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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이 메인인 여행이다 보니 오전에는 덕구온천의 좋은 온천물을 욕조에 받아서 쉬다가 정오가 다 되어 아점을 먹고 호텔에서 나왔다. 질러가면 바로 갈 수 있는 거리이지만 산이 깊은 곳이다 보니 덕구온천에서 다시 바닷가 쪽으로 나와서 국도를 달리다 다시 산길로 들어섰다.

 
 

산길을 따라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갔다. 계곡길을 따라가는 산길이 아름다웠다. 10월이지만 아직은 푸르렀다. 단풍이 들면 더 멋지겠지만 푸르름을 간직한 산과 계곡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산길을 따라가다가 전망대 같은 곳이 나와서 우리도 차를 공터에 세운 후 전망대로 향했다.

 
 

전망대를 올라갔으나 다른 관광객분들이 그늘에서 식사를 하셔서 눈치를 보며 전망대에서 내려와야 했다. 전망대 아래쪽에는 나무 데크가 되어 있어 살짝 내려갈 수 있었다. 아래로 내려오니 키가 큰 소나무가 보였다. 소나무가 이렇게 길쭉하게 자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소나무는 항상 구불구불하게 자라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곳에 오니 키가 큰 길쭉한 소나무가 많았다. 내가 가진 사고의 한 가지가 부서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단지 길쭉한 소나무에 내가 생각한 소나무의 모든 것이 깨져버렸다. 예전에 뉴질랜드에 가서 거대한 고사리 나무를 보았을 때와 같은 느낌이랄까!

 
 

전망대에서 다시 출발해 불영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매표소에 가니 카드로 지불이 되지 않는다는 안내 문구를 보았다. 주섬주섬 주머니와 지갑을 뒤적거렸다. 아! 어쩌지! 다행히 아빠는 경로 우대를 받아서 무료로 입장이 가능했다. 난 지갑에서 로또를 사려다 못 사서 넣어둔 500원짜리 동전 3개와 100원짜리 동전 5개를 찾을 수 있었다. 그때 로또를 샀으면 나만 못 들어 갈 뻔했다.

 

불영사는 처음이라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절의 모습은 전국 어디를 가나 비슷하지만 요즘은 절로 들어가는 길에 더 많은 관심이 갔다. 어떤 길을 지나면 부처의 세상에 닿을 수 있는 것인지.

 

절 입구를 지나 넓은 숲길을 걸어갔다. 내리막이 계속되는 길이라 편하게 걸을 수 있었다. 10월이지만 아직은 한낮의 태양은 뜨거웠다. 그래서 반팔 옷을 입은 사람과 긴팔을 입은 사람이 공존하고 있었다.

 
 

나무 사이를 지난 햇살은 햇살의 뜨거움이 조금은 감해졌다. 강한 직사광선은 부드러운 빛으로 우리에게 비쳤다.

 
 

내리막길을 거의 다 내려오니 다리가 나왔다. 간혹 차가 지나가서 길가에 먼지가 났다.

 
 
 

이 계곡이 불영계곡인가 보다. 산세가 깊다 보니 계곡이 더 깊게 보였다.

 

다리를 건너니 다시 오르막이 나왔다. 내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살이 찌니 이렇게 낮은 오르막도 숨을 헐떡거리며 걷고 있었다. 열심히 운동해서 다시 체력을 키워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길 옆으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다음에 오면 아마 지금 걷는 길이 아닌 옆에 난 보도로 걸을 것 같았다. 계곡을 따라 걷는 맛도 좋기는 하지만 지금의 흙길을 걷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단지 차가 지나갈 때 마음의 평화가 조금 깨진다고 해야 할까!

 
 
 

길을 따라 걷다 명상의 길이라는 산책길이 나왔다. 가끔씩 차가 지나다녀서 살짝 짜증이 났던 차에 사람만 다닐 수 있는 길이 나오니 반가웠다. 진정한 산책을 위한 길이 나온 것이다. 길이 그렇게 길지는 않지만 그래도 온전히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길이기에 걷고 있는 이 순간이 너무 행복했다.

 
 
 
 

산이 얼마나 깊을까 가늠이 되지 않았다. 이렇게 큰 소나무들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 같다. 항상 궁금했던 궁금증이 풀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오랜 된 건물을 지을 때 소나무로 짓는다는 말은 많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보았던 소나무들은 구불구불한 가지와 몸통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나무집의 서까래로 보로 기둥으로 사용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길게 쭉쭉 뻗은 소나무를 보고 있으니 내가 가진 궁금증을 확 풀 수 있었다. 이런 소나무가 있다는 것을 나이 40이 다 되어서야 알다니, 마음속엔 약간의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길가에 떨어진 밤송이를 보니 가을은 가을인가 보다. 아직도 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는 10월이지만 자연은 벌써부터 가을을 준비하고 있었다.

