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여수에서 거문도를 가려고 했다가 김포에서 여수로가는 비행기를 타러 가는 도중에 배가 결항되었다는 연락을 듣고 거문도를 가지 못했다. 이번 추자도 여행도 처음에 일요일 아침에 배를 예약했는데 풍랑주의보에 의해서 새벽에 숙소에서 나갈 준비를 하는데 배가 결항되었다는 전화를 받았다. 결항 때문에 배표를 취소할지 아니면 다른 날로 옮길지 물어보기에 다른 날로 날짜를 변경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다행히 날씨가 맑아 보였다. 바람도 불지 않는 것이 오늘은 왠지 추자도로 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여행와서 매일 게으름을 피우느라 아침 일찍 일어나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해뜨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침바람은 차가웠지만 제주만의 따스함이 느껴졌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약간은 정신이 몽롱했지만, 그래도 발걸음만은 가볍게 제주 여객선 터미널로 향했다. 숙소에서 버스로도 갈 수 있지만, 운동삼아서 걸어서 갔다.
아침부터 비행기는 부지런히 제주로 향하고 있었다. 항덕으로서 제주시내에서 보이는 비행기는 항상 기분을 좋게 했다.
대략 천천히 걸어서 20분~3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그래도 숙소인 아라팰리스 호텔에서 연안여객터미널까지는 내리막 길이라 걷는데 무리가 되지는 않았다.
인터넷으로 배표를 예약했지만 다시 카운터에서 승선권으로 배표를 바꿔야 했다. 일찍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배표를 사기 위해 기다리는 승객들이 많았다. 그리고 공항에서 바로 온 것 같은, 아마 첫 비행기로 온 것 같다. 낚시꾼들도 여럿이 보였다. 추자도가 낚시꾼들이 좋아하는 낚시명소라는 곳은 알고 있었지만, 비행기 수화물 택이 붙은 채로 달려온 것은 보면 확실히 낚시꾼들에게 사랑받는 섬인 것 같다.
탑승권은 일단 편도로 받았다. 배편은 왕복으로 예약을 했지만 제주항에서는 제주-상추자도행 배표만 발권 받았다. 상추자도에서 제주로 올 때는 다시 추자도항에서 발권을 받으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아무 정보 없이 가는 추자여행이기에 카운터에 놓여져 있는 안내지도를 하나 챙겨두었다.
당일 카운터에서 표를 구매해도 되고 우리처럼 사전에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도 되었다. 그러나 배를 탈 때는 신분증을 지참해야 하니, 배타기 전에 신분증을 챙겨 두어야 한다.
대합실에서 할 것도 없어서 탑승하기 위해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편의점도 있고, 약국도 있었다. 우리는 전날 약국에서 멀미약을 사 두었기에 탑승하기 전 멀미약을 마셨다. 미쳐 멀미약을 구매하지 못한 경우 대합실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추자도는 상추자와 하추자로 나눠지는데 우리가 탄 배는 우리를 상추자도에 내려준 후 해남까지 가는 배였다. 우리는 당일치기 여행이였기에 섬을 탐방할 수 있는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일단은 상추자도만 보기로 했다. 추자대교까지만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았다.
추천루트가 안내지도에 나와있으니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막상 추자도 여행을 해보니 걷는데 시간이 오래걸려서 많은 곳은 갈 수 없었다.
추자도는 제주에 속하기 때문에 면세품은 구매할 수 없었다.
추자, 우수영으로 출발하는 퀸스타2의 탑승시간이 되었다. 평일인데도 생각보다 승객이 많았다. 평일에도 이정도로 사람이 많으면 주말에는 얼마나 많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표확인을 하고 여객선 타는곳 표지판을 따라서 걸어갔다. 생각보다 많이 걸어야 했다.
배타는 곳에서 한번 더 표검사를 했다. 그리고 승무원들은 승객들의 큰 수화물을 카고에 실고 있었다.
