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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누르는 우붓에 비해 참 조용한 곳 같았다. 길거리의 차도 우붓보다 분주하지 않고 걸어 다니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조용했다. 사람으로 북적이는 느낌이 없으니 작은 소도시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인도네시아의 인도는 두 사람이 걷기에는 폭이 좁았다. 그러다 보니 맞은편에 사람이 오면 한쪽에서 몸을 틀어주어야 어깨를 부딪히지 않았다. 사람들이 다들 어디로 갔을까. 일몰을 보기 위해 해변으로 가는데 사람의 흔적을 찾기 힘들었다.

 

해변으로 가기 위해 들어선 골목은 우리나라 평창동 같은 느낌을 주었다. 고급스러운 집들과 높은 담장. 왠지 주눅이 들었다. 주차장에 세워진 차들도 벤츠, BMW 등의 고급 차였다.

 
 

담장이 성벽같이 높게 느껴졌다.

 
 

골목의 끝에 도착하니 해변이 나왔다. 오토바이가 워낙 많은 곳이다 보니 오토바이만 주차하는 공간이 따로 있었다.

 

발리의 해변은 우리가 생각하는 동남아의 깨끗한 해변과는 달랐다. 그래서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는 사람보다는 파도가 센 곳이기에 서핑을 즐기는 사람이 더 많다. 건기라 그런지 하늘엔 구름 한 점 없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저 멀리 있는 아궁산이 선명하게 보였다.

 

해발고도가 3000미터가 넘는 화산으로 발리에 있다 보면 어디서든 보이기에 친구같이 느껴졌다.

 

노을빛을 받은 구름과 산은 붉게 빛나고 있었다.

 
 

해안에서 조금 떨어진 바다는 흰 포말을 만들며 거친 파도를 일으키며 해안으로 밀려왔다. 파도가 세서 그런가 해안에서 몇 백 미터 떨어진 곳에 방파제가 있는 것 같았다. 거침없이 밀려온 파도는 해안과 가까운 바다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곳까지 파도가 밀려오지 않기에 해변은 고요하고 조용했다. 다만 희미하게 멀리서 밀려오는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시시각각 아궁산 주변 하늘이 변해갔다. 바다에서 밀려온 구름이 아궁산에 부딪혀 산을 넘지 못하고 산에 걸려 있는 것 같았다.

 

구름은 힘겹게 산을 넘고 있었다.

 

 

 
 

사람들은 바닥에 앉아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 먼 곳에서 무서운 소리를 내며 파도가 밀려왔지만 그 기세는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고 아궁산은 산의 반절이 구름에 덮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늘은 지상과 하늘을 선명하게 구분 짓기를 하고 있었다.

 
 

아빠는 바닥에 앉아서 핸드폰을 하고 계셨고 나는 구름에 점령당한 아궁산이 신기해 카메라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산의 모습도 조금씩 어둠에 사라지고 있었다. 사누르 해변이 동쪽에 있기에 노을은 해변 뒤쪽으로 지고 있었다. 해변은 노을빛을 받은 아름다운 빛을 반사하고 있을 뿐이었다.

 

바다에는 짙은 어둠이 깔려있지만 등을 도니 해변 뒤로는 아직 해가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이곳에서의 하루하루는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아주 잔잔하고 조용하게 또 하루가 지나갔다.

 
 

쿠타 해변과 모래는 비슷한 것 같지만 쿠타보다는 더 깨끗한 것 같았다.

 
 

금빛의 고운 모래가 아니라 조금 아쉬웠다. 발리에 있다 보면 가끔 길리 섬의 아름다운 바다가 그리울 때가 있다. 발리라는 곳은 휴양하고 즐기기 참 좋은 곳인데 가끔 포카리스웨트에 나오는 그런 깨끗한 바다가 그리울 때가 있다.

 

아빠는 아직도 컨디션이 많이 회복되지 않으셨는지 조금 밖에 움직이지 않았는데 피곤해 하셨다.

 

저녁이 되니 날이 더 선선해졌다. 쿠타보다 사누르 해변은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었다.