 

다시 큰 길로 접어들었다. 약간의 오르막을 넘으면 무엇인가 나타날 것 같았다.

 

나지막한 오르막의 정상에 섰다. 뒤로는 어떤 풍경이 보일까 궁금했다. 이쯤 걸었으면 분명히 절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었다.

 

정상에 오르니 한옥의 처마가 보였다. 저곳이 불영사일까? 그런데 너무 새것의 느낌이 많이 나기에 저곳은 아닌 것 같았다. 아무튼 아직까지 절의 모습을 알 수 없었다.

 

흙길을 밟으며 또 걸었다. 입구에서부터 절까지 이렇게 길었던 절이 있었던가? 다른 절들에 비해 입구에서 절까지 거리가 꽤 되었다. 인내심 없는 사람은 성을 내다 지칠 것 같았다.

 

방금 보았던 한옥 건물 주변에 아련한 분홍빛을 간직한 코스모스가 피어있었다.

 

길가에 핀 코스모스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한옥이 배경이 되어주니 코스모스도 한국적인 미가 흐르는 것 같아 보였다.

 
 

여름과 가을의 경계에 서서 아직은 혼란스러움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자연은 우리에게 한 번 더 지금은 가을임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이제 불영사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산골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절이었다. 모든 절들이 산속 깊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겠지만 이 절은 더욱더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았다.

 
 
 
 

절 내로 들어가는 길에는 채소가 심어져 있었다. 절에서 자급자족을 하기 위해 심은 것일까? 절의 규모가 크지는 않았다. 그냥 아늑하다는 느낌만 들었다.

 
 

특히 기와 담장을 따라가는 이 길이 너무 이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장 반대쪽에는 작은 연못이 있었다. 작다고 하기도 크다고 할 수 없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딱 적당한 그만한 크기의 연못이었다.

 
 

담장의 끝은 가슴보다 살짝 아래까지만 올라왔다. 담장 너머로 장독이 가득한 집을 볼 수 있었다.

 

크고 작은 장독들의 모습에서 졸업앨범 사진이 떠올랐다.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줄줄이 않아서 사진 찍는 모습이 장독이 서있는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담장 아래는 길이 밋밋하지 않도록 꽃들이 피어 있었다. 힘들게 걸어올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광객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불국사 같은 유명한 곳은 사람들로 인해 짜증이 나기 마련인데 이곳은 주변 자연도 좋고 사람도 적당한 것이 있는 것 자체로도 힐링이 되는 것 같았다.

 
 

절의 난간엔느 흰 방석들이 햇살을 받으며 쉬고 있었다.

 

코로나만 아니라면 시원한 약수 한 잔을 마시면 좋았겠지만,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는 시국이라 흐르는 물을 보며 입맛만 다셔야 했다.

 
 

모퉁이를 들으니 대웅보전이 나왔다. 거대하게 사람을 압박하는 대웅보전이 아닌 주변의 건물들과 크기에서 조화를 이루었기에 대웅보전이라는 현판이 없었다면 다른 건물들보다 조금 크네라는 인상만 받고 지나쳐 갈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크기는 작지만 그래도 이 절의 메인 건물인 만큼 앞에 서니 살짝 건물이 주는 무게감에 압도되는 것이 느껴졌다.

 
 
 
 

절을 기웃기웃해보았다. 아빠와 나 둘 다 서로 믿는 종교가 없다 보니 절에 가도 쭈뼛쭈뼛, 성당에 가도 좌불안석 아무튼 어디를 가도 어디에도 낄 수 없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문틈 사이로 보이는 불상의 모습이며 절 안의 모습이 낯설기도 하면서 익숙하기도 했다.

 
 

대웅보전 옆에는 또 다른 건물이 있었는데 스님들이 공부하는 곳이라고 붙어 있는 것 같아서 멀리서 사진만 찍었다.

 
 

이 절은 무엇이 유명한지 세 개의 안내판을 읽으며 이해하는 척해보았다.

 

아빠의 유일한 관심사는 국보가 있는가, 보물이 있는가인데 실망하시는 기색이 없는 것으로 보아 아마 이곳에 보물 이상의 유물이 있는 것 같았다.

 
 

경내를 걷다 보니 석류나무에 석류가 매달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이게 석류나무인지도 몰랐는데 아빠가 저기 빨간 석류가 보이냐며 석류 앞에서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셨다.

