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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명소로 떠오르는 곳 중 한 곳이 아라쿠라야마 센겐 공원이 아닐까. 인스타그램에서 일본 벚꽃 명소, 후지산이 보이는 명소로 끊임없이 사진이 업로드되었다. 이번 여행을 하기 전에는 이곳이 어딘지 모르고 막연히 멋있다는 생각만 했다.

 
 

우리는 가와구치코까지 가야 했으나 시모요시다 역에서 내렸다. 시골 역이지만 많은 관광객들이 시모요시다 역에서 하차를 했다.

 
 

시모요시다 역 플랫폼 및 기차역 앞, 기차역 어디서든 후지산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토마스 도장이 된 협궤열차가 기차역 한쪽에 세워져 있었다.

 

토마스 기차로 장식된 알록달록한 기차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기차를 보니 90년 대 수원과 인천 구간에 운행했던 수인선 협궤열차가 생각났다.

 

역 앞에서 오른쪽으로 갔다. 이곳에 오는 거의 백 퍼센트의 승객들의 목적지는 아라쿠라야마 공원으로 역 앞에 공원으로 가는 방법을 지도 위에 간단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을 따라가면 되기에 아라쿠라야마 공원으로 가는 길을 어렵지 않았다.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철길이 나왔다. 방금 전 시모요시다로 들어선 기차는 아직 출발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귀여운 후지산 모양이 기차에 그려져 있었다.

 
 

일본 기차여행을 하다 보면 철길이 마을 사이를 관통해서 지나는 경우가 꽤 많은 것 같다. 철길 옆에 살면 시끄러울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가와구치코에서 5시 36분 열차를 타야 했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천천히 걸었다.

 
 

공원으로 걷는데 뒤를 돌아보니 눈 덮인 후지산이 보였다. 평지가 있는 어디서든 후지산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길가에 심어 놓은 꽃이 아름다워 잠시 꽃 사진을 찍고 다시 걸었다.

 
 

십분 정도 걸었을까. 신사로 올라가는 입구가 보였다. 주말이어서 그럴까. 입구에는 안내하는 사람들이 서 있었다.

 

고도가 높지만 섬나라라 습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계단을 조금 올라갔을 뿐인데 땀이 나기 시작했다.

 
 

푸른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붉은 단풍잎이 인상적이었고 주변의 나무들은 한 사람이 안을 수 없을 만큼 컸다.

 

계단을 오르다 뒤를 돌아보면 가지 사이로 후지산이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계단을 오르다 보니 중간지점에 도착했다. 구조물 때문에 완전히 깨끗하게 산을 볼 수 없었지만 후지산의 모습을 보는 순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거리감이 있어서 3700여 미터의 산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만 산 자체의 거대함에 압도 당했다.

 

중간 지점의 풍경이 이 정도로 멋진데 위로 올라가면 어떤지 궁금하고 기대가 되었다.

 
 

산 정상은 아직도 눈이 쌓여 있었다. 저렇게 클 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 항상 사진으로 보기만 했기 때문인 것 같다. 발리 아궁산을 봤을 때도 그 웅장함에 숨이 멎는 것 같았는데 후지산도 아궁산을 봤을 때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계단을 계속 올라가도 되지만 계단은 너무 힘든 것 같아서 옆으로 난 길로 걸었다.

 

계단으로 걷는 것에 비해 걸어야 하는 길이가 길지만 그래도 계단보다는 숨도 덜 차고 편하게 걸을 수 있었다.

 

구불구불한 길을 걷는데 이 길이 끝날 것 같지 않았다. 길가 옆의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어 시원했지만, 오르막을 걷고 있으니 땀이 비 오듯이 쏟아졌다.

 

안내판이라도 하나 있으면 우리가 어디쯤 왔는지 알겠는데. 그냥 길이 앞에 있으니 걸을 뿐이었다.

 
 

공원에 도착해서 바라본 풍경은 어떨까 부푼 마음을 가지고 힘들지만 계속 걸어 올라갔다. 공원 계단 입구 옆에 흡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는데 그때 한 대 피우고 걸을 것이라는 후회가 밀려왔다. 시모요시다역 앞은 흡연 장소가 없어서 담배를 꺼냈다. 다시 담뱃갑에 집어넣었었다.

 
 
 

가파른 길을 숨을 몰아 쉬며 오르니 드디어 신사가 나왔다. 신사에 있는 탑의 크기가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작고 조잡해 보였다.

 

막 찍어도 풍경이 좋으니 이쁜 사진이 나왔다.

 

탑 뒤쪽으로 이동했다. 탑 뒤쪽에 가면 전망대 같은 공간이 있었다.

 

그래! 이게 바로 내가 인스타 그램이나 페이스북에서 봤던 모습이야! 나도 드디어 이곳에 와 봤다고 혼잣말을 했다. 익숙한 풍경을 실제로 봤을 때의 그 환희는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

 

그런데 너무 인기가 많은 곳이다 보니 사진을 찍는 것이 생각보다는 쉽지 않았다. 인스타에 본 것은 많아서 인스타 사진처럼 사진을 찍고 싶은데 사람에 치여서 생각했던 대로 구도를 잡는 것이 어려웠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빈자리가 생기면 눈치껏 자리를 잡고 사진을 찍어야 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중국어 때문에 내가 중국에 온 것 같았다. 왼쪽을 돌려봐도 오른쪽을 돌려봐도 중국인이었다.

 
 

비좁은 틈에서 셀카를 찍었다.

 

워낙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유명해진 곳이라 사람이 끊임없이 몰려왔다.

 

탑(?)은 아래에서 봤을 땐 초라해 보였는데 전망대에 올라와 보니 후지산과 꽤 잘 어울렸다.

 
 

핸드폰과 카메라로 번갈아 가면서 사진을 찍었다. 종종 중요한 사진을 찍을 때 사진기로만 찍다가 사진이 망해서 슬펐던 적이 있었기에 중요한 사진을 찍을 때는 핸드폰으로도 같이 촬영을 한다.

 

사람이 빠진 자리로 계속 조금씩 이동했다. 조금 이동했을 뿐인데 보이는 풍경이 또 다르다.

 
 

탑이 나오지 않는 곳에서 후지산만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완만하게 펼쳐져 있다 갑자기 산이 뾰족하게 솟아올랐다.

 

토요일은 너무 화창해서 사진이 화사하게 잘 나왔는데 이날을 살짝 흐려서 사물이 흐리게 나왔다.

 
 

사람들이 많은 전망대를 벗어나 뒤쪽으로 올라갔다.

 

조금 올라왔더니 후지산 앞 도시가 시원하게 눈에 들어왔다.

 

살짝 위로 올라왔을 뿐인데 느낌이 새롭다.

 
 

나뭇가지가 사진에 잡혀서 살짝 지저분한 사진이 되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후지산 앞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후지산은 어떤 의미를 가진 산일까. 우리는 어쩌다 한번 보는 산이라 그저 신기할 뿐이지만 매일 본다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그냥 동네 뒷산 정도로 생각하지 않을까.

 
 

날씨만 화창했으면 좋은 사진을 많이 찍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조금 들었다.

 
 

적당히 사진을 찍고 이제 왔던 길을 되돌아 기차역을 걸어갔다. 기차역으로 가기 전 미리 구글맵으로 가와구치코로 향하는 기차가 언제 오는지 알아 두었다.

 

녹음이 우거진 숲 사이로 보이는 후지산의 모습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았다.

 

내려갈 때는 계단을 통해 신사 입구로 내려갔다.

 

기차역으로 가는 길 마을 길이 너무 이뻤다. 마을 길에서 후지산이 보였다. 아라쿠라야마 공원에서 본 후지산은 거리감이 꽤 있게 느껴졌는데 이곳에서 본 후지산은 바로 뒤에 있는 것 같았다.

