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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고민일까? 오늘 뭐해야 할지 정해지지 않은 삶. 출근했다면 오늘 해야할 일들이 머릿 속을 파노라마처럼 지나갈 텐데, 휴가지에서의 생활은 하루하루 정해진 일정이 있지 않아서 너무 행복했다. 매일 바쁘게 사는 현대인에게 하루종일 할 일이 없다는 것은 오히려 더 불안함을 안겨주지만, 여행 중만이라도 이런 불안함을 즐겨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아침의 함덕해변은 자신의 본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푸른물결이 숙소 앞까지 출렁거렸다. 저멀리 보이는 해변의 백사장은 손톱만한 크기로 보였다.

 

이날은 오후에 수영을 하기로 해서 오전에는 차로 갈 수 있는 관광지를 가보기로 했다. 출근시간을 피한 10시가 넘어서 숙소에서 출발했다. 목적지는 용머리해안이였다. 겨울 제주여행 때 용머리 해안을 보기 위해 갔던 적이 있는데, 높은 파도와 만조로 인해 볼 수 없었다. 그래서 한번 더 용러리 해안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정오가 되기 전인데 여름 태양볕은 뜨거웠다. 머리 위로 순식간에 지나가는 뭉게구름도 이뻤다. 저 구름을 타고 어디론가 떠날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한라산 중산간 도로를 한참을 타고 달리니 종모양의 산이 보였다. 저거 저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갑자기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지도를 찾아 보았다. 산방산이였다. 그래! 산방산! 종모양처럼 생긴 돌산. 겨울여행 때는 산방산 안에 있는 산방굴사를 가본 적이 있었다. 오르는 길이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오르라고 하면 나는 고개를 절레저레 흔들 것 같았다. 한발짝 한발짝 걷을 때 마다 등에 땀이 줄줄 흐르는 날이였다.

 

오늘은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주차장에 차를 세운후, 용머리 해안으로 향했다. 주차장 입구에 용머리해안 관람안내 표지판을 볼 수 있었다. 파도로 인한 통제, 오늘도 이렇게 용머리해안을 볼 수 없었다. 맥이 쭉 빠졌다. 그래도 아쉬우니 입구까지만 가보기로 했다.

 

 

산방산의 봄, 가을, 겨울의 모습을 보았으나, 여름의 산방산은 오늘 처음 보았다. 사계절 모습이 미묘하게 다른 것 같았다. 여름은 푸릇푸릇한 나무들 때문인지 산에 생기가 넘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산방산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겨울과 봄사이 유채꽃이 활짝 피었을 때가 아닐까!

 

용머리해안 입구에 오니 한번 더 '높은 파도로 인하여 관람 통제'라는 안내 문구를 볼 수 있었다. 용머리해안을 방문하기 전에는 꼭 당일날 통제로 인해 입장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가야할 것 같다. 이렇게 두번 방문해서 두번 다 용머리해안를 멀리서 바라만 보고 와야 했다.

 

 

함덕쪽은 바람도 불지 않고, 파도도 부처님의 미소처럼 평온했는데, 서귀포쪽 바다는 성이 많이 나 있었다. 바람은 끊임없이 어디선가 불어오고 파도도 우리를 잡아 먹을 것 같이 무섭게 해안으로 밀려 왔다.

 

 

두번 왔다 두번 다 실패를 하고 나니 용머리해안과는 인연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는 용머리해안에 오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다. 지나는 길에 겨울에 보았던 말이 보였다. 말을 타볼까 생각을 했지만 날이 너무 뜨거워서 타지는 않았다.

 

겨울에 이곳에 왔을 때 먹었던 보말칼국수가 생각나서 산방산 쪽으로 가다가, 오늘은 다른 것을 먹어보고 싶어서 주차장이 있는 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용머리해안 주차장 근처에 아울렛 느낌이 나는 식당가가 있었다. 그런데 영업시간이 아닌지 많은 식당이 문을 열지 않았다. 안쪽에 있는 해녀의 밥상이라는 음식점은 영업을 하고 있기에 문을 열고 들어가 보았다.

 

가격은 1인 16,000원으로 저렴하지는 않지만, 생각해 보니 제주에 와서 처음으로 식당에서 사먹은 음식이였다. 제주에 온지 3일 만에 처음으로 식당에 온 것이였다. 식당 안에 마스크를 벗는 것이 어색했다. 다른 사람 앞에서 마스크를 벗는다는 것이 이제는 어색해지는 시대가 온 것 같다.

 

 

밑반찬이 나오고 해산물로 된 음식들이 한상 가득 나왔다. 마지막으로 나온 것은 소라밥으로 비린내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비린내가 나지 않아서 너무 좋았다. 아빠도 제주에 와서 처음 먹는 제주음식이라 너무 맛있게 드셨다고 하셨다. 코로나 때문에 되도록이면 테이크 아웃을 해서 숙소에서 먹던가, 아니면 제주도까지 와서도 편의점에서 음식을 사와서 먹었기에 제주도에 왔지만 제주의 음식은 거의 먹어보지 못했다.

