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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를 해운대에 잡다 보니 매일 저녁 되도록이면 운동 삼아 해운대 해수욕장을 나갔다. 호텔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면 저녁에 산책을 나갈 필요가 없는데 헬스장이 공사 중이기 때문에 운동 삼아 되도록이면 매일 저녁 산책을 나가려고 했다. 산책이라고 말하면서 관광이라 이름을 붙일 수 있겠다.

 

숙소에서 해운대로 가는 길은 간단했다. 숙소에서 나와 큰길을 따라 쭉 걸어가면 되었다.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는 메인 도로인데 평일이고 코로나 때문인지 관광객도 많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해운대에서 보이기 시작한 진로의 파란 두꺼비가 눈에 띄었다.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거리는 약간 스산함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이러한 여유로움이 너무 좋았다. 며칠 뒤 추석 연휴가 되니 다시 거리는 활기로 가득 찼다.

 

이렇게 한산한 해운대해수욕장을 처음 본 것 같다. 주말 아니면 연휴 밖에 올 수 없는 곳이기에 이렇게 여유로운 해운대의 모습이 어색했다.

 

첫날 저녁이라 그런지 많이 설레었다. 오랜만에 보는 해운대의 바다의 파도 소리가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이곳에서 일주일 살기를 하지만 그래도 단기간 여행자이다 보니 바다와 파도 소리를 들으면 설레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아이폰 아경모드로 하늘을 찍어 보니 하늘의 구름까지 표현되었다. 눈으로 볼 땐 희미하게 보이는 구름이였지만 사진으로 보니 구름이 해운대의 거대한 빌딩들을 삼키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바다에 앉아서 파도 소리도 듣고 지인들에게 전화도 했다.

 

 

뉴스에서 여름 휴가철에 한동안 이곳을 통제했다는 소식을 들어서 걱정을 했었다. 다행히 여름휴가가 끝나고 나니 자유롭게 해수욕장에 출입할 수 있었다. 9월의 중순을 지났지만 이곳은 여름의 기운이 남아 있었다. 습하고 끈적거림이 내가 부산에 왔음을 몸으로 알려주었다. 아마 15년 전 부산에 왔을 때, 무궁화호 열차에서 내리는데 습하고 높은 온도 때문에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2년을 이곳에서 지내다 다시 서울에서 지내며 가끔 동남아같이 습하고 더운 이 느낌이 그리울 때가 있었다.

 

평소라면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 해운대라 적힌 글씨 앞에서 기다림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여름 휴가철은 지났지만 워낙 유명한 국제적인 관광지이기 때문에 코로나 방역과 관련된 안내사항을 전달하고 있었다.

 

 

눈에는 희미하게 보이는 구름이지만 사진으로 찍으니 구름이 육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해운대 해수욕장에는 시원한 저녁시간을 이용해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곳에 살면 이런 점이 너무 좋을 것 같아서 부러웠다. 세계적인 관광지를 배경 삼아 조깅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축복인 것 같다. 아빠도 슬리퍼를 신고 조깅하는 사람들을 따라 해 보셨지만 바로 거침 숨을 내쉬며 포기하셨다.

 

걷다 보니 해운대 해수욕장의 끝인 조선호텔까지 오게 되었다.

 

온 김에 동백 섬 바로 옆에 있는 요즘 가장 핫하다는 더베이 101로 향했다. 한국에서 즐기는 홍콩의 야경으로 사람들에게 다시 각광받고 있는 명소였다.

더 베이 101

 

 

더 베이 101은 동백 섬 한쪽 끝자락, 웨스턴 조선 호텔 맞은편에 위치해 있었다. 동백 섬으로 들어가는 초입이 있기 때문에 찾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해운대의 많은 관광객들이 다 이곳에 와있는 느낌이 들었다. 해운대의 초고층 빌딩들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사진을 찍기 위한 빈자리를 찾기가 조금 힘들었다. 워낙 사람들에게 야경으로 유명한 곳이다 보니 사람들이 난간에 촘촘히 서서 사진을 찍었다. 그래도 옆 사람이 나오지 않게 사진을 찍기 위해 일정 거리를 두고 있었다.

 

초고층 빌딩의 야경의 모습이 바닷물에 비쳤다. 홍콩의 야경만큼은 아니지만 부산에서 홍콩의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고층 빌딩의 모습이 살랑살랑거리는 물에 비친 모습이 이곳이 부산이 아닌 다른 곳 같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처음에 아빠한테 이곳에 오자고 했더니 뭐 하러 빌딩 야경을 보러 가냐고 뭐라고 하셨는데 막상 이곳에 오시니 너무 이쁘다고 하셨다.