표에 나온 좌석번호대로 앉아도 되지만 사람들이 편한자리에 앉는 것 같았다. 일단은 승선권에 나온 좌석대로 앉았다.
배 뒤쪽에서는 간단한 음식을 파는 것 같은데, 운영을 하는지 안하는지 모르겠다. 배에서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먹는 사람이 없다보니 음식 판매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배 뒤쪽으로 나가면 흡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운행중에는 배 밖으로 나갈 수 없으니, 흡연을 하실 분은 배가 출발하기 전에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
배는 정시에 제주항을 출발했다. 제주 앞바다는 아직까지는 고요했다. 이렇게까지만 추자까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였다.
제주항을 출발한 배는 북으로 북으로 올라갔다. 배의 시속은 50~60키로미터까지 왔다갔다 했다. 제주항을 어느정도 벗어나니 파도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가끔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이 배가 넘실넘실 거렸다. 배가 물에 빠지지 않는게 신기할 만큼 배가 좌우로 흔들리는데, 속도를 유지하며 앞으로 갔다.
대략 한시간 정도 지나서 배가 추자도에 접근을 했다. 추자에 접근하니 파도가 그나마 많이 치지 않았다. 그리고 남해바다 한가운데 신비의 섬처럼 떠있는 모습이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제주보다 전라도에서 가까운 섬인데 왜 제주에 속해 있는지 궁금했다. 예전에는 전라남도에 속하는 섬이였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제주에서 속하는 섬으로 제주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섬이 아닐까?
항구에 배가 접안을 했지만 항구주변의 파도에 의해 배가 아직도 울렁거렸다. 드디어 배에서 내리니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상추자도 여객선 터미널 안에 있는 화장실에서 급한 볼 일을 본 후 본격적으로 상추자도 여행에 나섰다.
가장 쉬운 방법은 다른 사람들을 따라가는 것이 아닐까? 지도를 보고 여행루트대로 따라갔다. 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하기 위해 이곳에 오고, 또 몇몇은 올레코스를 걷기 위해 이곳에 오는 것 같다. 터미널 주변에서부터 올레코스가 시작되었다.
항구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추자초등학교가 있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산뜻한게 내 마음도 산뜻해지는 것 같았다. 날씨도 맑고 모든게 좋았다.
코로나때문에 학교에 들어서는게 망설여졌지만, 이곳을 가로질러 올레코스로 닿을 수 있기에 잔디로 된 운동장을 가로질러 최영사당 쪽으로 향했다.
방학인데 아이들은 선생님과 놀이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들이 해맑아 보였다. 아파트에 둘러싸인 학교와는 뷰가 완전히 다르니 아이들도 밝은 것이 아닐까? 주변을 둘러보면 푸른하늘과 푸른바다가 펼쳐져 있으니 최고의 뷰를 가진 학교인 것 같다.
추자초등학교 뒷 길로 이어진 길을 따라 갔다.
올레길 표시가 되어있는 것으로 보니 맞게 온 것 같다. 계단을 올라가면 최영사당이 나왔다.
최영사당이 엄청 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주 아담했다. 그냥 지나가다 쓰윽하고 보고 가기 좋았다.
조금만 올랐을 뿐인데 넓게 트인 풍경에 올라온 보람이 느껴졌다. 호젓하게 걷기 참 좋은 길이였다.
날은 따스했다. 섬에 놀러온다고 약간 옷을 두껍게 입고 왔더니 덥게 느껴졌다.
올레코스다 보니 길이 험하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완전히 편한길은 아니였다. 걷기에는 그래도 좋은 길이였다.
아직 서울은 한 겨울을 보내고 있지만 이곳은 봄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름부터 스웩이 넘치는 봉골레산 정상으로 가기 위해 가쁨 숨을 몰아치며 길을 올라갔다. 솔직히 그렇게 힘든 산은 아닌데 체중증가 때문인지 조금만 언덕길을 올라도 숨차는 것을 느끼는 것 같다.
