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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이란 이런 것일까. 숙소에서 벗어나지 않고 지내지만 마음이 편했다. 처음에는 무엇이든 해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조급함이 들었다. 비싼 돈 들여서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것이 마음 불편했었다. 여행 와서 아무것도 안 하고 쉬어 본 적이 있었을까. 어딘가 돌아다니고 투어를 하고 호텔 내에서 쉬더라도 생산적인 것을 해야 하는 압박감이 강했다.

우붓에 와서 한 것이라곤 우붓 시내에 잠시 다녀온 것이 다였다. 처음엔 답답했다. SNS의 노예가 된 것 마냥 하루하루 새로운 것을 하고 올려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게 부담스러웠다. 나를 위한 여행이 아닌 보여주기 여행을 하고 있었다.

 
 

또 다른 아침이 밝았다. 여행도 벌써 닷세가 지나고 있었다.

 

아침 공기가 싱그러웠다. 이곳이 동남이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날씨가 너무 좋았다.

 

매일 비슷한 조식을 먹지만 배가 고파서 그런지 접시 한가득 담아왔다.

 

평소에 집에서 잘 안 해 먹는 계란이지만 이곳에 와서는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프라이는 꼭 써니사이드 업으로 주문했다. 어디선가 본 영어 표현을 이럴 때 써먹을 수 있었다,

 
 

언제나 한 접시만 먹기 아쉬워 꼭 두 접시를 채워 먹고 방으로 돌아갔다.

 
 
 

지날 때마다 보는 꽃. 꽂이 활짝 필 때와 아닐 때의 모습이 전혀 달랐다.

 

아침을 먹고 방으로 가는데 햇살이 조금 따가웠다.

 
 

이 길을 걷고 있는 자체만으로 행복했다. 언제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을까.

 

수영장에서 봤던 한국인 가족이 체크아웃을 하고 있는데 군대의 행진 같았다.

 

아침마다 향을 피우고 길가엔 신에게 바치는 꽃이 놓여 있었다.

 

아빠는 식사 후 주무신다고 하시기에 혼자 테라스에 나와 오랜만에 블로그를 작성했다.

 

블로그 작성 후 다시 수영장으로 나왔다.

 
 

시원하다. 내가 꿈꾸던 여행이었다. 수영장에 누워 유유히 떠돌며 시간을 보내는 것. 넷플릭스를 켜놓고 대강의 스토리만 따라가며 몇 번 보았던 드라마를 보았다.

아빠는 한국에서 가져온 과자를 드시며 당 충전을 하셨다.

 

내일이면 이곳을 떠나 사누르로 가야 하기 때문에 이곳이 많이 그리울 것 같았다.

 

수영장에서 놀고 오니 오늘도 방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늦은 점심을 우유와 과일로 때웠다. 동남아에 오면 배가 터지게 먹고 싶었던 것이 용과였다.

 
 

아빠가 쉬시는 사이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를 사가지고 왔다. 뼛속까지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니 에너지가 충전되는 것 같았다.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났다. 원숭이 가족이 수영장에 나타났다.

 

원숭이는 사람이 신경 쓰이는지 빠르게 수영장을 벗어났다.

 

오늘 하루도 금세 지나갔다.

 
 

노을이 지는 모습을 영상으로 남기고 싶어서 고프로와 카메라를 테라스 난간에 설치했다. 한편으론 원숭이가 와서 훔쳐 갈까 걱정도 되었다.

 
 

닷세간 쉬어서 그런지 아빠의 몸 상태도 많이 좋아지셨다.

 
 
 

하늘에 짙은 구름이 깔려서 이쁜 노을을 못 볼까 걱정이 되었다.

 

카메라는 스스로 돌면서 노을을 찍고 있고 우린 밖으로 나왔다.

 

매일 논 밖에서 보다 오늘은 무슨 용기가 났는지 논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역시 밖에서 보는 것보다 안에서 보는 풍경이 더 좋았다.

 
 
 

이 맛에 우붓에 오나 보다. 라이스 테라스 트레킹을 하고 싶었는데 못해서 아쉬웠다. 숙소 앞에 있는 논에서 트레킹을 못한 것을 대리만족할 수 있었다.