 

낮에는 더워 해변에 사람이 적으나 해가질 무렵이 되니 해변에는 현지인으로 해변이 낮보다 더 활기차게 보였다.

 

산책로에의 가로등에는 불이 들어왔다. 평범한 해변이 가로등 불빛을 받으니 황홀한 길로 만들어 주었다.

 

하루 종일 한 것이라고는 우붓에서 사누르로 이동하고 호텔에서 운동한 것 밖에 없는데 저녁이 되니 몸이 노곤노곤 피곤해졌다.

 
 
 
 

해변 산책로가 잘 되어 있어서 걷기 좋았다. 아침 또는 저녁에 산책 삼아 걷기 좋은 길이었다.

 

바다에서는 끈적이는 바람이 불어왔다. 그래도 우기 여행에 비하면 건기 여행은 쾌적한 편이었다.

 
 

동쪽 하늘은 빠르게 어두워졌고 사람들도 해변에서 서서히 사라졌다.

 

숙소로 바로 들어갈까. 아니면 약속 시간까지 더 있다 들어갈지 고민이 되었다.

 

보랏빛으로 물든 하늘이 황홀했다. 하늘이 어쩜 이렇게 이쁠 수가 있을까.

 

높다란 담장이 위압적으로 느껴졌지만 보랏빛 하늘만은 편안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같은 하늘이지만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또 하루가 이렇게 지나감이 아쉬웠다.

 
 
 

약속시간까지는 시간이 비어서 일단 숙소에 들렸다 나가려 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마트에서 물건을 사는데 카드 결제가 안된다고 해서 순간 당황했다. 주머니 속에 있는 현금을 주섬주섬 꺼내서 돈을 냈다.

 

숙소로 벌써 어둠이 졌다. 밝음에서 어둠으로 넘어가는 순간은 한순간이었다. 리조트에는 밝게 조명이 들어왔다.

 
 

수영장이 호텔 가운데 있다 보니 수영장 사용시간 마감이 빠른 점이 아쉬웠다. 그래서 저녁엔 리조트가 조용했지만 저녁 늦은 시간까지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에서 한 시간 정도 쉬다 나왔더니 다시 기분도 업이 되고 에너지도 넘치는 것 같았다.

 

저녁 8시에 바투 짐바르 앞에서 지인을 만났다. 지인도 우리와 같이 여러 번 발리에 왔는데 이번에는 우연히 일정이 하루가 맞아서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약속을 잡았다. 몇 년을 같이 일해서 같은 직장에서 보다 여행 와서 만나니 더 반가웠다.

 

반가운 만남은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여행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헤어지기 전 아쉽기에 같이 사진을 찍었다. 사누르에서의 첫날, 처음 오는 곳이라 긴장되고 떨렸다. 한편으로는 복잡한 우붓을 떠나 조용한 사누르가 마음에 들었다.

https://youtu.be/wRIH1DaOJkM?si=DIXVHajsN-9Xd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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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은 길지 않기에 딱 두 군데에서만 지내기로 했다. 그중 하나가 우붓이고 나머지 한 곳은 사누르였다. 이번을 포함해 다섯 번째 발리 여행이었는데 사누르는 처음이었다. 익숙한 쿠타를 벗어나 사누르로 가려니 괜히 긴장이 되었다. 같은 발리이지만 그 느낌만은 달랐다.

 

우붓에서 사누르까지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오후 한 시간 넘어서 스위스 벨 리조트에 도착했다. 아직 방이 준비되지 않아서 체크인 시간인 3시까지 기다려야 했다.

 

일단 짐을 맡겨두고 점심을 먹을 겸 호텔 밖으로 나갔다. 우붓보다 거리가 조용했다.

 
 

이곳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기에 길을 걷다 조용해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점심시간이 지난 후라 식당 자체는 조용했다. 아빠는 며칠 동안 아파서 못 본 일일 드라마를 몰아서 보고 계셨다.

