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오름 버스정류장에 내려서 스누피가든까지는 조금 걸어가야 했다. 나는 스누피 팬은 아니고 친구가 스누피를 너무 좋아해서 예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었다. 친구가 예전부터 스누피 가든을 한번 가서 사진찍어서 보내달라고 했는데, 제주에 여러번 왔지만 생가보다 올 일이 없었다. 이번에는 다행히 거문오름에 오는 김에 그냥 지나쳐 가기 마음에 걸려서 스누피 가든에 왔다. 아빠는 처음에는 다큰 어른이 뭐 이런데를 오냐고 투덜거리셨다.
버스에서 내려서 뉴질랜드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목장 길을 걸어 갔다. 분명히 카카오맵에서는 길이 있다고 표시가 되어 있었는데, 가는 도중 길이 막혀 버렸다. 그래서 왔던 길을 다시 돌아서 큰 길을 따라 빙그르 돌아서 스누피 가든으로 갔다.
아부오름에서 바로 오는 길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질러서 오는 지름길이 없어서 스누피 가든을 따라 돌아서 왔다. 갓길이 없어서 빠르게 지나가는 차들 때문에 걷는 길이 조금 위험한 것 같았다. 스누피 가든 정문에 오니 드디어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꽤 인상적이였다. 누워있는 스누피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겨울이라 그런지 풀들은 갈색빛을 띠었다. 갈색빛의 풀들은 황량한 느낌보다는 미지의 세계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화성에 온 것 같았다.
듬성듬성난 풀들과 잎이없는 나무들이 이곳을 더욱더 이국적으로 보이게 했다. 심플한 스누피 가든 건물은 이곳의 분위기를 더욱더 업 시켜주었다.
곳곳에 스누피들이 숨어 있어서 숨겨져있는 스누피를 찾는 재미도 좋았다.
벌써 스누피 가든 건물에 들어가기 전인데도 꽤 재미있었다. 아빠도 스누피 가든이 마음에 드셨는지 표정이 밝아지셨다. 너무 내 취향대로만 온 것 같아서 마음에 걸렸는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햐얗고 심플한 건물이 스누피의 새하얀 느낌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미리 가격은 알고 왔지만, 생각보다 입장료가 비쌌다.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이 안만큼은 스누피 세상이였다. 모든 사진을 다 찍다가는 아마 제주여행의 반 이상이 스누피 사진으로 도배가 될 것 같았다. 그래도 너무너무 귀여워서 셔터에서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스누피 가든은 관람관과 그 주변의 야외 가든으로 구성되었다. 뭐 대강 한두어시간 보다 보면 다 보겠지 생각했다. 그러나 곳곳에 숨겨져 있는 스누피들을 보고 있으니 한두시간 가지고는 부족한 것 같았다. 친구에게 카톡으로 사진을 보냈더니 자기는 여기 오면 7시간은 충분히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랬다. 아마 스누피 덕후들에게는 하루종일 있어도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
스누피 만화책을 그대로 옮겨온 것 같았다. 만화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흰벽에 검은색 선으로 만들어 놓은 스누피 그림은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깨끗한 흰색 벽에 심플한 디자인을 한 스누피 만화와 조형물이 마음에 들었다.
벽면 하나하나가 예술작품이였다. 스누피 만화에 나오는 장면들과 대사들을 보면서 걷다 보면 내가 지금 제주에 있는 것인가라는 착각이 들었다.
스누피를 좋아하시지 않는 아빠이지만 천천히 갤러리를 걷다 보니 스누피의 매력에 흠뿍 빠지셨다. 스누피를 보다 보니 예전에 제주도에 왔다가 잃어버린 스누피 모자가 생각났다.
최대한 스누피 만화책 원본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 것 같았다. 한글로 적혀있었다면 원본의 느낌이 반감되었을 것 같은데, 원본 그대로 영어로 적어 놓았기에 카툰의 느낌이 그대로 다가 왔다. 다만 영어로 적혀 있어서 아빠에게 만화 내용을 다시 설명드려야 했다.
여러곳 사진 찍을 곳이 많았다. 관람객도 조형물의 일부가 되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이 좋았다.