 
 

노을은 서서히 지고 있고 우리의 우붓 여행도 이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해가 진 후부터가 노을의 절정임을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

 

하늘은 더 붉어졌다. 내 마음도 하늘과 함께 붉게 물들어 갔다.

 
 
 

눈이 시릴 만큼 아름다운 하늘을 보고 있으니 마음속을 번잡하게 했던 모든 것이 사그라드는 것 같았다.

 

어느덧 하늘에는 어둠이 찾아왔다.

 
 

테라스에서 오늘도 간단하게 저녁을 먹었다. 편의점에서 파는 자양강장제가 은근 아빠에게 도움이 된 것 같았다. 편의점에 갈 때마다 오로나민 씨와 피로 회복제를 사가지고 왔다. 망고스틴은 껍질이 두꺼워서 까먹기 불편했지만 맛은 최고였다.

 

마지막 날이다. 아쉬운 발걸음으로 또 식당으로 갔다.

 
 
 

메뉴의 변화가 거의 없어서 질리긴 했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식당 한쪽 구석에서 파이프 담배를 피우는 할아버지가 인상적이었다. 파이프 담배를 보니 어릴 적 생각이 났다.

 

방으로 가는 길 테라스 난간에 있는 원숭이가 보였다.

 
 

원숭이가 우리를 힐끗 보더니 지붕을 타고 다른 곳으로 갔다.

 
 

가방 속에 프레드릭슨씨가 있는 것이 생각났다. 이곳에서의 마지막 사진은 그와 함께 찍었다.

 

사누르로 가는 픽업이 12시이기에 짐을 가지고 천천히 로비로 갔다.

픽업 기사는 픽업 시간에 맞춰 호텔로 왔다.

 

우붓에서 사누르까지는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여성 기사였는데 거의 한 시간 동안 한국 드라마 이야기를 했다. 한국 드라마를 한국 사람보다 더 많이 보고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한국 드라마가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한국 배우가 나오는 제품이 가장 인기가 많다고 했다. 우린 새로운 숙소가 있는 사누르에 도착했다.

https://youtu.be/G9reeNyR9ho

https://youtu.be/KF4KunWh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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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붓 호텔을 예약하며 시내와 벗어난 한적한 곳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처음으로 시내에서 지낼 것 인지 고민이 되었다. 한적한 시골은 우붓만의 한적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지만 시내에 한번 나오기가 힘들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는 처음으로 우붓 시내에 숙소를 정했다. 후기가 많이 없어서 걱정이 되었지만 몇몇 후기가 좋아서 그 후기만 믿고 숙소를 예약했다. 1박에 10만 원 이내로 숙박비도 저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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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가이드와의 만남이 늦어진 데다 우붓으로 오는 길이 막혀서 공항에서 우붓까지 한 시간 반 정도 걸렸다. 아고다를 통해서 예약했는데 숙박비는 숙소에서 현장 결제였다. 체크인을 할 때 숙박비를 결제한 후 직원을 따라 방으로 갔다. 호텔 체크인 카운터에서 가장 먼 쪽에 위치한 방 중 하나가 43번 룸이었다. 처음에는 혼자 찾아갈 수 없기에 직원을 따라 방으로 갔다. 2층이라 짐 들고 혼자 올라갔으면 죽을뻔했다.

 

룸은 오래되긴 했지만 그래도 관리가 잘되어 있는 편이었다. 아빠와 둘이 자는 방의 침대가 너무 공주 스타일이라 당황스러웠다.

 
 

방의 크기에 비해 티브이가 작았지만 스마트 티브이라 넷플릭스를 볼 수 있었다. 환경 보호를 위해 물은 유리병에 담겨 있었다. 매일 물 2개가 제공되었다. 가장 마음에 든 것은 냉장고였다. 미니 냉장고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마트에서 이것저것 사 와서 넣을 수 있었다.

 

화장실과 욕실은 하나의 공간에 있었다. 욕조가 오래되긴 했지만 욕조가 있어서 종종 피곤에 지진 근육들을 따스한 물에 풀 수 있었다.

 

1월에 왔을 때는 발리의 대부분 호텔들에서는 일회용 어미니티를 제공했는데 이곳은 다회용 샴푸와 바디샴푸가 놓여 있었다. 사누르의 호텔도 다회용 제품이 있었다.