 

아라쿠라야마 공원에서 찍은 사진 보다 마을 길에 서서 찍은 사진이 조금 더 마음에 들었다.

 

숙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듯 기차역으로 걸어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이번 여행의 미션을 마친 것 같아서 후련했다.

 
 

마을 길에 핀 꽃이 아름다워 지나쳐가지 못하고 사진을 찍었다.

 
 

작은 기차역에는 열차가 수시로 지나고 정차했다. 조용한 기차역은 기차가 지날 때마다 시끌벅적했다.

 

점심을 먹지 못했기에 공원에서 내려오니 배가 고팠다. 퍼플 얌은 500엔이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사 먹기에 우리도 하나 샀다.

 
 

두 개 사고 싶었는데 하나 당 5000원이니 하나만 구매해서 나눠먹었다. 소스는 짭조름한 게 묘했다.

 
 

새로운 관광객들은 신기해서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떡 한 조각을 먹었을 뿐인데 출출했던 배가 달래졌다.

 
 

가와구치코로 가는 다음 기차 탑승까지는 여유 시간이 있었다.

 

시모요시다에서 가와구치코까지는 일반열차로 15분 정도 걸렸다.

 
 

기차역에는 신주쿠까지의 기차요금과 시모요시다에 정차하는 기차 시간이 붙여져 있었다.

 

플랫폼 안쪽에 있는 협궤열차로 향했다. 시모요시다에 도착했을 때는 급해서 대강 사진만 찍고 지나갔었다.

 
 

오래된 협궤열차는 깔끔하게 도색이 되어서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았다.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지만 깔끔하게 보존하고 있었다

 
 

기차 내부도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았다. 실제로 운행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기차는 어느 기차나 객실에서 운전실을 볼 수 있는 점이 너무 좋았다.

 
 

기차역 앞에는 관광버스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와구치코로 가는 열차시간이 된 것 같아 플랫폼으로 나갔다. 구름이 걷히고 하늘이 파랗게 변했다.

 
 

이곳과 토마스 기차와 무슨 연관이 있을까. 이곳의 높이가 753미터라고 한다. 기차를 타고 올 때는 이곳이 그렇게 높은지 알지 못했는데 표지판을 보고서야 이곳이 태백과 같은 높이임을 알 수 있었다.

 

기차가 들어올 시간이 되니 사람들이 삼삼오오 플랫폼으로 모였다.

 
 

기차역에서도 마을에서도 어디 가나 후지산을 볼 수 있었다.

 
 

후지산 익스프레스도 있는 것 같은데 이 열차는 오쓰카 역에서 발차해서 가와구치코까지 운행하는듯했다.

 

승강장 스피커에서 노래가 흘러나오더니 일반열차가 플랫폼으로 진입했다.

 
 

전철 안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래된 90년대 느낌이 나는 기차를 타고 가와구치코로 향했다.

 

젊은 일본인들은 하이큐 역에서 내리고 외국인들은 가와구치코에서 하차를 했다.

 

사람이 많으니 천천히 나갔다.

 
 

전철의 바닥이 나무였다.

 

열차가 두 대 들어왔는지 표 검사하는 곳은 장사진을 이루었다.

 
 

어차피 오래 걸릴 것 같아서 맨 뒤에서 사진을 찍으며 사람이 빠지길 기다렸다.

 

오전에는 구름이 잔뜩 끼었으나 오후가 되니 파랗게 맑아졌다. 고도가 높은 지역이나 햇살이 뜨겁고 습했다.

 

고풍적인 느낌이 나는 기차역에서 이국적인 향기가 났다.

 

이 노선은 JR 노선이 아니기에 JR패스는 추가요금을 내던가 기차 티켓이 있어야 했다. 다만 JR 도쿄 와이드 패스는 추가 비용 없이 표만 보여주면 통과가 되었다.

 
 

가와구치코에 와서 파노라믹 케이블카를 탈 생각이었다.

 

가와구치코역은 기차에서 내린 승객과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로 정신이 없었다.

https://youtu.be/My0as9Pes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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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의 메인 여행은 후지산 관광열차를 타고 후지산을 보러 가는 것이었다. 최근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에 사진 명소로 떠오르는 곳 중 하나가 아라쿠라야마 공원이었다. 시모요시다 역에 내려서 공원까지 걸어가면 되는데 특히 벚꽃이 필 때 찍은 사진이 압권이었다. 이렇게 멋진 곳이 어딘지 궁금했는데 이번 여행 계획을 세우다 정확히 멋진 사진의 배경에 대해 알게 되었다. 후지산 관광열차의 경우 JR패스는 오쓰키 역까지만 적용되고 나머지 구간은 추가요금을 내야 한다. 도쿄 와이드 패스는 JR 노선뿐만 아니라 후지큐 라인까지 추가 요금 없이 이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동일본 JR 사이트에서 도쿄 와이드 패스를 구매할 경우 후지산 관광열차 및 신칸센 예약도 할 수 있어서 편했다. 특히 주말에는 후지산 관광열차의 좌석이 금세 매진이 될 수 있기에 도쿄 와이드 패스를 사자마자 후지산 관광 열차표를 예약했다.

 

전날 에치고 유자와에 다녀와서 피곤했지만 일찍 일어나서 신주쿠역으로 향했다. 후지산 관광열차 시간이 아침이기에 어쩔 수 없이 멍한 상태로 전철을 타러 나갔다.

 

일요일 오전인데 전철역에는 주말 아침에도 분주하게 열차가 드나들었다.

 

오카치마치 역에서 신주쿠까지는 대략 30여 분이 걸렸다. 도쿄역에서 출발하면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되었는데 후지산 관광열차는 신주쿠 역에서 출발을 했다.

 

도쿄역만큼이나 복잡한 신주쿠 역이었다. 끊임없는 안내 방송이 조용한 일요일 아침의 정적을 깨고 있었다. 후지산 관광 열차는 주오선으로 플랫폼 10번에서 출발하는 것 같았다. 우리가 탈 열차는 9시 30분 발 후지산 관광열차로 11호였다. 전광판에는 9시 30분 열차는 떠 있는데 우리가 탈 열차 이름이 아니라서 의아했다.

 

열차 탑승 시간까지는 시간이 남았기에 신주쿠 역 밖으로 나왔다.

 

밤이 화려한 신주쿠이기에 아침에는 밤보다 사람도 적었다. 밤이 되면 켜지는 화려한 네온 간판들이 아침 시간 동안은 잠을 자고 있었다.

 

신주쿠역 반대쪽으로 향하는 길 도로를 막아 두었다. 무슨 행사가 있는 것일까.

 

이곳에 여러 번 왔지만 사람들에 가려져서 못 본 식수대(?)가 보였다. 사람이 없으니 평소에 보이지 않았던 것도 눈에 들어왔다.

 

도쿄의 관광명소답게 아침 시간이지만 외국인들이 많이 보였다. 그리고 9시도 안된 시간이지만 벌써부터 해가 뜨겁고 따가웠다. 특별히 구경할 것이 없기에 신주쿠의 공기만 들이마시고 다시역 안으로 들어갔다.

 

역 안으로 들어오니 이동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그리고 지하공간이라 숨이 막혔다. 기차 시간이 남기는 했지만 지상 플랫폼으로 올라갔다.

 
 

신주쿠역에서 9시 30분에 출발해서 가와구치코에 11시 26분에 도착했다. 대략 도쿄에서 2시간 정도 걸렸다. 플랫폼에는 역시나 흡연실이 있었다. 나도 흡연자이지만 플랫폼에 있는 흡연실을 보면 적응이 되지 않았다.