 
 

햄버거 두 개와 샐러드를 주문했다. 맥도널드 같은 햄버거가 아니라서 햄버거가 컸다. 그러나 샐러드는 생각보다 채소량이 적었다. 우리는 샐러드 볼같이 풍성한 샐러드를 생각했었다. 발리에서는 채소가 비싼 것일까. 샐러드를 주문하면 뭔가 내가 생각한 것과 달랐다.

 

인스턴트가 아닌 점심은 오랜만에 사 먹는 것 같다.

 

음료에 햄버거, 샐러드까지 주문했는데 2만 원 정도 나왔다.

 

배가 부르니 기분이 좋아졌다. 길가에 핀 꽃이 이뻐서 사진을 찍고 있으니 지나가던 아저씨가 사쿠라라고 말해주었다. 벚꽃이라는 말이 더 널리 퍼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붓은 낮이든 밤이든 거리가 사람들로 가득한데 여긴 조용했다. 관광객들은 어디로 갔을까.

 

호텔 체크인이 가능할 것 같아서 배부른 배를 이끌고 호텔로 갔다.

 

맑은 하늘에 비행기가 쉴 새 없이 지나갔다.

 
 

리셉션에 갔더니 아까 내 체크인을 도와주던 직원이 있었다. 나를 알아보고 바로 방 키를 주었다. 원래는 트윈침대인데 내가 잘 때 너무 뒹군다고 말했더니 트윈침대 두 개를 붙였다고 한다.

 
 

리조트의 구조가 익숙하지 않고 짐이 있어서 직원과 함께 방으로 갔다. 원래는 스위스 벨 리조트 앞 발리풍이 가득한 호텔로 예약했는데 막판에 스위스 벨 리조트가 저렴하게 나와 이곳으로 숙소를 바꿨다. 방에 들어오니 숙소를 잘 바꾼 것 같았다. 일단 방 자체가 넓었다. 방으로 오는 길 다른 방이 보여서 힐긋 보았는데 그 방들은 작아 보였는데 이 방은 아빠와 나, 둘이 사용하기 충분히 넓었다.

 
 
 

페트병 사용을 줄이고자 페트병 물 대신 유리병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복도 중간마다 정수기가 놓여 있었다.

 

여행 갔을 때 욕조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여행의 질을 가끔 좌우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쉬는 여행일 경우 욕조는 필수인 것 같다. 오래된 숙소지만 욕조가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일회용 칫솔이 제공되기는 했는데 매일 새것으로 주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전반적으로 오래된 느낌이 드는 객실이지만 있을 것은 다 있어서 불편하지 않았다.

 
 

테라스의 담장이 높아서 테라스 의자에 앉으면 하늘밖에 보이지 않아서 답답한 면이 있었으나 테라스에 서면 리조트가 다 보였다. 그리고 테라스 한편에 수영복을 말릴 수 있는 빨랫줄이 있었다.

 

문밖으로 나오면 사누르의 집들이 보였다.

 

붉은색의 지붕이 유럽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했다.

 
 

1층은 G 층으로 G 층으로 내려오면 수영장과 로비로 갈 수 있었다.

테라스에서도 흡연이 가능했고 지정된 흡연 장소도 따로 있었다. 솔직히 발리에서는 금연장소가 거의 없는 것 같다. 식당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아빠가 쉬는 동안 혼자 헬스장에 갔다. 며칠 동안 운동을 안 했더니 피부에 뽀드락지도 나고 체중도 늘을 것 같았다.

 

헬스장은 크지 않으나 유산소 운동을 할 수 있는 러닝머신과 자전거, 크로스컨트리 기구가 있었다. 운동을 하려고 애플워치를 운동 모드로 작동시켰는데 심박수가 작동하지 않았다. 애플워치 3으로 거의 7-8년 사용했으니 이제 시계와도 이별할 때가 된 것 같았다.

 
 

사누르 해변에서 노을을 보고자 해질녘 밖으로 나왔다.

 

높은 건물은 대부분 리조트 같았다.

 
 
 
 

사누르의 풍경이 이렇게 좋았던가. 조용했다. 우붓은 편하면서 번잡했다. 왜 사람들이 사누르를 좋아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로비에 앉아 잠깐 사진을 찍었다.