 

가구도 오래된 느낌이 들었지만 전반적으로 방과 조화를 이루었다.

 
 

테라스는 꽤 넓었다. 밤이라 테라스 앞의 풍경이 잘 안 보였지만 달빛 아래 희미하게 수확된 논이 보였다. 그리고 젖은 옷을 말릴 수 있는 건조대가 테라스 구석에 놓여있었다.

 

테라스에 앉아 멍 때리고 있으니 천장에 귀여운 도마뱀이 유유히 지나가고 있었다.

 

배가 너무 고팠지만 식당에 가서 저녁을 사 먹기 귀찮아 편의점에서 간단한 먹을 것을 사와 먹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숙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숙소 앞에는 논이 있었다. 우붓 시내 외곽이 아니어도 이렇게 논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호텔 입구로 걸어가는 논길이 너무 좋았다. 우붓 시내여서 삭막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뜻밖에 만난 풍경에 힘든 몸과 마음이 한순간에 편해졌다.

 
 

은은한 조명은 이곳을 더 발리스럽게 만들었다.

 

왜 이제 이런 곳을 알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우붓 시내이지만 이곳은 조용하고 한적했다.

 

가장 가까운 마트인 M 마트에서 이것저것 사 와서 테라스에서 간단한 저녁을 먹었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때도 비닐봉지가 아닌 다회용 가방을 사용해야 했다. 그래서 발리에 있는 내내 가방에 쇼핑백이나 물건을 담을 가방을 가지고 나와야 했다.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먹는 라면은 꿀맛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테라스로 가니 맑은 하늘과 추수가 끝난 논이 보였다.

 

테라스에서는 논 뷰를 방 문을 열고 나오면 정글 뷰가 보였다.

 

수영장은 호텔 뒤쪽에 있었다. 논뷰와는 다른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8월의 발리는 한국보다 훨씬 시원한 것 같았다. 요즘은 오히려 한국이 더 동남아 같다고 해야 할까.

 

아침을 먹으러 가는 길 숙소 앞에 있는 원두막에 앉아 보았다. 바람이 시원했다. 논에 벼가 자라고 있다면 더 멋졌을까.

 

우리나라같이 벼의 밑단까지 다 베어내는 것이 아니라 윗부분만 잘라내서 밑단은 남겨 놓았다. 1년에 몇 번을 수확할 수 있는 곳이기에 쌀이 있는 곳만 과일 따듯이 잘라내는 것 같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걸으니 기분이 좋았다. 하늘은 너무 파랬다. 한국에서 쌓였던 스트레스가 하늘만 바라보고 있어도 풀리는 것 같았다.

 
 

논 사이에서 오리를 보았다. 아침부터 논에서 무엇을 찾는지 분주히 고개를 논에 파묻고 이리저리 걸어 다녔다.

 

호텔은 논뷰를 볼 수 있는 곳과 일반 뷰로 나누어져 있었다. 일반 뷰도 나쁘지는 않은데 그래도 이곳에 왔으면 논을 볼 수 있는 곳이 더 좋지 않을까.

 
 

논 뷰를 볼 수 있는 방은 대신 아침을 먹으러 갈 때 많이 걸어야 했다. 아침 먹으러 가는 길이 산책하러 가는 길 같았다. 아빠는 며칠 전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으셔서 걱정이 되었는데 인천에서 자카르타로 온 날보다 조금 더 좋아지셨다고 하셨다.

 
 

식당은 리셉션 옆에 있었다. 식당의 규모는 크지 않았다. 뷔페식인데 음식을 바로바로 채우지 않는지 없는 음식이 많았다.

 
 

음식의 종류가 다양하지는 않아서 많이 담아서 먹을 음식은 없었다. 이곳에서 총 4번의 조식을 먹었는데 메인 메뉴 한두 가지 빼고는 매일 조식이 같았다. 4일 동안 거의 비슷한 음식만 먹으니 약간 질리는 느낌이 들기는 했다.

 

오픈 레스토랑이었지만 8월의 발리는 시원했다. 1월이었으면 후텁지근했을 텐데 8월의 발리는 쾌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2023년 한국의 여름은 이때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더위 때문에 힘들었는데 발리에 와서야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 다시 방으로 걸어가는데 호텔 정원의 풀과 꽃들이 눈에 들어왔다. 배가 부르니 식당으로 올 때 보다 더 여유가 있는 것 같았다.