 
 

우리가 탈 기차의 디자인이 독특했다. 기차의 앞부분이 변신로봇 같았다.

 

사람들은 기차가 언제 들어오나 궁금해서 노란 선 밖에 서서 텅 빈 철로를 빼꼼 쳐다보았다.

 

우리 선로만 빈 상태로 계속 있었다. 주변 플랫폼에는 끊임없이 열차가 들어와서 손님을 내리고 그리고 다시 싣고 신주쿠역을 떠났다.

 

아침을 부실하게 먹어서 어제처럼 에키벤을 살까 말까 고민이 되었다.

 

드디어 목을 빼고 기다리던 열차가 선로에 들어섰다. 알고 있기로는 후지산 관광열차는 3~4량 정도로 길지 않다고 들었는데 장대 열차가 선로로 들어서서 당황스러웠다. 행선지가 두 개인 열차를 서로 붙여 놓은 것으로 두 열차는 오쓰키 역에서 분리되어 운행되었다.

 

후지산 관광열차는 뒤쪽 열차라서 열심히 걸어갔다. 대부분이 우리 같은 외국인 여행자들이라 기차가 들어서자 다 어리둥절 해져서 정신없이 플랫폼 앞뒤로 이동을 했다.

 

탑승을 하기 전 기차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일본에서 기차여행을 할 때 즐거움 중 하나가 다양한 기차를 타볼 수 있는 것이었다. 특별한 디자인을 한 기차를 타고 특별한 곳으로 여행을 간다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더 업이 되었다.

 

기차가 들어오자 사람들은 분주히 움직여 열차에 탑승을 했다.

 

열차 안내도를 보니 우리가 탄 열차는 탄 3량짜리 열차였고 앞 열차는 9량이었다.

 

후지산 관광열차는 우리나라 무궁화호 열차 같은 열차로 신칸센처럼 초고속으로 운행하는 열차가 아니었다.

 

관광열차라 대부분의 승객은 우리와 같은 관광객이었다. 관광열차지만 중요 역에 정차를 했다.

 
 

좌석의 앞뒤 간격도 넓어서 앞에서 자리를 뒤로 밀어도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일요일 아침 열차라 그런지 빈자리가 없이 빼곡히 손님을 태우고 기차는 출발을 했다.

 
 

차장이 돌아다니며 몇몇 승객들은 기차표를 확인하는 것 같았다. 일본 열차인데 일본어보다는 중국어가 더 많이 들렸다. 코로나가 끝났으니 본격적인 중국인들의 여행이 시작되었나 보다. 내가 일본에 온 것인지 중국에 온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기차는 시속 100킬로미터 내외의 속도를 내며 서쪽으로 향했다. 역을 지날 때는 기차의 속도가 더 빠르게 느껴졌다.

 
 

주오선 차량기지인 것 같았다. 주황색의 전동차들이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일반 전철보다는 정차하는 역이 적으니 빠른 속도를 유지하며 소도시들과 역을 통과했다.

 

좌석 위에는 좌석 상태를 알려주는 알림 표시가 있었다. 빨간색은 공석, 노란색은 다음 정차역부터는 예약석, 녹색은 예약된 좌석이었다. 우리는 신주쿠에서 가와구치코까지 후지산 관광열차의 출발역부터 종착역까지의 전 구간으로 예약했기에 출발역부터 녹색 등이 켜져 있었다.

 

도시를 벗어난 기차는 농촌지역으로 들어서 운행을 했다. 도시를 달릴 때 비해 산악구간에 들어서니 기차의 속도가 반절 이하로 줄어들었다.

 
 

태백선 철로를 달리는 것 같이 기차는 천천히 산악구간을 달렸다.

 

구글 지도로 확인해 보니 선로 주변에는 평지가 없었다. 기차는 골짜기를 따라 천천히 달릴 뿐이었다.

 
 

기차의 속도가 줄어드니 주변 풍경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빠르게 달릴 때는 못 보던 풍경들이 눈에 더 잘 들어왔다.

 

산악구간을 달리던 기차는 소도시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한참 정차를 했다. 오쓰키 역에서 앞 열차와 분리를 했다. 오쓰키 역 역무원은 우리 열차와 앞 열차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분리 상태를 확인했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시는 역무원께서 분주히 플랫폼을 왔다 갔다 하셨다. 그리고 이곳에서 승무원 교대가 있는 것 같았다.

 
 

또한 앞 열차에 탑승했던 승객 중 가와구치코로 가는 승객은 후지산 관광열차 쪽으로 우르르 몰려와 탑승을 했다. 대부분 오쓰카부터 종착역까지 서서 가는 승객이었다. 앞 열차 승객들이 우리 쪽으로 옮겨 오니 열차 안은 더욱더 복잡해졌다. 그리고 입석 승객들이 객차의 통로에 줄지어 서 있으니 화장실을 가기 힘들어졌다. 오쓰키 역에서 한참을 정차하다 기차가 출발했다.

 
 

오쓰키 역을 출발한 기차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천천히 철로를 따라 달렸다. 그리고 눈 덮인 후지산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사진으로 볼 때 보다 후지산의 모습이 훨씬 컸다. 특히 5월 말인데도 후지산 정상은 아직 눈이 하얗게 덥혀 있었다.

 

기차가 후지산 쪽으로 향해 갈수록 후지산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났다.

 

기차를 탑승하는 동안은 몰랐는데 우리 기차는 고도 600미터 지점을 지나고 있었다. 600미터면 강원도 정선이나 태백 정도의 높이인데 기차를 타는 동안 기차가 산으로 올라가는지 느껴지지는 않았다.

 

기차는 시골마을을 지났다. 시골마을 어디서든 후지산이 보였다.

 

평지가 있는 곳을 지나니 후지산의 전체적인 모습이 드러났다.

 

잠을 자던 사람들도 잠에서 깨어나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나도 창가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해발고도 3700여 미터의 후지산을 직접 보았다는 것에 대해 믿기지 않았다.

 
 

우리는 가와구치코까지 가야 하는데 인스타 명소인 아라쿠라야마 공원을 가기 위해 시모요시다에서 내렸다. 많은 승객들이 시모요시다 역에서 하차를 했다.

 

역에 내리니 플랫폼에서 후지산이 보였다.

 

승객들은 기차에서 내려 멋진 풍경에 홀려 한동안 플랫폼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매번 사진으로 보던 후지산을 실제로 보게 되니 가슴이 뛰었다.

 
 

시모요시다에 내릴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 내리기를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모요시다는 해발고도 753미터였다. 태백 집과 거의 높이가 비슷한데 이곳을 오는 동안 기차의 고도가 높아진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이렇게 안내판이 알려주지 않았다면 저지대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플랫폼 끝에 있는 철도 건널목을 건너면 역사가 나왔다.

 
 

또 다른 기차가 오는지 승강장으로 가는 승객들이 보였다.

 

휴지큐 철도는 JR패스가 커버하는 구간이 아니기에 오쓰키 역부터 시모요시다, 후지 역, 가와구치코까지는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했다. 많은 외국인들이 왜 추가요금을 내냐며 역무원에게 따졌다.

 

일본 사람보다는 확실히 외국인 관광객이 많았다. 전날 에치고 유자와는 일본인 관광객이 많아서 조용했는데 이곳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방문하다 보니 시끌벅적했다.

