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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또는 사진으로만 보던 부산의 핫한 장소인 감천문화마을로 향했다. 내 여행 스타일은 주로 지하철로 갈 수 있는 곳을 다니는 편인데 이곳은 지하철을 이용한 후 버스나 한참을 도보로 가야 하는 곳이기에 처음엔 망설여졌다.

 

수도권에서는 우대권 패스를 사용하면 되지만 지방에 오면 이렇게 우대권 발급기를 이용해서 승차권을 발권할 수 있었다.

 

서면이 환승역이라 1호선과 2호선 어디를 가든지 편리했다. 감천문화마을 및 비석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이름부터 특이한 토성역에 내리면 되었다.

 

감천문화마을 및 비석마을로 가는 사람이 많아서 이렇게 가는 방법이 나와 있었다.

 

우리는 비석마을을 거쳐 감천문화마을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급한 게 없는 여행이었기에 천천히 쉬엄쉬엄 걸어갔다.

 
 

토성역을 나와서 계속 오르막을 올랐다. 부산은 참 오르막이 많은 것 같다. 바닷가 지역의 일부 평지를 제외하곤 전부 오르막이라 초반부터 숨이 헐떡거렸다.

 
 

오래된 도시의 오래된 길을 걸었다. 날씨만 좋았어도 한결 기분 좋게 걸을 것 같은데, 이날 날씨는 싸했다. 춥지도 그렇다고 덥지도 않다. 바람이 불면 추웠고 그리고 습해서 으슬으슬했다. 인도의 겨울 날씨를 연상시켰다.

 
 

날씨도 괴팍한데 동네 분위기도 묘했다. 끊임없는 오르막 그냥 버스 타고 편하게 갈 걸 그랬나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어느 정도 올라 뒤를 보았다. 부산의 구시가지가 조금씩 보였다. 나름 비석마을도 매스컴에 자주 나오는 곳인데 이렇게 관광객이 없다니. 관광객이 북적이지 않기에 누구보다 여유롭게 이곳을 즐길 수 있었지만 스산한 기분은 감출 수 없었다.

 
 

BTS의 팬클럽 이름과 같은 이곳은 아미동. 현대사의 아픔이 있는 곳이다. 이곳의 다른 이름은 비석마을인데 예전 일본인의 묘지가 있던 곳으로 묘지 위에 집을 짓고 살았다고 한다.

 
 

슬픈 과거가 있는 곳이지만 이곳에서 바라본 부산의 전경은 아프지 않았다. 대신 날이 요 모양이라 그런지 이곳의 분위기가 더욱더 쓸쓸하게 느껴졌다.

 
 

이곳의 역사와 날씨가 몸과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래도 한 번쯤 와보고 싶었다.

 
 
 

아미동 비석마을을 지나면 감천문화마을이 나온다. 토성역에서 한참을 걸어서 올라 산을 하나 넘어야 했다. 언덕을 오르는 버스조차 힘에 부치는 것 같았다.

 

미로 같은 골목을 걷다 주변을 바라보면 가끔 막다른 골목이 나오기도 벽이 나오기도 또한 예상하지 못한 멋진 풍경이 나오기도 했다. 내가 자란 80년대 90년대가 이곳에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정겨웠다. 내 기억의 80년대, 90년대에는 이런 길이 흔했던 것 같다. 어느 곳을 가도 이런 미로 같은 길을 찾기 쉬웠다. 하루 종일 친구와 놀던 골목길. 이런 감성을 잊고 이젠 너무 아파트 생활에 익숙해졌다. 한때 미술 공부를 하다 이런 골목길이 그리워 사진작가의 사진을 보며 어릴 적 추억에 잠겨보기도 하고 사진을 보며 울기도 했다.

 

걷다 보니 티브이에서 보았던 그 집이 보였다. 진짜 비석 위에 집이 세워져 있었다. 할 말을 잊었다. 이렇게도 사람이 살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경이감과 함께 얼마나 절박함이 느껴졌다.

 
 

다시 골목으로 들어왔다. 한 사람이 지나가기에도 벅찬 좁은 골목이었다.

 
 

좁은 골목을 걷다 보면 광장 같은 공간이 나왔고 다시 미로같이 좁은 공간이 나왔다. 우리 집의 창문이 맞은편과 마주하고 있는 모습이 정겨웠다.

 
 

숨이 차기는 했지만 계속 오르막만 걷다 보니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골목만 걷는다면 답답할 수 있지만 이곳에도 숨 쉴 곳은 어느 곳에나 있었다. 골목을 벗어나면 숨통이 트이는 멋진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큰 길로 나와 감천문화마을 쪽으로 걸어갔다. 큰 길이라 해봤자 2차선의 좁은 도로이지만 이곳에서는 가장 넓은 공간의 길이였다.

 

고개를 넘으면 감천문화마을이 나왔다. 아미동 비석마을에서는 부산의 구시가지와 부산항을 볼 수 있었다.