관람을 하다 잠시 밖으로 나가는 길을 따라 나갔다. 화성탐사선이 아닐까? 화성에 푸른 하늘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푸른하늘이 화성탐사선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화성 탐사선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밖에 서있는 스누피와 함께 사진을 찍어 보았다.
다시 화성을 빠져나와 인간세계로 돌아 왔다.
화성에서 돌아오니 실제 스누피 만화책을 볼 수 있는 장소가 있었다. 코로나만 아니면 아마 이곳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책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을 것 같은데, 사람들은 쓰윽하며 지나갔다.
한국어 판이여서 아빠는 잠시 독서 시간을 가지셨다. 뭐 몇 장 읽어보시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조금 더 안으로 걸어가니 밝은 분위기의 실내가 나왔다. 미국의 학교는 이런 느낌일까? 미국에서 학교를 다녀본 적이 없지만 왠지 이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가나 수업시간에 조는 친구들이 있기 마련인 것 같다. 책상에 앉아서 수업을 듣는척하는 아빠의 모습이 어색해 보였다.
전화기를 들고 수화기에 귀를 대어 보니 뭐라뭐라하는 소리가 났다. 작은 소품하나하나 그냥 비치해 둔 것이 없었다.
이번에는 큰 테이블에 앉아서 여러가지 스누피 스탬프를 찍어 보았다. 기념품 파는 곳에 스탬프가 있으면 몇 개 사고 싶었는데 상점에서 찾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아이들과 함께 온다면 엽서에 사진을 찍으며 이곳에 왔던 것을 기념하는 곳도 좋을 것 같다.
나중에 스누피 모양으로 생긴 스탬프 하나 인터넷에서 주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생겼다.
이 노란 박스는 뭘까 궁금했다. 읽어보니 고민이 있으면 눌러보라고 적혀 있었다. 2020년 한해 고민이 너무 많고 힘들었기에 나도 모르게 힘을 얻는 한마디가 듣고 싶었나 보다. 버튼을 누르니 긴 종이가 나왔다. 뻔한 고민 해결책이였지만, 나도 모르게 종이를 받고 나니 고민이 조금 사라진 것 같았다.
작은 구멍을 통해서 작은 스머프를 관찰할 수 있었다.
이런 집에 살면 어떤 느낌일까? 작은 것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어른이 들어가기에는 사이즈가 작지만, 아이들이 들어가서 사진찍기에는 알맞은 크기였다.
이 장면을 보는 순간 입이 딱 벌어졌다. 찰리와 스누피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비틀즈의 애비로드 패러디 사진을 찍어 보았다.
아빠는 벽에 걸려있는 포스터를 보자 마자 잃어버린 모자가 생각났다고 하셨다. 전에 제주 택시 안에서 잃어버린 모자 가운데에 포스터에 나온 스누피가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그런가 우주복을 입은 스누피가 눈에 확 들어왔다.
스누피의 비밀의 방도 아마 이곳에서 인상적인 곳 중 하나였던 것 같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상영관이였는데, 대사는 한마디 없었던 것 같다. 바람소리, 꽃피는 소리, 낙엽소리, 눈내리는 소리 등 효과음만 있었다. 그러나 보고 있는데 뭔가 영상에 빨려가는 것 같았다. 영상과 음향효과만으로도 몰입도는 최고였던 것 같다.
스누피는 천의 얼굴을 가진 것 같다. 이 강아지는 못하는 것이 무엇일까?
다양한 스누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스누피를 변장시키는 코너도 있었다. 내가 원하는 스누피의 모습을 만들어 볼 수 있었다.
팔이 닿지 않아서 힘들어하는 스누피의 모습이 웃기면서 눈에서 찔끔 눈물이 났다. 그냥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무엇인가를 건드린 것 같았다.
내가 스누피인지 스누피가 나인지 간혹 헷갈렸다. 이 순간만큼은 내가 주인공이 되는 것 같았다.
빠르게 빠르게 본다고 했지만 실내에서 꽤 시간을 보냈다.
밖으로 나오니 새 세상으로 나온 것 같았다. 아침에는 날이 좋지 않아서 기분이 많이 다운되어 있었는데, 그사이 하늘이 많이 맑아졌다. 푸른하늘을 보니 온몸의 텐션이 다시 올라왔다.