시모요시다에서 인스타 명소인 아라쿠라야마 공원까지는 걸어서 십여 분이 걸렸다. 특히 공원 정상까지 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거나 구불구불한 길을 걸어서 올라가야 했다.

https://youtu.be/eKevg1KpYis

https://youtu.be/KOgrodNGt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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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치고-유자와에 올 때는 너무 긴장이 되었다. 충분한 정보 없이 새로운 곳에 오려니 두려움이 강했다. 일단 무슨 깡이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표부터 예약해 두고 온 곳이었다. 유자와 고원 로프웨이를 타고 산꼭대기 정원을 다녀온 게 다였지만 몇 시간 동안 도시에서 벗어나 힐링을 하고 떠나기에 마음이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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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탑승 시간까지는 15분 정도 남았다. 시골역의 정거장이라 승강장은 한산했다. 전광판의 안내만이 잠시 후 기차가 온다는 것을 알리고 있을 뿐이었다.

 
 

에치고 유자와를 지나 갈라 유자와로 갈 수 있는데 갈라 유자와로 가는 신칸센은 임시 열차편이라 여름에는 운행하지 않았다. 에치고 유자와는 사케가 유명하다고 한다. 기차역에 사케 박물관이 있는데 유자와 고원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서 사케 박물관에 갈 여유 시간이 없었다. 사케 박물관에 가면 다양한 사케를 마셔볼 수 있다는데 술을 마시지 않아도 거대한 사케 자판기를 못 보고 가는 것이 아쉬웠다.

 

기차는 지연 없이 정각에 플랫폼으로 들어왔다. 스크린 도어가 없으니 노란 선 안에서 열차가 정차하기를 기다렸다. 역무원이 플랫폼에 나와서 방송을 했다.

 

기차는 빠른 속도로 플랫폼에 진입을 했다.

 
 
 

고상홈이기 때문에 계단 없이 바로 열차에 탑승할 수 있는 점이 편했다. 지하철을 타는 느낌과 비슷했다.

 

니가타에서 출발한 열차기에 열차에는 벌써 승객들이 군데군데 자리를 잡고 있었다. 지정석 열차라 예약증에 나온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이번에는 2명만 앉는 좌석이었다.

 

KTX보다는 역시 앞뒤 간격이 확실히 넓다. 의자도 뒤로 미룰 수 있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창가 자리는 팔을 올려놓을 수 있게 되어 있어서 디테일한 것까지 신경을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의점에서 산 도시락을 꺼냈다. 점심을 빵으로 대강 먹었기에 배가 고팠다.

 
 

승무원이 돌아다니기는 했으나 따로 표를 검사하지는 않았다. D, E 좌석이 2명이 앉는 좌석이다.

 

에치고 유자와 역을 나온 기차는 한동안 계속해서 터널 속을 달렸다.

 

열차의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QR코드가 붙어 있었다.

 

터널이 끝나자 대도시가 나왔다. 대도시로 기차가 들어서니 꿈속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온 것 같았다.

 
 

기차역 바닥에 쳐져 있는 그물망이 신기해서 사진을 찍어 보았다. 가운데 철로는 무정차하는 기차가 달리는 철로라 고속으로 기차가 주행하기에 돌이 튈 수 있기에 그물망을 설치해 놓은 것 같았다.

 
 

기차역을 벗어나자마자 기차는 급 가속을 했다. KTX에 비해 확실히 가속하는 시간이 짧았다. KTX 이음 같은 경우는 신칸센처럼 가속시간이 짧은 것 같은데 예전 고속 열차의 경우는 가속하는 데 꽤 시간이 걸렸다. 기차는 한순간에 시속 200킬로미터를 넘어섰고 풍경들이 순식간에 뒤로 밀려 지나갔다.

 

어릴 적 조종사도 되고 싶었고 열차 승무원도 되고 싶었고 기관사도 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이 셋 중 하나의 꿈도 이루지 못하고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종종사가 부럽고 열차 승무원이 부럽고, 기관사를 보면 마음이 설레었다. 아무튼 기차나 비행기를 타면 다른 승객들은 쉬면서 다음 여행을 준비하는데 나는 이 공간에서도 끊임없이 사진 촬영을 하고 비디오를 찍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열차나 비행기에서 내리면 항상 피곤했다.

 
 

조에츠 신칸센은 중간중간마다 다른 선로의 열차와 만났다. 처음에는 호쿠리쿠 신칸센과 만나고 다음에는 동북지역이나 홋카이도로 가는 선로와 만났다. 도쿄에 가까워질수록 집들이 많아지고 건물의 높이가 높아졌다.

 
 

기차는 지하 구간으로 진입했다. 벌써 우에노 역에 도착했다. 우에노 역에서 많은 승객들이 내렸다. 우에노 역이 꼭 청량리역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에노 역에 도착하니 다양한 열차가 이곳에서 정차를 했다. JR패스가 있다면 후쿠오카에서 삿포로까지 기차를 타고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기차는 우에노 역을 나와 도쿄역으로 향했다. 시골 촌뜨기가 처음으로 도시에 와서 신기해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밖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지하철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영화 ‘너의 이름은’의 모습이 떠올랐다. 왜 그 영화가 떠올랐을까.

 
 

기차는 금세 도쿄역으로 진입을 했다. 수많은 플랫폼과 사람들. 익숙한 듯 어색한. 출발한 곳으로 다시 돌아오니 마음에 안도감이 들었다.

 
 

우리 옆에 서있는 E5 계열의 열차는 항상 시선을 사로잡는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우리가 방금 전 다녀왔던 지역에 대한 광고를 볼 수 있었다. 눈이 덮인 산을 보고 왔다면 더 멋졌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도쿄역에 온 김에 도쿄역 지하상가의 캐릭터 숍이 있는 곳으로 갔다. 커비나 마리오 캐릭터를 살 생각이었다.

 
 

캐릭터 상점도 많고 사람도 너무 많았다. 너무 많은 캐릭터 상점을 지나니 충동적으로 사고 싶은 욕구가 마구 생겼다. 슬램덩크 관련된 굿즈도 사고 싶었는데 슬램덩크와 관련된 상품을 생각보다 찾기 힘들었다. 슬램덩크 관련된 굿즈는 하라주쿠로 가야 할 것 같았다.

 

해리포터 관련 굿즈를 파는 상점도 새로 생겼다. 해리 포터 굿즈도 사고 싶었는데 아빠가 나를 확 째려보시기에 그냥 눈으로 구경만 했다.

 

하와이 한정판 헬로키티 굿즈를 파나 헬로키티 상점에 들어가 보았으나 내가 찾는 굿즈가 없었다. 굿즈 하나 사려고 하와이까지 가야 할까. 그냥 아마존으로 구매하는 것이 더 저렴할 것 같다.

 

역시나 사람들의 인기가 많은 곳 중 하나가 포켓몬 스토어가 아닐까. 피카추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사람에 밀려다니는 것 같았다.

 

나의 눈을 뒤집어 놓은 상점은 커비 카페였다. 사람이 많을 때는 줄을 서서 기다렸다 사야 하는 것 같다. 한 사람당 같은 물품은 두 개까지만 구매할 수 있었다. 커비 컵도 사고 싶었는데 가격이 꽤 비싸서 열쇠고리와 인형만 구매를 했다.

 

몇 개 샀더니 금액이 거의 8만 원이나 나왔다. 봉투도 900원이나 했다. 영수증에도 깜찍하게 커비가 찍혀 있었다.

 

아빠는 피곤하신지 말이 없으셨다.

 
 

아메노테선을 타고 오카치마치역으로 다시 갔다.

 
 

맨 앞에 탔더니 열차가 앞으로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열차의 앞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트레인 시뮬레이터 광고가 붙어 있었는데 진짜 열차에 진심인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가면 오랜만에 ‘전차데 고’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카치마치까지 가는 동안 멍하니 밖을 바라보았다.

 

숙소로 가는 길 편의점에 들러서 저녁에 먹을 도시락을 샀다. 편의점에 소주도 파는데 한 병에 3500원 정도 하는 것 같았다. 아빠와 내가 사본 가장 비싼 소주는 호주 시드니에서 먹었던 소주였던 것 같다. 한 병에 거의 2만 원 정도 주었다.

