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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도라도 리조트에서 한 몇분만 나가면 한반도 모양을 한 해송숲이 있다. 엘도라도 리조트로 들어오는 도로의 오른쪽을 바라보고 있으면 길게 펼쳐진 소나무 숲에 넋을 놓게 된다. 리조트로 가는 길에 시간내서 한번 가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카메라 하나와 고프로, 보조배터리만 챙겨서 해송길 산책에 나섰다. 이제 날이 더워지니 물하나 정도, 간단한 간식 정도 챙겨서 가도 좋을 것 같다. 이 해송숲이 한반도 해송숲인 이유는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한반도 모양을 닮았기에 한반도 해송숲이라 불리운다.

 

사람이 없는 소나무 숲을 걸어보았다. 한쪽에서는 바닷물의 찰랑찰랑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바람이 불 때마다 소나무에서 상쾌한 소리가 났다.

 

바닥길은 소나무 잎으로 인해 카펫을 걷는 것 같이 폭신했다. 인위적인 폭신함이 아닌 자연이 만든 천연의 폭신함, 아마 이런 길을 걸어 본적이 언제였는지, 도시에서 태어나서 도시에 익숙하다 보니 이런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이 어색하면서 나쁘지 않았다.

 

짱뚱어 다리에서 석양을 볼 예정이였기에 숙소에서 오후 늦게 나왔다. 벌써 햇살은 누그러지고 한없이 부드럽게 바다를 비추었다.

 

누군가는 물이 빠진(?) 해변을 걸어서 갔다보다. 길게 한줄로 늘어선 발자국이 왜 이리 낭만적으로 느껴지는지 한적한 해변을 걸었을 사람은 누구였을까?

 

 

해송숲을 걷다가 오른쪽으로 빠지는 길에 개인사유지이기 때문에 출입을 금한다는 팻말을 볼 수 있었다. 도로를 타고 엘도라도리조트 쪽으로 가다 보면 오른쪽에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펜션이 있었는데 아마 그곳 같았다. 얼핏보니 1박 2일도 이곳에서 촬영을 했다는 것 같다. 팻말에서 주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한번 들어가 볼까 생각했다가도 고딕체로 적힌 글을 보니 가고 싶은 마음이 쏙하고 사라져 버렸다.

 

이 길은 무엇인가 보려고, 또 무엇을 하러가는 길은 아니였다. 그냥 걸으면서 바람을 느끼고, 파도소리를 듣고, 소나무의 향을 느끼는, 힐링의 숲길이였다.

 

좀 아쉬운 점은 관리가 조금 안되는 것 같았다. 중간에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 보였고, 세워둔 조형물도 오랫동안 관리가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조형물을 세우지 말고 그냥 걷는 길만 정비해줘도 좋을 것 같은데, 왜 저런 조형물을 세웠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곳은 그냥 자연을 그대로 느끼고 가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걷가보면 언젠가 짱뚱어 해변에 도착하겠지라고 생각을 하며 밟을 때 마다 사각사각 소리를 내는 솔잎이 밟으며 천천히 걸어 갔다.

꽤 온 것 같은데 겨우 1키로 밖에 오지 못했다. 더 힘내서 짱뚱어 광장까지 가야지라고 생각을 했다.

 

 

해는 점점 서쪽으로 기울어져 가고 있었다. 빼곡히 들어선 소나무를 보고 있으니 마음 속 체증이 뚫리는 것 같은 쾌감이 들었다.

 

 

수평적인 매력을 가진 바다와 사선의 해변, 그리고 길죽길죽하게 자란 소나무, 뭔가 수학의 도형처럼 서로 직선을 만들어 내고 있지만 보는이로 하여금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였다.

 

이렇게 걸으면 다른 관광객들도 볼만한데 사람이 없다는 것이 더 신기했다. 평일이라 사람이 많지 않을 수 있지만, 주말이라고 사람이 그렇게 많은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뭔가 아는 사람만이 아는 그런 장소 같은, 남에게 공유하기 싫은 나만의 힐링 장소 같았다.

 

이곳도 원래 모래로 덮혀있던 곳이였을까? 어떤 곳에 가니 모래밭이 펼쳐져있었다. 모래에서 자라는 식물은 어떻게 자라는 것일까? 이 소나무들도 모래 위에서 자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지독한 환경에서 자라기에 더 단단하고 더 곧고 높게 자라고 있지는 않을까?

 

 

어느덧 걷다보니 짱뚱어 해변에 도착을 했다.

 

물이 빠진 짱뚱어 해변은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넓어 보였다. 석양은 바다를 비추고 젖은 모래 위에 자신의 자취를 남겼다. 이틀 전에 왔을 때는 그렇게 바람이 심하게 불더니 오늘은 고요했다. 이틀 전에는 너무 추워서 조금 걷다 모래바람때문에 차로 도망을 가야 했다.

 

아직 겨울이지만 봄날의 따스함이 느껴졌다.

 

 

겨울이라 사람의 발길 많지 않은 해변을 걸으니 쓸쓸하면서도, 나혼자 이런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아빠는 해를 잡아보기도 하고 높게 점프도 하셨다. 나도 아빠랑 같이 점프를 하면 좋을 텐데, 잘못 점프했다가 다시 무릎 연골판이 찢어질 수 있기에 항상 나는 촬영만 해야하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가는 곳마다 이렇게 점프샷을 같이 찍어서 남겨 놓았으면 이런 것도 하나의 추억이 될 것 같은데, 항상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부분이 미안하면서 아쉬웠다.

 

신안 일몰명소인 짱둥어 다리로 갔다. 아직 완전히 해가 지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짱뚱어 다리에서 지인분과 만날 예정이라 조금 이른 일몰을 보기 위해 다리로 향했다.

 

이제 일몰이 시작되는 것일까? 하늘은 벌써 조금씩 노랗게 물들어 갔다.

 

물이 빠진 갯벌에는 갯골이 깊게 보였다. 갯벌을 보고 있으니 묘한 감정이 들었다. 또하나의 산과 들이 물속에 있었던 것 같다. 그곳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깊은 곳은 계곡이고 높은 곳은 산이지 않을까?

 

 

 

부드럽게 내려온 햇살은 갯벌에 부딪혀 노란 빛을 만들어 냈다.

 

어떻게 저렇게 구불구불하게 물길을 만들 수 있을까? 자연스럽게 굽이굽이 만들어진 물길이 내 눈길을 사로 잡았다.

 

조금 더 늦게 왔다면 붉게 물든 하늘과 짱뚱어 다리 사이로 지는 해를 볼 수 있었는데, 조금 일찍 일몰을 보고 돌아가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짱둥어 다리를 걷다보면 물빠진 갯벌에서 놀고 있는 짱둥어들을 볼 수 있다. 갯벌을 두 지느러미를 이용해 걷고 있는 모습이 신기하면서 웃겼다.

 

해송숲을 걸으며 마음의 힐링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짱둥어 다리를 보면서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냈다는 것에 감사했다. 여행은 참 즐거운거지만,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해외여행을 갔다오면 뭔가 아쉬웠다. 지금도 한국에 돌아오면 아쉬운 마음이 크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무사히 돌아왔음에 감사하게 된다. 어느날 부터인가 이런 마음이 커졌다.

youtu.be/ZURvYhOyc6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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