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를 여러 번 왔지만 남부에 있는 폼페이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이번 여행은 안 가본 곳 위주로 여행 계획을 세웠다. 전날 로마 시내를 구경한 후 휴식을 가졌다. 다음날 우리는 아침을 먹고 로마 테르미니 역으로 향했다.



언제나 와도 항상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 로마 테르미니 역이었다. 국제선 열차부터 국내선 열차까지 많은 열차들이 이곳을 거쳐 전국 또는 유럽 각지로 퍼져나갔다.


기차 도착시간 보다 일찍 도착해서 플랫폼 밖에서 잠시 기다려야 했다.


로마 테르미니 역에는 수없이 많은 플랫폼이 있다. 대략 26개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전광판에서 플랫폼을 확인한 후 해당 플랫폼으로 이동을 했다.



우리 기차는 오 분 딜레이가 되었다. 아마 로마에서 출발하는 기차가 아닌 다른 곳에서 출발해 오는 기차 같았다. 정각보다 오분 뒤에 기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로마에서 내리고 또 탑승을 했다.



기차에 착석을 하니 승무원이 와서 표 검사를 하고 물과 음료, 그리고 과자를 주었다. 1등석을 탈 때마다 주는 과자 때문에 군것질할 돈이 줄어서 이점은 좋은 것 같았다.



로마에서 나폴리까지는 대략 한 시간 정도로 서울에서 대전 거리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 같았다. 가는 길 가랑비가 내려서 폼페이도 비가 내릴까 걱정이 되었다.


나폴리 중앙역에 내려 폼페이로 가는 지방 열차를 타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여기서 순간 기억의 혼선이 생겼다. 지하로 내려가니 지하철 타는 곳이 새로 생겨서 우리가 타야 할 열차 타는 곳과 헷갈렸다. 그래서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물어봤는데 서로 말이 달라 순간 당황했다. 이리저리 왔다 갔다 헤매다 겨우 소렌토행 열차를 타는 곳을 찾았다. 지하로 내려와 왼쪽으로 쭉 걸어가면 되는 것을 지하철역이 생겨서 괜히 혼란만 가중되었다.



표를 구매하고 다시 아래로 내려오니 폼페이, 소렌토행 플랫폼이 보였다.


방금 전 기차가 갔는지 한참을 기다린 후에 다음 열차에 탑승할 수 있었다. 나폴리 중앙역에서 폼페이 스카비 역까지는 대략 30~4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폼페이 스카비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내렸다. 더 가는 사람들은 소렌토까지 가는 사람들 같았다.


폼페이 스카비 역을 나와 조금만 걸으면 바로 매표소가 나왔다. 중간에 여행사들이 호객행위를 하는데 다 무시하고 매표소로 오면 되었다.



폼페이 티켓은 폼페이를 기본적인 부분만 보는 티켓과 주변에 있는 곳까지 보는 것 두 가지로 되어 있는데 기본적인 곳만 봐도 충분할 것 같아서 기본 티켓만 구매를 했다.



입장권을 확인한 후 폼페이 안으로 들어갔다.



시작하는 입구를 지나는데 터널로 되어 있어 이곳에서부터 시간 여행을 하는 것 같았다. 현재에서 과거로의 시간 여행.


터널을 나와 오르막길을 오르면 되었다.



오르막길을 걸어 오르니 폼페이가 나왔다. 과거의 영광은 어디로 사라지고 지금은 잔해만 남아 있는 곳이었다.



대부분의 건물의 벽은 남아 있는데 지붕이 없었다. 흡사 페루 마추픽추에 와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지도를 보며 걷는데 봐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폐허의 흔적들이 거의 다 비슷해 보여 그냥 지도는 참고용으로만 사용하고 그냥 걷기로 했다.


예전에 사람들이 이 길을 따라 걸어 다녔을 거란 생각을 하니 신기했다.



과거의 사람들은 사라지고 현재는 현대인들이 이곳을 걸어 다니고 있으니 뭔가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큰 길을 걷다 골목으로 들어가면 로마만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골목들이 많았다.



큰 길은 관광객으로 붐비었다. 길 가운데 수로 같은 길이 있어서 옆에 있는 보다와 높이 차이가 꽤 많이 났다. 그리고 길자체가 울퉁불퉁해 걷기 불편했다. 조금만 걸어도 피로도가 두세배는 늘었다.




화산에 의해 건물의 벽은 남아있지만 지붕은 전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시대의 지붕은 돌이 아닌 나무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집들은 폐허로 남아 있었지만 가끔 대저택 같은 곳은 그 당시의 모습을 지니고 있는 곳들을 볼 수 있었다.