 

이 호텔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큰 수영장 때문이었다.

 
 

오늘은 수영장을 못 이용해서 아쉬웠다. 아직 첫날이고 시간이 많으니 조급할 필요가 없었다. 사누르를 떠나는 날 어떤 기억을 가지고 떠날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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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이란 이런 것일까. 숙소에서 벗어나지 않고 지내지만 마음이 편했다. 처음에는 무엇이든 해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조급함이 들었다. 비싼 돈 들여서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것이 마음 불편했었다. 여행 와서 아무것도 안 하고 쉬어 본 적이 있었을까. 어딘가 돌아다니고 투어를 하고 호텔 내에서 쉬더라도 생산적인 것을 해야 하는 압박감이 강했다.

우붓에 와서 한 것이라곤 우붓 시내에 잠시 다녀온 것이 다였다. 처음엔 답답했다. SNS의 노예가 된 것 마냥 하루하루 새로운 것을 하고 올려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게 부담스러웠다. 나를 위한 여행이 아닌 보여주기 여행을 하고 있었다.

 
 

또 다른 아침이 밝았다. 여행도 벌써 닷세가 지나고 있었다.

 

아침 공기가 싱그러웠다. 이곳이 동남이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날씨가 너무 좋았다.

 

매일 비슷한 조식을 먹지만 배가 고파서 그런지 접시 한가득 담아왔다.

 

평소에 집에서 잘 안 해 먹는 계란이지만 이곳에 와서는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프라이는 꼭 써니사이드 업으로 주문했다. 어디선가 본 영어 표현을 이럴 때 써먹을 수 있었다,

 
 

언제나 한 접시만 먹기 아쉬워 꼭 두 접시를 채워 먹고 방으로 돌아갔다.

 
 
 

지날 때마다 보는 꽃. 꽂이 활짝 필 때와 아닐 때의 모습이 전혀 달랐다.

 

아침을 먹고 방으로 가는데 햇살이 조금 따가웠다.

 
 

이 길을 걷고 있는 자체만으로 행복했다. 언제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을까.

 

수영장에서 봤던 한국인 가족이 체크아웃을 하고 있는데 군대의 행진 같았다.

 

아침마다 향을 피우고 길가엔 신에게 바치는 꽃이 놓여 있었다.

 

아빠는 식사 후 주무신다고 하시기에 혼자 테라스에 나와 오랜만에 블로그를 작성했다.

 

블로그 작성 후 다시 수영장으로 나왔다.

 
 

시원하다. 내가 꿈꾸던 여행이었다. 수영장에 누워 유유히 떠돌며 시간을 보내는 것. 넷플릭스를 켜놓고 대강의 스토리만 따라가며 몇 번 보았던 드라마를 보았다.

아빠는 한국에서 가져온 과자를 드시며 당 충전을 하셨다.

 

내일이면 이곳을 떠나 사누르로 가야 하기 때문에 이곳이 많이 그리울 것 같았다.

 

수영장에서 놀고 오니 오늘도 방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늦은 점심을 우유와 과일로 때웠다. 동남아에 오면 배가 터지게 먹고 싶었던 것이 용과였다.

 
 

아빠가 쉬시는 사이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를 사가지고 왔다. 뼛속까지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니 에너지가 충전되는 것 같았다.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났다. 원숭이 가족이 수영장에 나타났다.

 

원숭이는 사람이 신경 쓰이는지 빠르게 수영장을 벗어났다.

 

오늘 하루도 금세 지나갔다.

 
 

노을이 지는 모습을 영상으로 남기고 싶어서 고프로와 카메라를 테라스 난간에 설치했다. 한편으론 원숭이가 와서 훔쳐 갈까 걱정도 되었다.

 
 

닷세간 쉬어서 그런지 아빠의 몸 상태도 많이 좋아지셨다.

 
 
 

하늘에 짙은 구름이 깔려서 이쁜 노을을 못 볼까 걱정이 되었다.

 

카메라는 스스로 돌면서 노을을 찍고 있고 우린 밖으로 나왔다.

