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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나니 하루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가파도에서 나와 운진항으로 왔다. 숙소로 갈까? 아니면 한군데 들렀다 갈까? 해가 이렇게 긴데 바로 숙소로 들어가기 아쉬웠다. 원래는 가파도에서 노을을 보고 나오는 것인데 해지는 시간이 너무 늦고 체력적으로 힘든 것 같아서 딱 2시간만 있다 가파도를 나왔다.

 
 

노을을 보기에 서쪽 해안 어디가 좋을까! 애월은 가다 보면 해가 질 것 같고 새별오름에서도 해지는 것을 봤고, 신창풍차해안도로도 전에 가봤던 것 같다. 웬만한 곳은 다 가봤으니 어디를 가나 비슷할 것 같은데 마음이 더 가는 곳으로 정해야 했다. 시간적으로 봤을 땐 신창풍차해안도로가 좋을 것 같았다.

 

일주도로를 타고 가다 일주도로가 밋밋하기에 해안도로를 따라 달렸다. 석양을 받은 한라산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드라이브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차가 많지 않은 도로를 달렸다. 주변에 보이는 것은 한적한 마을과 전신주 그리고 하늘을 붉게 물드는 햇살뿐이었다.

 

신창풍차해안도로 부근에 도착하니 관광객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순간 주차가 걱정이 되었다. 길가에 줄지어 주차된 차들을 볼 수 있었다. 이제 하늘은 점점 오늘의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아직 해는 수평선보다 한 뼘 높게 떠있었다. 하루의 마지막을 멋진 노을로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이 행복했다.

 

주차를 한 후 지는 해를 바라 보기 위해 싱계물공원으로 갔다. 싱게(계)물공원 앞에 주차장이 있어서 주차도 하기 수월했다. 사람들이 사진만 찍고 바로 자리를 빼기 때문에 빈자리를 찾기 수월했다.

 

해가 질 때는 카메라보다 핸드폰이 간편하게 찍기 좋은 것 같다. 카메라 작동이 미숙한지 아니면 노을 사진을 몇 번 찍었는데 실패해서 그런지 해가 지기 시작하면 카메라는 손에서 멀어졌다. 역시 많이 고민 안 해도 되는 핸드폰이 어떤 면에서는 짱인 것 같다. 와이드 화각으로 풍차의 역동적인 모습을 담고 싶었다. 전날 비행기에서 봤을 땐 미니어처 같아 보였는데 지금은 풍력발전기의 거대함에 나 자신이 압도되었다.

 

해와 구름이 밀당을 하듯 서로 붙어 있었다. 점점 수평선에 가까워질수록 하늘은 어둡지만 강렬하게 변하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곳까지 걸어가서 사진을 찍으면 좋을 것 같았다. 너 가까이 해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았기에.

 
 

해를 손에 얹어 보았다. 계란 노른자 같은 동그란 노란 해였다. 노랗게도 보이고 주황색으로도 보이고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 같다.

 

상상으로는 노을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여유롭게 지는 노을을 바라보는데 현실에서는 너무 바빴다. 여유란 없다. 이 순간을 담기 위해 분주히 온몸이 움직여야 했다. 영화 속의 드라마 속의 여유란 여기서는 사치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아이폰이 사진이 전반적으로 잘 찍히기는 하는데 이럴 때는 정말 쥐약인 것 같다. 햇빛을 정면으로 받으면 점 같은 것이 생겼다. 은근 점이 신경 쓰여서 구도를 잡고 카메라를 조금씩 움직여 점을 없애려고 했으나 쉽지 않았다.

 

그래서 어깨에 메고 있던 카메라로 풍경을 같이 찍기 시작했다. 역시 풍경은 카메라가 최고인 것 같다.

 
 

인물사진은 아이폰으로 풍경만 찍는 사진은 카메라로 찍었다. 둘 다 느낌이 다르기에 번갈아가며 찍는 것이 귀찮기는 했지만 그래도 마음은 편했다. 노을이 지는 순간은 찰나이기에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아빠는 오늘 하루 종일 사진을 찍느라 힘드셨을 텐데 오늘의 마지막 촬영을 위해 영혼을 불태우고 계셨다.

 

조금씩 조금씩 해가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노을이지만 오늘은 반복되는 일상이 아닌 특별한 하루의 마지막으로 느껴졌다.

 
 
 

해는 한치의 서두름 없이 일몰 시각에 맞춰 수평선 아래로 떨어지기 위해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것 같이 느껴졌다.

 
 
 

성격이 급한 사람들은 대강 사진을 한두 장 찍고 이곳을 떠났다. 뭐 인증숏이면 충분하니까. 끝까지 해가 지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저 등대에 가면 해가 완전히 바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바다 위에는 섬 하나 없이 넓게 수평선이 펼쳐 있었다.

 
 
 
 

마지막 이 순간, 누군가 이 시간만을 슬로 모션으로 만들어 버린 것 같았다. 들어갈 듯 말 듯 한 해를 보고 있으니 심장이 쫄깃쫄깃 해졌다.

 
 
 

노란 하늘은 주황빛으로 다시 붉은빛으로 변하였다. 그리고 내 등 뒤의 하늘은 어느덧 남색 빛을 띠기 시작했다. 하늘이 절정으로 가고 있었다. 어둠과 밝음이 서로 공존하는 시간에 들어서고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 순간. 적당한 밝음과 어둠이 서로 함께 하는 시간. 가장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짧지만 그 기다림을 길었다. 그러나 기대감 가득 품은 채 이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행복했다.

 

어디선가 익숙하게 들려오는 동요 소리에 뒤를 돌아 봤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 봤는데. 오늘이 어린이날이라 노래도 틀어주나 생각하며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갔다. 그곳엔 아이들이 뛰어노는 동상(조금 무섭게 느껴짐) 비석이 세워져 있었다. 노래 제목은 '새싹들이다'였다. 아!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생각했는데. 엊그제도 들었던 노래였는데 어린이날 노래와 헷갈렸다. 이 지역 출신인지 이 지역에서 교편을 잡으신 '좌승원'선생님의 동요였다. MBC 창작 동요제 1회 대상곡으로 아마도 모르는 사람이 없지 않을까. 몇 번을 들어도 즐거운 노래였다. 버턴을 누르면 노래가 흘러나왔다.

 
 
 
 

이제 해와의 밀당은 끝으로 가고 있었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될 것 같은데 이 밀당 쉽지 않다.

 
 
 
 

해님도 어쩔 수 없이 이제 우리와 작별을 하기 위해 수평선 위에 딱 놓여있었다. 이렇게 오늘 하루도 가는구나. 또 여행에서의 하루가 지나가는 구나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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