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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에서 나흘을 보냈지만 이번 여행의 메인은 발리였다. 코로나가 터지기 바로 전 마지막으로 다녀온 곳이 발리였기에 발리가는 티켓을 구매하는 것부터 설레었다. 

 

발리공항 국내선에서 사전에 클룩으로 픽업을 신청해 두었는데 픽업 기사와의 의사소통 오류로 공항에서 한동안 헤맨 후 숙소인 애스턴 쿠타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항에서 공항 청사를 조금만 벗어나면 인터넷이 되지 않아서 불편했다. 왜 유심을 구매하지 않았는지. 그래서 숙소에 도착한 후 SK에서 해외여행객에게 판매하고 있는 로밍 서비스에 가입했다. 한 달 4기가 사용, 데이터 소진 후 속도가 느려지지만 그래도 기존 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편해 보였다. 대신 유심에 비해 가격이 비쌌지만 편의성 면에서 좋아 보여서 조금 고민하다 가입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벌써 저녁시간이 되었다. 배도 고프고 쿠타의 야경이 궁금해 무거운 몸을 이끌고 리포 쇼핑몰로 갔다. 확실히 팬데믹 이후라 예전만큼의 북적임은 없었다. 우리와 같이 해외여행에 갈증을 느낀 사람들이 여행을 온 것 같았다. 리포몰 앞에서 라이브 공연이 진행 중이었다. 아무 테이블에나 앉은 후 맥주와 피시 앤드 칩스를 주문했다. 

 

피시 앤드 칩스의 맛은 그냥저냥 보통의 맛이었으나, 분위기가 모든 것을 커버해 주었다.

 

편하게 앉아 맥주를 한 모금씩 마셨다. 그래 이 맛이지. 코로나로 인해 관광객은 반의반으로 줄었지만 발리의 밤은 여전히 뜨겁고 아름다웠다.

 
 

맥주 한 병을 채 못 먹었는데 기분이 알딸딸했다. 발리에서는 그랩보다는 블루버드로 택시를 잡는 게 더 좋다는 글을 많이 보았다. 그랩은 지정된 장소에서 이용할 수 있다나. 리포 몰 옆쪽에 그랩 탑승 장소가 있었다.

 
 

애스턴 쿠타 호텔은 예전에 비해 가격이 반 이상 저렴해졌다. 대신 서비스도 약간 다운그레이드 된 것 같았다. 그리고 2020년 이전에는 일본인이나 호주 쪽 사람들이 지내는 숙소였는데 지금은 현지인들이 많이 오는 것 같았다. 저렴한 가격에 지내기에 나쁘지 않았다. 방에서 무선 인터넷이 너무 느려 로비로 나와서 핸드폰을 해야 하는 것은 불편했다.

 
 
 
 

애스턴 쿠타의 룸서비스, 채널 정보 등은 방에 있는 팸플릿의 큐얼 코드로 알아볼 수 있었다. 디너 바비큐가 괜찮다는 말을 들었기에 지내는 동안 한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나같이 목 디스크가 있거나 베개에 민감하신 분은 따로 베개를 요청할 수 있는 것 같았다. 다행히 이번 숙소의 베개는 나랑 잘 맞아서 따로 베개를 요청하지는 않았다.

 
 

항상 기대 가득한 것은 조식이 아닐까. 부푼 마음을 가지고 조식당으로 갔다. 오픈 레스토랑이라 덥고 습했다.

 
 

자카르타에서 먹었던 풀맨호텔의 조식이 그리웠다. 내가 1박에 5만 원인 호텔에 너무 큰 기대를 가졌던 것인지 아니면 코로나 기간 동안 서비스가 엉망이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예전에 왔던 애스턴 쿠타 호텔 같다는 인상을 받지 못해 아쉬웠다.

 

많은 부분의 음식이 비워져 있는데 바로바로 채워지지 않았다.

 

그래도 저렴한 가격에 숙박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코로나 기간 동안 숙소가 많이 낡아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피트니스센터는 옥상에 있었다.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게으름을 피우다 결국엔 피트니스센터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숙소가 노후화되고 조식이 부실하긴 했지만 나의 만족도를 최대로 높여준 것은 큰 수영장이었다.

 

이용하는 투숙객이 많지 않아 전용 수영장인 것처럼 사용할 수 있었다.

 

길이가 얼마나 될까. 눈대중으로 대략 25미터 정도 될 것 같았다. 물안경을 챙겨오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코로나 기간 동안 수영을 다니지 않았기에 3년 동안 방안 어딘가 두었는데 한국을 떠나는 날까지 찾지 못한 채로 비행기에 올랐다.

 

방들이 수영장을 빙 둘러서 있기 때문에 조금 답답함을 느낄 수 있는 구조이지만 물에 누워 하늘을 쳐다보면 황홀감에 빠지곤 했다.