숙소에 와서 커비 인형을 기념 삼아 사진을 찍어 보았다. 가격이 비쌌지만 커비 카페에서만 살 수 있는 굿즈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에치고 유자와를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너무나 정보가 없어서 가서 무엇을 해야 할까 걱정을 많이 했다. 다행히 로프웨이가 운행을 해서 유자와 고원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만족도가 높았다. 계절에 따라 사계절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다음에도 한 번 더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https://youtu.be/48YtYcX8WHw

https://youtu.be/2QXBOYm8e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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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을 구석구석 이곳저곳 가본 것 같은데 아직도 많이 안 가본 곳이 더 많은 것 같다. 일본어가 익숙하지 않다 보니 시골지역 여행을 할 때는 마음속에 부담감이 강하다. 이번에는 도쿄 와이드 패스를 구매했기에 패스를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구간으로 여행을 계획했다. 패스로 신칸센도 이용할 수 있으니 오랜만에 신칸센을 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도쿄의 대관령 같은 곳인 에치고 유자와로 여행을 떠났다. 도쿄에서 에치고 유자와까지는 신칸센으로 1시간 10분 정도 걸리는 곳으로 겨울이 성수기이고 여름은 비수기라 사람이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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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기인 초여름이었지만 에치고 유자와에서 관광객들이 많이 내렸다. 시골역인데 의외로 역의 규모가 컸다. 유자와 고원으로 가는 로프웨이를 타러 가기 위해 역 밖으로 나왔다. 역의 규모에 비해 역 앞에 서있는 택시 수는 많지 않았다. 겨울에는 스키를 타러 오는 도쿄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데 여름이라 그저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다. 도쿄의 택시가 런던 택시같이 현대식으로 바뀌고 있지만 이곳은 아직까지 각진 모양의 택시들이 역 앞에서 손님을 기다렸다.

 
 

한산한 역 앞에 간간이 택시나 픽업 차량이 손님을 싣고 가거나 내려주었다. 지대가 높아서 그런가 태양볕이 뜨거웠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 깨끗한 공기가 폐 속 깊숙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기차로 한 시간 밖에 안 걸리지만 도쿄와는 너무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번잡한 도시를 벗어나는 여행이라 좋으면서도 많은 정보 없이 온 곳이라 돌아가는 기차 시간까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지 걱정도 되었다.

 

역 앞에는 도요타 렌터카 회사가 있었다. 예전 같으면 렌터카를 빌려볼까 생각도 했을 텐데 코로나 기간 동안 아빠와 나의 여행 감각이 다 죽었기에 이번에는 대중교통과 도보를 이용해 여행을 했다.

 

기차역 앞 도로를 따라 로프웨이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마을 자체가 너무 조용했다. 흡사 강원도 태백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역 앞에는 료칸이 줄지어 있었다. 사람들이 캐리어를 끌고 내렸던 이유가 이곳에 료칸이 많아서 하루 편하게 지내기 위해서였나 보다. 이번 여행의 일정이 길었다면 료칸에서 쉬면서 목욕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료칸 앞에는 족욕을 할 수 있는 작은 탕이 있었다. 기차역 앞에도 족욕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에치고 유자와를 걷다 보면 곳곳에서 족욕을 할 수 있는 탕을 볼 수 있었다.

 

기차역 앞에 놓인 길을 걷는데 흡사 태백에 놀러 와서 걷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을은 조용했다. 죽은 도시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종종 지나가는 오토바이 소리가 이곳의 정적을 깼다. 그리고 라이딩을 하는 사람은 유유히 자전거를 타고 이 도시를 지나갔다.

 

마을이 눈에 덮인다면 어떤 느낌일까. 눈이 쌓인 마을 길을 상상해 보았다. 고도가 높은 곳이지만 햇살은 뜨겁고 5월 말이라 이곳도 더웠다. 조금 걸었을 뿐인데 등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스키로 유명한 곳이지만 이곳은 또한 소설 '설국'에 나오는 도시로 사람들에게 알려진 시골 도시였다. 기차가 긴 터널을 지나면 나오는 설국의 세상. 지금은 터널을 나오면 설국 대신 푸른 산이 우리를 맞이했지만, 겨울에 온다면 소설책의 한 부분을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설국관이 있어 한번 들어가 볼까 생각했지만 아빠의 취향이 아니기에 건물 옆에서 사진만 찍고 지나쳐 갔다. 소설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한번 들어가 볼 만하지 않을까.

 

마을 길이 단순해 기차역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계속 걷기만 하면 되었다.

 

녹음이 우거진 산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이 맑았다.

 

졸졸졸 흐르는 물을 보니 더위가 조금은 가시는 것 같았다.

 

다리 위에는 이곳의 겨울을 알 수 있는 흑백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오래전 사진 같았다. 이곳에 눈이 얼마나 많이 내리는지 사진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도쿄에서 가까운 곳이지만 우리 같이 외국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장소였다. 도쿄가 지겹다면 자연이 그립다면 가볍게 구경한다 생각하고 오면 좋을 것 같았다. 회색빛 도시를 벗어나 파란 하늘과 녹음이 우거진 산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천천히 놀면서 오다 보니 유자와 고원으로 가는 로프웨이를 타는 곳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는데, 빨리 걸어서 오면 기차역에서 5분 정도면 올 수 있는 거리였다.

 
 

사람이 너무 없어 운행을 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일단 로프웨이 티켓을 사기 위해 로비 층으로 향했다.

 
 

로비층에 오르니 그네와 해먹이 놓여 있고 창문 밖으로 한적한 거리가 보였다.

 

사계절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인데 찾는 관광객이 많지는 않은 것 같았다. 로프웨이 이용료는 왕복으로 구매해서 2600엔으로 로프웨이는 매시간 3번 운행했다.

 

로프웨이를 타기 위해서는 한 층 더 올라가야 했다. GALA 유자와는 눈이 오는 계절에는 신칸센으로 갈 수 있는데 지금은 눈이 다 녹아서 임시열차가 운행하지 않고 있어서 에치고 유자와 역에서 내려야 했다. GALA 유자와 역에 내리면 역이 바로 스키장이라고 한다.

 

로프웨이 타는 곳에는 로커가 있었고 유자와 고원의 다양한 모습의 사진을 볼 수 있었다.

 

흡연은 주차장에서 할 수 있었다.

 
 

눈 덮인 유자와 고원의 모습이 담긴 사진은 다음에 이곳에 한 번 더 오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만들었다. 여름에는 눈이 없기에 고원에 위치한 야생화 가든을 볼 수 있었다.

 
 

로프웨이 탑승 시간이 되니 사람들이 꽤 모였다. 중국인이 한 명도 없었다. 다음날 후지산 관광열차를 타고 시모요시다와 가와구치코를 다녀왔는데 그때는 내가 일본에 왔는지 중국에 왔는지 구분이 되지 않았는데 이곳은 일본인들만 여행을 오는 곳이었다.

 
 

로프웨이 안도 조용했다. 오히려 우리가 한국말로 이야기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아서 대화도 자제하게 되었다.

 
 

로프웨이는 꽤 크고 넓었다. 로프웨이가 움직이자 서서히 에치고 유자와의 시내가 눈에 들어왔다.

 

로프웨이가 산꼭대기로 움직이는 중 유자와 고원에 대한 설명이 일본어로 나왔다. 대강 눈치껏 알아듣고 아빠에게 설명해 주었다.

 
 

위로 올라갈수록 바람이 선선했다. 중간에 기둥이 있는 지역을 통과할 때 속도가 빠르고 진동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총 2대의 로프웨이가 운행 중이었다. 우리는 파란색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왔고, 반대쪽은 주황색이었다.