봉골레산 정상으로 가는 길에 낙조 포인트가 있었다. 지금 시간이 아직 12시도 안된 시간인데 낙조까지 기다리기는 무리라서 그냥 사진만 찍었다.
드디어 봉골레산 정상에 도달했다. 높지 않은 산인데 왜 이렇게 뿌듯함이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의 걷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였다. 오히려 봉골레산 정상은 애기 수준의 걷기였다.
이름에서 외국스러움이 느껴졌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라 생각했더니, 봉골레 파스타와 비슷해서 머리 속으로 잊혀지지 않았나 보다.
봉골레산 밑으로 상추자도 시내가 보였다. 바다 위에 신기루 같이 떠있는 섬 같아 보였다.
올레길이 맞는지 안맞는지는 이런 올레표시를 보면 알 수 있다.
산길을 따라 내려왔다. 그냥 지도를 보면서 이길이 맞게지 생각하며 걸어 온 것 같다. 그런데 관광객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뭔가 이상한 싸한 느낌이 등뒤로 지나갔다. 아무튼 관광지는 맞게 온 것 같은데 사람이 없으니 이상했다. 푸른 바다가 보이는 해변은 아름다웠지만, 바다에서 밀려온 쓰레기들로 멋진 풍광을 망치고 있었다. 사람이 해친 자연을 그대로 사람에게 돌아오는 것 같다.
이곳에서 나바론 절벽으로 향하는 길이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이곳까지 왔는데 한번 보고 가자는 마음에 나바론 절벽을 가보기로 했다.
해안가로 걷는 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서 바다를 바라보며 편하게 걸을 수 있었다.
해안길 끝에 오니 저 멀리 정자가 하나 보였다. 그리고 이곳 절벽 곳곳에 낚시꾼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낚시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자까지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나 길어 없어서 갈 수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돌아서 나오는 길에 나바론 하늘길로 향하는 표지판을 볼 수 있었다. 표지판을 보고 조금만 보고 내려와야지 생각하며 엄청나게 가파른 계단을 올라갔다.
계단을 오르며 조금만 가면 될거야, 조금만 더 가면 될거야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 했다.
점점 올라갈 수록 풍경이 아름다웠다. 그러나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기 시작했다.
잠시 계단에 앉아서 쉬는데도, 경사가 어마어마해서 무서움이 느껴졌다.
그래도 이렇게 멋진 풍경을 언제 보겠냐며, 왠지 끝까지 걷고 싶은 오기가 발동을 했다.
조금만 실수하면 이세상과 이별을 할 것 같은 하늘길이였다. 그러나 앞에 보이는 멋진 절벽에 매료되어 걷는 것을 포기할 수 없었다.
수직으로 서있는 절벽을 보며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이러니 고생해서 올라올만한가 보다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끝날 것 같은 계단은 끝이 없었다. 한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너비의 계단을 몇 개를 올랐을까?
뒤를 돌아보면 멋진 풍경이 보였지만 아찔했다.
점점 하늘길로 올라갈 수록 이러다 하늘에 닿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계단을 놓은 사람들이 더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중간중간 쉼이 필요했다. 뒤를 돌아보면 그림같은 풍경이 우리에게 선물을 주는 것 같았다. 앞과 뒤의 풍경이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저멀리 봉골레 산도 보였다. 봉골레 산은 애기였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절벽 위로 난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다리가 후들후들 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잘못하면 카메라며 소지품을 절벽 밑 바다로 빠뜨릴 것 같았다.
아래를 내려보니 정신이 아찔했다. 그러나 바다색깔 만큼은 만점이였다.
이제 드디어 내리막 길이 나왔다. 얼마나 오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숨이 턱턱 막힐만큼 힘들었다. 내리막길도 쉽지는 않았다. 이 계단은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한 너비에 급경사를 이룬 계단이였다. 고프로를 들고 한손에는 폰을 들고 사진을 찍고 걷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실수로 발을 딛으면 그대로 병원행이 될 것 같았다.
