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살면서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마음은 항상 가고 싶은데 용기가(?) 나지 않아서 망설였던 곳이였다. 포항에서 대략 200키로 떨어진 울릉도였다. 배멀미는 하지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거리가 꽤 멀어서 부담이 되는 곳이였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해외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 2년 가까이 되어 가고 있다. 제주도가 너무 좋은 곳이기는 하지만 뭔가 새로운 곳이 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고민고민 하다가 정한 곳이 울릉도였다. 평생 살면서 한번쯤은 가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별여행으로 갈까 여행사를 통해서 표를 구매할까 고민을 하다가 개별적으로 표를 사고, 숙소를 예약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울릉도 가기 전 거의 3개월 전에 울릉도 가는 배를 예약했다. 후포-울릉도 구간이 가장 가깝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구간이나 3개월 전에 예매할 때는 포항-울릉도 구간만 예매가 되었다. 일단 여름 성수기이기에 포항에서 승선하게 되면 배만 4시간 가까이 타야해서 부담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표를 확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포항에서 울릉도로 가는 썬라이즈호를 예매했다. 그리고 독도 가는 배도 같이 예매를 했다.

 

 

우리가 타야할 배는 포항여객선터미널에서 8시 50분에 출항하는 배였다. 서울에서 포항까지는 넉넉히 잡아 5시간이면 갈 수 있기에 새벽녘에 출발해도 되지만 우리는 자정이 땡하고 되었을 때 집에서 출발했다. 새벽녘 고속도로는 한산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고속도로에는 화물차들이 많았다. 그리고 휴게소는 화물차로 가득 차 있었다.

 

어느 휴게소를 가나 화물차가 가득 주차장을 채우고 있어서 새벽시간이지만 생각보다 주차할 곳이 많지 않았다. 그리고 새벽시간에 확진자나 해외에서 온 사람들이 이동하나 보다.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이 승합차나 버스에서 내리는 모습을 몇 번 보았다. 방역복을 보는 순간 움찔해서 그사람들을 피해서 차로 도망갔다.

 

 

대구를 지나 포항으로 가는 길 고속도로에 갑자기 안개가 자욱하게 끼여있었다. 순식간에 시야가 가려지니 당황스러웠다. 밤새 달려서 포항에 거의 다다르고 있었다.

 

배 시간은 8시 50분인데 우리는 새벽 5시 무렵 포항에 도착했다. 포항여객선터미널 주차장은 새벽시간에는 운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여객선 터미널 주차장은 유료이기에 길 건너편에 있는 영일대해수욕장 공영주차장에 차를 주차했다. 여객선터미널까지는 횡단보도만 건너면 되기에 그렇게 멀지 않았다. 우리가 배를 타기 전날까지 태풍으로 인해 배가 3일간 출항하지 않았다. 그래서 주차장에 빈자리가 없을 것 같아서 포항에 일찍 온 것도 있었다. 그리고 3일간 배가 출항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승객들도 몰릴 것으로 예상되어 탑승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차에서 쉴까 생각했는데, 막상 차에 앉아 있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 차에서 나와 주차장 맞은편에 있는 영일대해수욕장으로 갔다. 포항에서 독도까지는 직선거리로 260키로미터였다. 울릉도까지는 대략 여기서 200키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다.

 

새벽시간이지만 해수욕장은 불빛이 환했다. 그리고 부지런한 사람들은 새벽 5시에 아침운동을 하기 위해 해변을 걷고 있었다.

 

파도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거대한 파도가 해수욕장으로 밀려 왔다. 괜힌 걱정이 되었다. 오늘 울릉도에 갈 수 있을까?

 

 

일단 걱정은 접어두고 이 시간을 즐기리로 마음을 먹었다.

 

영일대해수욕장의 모래는 너무 고왔다. 걷는 것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저멀리 보이는 포항제철소의 불빛이 환하게 바다를 비추고 있었다.

 

끊임없이 파도가 육지로 밀려왔다. 무섭게 부서지는 파도는 우리를 잡아 먹을 것 같았다.

 

해변이 길고 넓었다. 그리고 평평한게 걷기 너무 좋은 해수욕장이였다. 많은 사람들인 맨발로 해변을 따라서 걷고 있었다.

 

해가 뜨려는지 하늘이 조금씩 밝아오고 있었다.