 

용머리해안은 어쩌다 보니 점심을 먹으로 온 곳이 되었다. 언젠가 용머리해안을 볼 날이 오겠지라고 생각을 했다.

 

 

숙소로 돌아가기 전 제주곶자왈도립공원으로 향했다. 용머리해안에서 15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용머리해안에서 그다지 먼 곳에 위치해 있지 않기에 잠시 들렸다 숙소로 가기로 했다. 신기하게 제주곶자왈도립공원은 제주영어도시(?) 옆에 위치해 있었다. 아파튼 단지 옆에 도립공원이 있었다. 주차장은 좁다고는 할 수 없었는데, 휴가철이라 그런지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많아서 주차하기가 쉽지 않았다.

 

 

성인은 입장료가 1,000원 이고 경로는 무료였다. 이곳의 경우 슬리퍼나 샌들을 신을 경우 입장을 할 수 없을 수 있기 때문에 꼭 운동화를 착용하고 방문해야 했다. 제주 여행내내 슬리퍼를 주로 신고 다녔는데, 이곳에서 만큼은 운동화로 갈아 신고 입장을 했다.

 

 

여러가지 걷는 코스가 있는데, 우리는 전망대까지만 다녀오는 코스를 선택했다. 길게 돌면 최대 3시간까지 걸리기 때문에 자신의 체력에 따라 걷는 코스를 정하면 될 것 같다. 그리고 산책로 내에는 화장실이 없기 때문에 입장료 옆에 있는 화장실을 꼭 들렸다 산책로로 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 대부분의 관광객은 가장 짧은 코스인 전망대까지만 갔다 다시 돌아오는 것 같았다.

 

산책길은 나무데크나 멍석이 깔려 있어서 걷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산책길의 경사도 완만해서 아이들도 쉽게 걸을 수 있었다.

 

 

울창한 나무들 때문에 이곳은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았다. 그래서 너무 더웠다. 나무가 울창해서 더 시원할 것 같다고 생각하겠지만, 울창한 숲 때문에 바람이 불지 않았기에 공기가 뜨거웠다. 대신 강한 햇살을 나무들이 막아주어 시각적인 시원함만은 있었다.

 

날이 너무 더워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바람만이라도 불어왔으면 좋겠지만, 이곳은 고요했다.

 

머리에서는 땀이 뚝뚝 떨어지고, 마스크는 땀으로 젖어 갔다.

 

숲이 너무 울창해서 어떤 곳은 햇빛이 들지 않는 것 같이 느껴졌다.

 

 

 

멍석이 깔린 길은 걷는 것이 살짝 불편했다. 화산지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길이였다. 나무데크를 걸을 때는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돌들을 발끝으로 느낄 수 없었지만, 멍석이 깔린 길을 걸으니 발바닥 전체에 작은 돌들의 느낌이 전달되는 것 같았다.

 

 

나같은 겁쟁이가 혼자 왔으면 살짝 무섭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이 잘 정비가 되어 있어서 걷는 것은 편하였다. 숲이 너무 울창해서 정글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육지의 걷는 길과는 느낌이 다른 길이였다. 말로 표현을 할 수 없지만 뭔가 제주만의 느낌이 있는 숲길이였다.

 

 

 

갈래길이 나왔다. 우리는 전망대 쪽으로 향했다. 습하고 너무 더웠다. 풍경은 멋지지만 너무 덥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데크와 멍석길이 번갈아가면서 나왔다. 멍석길은 너무 울퉁불퉁해서 걷는데 피로도가 두배는 더 오는 것 같았다. 왜 운동화를 신어야 하는지 멍석길을 걸으면서 느낄 수 있었다. 잘못하면 발목을 쉽게 삘 수 있을 것 같았다.

 

 

 

 

드디어 전망대에 도착을 했다. 전망대에 올라가 보았다. 전망대를 지나 더 숲 깊숙히 들어갈 사람은 사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조심하라는 안내 문구를 볼 수 있었다.

 

전망대로 올라오니 바람이 불었다. 살 것 같았다. 바람의 소중함을 이렇게 느낄 수 있었다. 숲 속은 나무들이 너무 빽빽하게 자라서 그런지 바람하나 불지 않았다. 제주의 습한 날씨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전망대에 오르니 한라산과 산방산이 보였다.

 

 

바람은 한라산에서 불어오는 것일까? 아니면 바다에서 불어오는 것일까?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있으니 전망대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대신 전망대의 햇빛은 너무 따갑고 뜨거웠다.

 

 

우리는 전망대에서 내려와 다시 왔던 길을 돌아서 갔다. 빨리 내려가서 뼛속까지 시원하게 할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이 절실했다.

 

 

 

머리속으로는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쉬는 상상을 하며 왔던 길을 빠르게 내려갔다. 샤려니의 숲과는 또 다른 느낌의 숲이였다. 산책을 좋아하는 여행객이라면 한번쯤 방문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대신 여름철 한낮에 방문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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