 있도록 계단이 없었다. 소나무 숲을 걷고 있으니, 내 몸과 마음이 깨끗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바닷가의 습함과 비오기 전의 끈적거림은 어쩔 수 없었다.
나름 테마공원 같이 걷기만 하는 것이 아닌 눈으로 즐거움을 주는 공원이였다. 특히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히 여유롭게 걸을 수 있었다.
공원의 끝에 드라마 세트장 같은 사진찍기 좋은 곳이 있었다. 들어가도 되나 안되나 몰라서 일단 아빠한테 한번 들어가 보라고 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국적인 풍경이 나왔다. 특히 이곳에서 드라마 촬영을 했었는지, 그 당시 나왔던 주인공들이 대저택의 정원에 서있었다.
관리가 조금 필요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닷가라 그런지 조형물들이 바닷바람에 녹이 슬어 있었다. 그러나 녹이 있기는 했지만, 이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이국적인 건물과 동해바다가 우리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짠비바람이 조형물을 붉을 녹을 만들었지만 오히려 이런 것이 더욱더 비티지한 느낌을 주었다.
카메라거치대가 있다고 하지만 사용법을 잘몰라서 그냥 손으로 들고 찍었다. 아마 카메라의 위치가 거치대와 맞지 않았던 것 같다.
해안길을 따라 걸을 수 있게 산책로가 되어 있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전부 군사 지역이였기에 아직도 이런 초소들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위화감을 주지 않기 위해 귀여운 벽화를 그리기는 했으나, 너무 대중들에게 노출된 초소였다.
뒤로는 간절곶 등대와 레이더 기지가 보였다. 파도는 잔잔하게 해안가로 밀려 왔다.
이 반지를 손에 낄 수 있을까? 너무 큰 반지 조형물이 있었다.
자갈과 바위로 이루어진 해안은 바닷물이 찰랑 거릴 때마다 경쾌한 소리를 냈다.
자갈틈 속에서도 생명의 뿌리를 내리고 있는 식물에게 경외감이 들었다. 척박한 환경임에도 생명을 유지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간절곶 곳곳에 조형물이 있어서 추억에 남을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간절곶의 위치가 북위 35도 동경 129도 인 것을 이곳에 와서 처음 알았다.
넓게 펼쳐진 들판을 다시 보니 프랑스풍의 건물이 있던 드라마세트장에서 다시 영국의 초원으로 넘어 온 것 같았다.
들판을 보고 있으니 코로나로 인해 쌓여있던 짜증과 울분이 뻥하고 뚫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날이 조금만 더 좋았으면, 초록의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넓은 들판에 앉아도 보고 점프도 해보고 뭔가 기분이 좋아졌다. 알프스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전세계에 가져다 붙일 수 있는 장소는 전부다 가져다 붙여 보았다. 알프스의 초원이 되었다, 영국 남부의 해안가가 되었다, 프로방스 지방이 되었다, 대관령이 되었다. 우리가 아는 모든 장소를 느낄 수 있었다.
간절곶의 대표적인 조형물인 간절곶 소망 우체통 앞으로 왔다. 이곳에서 인증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멀리서 인증샷만 찍어 보았다. 우체통의 크기가 티비에서 보던 것 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그리고 간절곶 등대와 레이더 기지가 보였다. 아빠는 바위 위에 서서 저 멀리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새처럼 날아가는 포즈를 취하셨다.
그리고 어디서 많이 본듯한 탑이 서있어서 가보니, 카보 다 로카, 땅의 끝을 알리는 탑이 세워져 있었다. 유럽사람들이 세상의 끝일거라 생각한 포르투갈의 해안가에 세워둔 탑을 간절곶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곳이 동쪽의 시작을 알리는 것일까?! 너무나 친숙한 탑을 보고 있으니, 언제 다시 카보 다 로카, 포르투갈을 갈 수 있을런지. 이놈의 코로나가 우리의 일상을 너무 많이 망가트리고 있는 것 같아서 속상했다. 아니 화가 났다.
하늘이 완전히 회색 빛깔로 바뀌기 시작했다. 바람에서 빗발울이 조금씩 느껴졌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니 사람들이 비를 피해 매점으로 모여들었다. 빗방울이 그렇게 굵기 않기에 사람이 없는 틈을 타서 우체통 사진을 찍었다.
나는 간절곶 소망우체통 전체가 우체통인줄 알았는데, 우체통 부분은 작고, 나머지는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빈공간이였다.
참 젊음이 좋은건가! 비가 오는 와중에도 우산을 쓰고 잔디에 앉아서 수다를 떠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빗방울이 굵어졌다 다시 작아졌다, 다시 굵어졌다를 반복했다. 비가 더 오기 전에 차로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들판에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우리만 이곳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옷이 더 젖기 전에 후다닥 사진을 찍고 차로 돌아갔다. 딱 지루해 질쯤되니 비가 내렸다. 아빠는 딱 2시간만 지나면 지루해 하신다. 아마 하늘도 아빠의 성격을 아는지 딱 볼만큼 봤으니 이제 가보라는 비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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