 

터키에서 보았던 석류를 이곳에서 보게 되니 뭔가 묘한 느낌이 들었다. 하나 따가고 싶지만 다른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해 사진으로만 남겨 두었다.

 
 
 

이번엔 알맹이가 똑똑 터진 석류를 볼 수 있었다. 보고만 있어도 군침이 돌았다. 손을 뻗어서 따고 싶었지만 동물들의 받이 되어줄 석류이기에 군침만 삼키며 발길을 돌려야 했다. 글을 쓰는 지금 알맹이가 터진 석류 사진을 보고 있으니 입안에 침이 고이기 시작한다.

 
 

절을 한 바퀴 돈 후 연못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걸었다.

 
 

연못 넘어에서 봤을 땐 정자 같아 보였는데 범종이 있었다.

 

애기사과(?)가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애기사과가 맞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애기사과라고 들은 것 같아 애기사과로 적었다.

 
 

산이 절을 둘러싸고 있었다. 산이 절을 둘러싸고 보호해 주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 오니 아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에만 있기 심심해서 온 곳이었다. 이번 여행의 콘셉트에 맞게 절을 걷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힐링이 되는 것 같았다.

 
 

왔던 길을 되돌아갈 생각을 하니 조금 아찔했다. 절로 들어오는 길에 에너지를 다 쓴 것 같은데 온 만큼 다시 가야 하기에 머리가 핑해지는 것 같았다.

 
 

한번 왔던 길이라 그래도 절로 갈 때보다는 조금 더 수월한 것 같았다.

 
 
 

잠시 벤치에 앉아서 숨도 고르고 물도 마셨다.

 
 
 

약간의 오르막에 숨을 헐떡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발걸음은 가벼웠다.

 

늦은 오후의 석양빛이 부드럽게 숲을 밝혀 주었다.

 
 

나무 사이를 걸어보았다. 키가 커서 안도감이 느껴지지만 나무 표면의 부드러운 갈색을 보고 있으니 편안했다.

 
 
 
 

산림욕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무가 크고 많았다.

 

드디어 우리가 출발했던 매표소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휴! 이제 숙소로 가서 쉬고 싶었다. 일단 흙길을 걸어서 그런지 빨리 가서 씻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절 주차장 한편에는 작은 장터가 만들어졌다. 찾아오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즐겁게 일하시는 분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티맵이 알려주는 곳으로 따라가다 보니 뭔가 길이 이상한 것 같았다. 왔던 길을 돌아서 다시 가야 하는데 티맵은 우리가 왔던 길과 반대 방향으로 알려주었다. 그래서 차를 돌리기 위해 금강송 휴게소로 갔다.

 
 

이 휴게소 옆에서 바라본 풍경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이런 산골짜기에 아주 작은 평지가 보였다. 그리고 노란 물결을 이는 것이 논이 아닐까! 해는 서쪽 하늘에 걸려 있고 내 눈을 부시게 했다.

 
 

금강송 앞에 서니 우리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다시금 알 수 있었다. 길게 뻗은 나무에 우산처럼 펼쳐진 가지까지, 산수화에서 보았던 그런 금강송을 눈앞에서 볼 수 있었다.

 

아빠가 한 아름 안아보려고 하지만 두 팔이 모자랄 만큼 나무가 컸다.

 

이 휴게소에 오면 꼭 봐야 할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사랑바위였다.

 
 

사랑바위를 보기 위해 사랑바위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우와! 두 남녀(?)가 서로 껴안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클림트의 키스가 생각났다.

 
 

누군지 모르지만 이름을 잘 지은 것 같았다.

 
 
 

두 사람이 너무 사랑했기에 돌로 굳어 버린 것일까? 거대한 두 사람이 이곳에 굳어서 영원히 사랑을 약속하고 있었다.

 
 
 

우연히 차를 돌리기 위해 들어온 휴게소였는데 너무 멋진 풍경들을 볼 수 있었다.

 
 

불영사에서 보았던 소나무들 보다 이곳에 있던 소나무들이 더 잘생겼다. 불영사의 소나무들은 나같이 평범하다면 이곳은 연예인급의 소나무들 같아 보였다.

 

계곡 아래로 내려가 볼까 생각하고 계곡으로 가는 길로 가 보았다.

 
 

그런데 조금 걷다 보니 계곡까지 걸어가는 것이 귀찮아졌다.

 

위에 올라오니 산골짜기 사이로 보이는 노란 들판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소나무를 배경으로 실루엣 사진을 찍었다.

가을의 오후 햇살을 받으며 다시 숙소로 향했다. 게으른 여행자의 또 하루가 이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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