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마지막날 아침이 밝았다. 하루하루가 왜 이렇게 빨리 지나가 버리는 것 일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려고 하니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더 놀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남아 있는 것 같다. 지겨운 일상이 있어야 이런 꿀같은 휴식이 더 달콤한 것이 아닐까!
아침에 일어나 밖을 보니 약하게 안개인지 비구름이 뿌옇게 깔려 있었다. 배란다로 나가 맑은 공기를 마셔보았다. 키가 길쭉한 메타세콰이어가 눈에 들어왔다. 잎이 없어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지만, 멀리서 보니 나뭇가지가 퍼져있는 모양이 꼭 갈색잎이 자란 것 같이 보였다. 아침시간이라 그런지 체크아웃하려는 사람들로 아래는 분주해 보였다.
체크아웃을 한 후 예산의 명물 예당호 출렁다리를 보러 갔다. 가는 길에 본 새로 건설중인 기찻길이 인상적이였다. 고속운행을 위해 전부 고가화 시킨 기찻길은 평야를 가로질러 뻗어 있었다.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달리던 기찻길은 점점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는 것 같다. 편리함도 좋지만 가끔은 아날로그 감성이 그리울 때가 있다. 코로나가 빨리 잠잠해져서 기차도 비행기도 마음편하게 탈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출렁다리가 있는 곳으로 갔다. 입구에서 발열체크를 실시하고 있었다. 발열체크 후 손소독을 하고 출렁다리가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었다. 뭔가 백종원 아저씨를 보면 친근감이 드는 것 같다. 예산 출신이라고 들었는데 예산사과 홍보도 하시나 보다. 전에 일본 하네다 공항 JAL라운지에서 쉬고 있는데, 어? 어디서 많이 본 사람 같은데, 누구지? 아빠에게 물어보니, 백주부네! 그래서 공항 라운지에서 조심히 그분께 물어보니 백종원이 맞다고 하셨다. 귀찮으셨을 텐데 공항 라운지에서 사진도 같이 찍어 주셨다. 그 이후로 백종원아저씨에게 뭔가 더 정감이 갔다.
조금 이른시간에 와서 그런가 사람이 많지 않아서 여유롭게 호수 주변을 돌아볼 수 있었다.
호수가 생각보다 꽤 넓고, 다리는 입이 벌어질 만큼 길고 컸다.
호수에 반영된 출렁다리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출렁다리는 오전 9시부터 저녁 8시까지만 운행한다고 한다. 또한 월요일에는 운영을 하지 않는다고 하니 방문하실 때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다.
출렁다리를 넘기 전 출렁다리 근처에 있는 공원에 올랐다. 한동안 너무 먹기만 했나보다, 완만한 언덕을 조금 올랐을 뿐인데, 숨이 헐떡헐떡 거린다. 일상으로 돌아가면 제일 먼저 체중부터 줄여야 할 것 같다.
비가 올듯말듯한 날씨는 호수의 분위기를 묘하게 했다. 김기덕 감독의 느낌이랄까?! 뭔가 몽환적이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랄까! 뿌옇게 낀 안개는 호수 주변의 분위기를 차분하게 가라 앉히는 것 같았다.
전날에 비해 날이 쌀쌀했다. 호수 주변이라 그런지 쌀쌀함에 습함까지 앉아서 쉬기에는 좋은 날씨는 아니였다.
이제 출렁다리를 건너기 위해 출렁다리로 향했다. 몽환적인 분위기로 인해 내 마음은 호수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 마시며, 혼자 세상의 모든 고독이 다 나에게 있듯이 밖을 바라봐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입구를 지나 다리로 들어섰다. 가운데 부분은 철망으로 되어 있었다. 다리는 사람들의 움직임에 따라 미세하게 흔들거렸다. 간혹 꼭 이런데 오면 진짜 흔들리는지 확인하시는 분이 있어서, 그런 분들이 심하게 흔들 때가 아니면, 그런데로 걸을만 했다.
그냥 걷다 보니 주탑 근처까지 오게 되었다.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주탑으로 가는 것은 통제가 되었다.
이런 장면을 영화에서 본 것 같다. 이것도 아마 김기덕 감독의 영화였던 것 같다. 아마 고등학교 때 본 것 같은데,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영화의 분위기가 딱 이런 날이였던 것만 기억에 난다. 제목도 무엇인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 당시 영화가 뭔지도 모르면서 그냥 있어보이는척을 하려고 그런 영화들을 봤던 것 같다. 지금 봐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 말이다.
설명절 마지막 날이라 시간이 지날 수록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았다.
이야기하며 걸으니 길 것 같았던 다리의 끝에 도착했다.
사과의 고장답게 사과조형물이 있었다.
앉아서 호수를 바라보았다. 날이 맑았으면 기분도 맑았을 텐데, 이런 우중충한 날을 싫어하는 아빠는 기분이 조금 다운되는 것 같아 보이셨다.
호수 주변으로 산책길이 놓여져 있어서 호수 주변을 따라서 걸어갈 수 있었다. 다리를 구경하러 왔다기 보다는 예당호를 보러 왔다, 출렁다리를 보고 갔다고 해야하나? 출렁다리도 좋지만, 호수주변으로 난 길도 운치가 있었다.
이제 겨울도 다 지나고 봄이 올 것 같은데, 이 나무들은 아직도 가을인 것 같아 보였다.
더 걸아갈까 다시 돌아갈까 고민을 하다 다시 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리고 했다.
다시 다리를 건너서 처음에 왔던 자리로 돌아 갔다.
아침을 너무 대충 먹은 탓일까? 시간은 정오를 향해서 갔기에 배가 고팠다. 밥을 먹고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여기 맛있는 곳이 있을까? 검색을 해보니 평점이 그렇게 좋지가 않았다. 그래도 지금 먹고 가지 않으면 왠지 점심을 또 건너 뛸 것 같아서 근처 식당에 가기로 했다.
출렁다리를 나오니 바로 앞에 식당이 하나 보였다. 멀리가기도 귀찮고 어디가나 맛은 거기서 거기 일 것 같아서 가까운 식당으로 들어갔다.
날이 따스하면 밖에서 커피나 한잔 먹고 가고 싶은데, 아빠의 표정을 보니 커피만 마시고 가면 왠지 안될 것 같았다.
내가 고기굽는 냄새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기에 낚지볶음 2인분을 주문했다.
오랜만에 먹는 낚지볶음이라 맛있게 느껴졌다. 나는 음식에 대해 딱히 불만이 없는 편이라 대부분 다 맛있다고 하는 편이다. 낚지반 풍경반이랄까? 진짜 오랜만에 식당에서 먹어서 그런지 맛있게 먹었다.
아무튼 여행의 마지막날의 식사는 낚지볶음으로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이제 다시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데, 차는 안막힐지 걱정이 되었다. 일부구간에서는 정체가 되는 것 같은데, 설연휴 마지막날이라 어쩔 수 없어 보였다.
차로 가기 전 예산사과즙 두 박스를 사가지고 갔다. 음료수 대용으로 마시기 너무 좋았다. 매일매일 마시며 이건 살이 안찌는 거니닌까 많이 마셔도 되라고 생각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서울로 올라갔다. 하늘에는 기러기(철새)가 무리를 이루고 이동을 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도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어릴적 자주 봤던 모습들을 보기 힘들어진 것 같다. 아니면 내가 자연과 너무 떨어져 살았던 것은 아닐까! 이렇게 6박 7일간의 신안과 1박 2일의 예산여행이 마무리 되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니 그 때 더 충실히 시간을 보낼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그때의 기억으로 또 몇 일, 몇 달을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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