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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라는 장소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것인지, 아니면 잠시 도시를 벗어나 여행을 즐기고 있는 여행자이기 때문에 이 섬이 아름다운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섬은 해질무렵이 되면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변한다.

 

 

첫날은 정신이 없어서 짐만 정리하고 숙소 앞 해변에서 노을을 보았고, 둘째날에는 노을 명소라 불리우는 새별오름까지 가서 저물어가는 해를 보았다. 그리고 여행 셋째날인 오늘은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항구에 걸어갔다.

 

숙소에서 밍기적 거리는 바람에 벌써 해가 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해가 지기 시작하니 한여름의 뜨거운 공기는 한풀 꺾이고 시원한 바람이 바다에서 불어왔다. 많은 사람들이 저녁시간을 즐기기 위해 삼삼오오 해변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짙게 깔린 구름은 일몰의 부드러운 태양빛에 조금씩 물들기 시작했다.

 

해변길을 따라 걸었다. 낮동안은 물이 빠져 해변이 만들어진 앞바다는 어느새 물이 차올라 해변의 흔적은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해변길을 따라 호텔과 음식점들이 있었다.

 

 

걸어가는 사이에 해가 또 저만큼 저버렸는지 내가 걸어온 길은 어둠에 잠겨버렸다.

 

 

포구의 방파제를 따라 걸엤다. 방파제에는 바다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이 있었다. 주황빛은 어느덧 붉은빛으로 바뀌었다.

 

 

 

붉게 빛나는 하늘에 구름들은 핑크빛으로 변하였다. 어제 본 하늘과 오늘 본 하늘 똑같은 하늘이지만 오늘의 하늘은 왜 그렇게 마음 속 깊이 짠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눈물이 날 정도로 슬픈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오늘이 이곳에서 보는 마지막 하늘이라 그런가 보다.

 

시간이 조금 지날때 마다, 하늘은 고흐의 유화같이 더 짙고 찐득거리는 색으로 변해갔다.

 

코타키나발루에서 보았던 눈물겹던 노을이 떠올랐다. 코타키나발루의 노을과 제주의 노을,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단연코 난 제주의 노을에 한표를 던질 것 이다.

 

 

노을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은 방파제로 왔다. 함덕해수욕장에서 보는 노을도 꽤 낭만적이였지만, 이 항구에서 본 모습은 장엄했다.

 

 

 

나는 노을에 반해서 카메라 셔터버튼에서 손을 땔 수 없었다. 이순간을 초단위로 담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고프로를 이용해 이순간을 담지 않았는지 후회가 되었다.

 

 

 

아마, 해가 수평선 아래로 숨어 버렸나 보다. 우리가 있는 쪽은 이제 완전히 어둠이 찾아 왔다. 하늘의 한쪽은 아직도 햇살이 남아 있지만, 남은 반은 파랗게 검게 변해있었다.

 

하늘엔 순식간 어둠이 찾아 왔다. 왔던 길을 따라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수평선에선 어선의 불빛이 밝게 빛났다.

 

해가 지고나니 시원하면서 끈적거리는 바람이 불어 왔다. 해변 길에 앉아서 맥주 한 캔 마시기 너무 좋은 날씨였다. 낭만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은 해변길에서 여름밤을 즐기고 있었다. 코로나만 아니면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씩 사서 마시고 가면 너무 좋을 것 같은데, 난 소심쟁이이기에, 아니, 자가격리 후 소심쟁이가 되었기에 그냥 숙소에서 함덕에서의 마지막 날을 즐기기로 했다.

그냥 보내기에는 너무 아쉬운 밤이기에 편의점에서 막걸리 한병과 안주거리를 사와서 제주의 바닷바람 대신 에어컨 바람을 쐐며 함덕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3박 4일 길 것 같았는데 두번 해변에서 놀다 보니 시간이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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