 

산 정상이라 그런지 그늘에 있으니 추웠다.

 
 

로프웨이 탑승장 건물 밖으로 나오니 이국적인 버스가 서있었다. 이 버스는 로프웨이 탑승장에서 몇 백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식당으로 가는 버스인데 가는 길이 오르막이다 보니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었다.

 

고원에 서서 방금 전 로프웨이를 탔던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햇살이 뜨겁지만 공기가 너무 시원하고 상쾌했다.

 
 

전망대에 앉아 산 아래를 멍하니 바라볼 수 있었다.

 

전망대에도 족욕탕이 있었다. 바람이 선선하고 좋았다. 따스한 탕에 발을 넣으니 피로가 싹 풀리는 것 같았다.

 
 

발은 따스하고 바람은 선선하고 눈은 아름다운 풍경에 시원했다.

 

코로나의 여파였을까. 아직까지 사람들이 공공으로 사용하는 물건을 사용한다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이제는 코로나로부터 조금씩 벗어나는 연습을 해야 하지 않을까. 3년 동안 몸에 밴 습관이나 관념을 한 번에 없애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가끔씩 흡연실 같은 곳에서 라이터를 빌려달라고 해서 빌려주었다 다시 돌려받으면 왜 그렇게 찜찜한지 모르겠다. 시간이 지날수록 코로나 때 익었던 습관들도 점점 희미해지지 않을까.

 
 

로프웨이 아래쪽에도 식당이 있었다. 로프웨이에서 한무리의 사람들이 내렸는데 다들 어디로 갔을까.

 

뜨거운 태양볕을 받으며 광합성을 했다. 얼굴은 까맣게 탔지만 앞에 보이는 풍경은 절대 잊을 수 없었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뚫리는 풍경. 일본의 대관령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간혹 아직까지 산 정상에 눈이 덮인 산을 볼 수 있었다.

 
 
 

일본인 가족이 족욕탕에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앞으로 보이는 풍경과 가족의 모습이 평화로웠다.

 
 

어디 가나 찍는 아빠의 시그니처 점프샷. 이곳에서도 점프샷을 찍었다.

 

야생화 정원으로 가기 위해 아래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갔다. 아빠는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 궁금하셨는지 놀이 공간으로 걸어가셨다. 어린아이 한 명이 부모와 함께 놀고 있었다.

 
 

아빠는 미끄럼틀 위로 걸어 올라가셨는데 담장이 아빠 키만큼 높았다.

 

미끄럼틀에서 내려와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알파인 보테닉컬 가든까지는 700미터였다. 내리막길이라 걷는 길은 편했다.

 

주변에는 나무가 빼곡했지만 우리가 걷는 길은 초원 같았다.

 

그늘이 없기에 뜨거운 햇빛을 다 받고 걸어야 하지만 풍경은 스위스 알프스를 연상시켰다.

 

내리막길이 조금 가파르기에 발바닥에 힘을 주고 걸어야 했다.

 
 

뒤를 돌아보면 우리가 걸어 내려온 전망대가 보였다.

 

굽이 난 길을 돌아서 내려가야 하는데 내려가는 길 중간에 지름길이 있어서 지름길로 걸어 내려갔다. 비수기라 그런지 시설물이 조금 관리가 안 된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걸어 내려가는 길은 지루하지 않았다. 고산지대에 피는 꽃들이 걸어 내려가는 길을 심심하지 않게 해주었다.

 
 

미지의 공간을 찾아서 아래로 아래로 걸어서 내려갔다.

 

알파인 정원으로 내려오니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팸플릿에서 본 조형물도 보였다.

 
 

일단 사람들이 없을 때 고산 정원의 사진 명소에서 인증숏을 찍었다.

 

정원 자체는 넓지 않기에 걷는데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그리고 녹음이 우거져서 따가운 태양 볕을 피할 수 있었다.

 

산속의 호수를 따라 걸었다. 어디서 흘러 들어온 물일까. 맑은 물이 산에 고여 있는 것이 신기했다.

 
 

잘 가꾸어진 정원을 걷는데 발걸음이 가벼웠다. 울창한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었고 시원한 바람이 불 때마다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정원 한쪽에는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었다. 리프트는 액티비티를 즐기는 사람들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왔다 다시 위로 올라갈 때 타는 것 같았다.

 

호수 한쪽에는 테이블과 의지가 있고 해먹이 있었다.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사 온 도시락이나 집에서 가지고 온 간식을 꺼내서 먹었다.

 
 
 

아빠와 나도 편의점에서 산 간식을 꺼내서 먹었다. 해먹이 있기에 해먹에 누워봤다. 해먹에 눕기까지 조금 힘들었지만 누우니 파란 하늘을 멍하니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바람이 불 때마다 시원했다. 이대로 잠들 것 만 같았다.

 

오전에 찍은 사진들을 아빠에게 보내드리고 우리는 해먹에 누워 잠시 개인적인 시간을 가졌다. 나는 멍하게 아무 생각 없이 근심 걱정 없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에너지 충전도 했으니 가보지 않은 길을 따라 걸었다.

 

정원이 화려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마음이 편했다. 어쩌면 심심하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오히려 이런 심심함이 좋았다. 번잡한 도쿄, 대도시를 벗어나니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덱을 따라 걸으니 영화의 한 장면 같아 보였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모든 풍경이 작품이 되었다.

 
 

물에 비친 꽃들이 마음속에 담겼다.

 

꽃도 사람도 물에 반영된 풍경처럼 마음속 깊숙한 곳에 스냅 사진처럼 저장이 되었다.

 
 

도쿄에서 멀지 않은 곳인데 한국인 관광객에게 너무 알려지지 않은 장소 같았다.

 
 

케이블카를 타고 도착했을 때는 주변 풍경에 입이 딱 벌어지고 정원을 걸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정원 안에는 작은 꽃이 펴 있어서 꽃들과 술래잡기를 하는 것 같았다. 나같이 꽃에 잘 모르는 사람들은 길가에 핀 그저 그런 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아빠에게는 하나하나 그냥 지나쳐가기 아쉬운 이쁜 꽃 들이었다.

 
 
 

정원의 높은 부분에는 나무 전망대가 있고 산장 모양을 한 카페도 있었다. 카페 건물에 화장실도 같이 있었다.

 
 
 
 

정원 가꾸기로 유명한 일본이라 그런지 이곳에서도 아기자기하게 가꿔놓은 정원이 인상적이었다.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 당기는 날이었지만 미리 편의점에서 사 온 음료를 마셨기에 화장실만 이용했다.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시간이 된다면 꼭 한번 카페에서 젤라토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좋을 것 같다.

 
 

전망대로 오르는 길의 나무들이 원시림을 연상시켰다. 일본이 습하고 더운 나라라 그런가 한국에 비해 나무가 크고 울창했다.

 

전망대에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무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무 덱에 기름칠을 했는지 나무 덱에서 기름 냄새가 났다.

 

새로 산 카메라로 셀카도 찍어 보았다.

 

아빠는 어떻게 숨겨진 꽃들을 잘 찾으시는 것 같다. 내 눈에는 안 보이는 꽃들이 아빠의 시선에는 딱 보이시나 보다.

 
 
 

카페 근처에는 캠핑의자와 테이블이 놓여 있는데 잠시나마 이곳에 앉아서 캠핑의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제 천천히 로프웨이 탑승하는 곳으로 가야 할 것 같았다. 처음에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 걱정을 했는데 막상 와서 시간을 보내니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돌아가는 길에도 가는 걸음을 사로잡는 꽃들과 풀들.