 

깨끗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야간에 삼각대를 사용하지 않고 핸드폰으로 촬영을 하려고 하니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우리 옆에 있던 사람 든 은 한자리에서 사진만 백여 장 찍은 것 같았다. 나도 야경에 취해 쉴 새 없이 촬영 버튼을 눌렀다. 다 비슷한 사진들이지만 나에게는 다르게 느껴졌다.

 

 

금방 사진을 찍고 돌아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아름다운 야경에 반해서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서울에서 보는 야경과는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바닷바람이 끊임없이 불어와 시원했지만 끈적거렸다. 그러나 여름에 느낄 수 있는 불볕더위가 아니기에 야외에 있어도 상쾌한 느낌을 받았다.

 

더 베이 101을 나와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도 계속해서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눈에 야경이 아른거리는 것 같았다.

해운대 영화의 거리

 

다음날 더 베이 101 주변에 있는 해운대 영화의 거리로 가보았다.

 

 

길가를 따라 심어진 꽃들이 너무 이뻤다. 대신 큰 대로 옆에 있다 보니 지나가는 차들 때문에 정신은 없었다.

 

동백 섬 앞을 지나 조금 더 걸어가면 해운대 영화의 거리가 나온다. 전날 더 베이 101에서 바라본 빌딩 쪽 영화의 거리였다.

 

 

마린시티를 감싸고 있는 방파제 길을 따라 걸었다. 관광객보다는 주민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저녁 운동을 하기 위해 동백 섬 또는 해운대로 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한편으론 부러움이 조금 느껴지기도 했다.

 

 

마린시티의 방파제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뒤로 해운대 엘시티가 보이고 동백 섬, 웨스턴 조선 호텔이 보였다. 전날 더 베이 101에서 바라본 마린시티의 모습은 황홀했다면 뒤를 돌아본 해운대의 모습은 환상적이었다. 특히 구름이 해운대를 덮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한참을 걸은 것 같다. 드디어 해운대 영화의 거리를 알리는 안내판을 보았다. 바닥은 마카오 세나도 광장이 생각나게 흰색과 검은색의 물결무늬로 되어 있었다.

 

걷다 보니 슈퍼맨이 땅에서 뚫고 나와서 깜짝 놀랐다.

 

 

방파제를 따라 천만 관객 영화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그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도둑들이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이 방파제를 따라 걷는 길이 꽤 길었다. 언제까지 걸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조금씩 걷다 보니 광안대교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 방파제가 문제의 방파제인 것 같다. 사람이 폴짝 뛰면 방파제에 오를 수 있을 만큼 낮았다. 사람들이 방파제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며 맥주를 마시거나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이런 땐 이런 곳에서 맥주 한 캔을 마셔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마린시티 입구에서 시작한 영화의 길은 방파제 길을 따라 길게 있었다. 홍콩이 영화의 거리가 생각났다. 홍콩을 가본 지가 언제일까! 코로나 때문에 한국에 갇혀 산지 이제 2년이 다 되어 가는 것 같다. 이렇게나마 해외에 가고 싶은 마음을 조금은 달랠 수 있었다.

 

이번엔 바닥에 정글의 폭포가 있었으며, 옆에는 트럼프 아파트(?)가 있었다. 트럼프라는 이름을 들으니 자동적으로 그분의 얼굴이 떠올랐다. 우리나라에도 트럼프 아파트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진짜 방파제를 따라 걷는 길이 너무 길었던 것 같다. 낮에도 계속 걸어서 힘들었는데 저녁에 가볍게 걷다 가려고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걸었다.

 

그리고 귀여운 구름빵 친구들을 만났다.

 

계속해서 이런 것들이 진열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중간중간 띄엄띄엄 전시가 되어 있기에 나도 모르게 다음엔 무엇이 있을까 생각을 하며 계속 걷게 되었다.

 

 

광안대교가 손에 잡힐 것만큼 가까운 곳까지 오게 되었다. 돌아갈 생각을 하니 아찔했다. 더 이상 가면 돌아갈 때 힘들 것 같아서 여기까지만 걷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정글폭포에서 사진을 너무 어설프게 찍어서 돌아가는 길에 다시 사진을 찍었다.

 

어떻게 걷다 보니 시간이 자정에 가까웠다. 해운대 해수욕장에는 사람을 거의 볼 수 없었다.

 

 

보름이 다가오니 바다엔 둥근달이 떠올랐고, 어느 김밥 집에는 둥근달 근처를 날아다니는 마녀도 있었다.