 

매일 논 밖에서 보다 오늘은 무슨 용기가 났는지 논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역시 밖에서 보는 것보다 안에서 보는 풍경이 더 좋았다.

 
 
 

이 맛에 우붓에 오나 보다. 라이스 테라스 트레킹을 하고 싶었는데 못해서 아쉬웠다. 숙소 앞에 있는 논에서 트레킹을 못한 것을 대리만족할 수 있었다.

 
 

노을은 서서히 지고 있고 우리의 우붓 여행도 이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해가 진 후부터가 노을의 절정임을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

 

하늘은 더 붉어졌다. 내 마음도 하늘과 함께 붉게 물들어 갔다.

 
 
 

눈이 시릴 만큼 아름다운 하늘을 보고 있으니 마음속을 번잡하게 했던 모든 것이 사그라드는 것 같았다.

 

어느덧 하늘에는 어둠이 찾아왔다.

 
 

테라스에서 오늘도 간단하게 저녁을 먹었다. 편의점에서 파는 자양강장제가 은근 아빠에게 도움이 된 것 같았다. 편의점에 갈 때마다 오로나민 씨와 피로 회복제를 사가지고 왔다. 망고스틴은 껍질이 두꺼워서 까먹기 불편했지만 맛은 최고였다.

 

마지막 날이다. 아쉬운 발걸음으로 또 식당으로 갔다.

 
 
 

메뉴의 변화가 거의 없어서 질리긴 했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식당 한쪽 구석에서 파이프 담배를 피우는 할아버지가 인상적이었다. 파이프 담배를 보니 어릴 적 생각이 났다.

 

방으로 가는 길 테라스 난간에 있는 원숭이가 보였다.

 
 

원숭이가 우리를 힐끗 보더니 지붕을 타고 다른 곳으로 갔다.

 
 

가방 속에 프레드릭슨씨가 있는 것이 생각났다. 이곳에서의 마지막 사진은 그와 함께 찍었다.

 

사누르로 가는 픽업이 12시이기에 짐을 가지고 천천히 로비로 갔다.

픽업 기사는 픽업 시간에 맞춰 호텔로 왔다.

 

우붓에서 사누르까지는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여성 기사였는데 거의 한 시간 동안 한국 드라마 이야기를 했다. 한국 드라마를 한국 사람보다 더 많이 보고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한국 드라마가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한국 배우가 나오는 제품이 가장 인기가 많다고 했다. 우린 새로운 숙소가 있는 사누르에 도착했다.

https://youtu.be/G9reeNyR9ho

https://youtu.be/KF4KunWh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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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붓에서의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다. 아빠는 한국에서 출발할 때보다 컨디션이 많이 좋아지셨다.

 

매일 아침밥을 먹으러 걸어가는 길이 너무 행복했다. 조식 메뉴가 거창하지는 않지만 가는 길 자체가 즐겁게 했다.

 
 

건기의 우붓은 습한 느낌이 없어서 쾌적했다. 하늘이 파랗다. 눈이 시릴 만큼 파랬다.

 
 

논길을 가는 길 만난 오리 가족. 물이 찬 논으로 오리들이 줄을 지어 걸어갔다. 참 사소한 풍경이지만 마음속에 깊게 새겨졌다.

 

야자나무에서 떨어진 열매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노랗게 익은 게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너무 흔해서 그럴까 떨어진 열매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논 한쪽에 있는 오두막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쐤다.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이 상쾌했다.

 
 

오늘은 뭐 하며 지낼까. 특별히 뭘 하지 않더라도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이쪽 수영장은 어린이 풀장 같아서 5일 동안 한 번도 온적이 없었다. 수영장 한쪽에는 작은 바가 있었다.

 
 

발리에 오면 아침마다 향을 피우는 사람이 있다. 향을 피우며 무슨 생각을 하실까. 향 피우는 모습을 보니 왠지 마음이 경건해졌다. 발리의 주된 종교는 힌두교이다. 여기에는 수많은 신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발리가 신들의 섬인가 보다.