화산의 피해를 받지 않은 대저택의 천장은 아름다웠다. 이곳에 살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이곳의 주인도 집만 남겨두고 순식간에 사라져 집만 남겨져 있었다.


길거리 옆 건물에서는 그 당시 쓰이던 아궁이를 볼 수 있었다.


폼페이 가운데는 관광객들이 쉴 수 있는 쉼터 같은 곳이 있었다. 가방 든 먹을거리를 이곳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빈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나중에 먹어야지 생각하면 쉼터를 나왔다.


쉼터에 서면 폼페이의 전경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점은 좋았다. 폼페이 거리를 걷고 있으면 나무는 볼 수 있으나 전체 모습을 볼 수 없어 조금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어느 정도 걸으니 발바닥이 아파졌다.



그래도 나머지 부분까지 다 봐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아직 죽은 사람들을 석고상으로 만든 것을 못 보았기에 조금 더 참고 걸었다.





폼페이 마을 끝부분에 오니 미니 콜로세움이 있었다. 아마 로마 시대에는 마을에 이런 경기장을 꼭 만든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콜로세움보다는 작지만 콜로세움을 안 가봤다면 이곳에서 약간의 콜로세움의 느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다른 대저택에 들어왔다. 이곳에는 벽화가 그 당시 그대로의 모습대로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영화 폼페이에 나오는 그런 대저택의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이곳에 오니 죽은 사람의 석고상을 만날 수 있었다. 그 당시 사람들은 현대인보다 작았다. 사람들이 웅크리고 있는 모습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알 수 있었다.




또 다른 곳에 오니 더 많은 석고상을 볼 수 있었다. 사진을 찍는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죽은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 있던 사람이 한순간 죽어 버려 화산재에 묻혀서 사람은 산화되고 없어지고 그곳에 빈 공간이 생겼다. 그리고 석고를 부어 사람의 흔적을 찾아냈다.




죽은 살람의 석고상을 보고 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다음으로 간 곳은 원형 극장이었다. 경기장보다는 원형극장이 더 마음에 들었다. 이곳에 앉아 가운데서 연주하는 음악이나 연극을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원형극장의 위로 올라오니 더욱더 무대로 시선이 집중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폼페이 중간에 흡연장소가 있어서 흡연하는 사람들이 잠시 머물다 갈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다리가 너무 아파 쉬고 있는데 고양이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아빠는 가방에서 먹을 것을 꺼내 주었다. 다른 한 마리가 어디서 냄새를 맡았는지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폼페이를 다 구경하고 나니 몸이 만신창이가 된 것 같았다. 생각보다 장소도 넓고 걷는 길이 불편했다. 폼페이를 다 본 것인지 확실치도 않았다. 나중에는 다 비슷해 보여서 패스한 부분도 많았다. 우리는 다시 폼페이 스카비 역으로 와 나폴리행 열차를 기다렸다.


스카비 역을 출발해 나폴리에 도착했다. 원래는 바로 로마로 가려고 했는데 아빠가 나폴리의 항구를 보고 싶다고 하셔서 잠시 나폴리 시내를 걸어 다녔다. 3대 미항이라 멋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수많은 선박으로 인해 부두에는 갈 수 없었다. 그래서 다시 나폴리 중앙역으로 돌아와 커피를 마시며 쉬었다.



쉬다 보니 열차 탈 시간이 되어서 플랫폼으로 갔다. 이번 이탈리아 여행을 하면서 기차 연착이 자주 되다 보니 약간의 노이로제가 걸렸는지 전광판을 보면 우리 열차가 계속 지연되어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이번에도 전광판을 보니 40분 지연된다는 것 같아 보였다. 그래서 표를 바꿔야 하나 고민을 했는데 내가 전광판의 기차를 잘못 본 것이었다. 그래서 불이 나게 플랫폼으로 달려가 기차를 탔다.


한순간의 착각으로 기차를 놓칠 뻔했다. 아마 볼차노부터 계속되는 연착으로 인해 내가 한순간 정신을 놓을 것 같았다. 이렇게 이번 여행의 마지막 장거리 기차여행을 마치게 되었다. 내일은 한국으로 가는 날이니 가볍게 성 베드로 성당이나 보고 일찍 공항으로 갈 생각이었다.

Via Giovanni Giolitti, 40, 00185 Rome, RM, 이탈리아
P.za Giuseppe Garibaldi, 80142 Napoli NA, 이탈리아
Viale delle Ginestre, 80045 Pompei NA,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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