 

노부부가 서로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역에 조금 일찍 가서 족욕을 하며 시간을 보낼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진짜 개구리가 사는 것일까. 아니면 녹음된 소리를 틀어주는 것일까. 호수에서 계속해서 개구리(?) 소리가 났다.

 

3시가 넘어가고 있는데 오히려 사람이 더 많아진 것 같다. 해먹이 있는 곳에는 역시나 사람이 많다. 그리고 오두막이 보였다. 오두막 앞 자판기 색이 너무 튀는 것이 옥에 티라고 할까.

 

빨리 보면 10여 분이면 볼 수 있는 정원이지만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힐링을 한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걷는다면 이곳에서 한두 시간은 충분히 보낼 수 있는 것 같다.

 
 

빠름보다는 느림의 미학으로 정원을 둘러보다 보면 어느덧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리는 곳이었다.

 
 

정원을 나와 다시 로프웨이를 타러 걸어갔다. 계속 오르막이기에 숨을 몰아쉬면서 천천히 걸었다.

 

하늘과 맞붙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일본에서 느끼는 작은 알프스라고 해야 할까.

 

시간을 보니 로프웨이를 바로 탑승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로프웨이 탑승줄에 섰다.

 
 

올라올 때 보다 내려갈 때 사람이 더 많았다. 나중에 오게 된다면 겨울에 오고 싶은데 겨울은 성수기라 올 수 있을지라는 생각을 했다.

 

기차 탑승시간까지는 1시간 정도 남았기에 역으로 가는 길 족욕탕에서 피곤한 발의 피로를 풀고 갔다.

 

봄, 가을에 오면 공기는 선선하고 물을 따뜻하고 신선놀음이나 다름없을 것 같았다.

족욕을 마친 후 다시 천천히 걸어서 기차역으로 갔다.

 
 

기차역 편의점에서 기차에서 먹을 도시락과 음료를 샀다. 그리고 다양한 기차 관련 기념품을 팔고 있기에 철덕인 나는 또 기념품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무엇을 살까 고민을 하다 조에츠 신칸센에서 운행 중인 E7 열차 열쇠고리를 구매했다.

 

기차를 타려면 15분 정도 남았지만 미리 플랫폼으로 올라가서 기차를 기다렸다. 플랫폼에는 역시나 흡연실이 있었다.

 

이제 다시 한 시간 10분 기차를 타고 도쿄로 가면 되었다. 도쿄에서 이곳까지 차로 오면 200여 킬로미터가 되었다. 신칸센으로는 한 시간 10분이면 이곳에 도착하고 차로는 대략 3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았다. 도쿄에서 에치고 유자와까지 6000엔이 넘는다. 왕복하면 12000엔이니 한번 왕복만 해도 도쿄 와이드 패스의 가격 보다 훨씬 비싸다. 짧은 시간이지만 유자와 고원을 걸으며 오랜만에 자연과 함께 조용히 힐링을 하고 왔다.

https://youtu.be/81UP047puu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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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너무 늦게 도착해서 피곤했다. 아침에 일어나기 얼마나 싫었던지 모르겠다. 한국에서 동일본 JR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표를 예매해 두었다. 전날 나리타 공항에서 도쿄 와이드 패스와 예약증을 다 발권 받아서 왔기에 바로 도쿄역으로 향했다. 이번 여행의 메인은 후지산 관광열차를 타는 것인데 패스 사용 중 하루가 남기에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패스로 조에츠 신칸센 일부, 호쿠리쿠 신칸센 일부를 이용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한 번도 이용해 보지 않은 조에츠 신칸센을 이용해 보기 위해 우에노에서 에치고 유자와행 신칸센을 왕복으로 예약했다.

 

부실하게 아침을 먹어서 기운이 없었지만 날씨가 너무 좋았다. 신칸센 표를 우에노에서 에치고 유자와로 예약했지만 기차가 도쿄에서 출발하기에 우에노 역 대신 도쿄역에서 기차를 타기로 했다.

 

야마노테 라인의 지하철 배차 간격이 얼마나 될까. 몇 분 지나지 않았는데 다음 열차가 들어왔다. 배차 간격이 한국의 지하철 보다 짧은 것 같았다.

 

오카치마치 역 플랫폼은 토요일 아침이지만 오카치마치 역 플랫폼은 분주했다.

 
 

끊임없이 지하철이 들어왔다 빠져나갔다.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오카치마치 역에서 4정거장을 가면 도쿄역이 나왔다. 이제부터 긴장이 되었다. 수많은 플랫폼과 사람들 때문에 벌써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끊임없이 나오는 안내방송이 정신을 쏙 빼놓았다.

 
 

오카치마치 역에서 도쿄역까지 늦을까 봐 한 시간 정도 일찍 출발했는데 예상보다 빨리 도착했다. 일단 전광판에서 우리가 타고 갈 기차인 조에츠 신칸센 토키 315가 있는지 확인했으나 아직 전광판에 나오지 않았다. 도쿄 와이드 패스가 있으니 동일본 JR을 이용할 때 편하게 지하철에 승하차하고 역에 들어갔다 나갈 수 있었다.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 도쿄역 앞 광장으로 나왔다.

 
 

도쿄역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나라도 옛 서울역을 현재까지 역으로 활용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거의 없었다. 도쿄역 앞 빌딩도 그대로인 것 같고 궁으로 향하는 길은 아름드리나무가 길가 양옆에 서서 도심의 더위를 식혀 주었다.

 
 

일본에 왔으니 일본 국기가 보이는 것이 당연한데 왠지 일본 국기를 보면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다른 나라 국기를 보면 신기해서 사진을 찍는데 일본 국기는 되도록이면 피해서 찍게 되는 것 같다.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날이 점점 뜨거워져서 그늘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다.

 
 

벤치에 앉아 기다리다 기차를 탑승하기 위해 다시 도쿄역 안으로 들어갔다. 일단 도쿄 와이드 패스를 개찰구에 넣고 안으로 들어갔다.

 
 

다양한 지하철과 기차, 신칸센이 출발하는 역이라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기차에 탑승하기 전 도시락을 구매했다. 일본 기차여행의 백미 중 하나는 에키벤이 아닐까. 기차 안에서 먹는 맛있는 도시락. 각 지역마다 다른 도시락을 먹을 수 있기에 기차를 탈 때마다 어떤 도시락을 먹을지 고민이 되었다. 에키벤을 사는 줄이 꽤 길었다.

 

우리가 탈 토기 315는 플렛 홈 23번이었다. 신칸센을 탑승하기 위해 한 번 더 개찰구를 통과해야 했다. 아마 지하철 고객과 신칸센 고객을 구분하기 위해 한 번 더 개찰구를 통과하게 하는 것 같았다.

 
 

개찰구에 도쿄 와이프 패스를 넣으면 패스에 도쿄역이라고 적힌 빨간색 글이 찍혀 나왔다.

 

이곳에서는 남쪽으로 가는 신칸센, 북으로 가는 신칸센, 서쪽으로 가는 신칸센 등 다양한 신칸센이 출발하고 도착하기에 처음 오는 사람이라면 정신줄을 놓을 것 같다.

 

예약증에 나온 기차 번호와 시간을 다시 한번 확인 후 전광판에 나온 안내를 따라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플랫폼으로 올라갔다.

 

우리가 타고 갈 토키 315는 플랫폼에 벌써 들어와 내부 청소를 하고 있었다.

 

플랫폼에는 스크린 도어가 없기에 조심해야 했다.

 

플랫폼도 사람들로 번잡했다.

 

우리 플랫폼 반대쪽에는 홋카이도에 갈 때 이용한 적이 있던 하야부사가 정차하고 있었다. 앞 주둥이가 길고 색이 화려했다.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저런 디자인을 상용 구간에서 사용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지만 고유의 디자인과 색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기종 중 하나이다.