 
 

박쥐 란의 이파리는 볼 때마다 눈길을 끌었다. 박쥐의 날개 같기도 하고 손 같아 보이기도 했다.

 

3번째 먹는 아침 식사였다. 메뉴는 매일 같다. 그래도 배가 고프니 다 맛있게 느껴졌다.

 

직원이 가져다준 오믈렛이 귀여웠다. 나도 매일매일 웃는 하루를 보내고 싶다.

 

식사를 마친 후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햇살이 좋았다. 온도는 한국과 차이가 안 나지만 습도가 낮으니 쾌적했다.

 
 

아빠는 오전 시간 동안 계속 주무셨다. 정오가 지나서야 일어나셔서 수영장으로 갔다.

 
 

컨디션이 많이 좋아지시는 했지만 몸이 쳐지는 느낌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컨디션이 조금이라도 좋아지셨는지 수영장에 들어와 같이 수영을 했다.

 

건기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 연날리기를 하는 사람이 많다. 멀리서 보면 초대형 박쥐가 매달려 있는 것 같이 보였다. 밤에 보면 조금 등골이 오싹했다.

 

수영을 마치고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그사이 방은 깨끗이 정리되어 있었다. 아침마다 테라스에 새똥 같은 게 있어서 직원에게 사진을 보여주니 박쥐라고 했다. 박쥐가 밤마다 와서 먹이를 먹고 똥도 싸고 도망간다고. 그래서 박쥐가 올 시간에 맞춰 새벽에 일어났으나 난 박쥐를 보지 못했다. 아빠는 우연히 박쥐를 봤다고 하는데 박쥐가 매달려서 먹이를 먹는 게 아니라 테라스 바닥에서 열매를 먹었다고 했다.

숙소 근처(?)에 코코 마트가 있기에 걸어서 가기 위해 숙소에서 나왔다. 멍키 포레스트를 지나서 가야 했다. 가로지르는 길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길은 없었다.

 

해가 서쪽으로 많이 기울었지만 햇살이 뜨거웠다.

 
 
 

뭉게뭉게 피어오른 구름에 막대를 꽂아 먹으면 시원할 것 같았다.

 
 

코코 마트에서 무엇을 사면 좋을까. 즐거운 고민을 했다.

 

멍키 포레스트로 가는 길은 내리막길이라 편했다.

 

시내에 비해 복잡하진 않지만 그래도 도로는 언제나 오토바이로 가득했다.

 
 

익숙하지 않은 방향으로 가는 길이라 가끔씩 구글 지도를 확인했다. 가까운 길 같은데 괜히 멀게만 느껴졌다.

 

멍키 포레스트에 들어서니 울창한 숲 때문에 길이 어두웠다.

 
 

저녁에 차를 타고 지날 땐 으슥하게 느껴졌는데 낮에 오니 관광객으로 활기찼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원숭이가 사는 숲으로 가끔 원숭이들이 숙소까지 온다고 들었다. 저번 겨울 여행 때 전선 위를 타고 가던 원숭이가 코코넛 껍데기를 나에게 던져서 맞을뻔했었다.

 

나무 위에서 원숭이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그리곤 무심한 듯 다시 나무를 타고 가버렸다.

 

멍키 포레스트는 입장시간이 지나서 문을 닫았지만 멍키 포레스트에 들어가지 않아도 어디서든 원숭이들을 볼 수 있었다.

 
 

귀여운 것 같으면서도 사나운 원숭이들. 가끔씩 안경이나 모자 등을 훔쳐 간다고 들었다.

 

공포의 숲길을 지나 약간 경사진 길을 계속 올라갔다.

 
 

짐을 들고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머리가 핑 돌았다.

 

우붓에서 본 가장 큰 마트(?)였다. 마트에 들어오니 한국 사람이 많아서 이마트에 온 것 같았다.