 
 

식당으로 갈 때 못 보았던 아니 눈에 띄지 않았던 주변 풍경이 보였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잠시 방에서 쉬면서 시간을 보냈다. 나는 테라스에 앉아 멍하니 밖을 바라보았다. 연날리는 사람이 보였다. 바람이 많이 부는 8월에는 연을 날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이것저것 챙겨서 호텔 뒤에 있는 수영장으로 갔다. 우리 방은 2층인데 수영장에서 바라보면 4~5층 정도 되는 것 같았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야 했다.

 
 

아빠는 피곤하시다고 하셔서 선베드에 누워서 쉬셨다. 나는 튜브에 바람을 넣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물이 차갑지만 기분이 좋았다. 기온은 27도 정도로 높았지만 습하지 않아서 덥다는 생각이 크게 들지 않았다. 대신 햇살은 뜨겁고 강했다.

 
 

아빠는 피곤하시다면 썬 베드에 누워서 노래를 들으셨다.

 
 

나는 물에 미친 사람마냥 혼자 튜브를 타고 수영장에 둥둥 떠다녔다. 심심하기에 방수팩에 폰을 넣은 후 넷플릭스를 틀어 놓았다. 라디오 드라마를 듣는 듯이 튜브에 누워서 DP2를 보았다.

 
 

수영장이 크지는 않지만 깊이가 다양했다. 어린이가 놀 수 있는 깊이부터 내 키보다 깊은 수심 2미터까지 있었다.

 
 

선베드에서 쉬시던 아빠가 물에 들어오셨다.

 

물이 차갑다며 처음에는 발만 담그셨다.

 
 
 

물에 들어오시니 즐거우신가 보다.

 
 

내가 가지고 놀던 공을 꼭 껴안고 수영장 이곳저곳을 헤엄치며 다시셨다. 수심이 깊은 곳은 무서워서 벽을 꼭 잡고 수영장 끝으로 갔다.

 
 

이번까지 해서 발리만 5번인데 이렇게 날씨가 좋은 적은 없었다. 아빠는 쉬어도 계속 피곤하고 몸이 좋지 않으신다고 했다.

 
 

수영장도 조용하고 단지 수영장 조각상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만이 고요함을 깼다.

 
 

수영장 너머로는 작은 개울이 있었고 커다란 바나나 나무에는 주렁주렁 바나나가 매달려 있었다.

 

수영을 마친 후 방으로 돌아갔다. 내려올 때는 괜찮았는데 방까지 올라가려니 숨이 찼다.

 

숨이 차기는 했지만 그래도 올라오니 풍경만은 일품이었다.

 

테라스에서 흡연이 되는 부분도 마음에 드는 것 중 하나였다.

 

수영을 마친 후 잠깐 우붓 시내를 구경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종일 보고 있지만 질리지 않았다. 이 맛에 우붓에 오는 것 같았다.

 
 

8월의 발리가 시원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낮에는 뜨거웠다. 늦은 오후가 되니 뜨거움도 조금 사라졌다.

 
 

이곳에는 총 2개의 수영장이 있다. 하나는 우리 쪽 방 쪽에 있고, 다른 하나는 호텔 초입 쪽에 있었다. 수영장이 두 곳 다 크지는 않았다.

 
 
 

논을 지나면 정글 같은 정원이 나왔다. 이곳도 매번 지나면서 마음에 들었다.

 
 

호텔 안은 고요했다. 호텔 밖으로 나가면 차와 사람으로 정신이 없는데 호텔 안은 딴 세상 같았다.

 

전날은 정신없이 체크인을 하고 들어가서 호텔 입구를 제대로 못 보았다. 호텔 입구에 레스토랑과 리셉션, 그리고 발리에서 자주 보이는 힌두교 조형물(?)이 있었다.

 

시내를 구경한 후 호텔로 오니 해가 지고 있었다.

 
 

저녁이 되니 구름이 낮게 깔려 있었다. 햇빛을 받은 구름이 아름다웠다.

 

8월의 발리는 이때까지 가본 발리의 날씨 중 최고였다.

https://youtu.be/KF4KunWhLGo

https://youtu.be/OoLYLmJBJ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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