 
 

또 다른 열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왔다. 쉴 새 없이 플랫폼으로 기차가 들어오고 나갔다. 그리고 플랫폼에 흡연실이 있는 것이 신기했다.

 

기차의 청소가 끝났는지 사람들이 탑승을 위해 줄을 섰다.

 

기차가 길어서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고프로를 사용하지 않으니 아빠가 이제부터 여행을 가실 때 고프로를 사용하신다고 하셨다. 처음으로 아빠가 고프로를 들고 촬영을 하셨다. 아직 손에 익지 않아서 그런지 불편하다고 하셨다.

 

탑승 시작 십여 분을 남기고 문이 열렸다. 고상홈이기에 지하철에 탑승하듯이 바로 타면 돼서 편했다.

 

일반석 좌석은 2-3였다. JR패스처럼 그린 티켓과 일반 티켓으로 판매했다면 당연히 그린으로 선택했을 텐데 도쿄 와이드 패스는 단일 티켓이기 때문에 일반석만 예약할 수 있었다.

 

옆에 사람이 없기를 바랐지만 다음 역에서 아빠 옆자리에 손님이 앉았다. 의자들이 출발할 때는 다 서있어서 앉으면 불편한데 버턴을 눌러 뒤로 밀면 앞뒤 간격이 넓어서 뒷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편하게 탈 수 있었다. 많은 일본 사람들이 의자를 뒤로 밀 때 뒷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의자를 뒤로 미는 것 같았다.

 

도쿄역은 야외 플랫폼인데 우에노 역의 신칸센 플랫폼은 지하에 있었다. 항상 궁금했던 부분 중 하나였다. 우에노 역 지상 플랫폼에서 한 번도 신칸센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신칸센을 어디서 타나 매번 궁금했는데 이번에 기차를 타고 신칸센이 어느 곳에 정차하는지 알게 되었다.

 
 

지하구간을 지나 다시 기차는 지상구간으로 나왔다. 지하 청량리에서 지상으로 나갈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지상으로 나온 기차는 서서히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속도를 내기 시작하니 주변 풍경이 빠르게 뒤로 지나갔다.

 

아침에 빵 한 조각만 먹고 왔기에 에키벤이 빨리 먹고 싶었다. 아빠가 드실 에키벤은 소고기 덮밥으로 가격이 조금 비쌌지만 맛있어 보였다. 거기에 아사히 맥주 한 캔까지.

 

지상을 달리는 기차의 속도는 어느덧 100킬로미터를 넘었다.

 
 

그리고 거의 130까지 속도를 냈다. 상행선 기차가 지날 땐 총알같이 지나갔다.

 
 

이곳 기차는 도카이도 신칸센과는 디자인이 달랐다. E5, H5, E7 등 호쿠리쿠 신칸센, 조에츠 신칸센, 홋카이도 신칸센 등 다양한 지역, 특히 북쪽으로 가는 신칸센이 운행하고 있었다.

 

도쿄 근교 역이 오미야 역에서 기차가 섰다. 도쿄 근교 역이지만 여러 방면으로 가는 기차와 지하철이 정차하는 역이다 보니 역의 규모가 상당히 컸다.

 
 
 

오미야 역을 지나자 기차 노선이 분리가 되었다. 분리된 선은 홋카이도 신칸센으로 계속해서 북쪽으로 가는 철로였다.

 
 

오미야 역을 출발한 열차는 갑자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시속 200킬로미터를 지나 260을 넘겼다.

 

기차는 고속으로 주행 중이었고, 아빠와 나는 배가 고파서 에키벤을 꺼내서 먹었다.

 

아빠 도시락은 1400엔 정도였고 내가 고른 것은 1000엔이었던 것 같다. 기차 안에서 도시락을 먹으니 냄새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 걱정이 되었지만 다른 승객들도 도시락을 먹기에 마음 편히 도시락을 먹었다.

 

이렇게 마스크를 벗고 기차 안에서 먹을 것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코로나 기간 3년이 꿈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기차는 고속으로 달리다 타카사키 역에 정차를 했다.

 

가운데 두 개 선은 이곳을 정차하지 않는 열차가 이용하는 고속선이었다.

 

무정차하는 열차는 타카사키 역을 고속으로 지나갔다.

 
 

이곳에 정차한 열차는 앞 열차와의 간격 조정 때문인지 한참을 이곳에서 서있다 출발했다.

 

다시 열차는 속도를 냈다. 신기한 점은 고속선의 경우 자갈 없이 콘크리트 바닥에 철로가 놓여 있는 점이었다. KTX는 고속선에도 자갈이 깔려 있는데 이곳은 기차역에는 자갈이 깔려있고 고속선에는 자갈이 깔려있지 않았다. 타카사키 역을 지나자 또다시 기차선로가 분리되었다.

 
 

아마 분리된 선로는 호쿠리쿠 신칸센으로 카나자와까지 가는 열차가 이용하는 선로였다.

 

타카사키 역부터가 본격적인 조에츠 신칸센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기차는 평지를 빠른 속도로 달렸다. 저 멀리 높은 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평지가 끝나자 터널이 나왔다. 터널을 한참을 달렸다. 한 터널이 끝났다 싶으면 다른 터널이 나오고 이전과는 다른 풍경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되는 터널 때문에 밖의 풍경을 볼 수 없었다.

 
 

일본 소설 설국에 터널을 지나면 설국의 세상이 펼쳐진다는 말이 나오는데 평지를 달리다 갑자기 계속되는 터널 구간을 달린 기차는 이제 에치고 유자와 역에 정차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긴 터널을 지나 설국의 세상이 펼쳐져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다만 여름이기에 푸른 산이 우리를 반기지 않을까.

 
 

안내방송이 나오자 짐을 챙겨서 객실 밖으로 나왔다. 객실 밖에는 화장실이 있었다.

 
 

터널을 나온 기차는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역사 내로 진입을 했다.

 

기차는 에치고 유자와 역에 정차를 했다. 도쿄에서 한 시간 십분 정도 걸렸다. 자동차로 오면 대략 200킬로미터 정도 되는 시간으로 넉넉히 접아도 3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신칸센 덕분에 1시간 남짓이면 에치고 유자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은 겨울이 성수기로 스키를 타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한다. 지금은 여름이라 그렇게 많은 승객들이 이곳에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생각한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하차를 했다.

 

겨울에만 한시적으로 갈라 유자와까지 가는 열차가 운행되는데 지금은 눈이 다 녹아서 갈라 유자와로 가는 임시열차는 운행되지 않고 있다.

 
 

이곳도 스크린 도어가 없었다. 대신 역무원이 나와서 안내방송을 하고 육안으로 확인 후 기차에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다.

 

열차는 순식간에 빠른 속도를 내며 기차역을 빠져나갔다.

 

에치고 유자와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어서 걱정이 되었다. 대부분의 정보도 겨울철 스키장 이용에 대한 것 밖에 없어서 이곳에서 무엇을 하며 4시까지 보내야 할까 고민이 되었다.

 

일단 계단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출구를 따라 나갔다. 나갈 때도 들어올 때처럼 승차권을 개표구에 넣으면 티켓이 나왔다.

 

신칸센이 30분 또는 1시간에 1대 정도 이곳에 정차했다.

 

유자와 케이블카를 타러 가기 위해 역 안에 있는 안내도를 확인했다.

 

작은 시골 마을로 역 근처에는 료칸이 많았다. 우리는 유자와 고원으로 가기 위해 역을 나가 오른쪽으로 꺾은 후 5분 정도 걸어가면 되었다. 무엇을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기에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도쿄에서 느끼지 못하는 자연을 실컷 즐기다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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