 

우붓에 오면 망고스틴을 먹어봐야 한다고 겨울에 왔을 때 가이드가 우리에게 말했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망고스틴을 샀다. 그리고 선물로 줄 말린 망고 등도 구매했다. 제일 중요한 용과도 몇 개 바구니에 넣었다. 이것저것 넣다 보니 거의 십만 원어치 구매를 했다. 물건을 들고 숙소로 오는 길이 힘들었지만 왠지 뿌듯했다. 다음엔 코코 마트 근처에 숙소를 정해야겠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오늘 하루도 노을빛과 함께 지고

있었다.

 
 
 

매일매일 자연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것도 복이 아닐까.

 

하루가 또 지나가서 아쉽지만 그래도 아름다움을 맞이할 수 있는 이 순간이 행복했다.

 

무거운 물건을 들고 오느라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뿌듯했다.

 
 

영원할 것 같은 노을도 점점 어둠에 잠식되어 갔다.

스마트 티브이라 넷플릭스를 티브이로 볼 수 있었다. 티브이를 본 후 잊지 않고 로그아웃하고 아이디에 남아 있는 내 넷플릭스 아이디도 삭제했다.

 

저녁식사로 룸서비스를 시켜보았다. 피자가 조금 딱딱해서 식감이 별로였으나 프렌치프라이는 바삭했다.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늦은 저녁 식사를 했다. 그리고 후식으로 빨간 용과를 먹었다. 빨간 용과는 맛있기는 하지만 다음 날 화장실에 가면 그 끝이 좋지 않은 단점이 있는 과일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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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오전에는 호텔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오후 늦게 잠깐 우붓 시내를 구경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호텔 안에만 있다 보면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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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맞은편에 스타벅스 몽키포레스트점이 있었다. 우붓 왕궁은 걸어서 십여 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냥 숙소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가면 우붓 왕궁, 왼쪽으로 가면 몽키 포레스트였다.

 

인도네시아의 인도는 진짜 좁았다. 특히 우붓 시내는 걸어서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은데 인도까지 좁다 보니 인도가 더 좁게 느껴졌다.

 

이국적인 인테리어의 레스토랑이 아빠의 시선을 잡았다. 특히 활짝 핀 꽃은 꼭 사진을 찍고 가셨다.

 

도로는 일방통행 같은데 역주행하는 오토바이들이 있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위험해 보였다.

 

우붓 시내에 가까워질수록 역시나 사람이 많았다.

 

차보다 오토바이가 더 대중적인 곳이기에 어느 곳이나 오토바이 주차장이 있었다. 중고등학교만 되면 등하교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는 말을 들었었다. 혼란스러운 시내교통이지만 사고난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우붓 시내까지는 살짝 오르막 길이었다. 그렇다고 숨이 찰 정도로 경사진 길은 아니었다.

 

무슨 축제 기간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정확히 무엇을 위한 축제 기간인지는 이해하지 못했다. 발리를 여행하는 내내 길거리 곳곳에서 사자탈을 쓰고 악기를 연주하며 다니는 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신기해서 시진도 찍고 동영상으로 녹화를 했는데 나중에는 시끄럽게 느껴졌다.

 

겨울에 왔을 땐 공사 중이던 건물이 완공되어 있었다.

 

새로 건립된 쇼핑센터(?) 바로 앞이 우붓 왕궁이었다. 이번이 우붓 여행 세번째인데, 세번째 여행이 되어서야 우붓 왕궁에 처음 보러 왔다.

 

입구 앞에서 돈을 받는 것 같은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입장료가 있나 해서 돈을 꺼내려고 했으나 자세히 보니 전통춤 공연 티켓을 파는 사람이었다. 잘 모르는 관광객은 입장료인지 알고 왠지 전통 춤 공연 티켓을 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왕궁이라고 하지만 웬만한 사원보다 규모가 작은 것 같았다.

 

발리 느낌이 물씬 나는 장소였다.

 

발리 하면 생각나는 느낌. 어찌 보면 발리풍으로 잘 꾸며진 리조트 같기도 했다.

 
 

매번 우붓에 올 때마다 이 앞을 자주 지나다녔는데 왜 한 번도 들어와 볼 생각을 해보지 못했을까.

 
 

이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인트는 조금 기다렸다 사진을 찍어야 했다.