다행히 조심조심 내려와서 다치지 않고 계단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간간히 불어오는 미지근한 겨울바람에 땀을 식혔다. 이곳에 방문할 계획이 있으신 분은 여분의 물은 꼭 챙겨가시길 바란다.
군부대 주변을 돌아 완만한 길을 따라 갔다. 중간에 빠질만한 길도 있을 것 같은데 중간에 나갈 길이 없었다. 이런 것이 더욱더 우리를 힘들게 만들었다.
종종 반대쪽에서 올라오는 사람도 보였다. 그러나 이길을 걸으며 많은 사람을 보지는 못했다. 우리만 이곳에 있는 것 같았다.
드디어 등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뭔가 해낸 것 같은 뿌듯함이 느껴졌다.
등대에서 추자대교가 보였다. 원래는 추자대교까지 가는게 목표였는데, 여기서 이렇게 봤으니 된 것 같았다. 갑자기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써버렸기에 진이 빠져서 다시 터미널이 있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우리의 완주를 축하해주는 군용기를 볼 수 있었다.
산길에서 나오니 편안한 시멘트길이 나왔다. 왠지 사람이 사는 곳에 온 것 같아 안도감이 들었다.
드디어 바닷길에 도달했다. 아직 제주도 도두동무지개해안도로는 가보지 못했지만 그곳도 이런 . 낌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로 인도가 없기에 갓길을 따라 걸었다. 추자도에는 차가 많지 않은 편이지만 인도가 없으니 조심히 걸어야 했다.
땀이 식어서 그런지 바닷바람이 차갑게 느껴졌다. 그러나 핑크빛 동백이 피는 것으로 보니 이곳이 수도권보다는 따스한 곳이 맞는 것 같았다.
뭔가 모르게 사람이 사는 마을에 오니 마음이 편했다. 아직까지 배 탑승시간까지 여유로웠다. 그래서 풍경이 멋진 카페에 앉아서 차한잔을 하고 싶었다.
마을에 한대 밖에 없다는 공영버스도 광장에 세워져 있었다. 하루에 손님을 몇 명이나 태우고 다닐까? 아침에 배에서 내린 사람들은 버스를 타고 갔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조성된 것 같은 광장에 오니 이섬에 거주하는 아이들이 광장에서 놀고 있었다. 아마 이곳이 자신들의 만남의 장소가 아닐까? 친구들과 이야기도 하고 놀이도 하는 곳이였다.
면사무도도 터미널 부근에 있었다. 하루방이 없었다면 이곳이 제주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 것 같다.
카페를 찾다가 못 찾았다. 그래서 그냥 걸었다. 우리 말고도 다른 사람들, 가족들도 어디 있을 곳이 없어서 그런지 방황하는 것 같이 보였다. 그래서 빨간등대가 인상적인 방파제까지 걸어 갔다. 오후가 되니 바람이 많이 불었다. 오후에 배가 뜰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들었다.
다리도 아프고 할 것도 없어서 일찍 터니널로 돌아와 의자에 앉아서 쉬었다. 사람이 몰리기 전에 배표도 발권을 받았다. 추운 곳에 있다 따스한 곳으로 오니 몸이 노곤노곤해졌다.
다행히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배는 정시에 추자항에 입항을 했다.
배가 추자항을 나와 제주로 향하니 파도에 따라 배가 널뛰기를 했다. 이와중에 아빠는 많이 피곤하셨는지 주무시고 나는 무서워서 밖을 쳐다 봤다. 해가 조금씩 지고 있었다. 하늘이 붉에 물드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제주항 부근에 오니 하늘에는 구름이 끼여있었다. 그리고 배는 속도를 줄이며 항구에 접안을 했다.
추자도에 갔다왔다는 홀가분한 마음과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제주에서의 또 하루가 이렇게 지나가 버렸다.
숙소까지 걸어가기에는 너무 힘들어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다행히 버스가 바로 와서 기다리지 않고 탑승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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