태풍이 온 다음날 해운대

 

이날은 하루 종일 가을 태풍이 불었다. 전날 새벽부터 바람이 심상치 않게 느껴졌는데 하루 종일 비바람이 몰아쳤다. 그래서 낮에는 호텔 안에 있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지하철을 타고 센텀에 있는 백화점을 갔다 오는 등 실내에서 할 수 있는 활동만 하였다.

 

숙소 앞에 있는 어묵을 파는 가게인데 한번쯤 가고 싶었는데 매일 지나다니기만 하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태풍이 지나간 후라 그런지 밤바람은 서늘했다. 후텁지근함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바다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태풍은 일본 어디쯤 있다는 것 같은데 이곳 부산까지 영향을 미쳤다. 부산에 살면서 눈은 어색해지고 매년 찾아오는 태풍은 지겹도록 친근해졌었다. 아빠는 부산에서 살아보신 적이 없다고 하시며 부산에서 맞는 태풍이 신기하다고 하셨다. 확실히 서울에서 접하는 태풍과는 바람의 세기가 남달랐다. 태풍이 부는 동안 잠깐 밖에 나갔다가 비바람에 온몸이 한순간 젖어 버렸다. 태풍이 한반도에서 떨어졌지만 태풍으로 인해 파도는 평소에 보지 못한 세기를 지니고 있었다.

 

 

평소에는 모래사장 언저리에서 출렁이던 바다는 이날은 바람의 영향으로 해수욕장 가운데까지 물이 밀려왔다. 해운대를 여러 번 왔지만 파도가 이렇게 멀리까지 밀려오기는 처음인 것 같다.

 

 

 

파도가 성난 울음소리를 내면 어김없이 바닷물이 모래사장 가운데까지 넘쳐서 올라왔다.

 

 

이 정도로 파도가 해안까지 올라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나도 처음 보는 현상에 어리둥절했다.

 

아빠는 해안 깊숙이 들어오는 바닷물이 좋으신가 보다! 해안에서는 계속해서 평소에 두세배 큰 파도가 밀려 들어왔다.

 

 

 

 

와!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이렇게 큰 파도를 보다니. 보면 볼수록 신기하면서도 무서웠다. 언제 저 파도가 나를 덮어 버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비주얼이 주는 공포감에 청각적인 효과를 주니 더 공포감이 커졌다.

 

어제와는 다른 바다를 보며 자연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해수욕장까지 넘쳐흐른 파도는 대부분 모래 속으로 빠져나갔으나, 일부 남아있는 물은 바닷물 호수를 이루었다.

 

 

물빛에 비친 엘시티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모래사장이 엘시티를 품고 있는 것 같았다.

 

 

 

물이 빠지지 않은 모래사장은 밤하늘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태풍이 오지 않았다면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었을까! 해운대의 초고층 빌딩들이 데칼코마니같이 모래 속에도 담겨 있었다.

 

바람은 계속 불어왔다. 엘시티 앞에 갔더니 바람이 너무 불어서 사람이 서있을 수 없을 정도로 불었다. 간혹 날려온 모래가 얼굴과 몸을 때려서 아팠다.

 

사은품으로 받은 스타벅스 쿠폰 2장으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밖이 시원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에어컨만큼은 아니기에 에어컨 아래에 앉아 잠시 쉬었다.

추석 전날 달이 밝게 바다를 비추다

 

 

며칠 힘들어 해운대해수욕장을 저녁에 걷지 못했다. 추석 전이자 해운대에서의 마지막 날 해변으로 나가 보았다.

 

 

다음날이 추석이다 보니 달이 참 밝았다. 둥근달이 바다 위를 비추고 있으니 바다의 곳곳이 환하게 불을 켠 것 같이 느껴졌다.

 

 

밝았던 하늘도 구름에 의해 다시 어두워졌다.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웠다. 해수욕장을 걷고 있는데 누군가 해수욕장 끝에 서서 낚시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낚시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추석 전날이라 그런지 확실히 첫날 이곳에 왔을 때 보다 사람들이 많이 늘었음이 느껴졌다.

 

 

조금 더 좋은 렌즈로 촬영을 했으면 달을 잘 찍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진짜 내 카메라를 통해 달의 표면을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마지막 날이라 길게 걷지 않고 짧게 걷다 숙소로 가려고 하는데 사람들이 웅성웅성 거리는 곳으로 갔다. 난 뭔가 궁금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고양이가 사람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아쉬움이 남았지만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 숙소 앞 커피숍에서 히말라야(?) 한 잔을 테이크 아웃했다. 매일매일 해운대를 걸으며 해운대에 푹 빠져 보고 싶었는데, 게으름 때문에 매일매일 걷는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일주일 동안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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