 

고개를 넘으니 아미동보다 활기찬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발열 체크도 하고 안심 콜로 전화를 해야 마을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아미동은 쓸쓸했다면 부산의 핫플레이스답게 활기찼다.

 
 
 

곳곳이 감성을 자극하는 벽화와 색으로 되어 있었다.

 
 
 

감천문화마을까지 오는 길에 힘을 다 빼서 그런지 어디에 앉아 쉬고 싶었다. 날은 으스스한 게 계속 오르막을 걷다 보니 등은 젖어 있고 또 젖은 반팔이 마르면서 더 춥게 느껴졌다.

 
 

벽화도 아기자기하고 마을의 분위기도 활기차다 보니 다운되어 있던 우리도 힘은 들지만 힘듦을 잊을 수 있었다.

 
 

감성을 쿡쿡 자극한다고 해아 할까?! 좁은 골목마저도 지나가는 이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아직까지는 사진으로 보던 마을의 모습 볼 수 없었지만 건물 사이로 힐끗힐끗 언덕 위의 알록달록한 마을의 모습이 보였다.

 
 
 
 

이곳은 80년대, 90년대의 모습에 2000년대의 감성을 지니고 있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또 촌스럽지는 않았다. 이탈리아엔 포지타노와 아말피가 있다면 한국에는 감천문화마을이 있었다.

 

골목을 걷다 마주한 시크한 고양이마저 아름답게 정겹게 보이는 곳이었다.

 

배가 고파서 빵을 사 먹을까 고민하다 사람이 많아서 군침만 삼켜야 했다.

 
 

사람이 줄 서 있는 곳을 발견했다. 뭐 이런 곳에서 줄까지 서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줄 선 사람들을 지나 아이 러브 감천이라는 문구 앞에서 인증숏을 남겼다.

 
 

배도 고프고 춥기에 오렌지색 건물이 인상적인 카페 파로로 들어갔다.

 

카페 창밖으로 감천문화마을이 보였다. 안으로 들어오니 따뜻한 게 몸이 노곤노곤 해지는 게 낮잠이 몰려오는 것 같았다.

 

카페 안에는 커피나무가 있었고 푸른색의 커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평범해 보이는 건물에 오렌지색으로 칠하니 건물이 감각적이고 특별하게 보였다.

 
 
 

사람들이 줄 서 있 던 곳은 이곳의 명물 어린 왕자가 있는 곳이었다.

 
 

우리도 줄을 서서 기다렸다 어린 왕자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어린 왕자가 바라보고 있는 감천문화마을이 우리가 사진으로 보던 그 풍경이었다.

 
 
 

이 풍경을 보니 연예인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진과 영상으로만 보다 실제로 보니 사진의 감동보다 백만 배는 더 컸다.

 
 
 
 
 

아기자기한 상점과 골목들. 어디를 꼭 가고 봐야겠다는 생각 없이 길이 있으면 걷고 없으면 다시 돌아가고, 무의식의 흐름을 따라 길을 걸었다.

 
 

숨어 있는 야옹이와 잠시 인사도 하고 또 수많은 계단을 보며 한 계단 한 계단을 오르며 이곳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이제는 내려가는 길을 따라 마을 아래로 걸어갔다.

 
 

누군가의 마당은 다른 집의 지붕이 되고, 집과 집들이 이어진 듯 떨어져 있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걷다 보면 빈 공터가 나왔고 이곳에서 아이들이 놀기도 하고 마을 사람들이 만나서 이야기를 꽃피웠을 것 같아 보였다.

 
 

어느 정도 마을을 내려와 우리가 왔던 길을 뒤돌아 보니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와는 다른 압도감으로 마을이 다가왔다.

 
 
 

진짜 많이 걸은 것 같다. 힘들었지만 그래도 기분 좋은 힘듦이었다.

 

누군가에게 이곳이 아픔의 기억이기도 하고 우리 같은 관광객에게는 이국적인 관광지였다. 그러나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서 이곳에서 잠시지만 어릴 적 추억에 잠겨 볼 수 있었다.

 
 
 
 

별이 보일 만큼 가파른 언덕 계단 길이었다. 삶의 고단 힘이 길에서 느껴졌다. 왜 이 길을 보고 있으니 갑자기 기억도 희미한 영화'엄마 없는 하늘 아래'가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정채봉 선생님의 '초승달과 밤배'가 생각났다.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아주머니 분께서 길에 서 계시기에 저기가 버스 타는 곳인가 생각했다가 가까이서 보니 가짜 사람이었다.

 
 
 

우리는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마을버스 타고 자갈치 시장으로 갔다. 버스를 타고 바로 감천문화마을에 왔다면 우와 이쁘네라고 생각하고 말았을 텐데 두 개의 마을을 걷다 보니 잠시나마 추억여행을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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