스누피 가든 옥상에 쉴 수 있는 공간들이 있었다. 난간에 기대어 주변 풍경을 바라보았다. 작고 큰 오름들이 눈에 들어 왔다. 참 묘한 느낌이 들었다.
제주의 겨울은 따스했다. 선베드에 누워서 잠시 광합성을 했다.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니 솜사탕 같은 구름이 손에 잡힐 것 같았다. 제주의 풍경은 아침, 점심, 저녁 다 다른 것 같다. 이게 제주도의 매력이 아닐까?
옥상에는 선베드 뿐만 아니라 흔들의자도 있었다. 흔들의자에 앉아서 살랑살랑 부는 제주의 바람을 맞았다. 봄에 오면 참 좋을 것 같았다. 겨울이라 그런지 아직은 바람에서 찬 기운이 느껴지지는 했지만, 남쪽지방의 따스함이 느껴졌다.
화장실에서도 스누피를 느낄 수 있었다. 작은 것 하나까지 섬세하게 만든 것 같았다.
드디어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갈 수 없듯이 기념품 가게로 들어 왔다. 사고 싶은 물건이 너무 많았다. 피곤함은 잊어 버리고,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특히 눈길이 간 것은 뱃지들이였다.
여러개 들어 있는 스누피 뱃지를 사고 싶었지만 역시 귀여운 것은 벌써 품절이였다. 사람 마음이 이상한게 이렇게 한 세트로 들어있으면 사고 싶어지는데, 낱개로 사려면 망설여지는지 모르겠다.
스누피 가든의 또하나의 볼거리는 외부정원이 아닐까? 보통은 실내에 볼게 많고 밖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이 들지만, 스누피 가든의 정원을 놓치게 된다면 아마 땅을 치고 후회 할 것이라 생각이 든다.
정원을 천천히 걸으며 나무도 구경하고 이곳저곳에 있는 스누피와 친구들을 보았다.
정원이 꽤 넓어서 이곳도 하나하나 꼼꼼하게 보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작은 폭포도 있고 가운데 스누피가 서있었다.
벤치마저도 엣지가 있었다. 벤치마다 스누피 만화에 나온 대사들이 적혀 있는데, 짧은 대사이지만 마음 속의 툭툭 건드는 말들이였다.
어드벤처 구역은 어른들도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곳이였다. 어릴적 놀이터에 놀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구름다리를 건너갔다.
미국 영화 속에서 보았던 꿈으로만 생각했던 모습을 실제로 보니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지만 은근 흔들거리는 다리를 건너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역시 세월을 거스를 수 없는 것 같나 보다. 아빠도 숨을 헐떡거리시면서 흔들다리를 하나씩 건너셨다.
탐험가가 되어 정글 속 어딘가를 걷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몸은 제주에 있지만, 우리는 상상 속으로 캘리포니아 어느 숲 속을, 아니면 아리조나의 어느 사막을 탐험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잠시나마 상상의 세계에 흠뿍 빠져들 수 있었다.
우리의 모험이 끝나는 곳에 야영장이 있었다. 현실에서는 이곳에서 야영을 할 수 없지만, 상상 속에서는 모든게 가능했다. 정원의 각 구역마다 테마가 있어서 보는이로 하여금 지루함을 느끼게 하지 않았다.
어느덧 해가 뉘엇뉘엇 저물고 있었다. 스누피 가든에 늦게 도착했기에 마음이 조급해 졌다. 생각보다 이 곳을 돌아보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그래도 돌아다니면서 지루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야구장에서 찰리와 함게 야구 게임을 했다. 아니 시늉만 해보았다.
스누피 장식 뿐만 아니라 정원의 나무들도 잘 가꾸어져 있었다. 이름이 인상적이였던 나무 중 하나는 꽝꽝나무였다. 나무에서 꽝꽝소리가 나서 이름이 꽝꽝나무라고 지어졌다고 한다.
저 스누피는 왜 저렇게 삐져있을까? 각각의 스누피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재들은 무슨생각을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원내 카페가 있었다. 그러나 카페 마감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내부만 둘러보고 밖으로 나와야 했다.
스누피 가든의 정원을 대강 다 본 것 같은데, 마지막 몇 군데를 미처 보지 못해서 아쉬웠다. 거문오름에서 조금 일찍 이곳에 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스누피 가든 옆에 있는 아부오름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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