 

정원에는 풀과 꽃들이 기득해서 풍성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의 문은 열고 지나가는 길이 아닌 그저 사진 찍는 포인트였다. 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지 궁금했다. 우붓 왕궁의 느낌이 너무 좋았다. 조금 더 오픈된 공간이 많았으면 좋았을 것 같았다.

 

걷고 있으면 인디아나 존스가 되어 왕궁을 탐험하는 것 같았다.

 

8월의 발리의 날씨는 상상 이상으로 좋았다. 습도도 적당하고 기온은 오히려 한국보다 낮았다.

 

티테일한 장식들이 조잡스럽다 느낄 때도 있지만 붉은 벽과 회색의 장식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처음엔 왕궁이 클 것 같아 시간이 많이 소요되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는데 왕궁 자체가 크지 않아서 우붓 시내를 여행하다 잠시 들렸다 가기 딱 좋은 것 같았다.

 
 
 

조금 걸었다고 다리가 아팠다. 잠시 의자에 앉아 쉬었다.

 

출입구의 안과 밖의 분위기가 너무 달랐다. 왕궁 안은 조용하지만 왕궁 밖은 차와 사람으로 번잡했다.

 
 

왕궁을 나와 왕궁 앞 쇼핑센터로 갔다.

 

몇 달 전 공사하는 모습만 봤는데 몇 달 사이 이렇게 건물이 완공되었다는 게 신기할 뿐이었다. 쇼핑센터는 발리 수공예품이나 옷 등을 팔고 있었다.

 

쇼핑센터를 수박 겉핥기 식으로 구경한 후 우붓 스타벅스로 갔다.

 

해가 아직까지는 길었다. 도로 끝에서 강한 햇살이 뻗어 나왔다.

 

예전에 지인이 인도네시아에도 스타벅스가 있냐고 물어봤던 적이 있는데, 발리를 돌아다니면 쉽게 볼 수 있는 카페가 스타벅스인데 한 번도 와보지 않은 사람은 이곳이 정글만 있는 그런 곳이라 생각하나 보다.

 

스타벅스 나무 로고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인도네시아가 커피 산지 중 하나이지만 커피 가격은 한국과 비슷했다. 기본 아메리카노에 인도네시아 커피 빈을 추가할 수 있었는데 추가요금이 싫어서 이번에는 기본 커피에 달달한 바닐라 케이크로 주문했다.

 

어쩐 일인지 창가 자리가 비어 있어서 큰 창문이 있는 창가에서 복잡한 도로 위의 차와 사람들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쉬는 동안 우붓 왕궁에서 찍은 사진을 아빠에게 보내드렸다. 이번에 산 스카이롬 때문에 어디서든 아빠가 와이파이를 사용하실 수 있었다.

 

노을 지는 거리가 아름다웠다.

 

우붓 스타벅스의 흡연실에서 우붓의 사진 명소인 사원을 앉은 자리에서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저녁시간에는 공연 때문인지 사원 안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커피를 마신 후 스타벅스에 있는 사원을 보러 왔다. 매번 오는 사원인데 왠지 안 보고 가면 서운한 곳이었다.

 

공연 준비 때문에 안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안에 들어갈 수 없었지만 사원에 관광객이 많지 않아서 조용했다.

 

사원 옆 나무에 트리하우스가 있었다. 심슨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을 현실에서 보니 신기할 뿐이었다.

 
 
 

해는 더 서쪽으로 기울었다. 하나 둘 가게에 조명이 들어왔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쇼핑센터 앞은 사람들로 더 분주해졌다. 조명이 들어온 건물은 낮보다 화려했다.

 

쇼핑센터 앞에는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어린 학생들이 바닥에 앉아서 쉬고 있었다.

 

어느 학생이 기부함을 들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우리도 큰돈은 아니지만 기부함에 넣었다.

 

기부를 하고 나니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 가벼웠다. 이번 발리 여행은 큰 계획도 없고 크게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그냥 이곳에 있는 것이 좋았다. 이곳은 발리니까, 그게 좋았다.

https://youtu.be/OoLYLmJBJ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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