 

예전에는 풀 바에 앉아 맥주나 칵테일 등을 마셨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운영을 하지 않았다.

 

포스트 코로나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이지만 소소한 즐거움이 사라진 것이 은근 아쉬웠다.

 
 

이곳에 지내면서 투어가 없는 날은 대부분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물 깊이도 성인이 놀기 적당했다. 아이들이 놀기에는 조금 깊을 수 있을 것 같다. 뜨거운 태양볕 아래이지만 얼마나 그리워했던 뜨거움이었던가.

 

수영장 옆에 핀 꽃도 이뻐 보였다.

 
 

한국은 연일 한파로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었다. 집에 수도가 얼었을지 보일러가 터지진 않았을지 걱정은 되었지만 그래도 이곳에 있는 동안은 집안일은, 한국에서의 일은 잊고 오늘만 충실하게 보내고 싶었다.

 

햇빛은 살을 태울만큼 뜨거웠지만 물속에 있는 시간만큼은 행복했다.

 
 

저번에 제주도에 갔을 땐 구멍이 나서 바람이 솔솔 새어 나오는 튜브를 가지고 왔었는데 이번에는 새로 산 튜브를 가지고 왔다. 튜브에 몸을 싣고 둥둥 떠다니며 멍하니 하늘을 보기도 하고 방수팩에 핸드폰을 넣어 넷플릭스를 시청하기도 했다.

 

개헤엄 밖에 못하시는 아빠에게는 튜브가 생명줄이 되어 주었다.

 

수영장에 목을 축이로 온 새가 반가웠다.

 

다만 아쉬운 점은 수영장 운영시간이 짧다는 것이었다. 발리는 대부분 투어를 하기에 오전, 오후 숙소에 있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수영장을 저녁 6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었다.

 

선베드가 많지는 않지만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기에 편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제주 신라호텔에서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썬 베드 사용은 그림의 떡이었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스트레스가 없어서 좋았다.

 

모든 게 회색인 곳을 벗어나 채도가 높은 열대지방으로 오니 내 기분도 환해지는 것 같았다.

 

1월의 발리는 우기이기 때문에 날이 좋다가도 구름이 잔뜩 끼는 날이 많았다.

 

구름이 잔뜩 낀 날이면 수영하기에는 추웠다. 예전과 날씨가 변한 것 같다. 나중에 우붓에서 호텔 직원과 이야기하는데 발리의 날씨가 몇 년 사이 많이 변했다는 말을 들었다.

 

날이 흐리면 수영하기 날이 쌀쌀하지만 그래도 이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

 

어디 가나 이쁜 꽃이 가득했다.

 

우붓을 떠나기 전날 숙소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우리 숙소는 1층이라 위로 올라올 일이 없었다.

 

1층은 풀 액세스 룸이라 수영장 이용은 편했지만 하루 종일 커튼을 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방이 항상 어두웠다.

 
 

다음에 온다면 풀 액세스 룸은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층은 편하긴 하지만 답답한 면이 있기에 이렇게 위층으로 올라오니 기분마저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꼭 한번 옥상 바비큐를 먹고 싶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가 내렸다.

 

옥상에 올라오니 저 멀리 바다가 보였다.

 

노을이 졌으면 얼마나 하늘이 아름다웠을지 상상해 보았다.

 

조명에 불이 들어오면 더 멋지지 않을까.

 
 

옥상 레스토랑을 지나서 헬스장에 갈 수 있었는데 가는 길이 조금 미로 같았다.

 

문을 지나면 또 다른 옥상이 나왔다. 처음 오면 당황할 수 있을 것 같다.

 

옥상에도 다양한 열대식물들이 화분에 심어져있었다.

 
 

내 눈에는 그저 식물일 뿐이지만 아빠 눈에는 식물 하나하나가 작품으로 느껴지시는 것 같았다.

 
 

또 다른 문을 지나니 헬스장이 나왔다. 한번 와보면 쉽게 찾아오는데 처음 오는 사람들은 한참을 헤맬 것 같다.

 

시설은 좋지 않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뷰는 최고였다.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한 번쯤 와볼 걸이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쿠타를 떠나 우붓으로 갈 생각을 하니 떨리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다. 마지막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헬스장 앞에 바로 엘리베이터가 있기 때문에 한번 가는 길을 익혀두면 쉽게 찾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로비로 가는 길에서 예전 추억이 떠올랐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레지던스 객실이 있다. 가끔 아고다 등 호텔 사이트에 애스턴 쿠타 레지던스가 뜨는데 레지던스 룸은 호텔 안쪽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렇게 5박 6일간 이곳에서 저렴한 가격에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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