 

수평선 넘어에는 구름이 짙께 깔려 있었지만 구름 뒤로 핑크빛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해수욕장 한쪽에는 모래로 만든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해수욕장에 전망대도 있었다. 전망대로 오르는 길이 미끄러워 조심히 올라야 했지만 전망대에 오르니 아래에서 보았을 때 보다 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수평선 근처에 구름이 짙게 깔려서 해뜨는 것을 보기 힘들 것 같았다.

 

 

 

해가 수평선 위로 올라오는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붉은 태양빛이 바닷물과 해수욕장의 모래를 붉게 물들였다. 물에 비친 그림자의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우유니 사막에서 보았던 석양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빠도 우유니의 추억이 생각나셨는지, 우유니에서 찍었던 사진처럼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셨다.

 

예상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일출을 보게 될줄이야! 너무 일찍 도착해서 뭐하며 시간을 보내나 걱정이 되었는데 영일대해수욕장에서 매순간 변하는 자연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밀려오는 바닷물에 촉촉하게 젖은 모래는 하늘 빛에 그대로 물들어 버렸다.

 

 

떠오르는 태양을 못봐서 아쉬워할 쯤 구름사이로 태양이 아주 잠깐 고개를 내밀었다. 원래는 차로 돌아가려고 되돌아서 가는 찰나에 뒤를 돌아보니 구름사이로 붉게 타오르는 태양이 보였다. 그래서 이순간을 놓치면 안될 것 같아서 잽싸게 사진을 찍었다. 진짜 2~3분 밖에 안되어서 다시 해는 구름 사이로 사라져 버렸다.

 

 

공복에 배를 타면 멀미가 더 심할 수 있기 때문에 여객선터미널 앞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7시쯤 되었을 때 차에서 짐을 꺼내서 터미널로 향했다. 티켓팅이 7시부터 시작되기에 승객들이 많아지기 전에 티켓팅을 하기 위해 터미널로 갔다.

https://island.haewoon.co.kr/

 

일찍 왔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우리보다 더 부지런한 승객들은 터미널에 와서 티켓팅을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승객들이 터미널을 가득 채울 정도로 많지가 않아서 터미널 안 의자에 앉을 곳이 많았다.

 

오늘 운항상태를 보니 아직까지는 정상 운항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티켓팅을 하고 나니 마음이 편했다. 이제 탑승만 하면 되었다. 8시 무렵이 되었을까 갑자기 터미널 안은 사람들로 터질 것 같았다. 단체 승객부터 개인 승객까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많은 사람들이 터미널에 있지 못하고 밖에서 대기하기도 했다.

 

 

이제 탑승하나 생각하고 앉아 있었다. 탑승하기 30분 전에 멀미약도 먹었다. 그런데 안내방송이 나오더니 출항이 미뤄줘서 10시 50분에 출발한다고 했다. 뭔가 정신이 멍해졌다. 이때부터 터미널 안은 술렁거렸다. 2시간 동안 뭐하나 고민하다 책을 읽었다. 그런데 전날 잠을 못자서 그런지 책 한장도 못읽고 잠들어 버렸다. 할 것이 없으니 들락날락 거리며 담배만 피어 댔다. 그리고 또 안내 방송이 나오더니 10시 50분 출항도 불확실 하다고 했다. 울릉도 근해의 파고가 높기 때문에 출항이 불투명하다는 말만 나왔다. 11시 발표되는 기상정보를 확인한 후 출항을 할지, 결항이 될지 알려주겠다는 안내만 해주었다. 11시가되자 탑승을 위해 줄을 서달라는 방송이 나왔다. 못가나 걱정이 되었는데, 드디어 탑승이 시작되었다.

 

짐이 있기에 탑승을 서둘러서 했다. 울릉도를 간다고 생각하니 꿈같았다. 우리를 울릉도까지 데려다 줄 선라이즈호가 보였다.

 

 

아빠도 기분 좋게 썬라이즈호 앞에서 사진도 찍으셨다. 아빠의 최상의 컨디션은 딱 이때까지셨다.

 

자대 배치를 받는 신병같아 보였다. 어떻게 보면 울릉도로 자대배치를 받는 것이 행운일 수도 불행일 수도 있을 것 같아 보였다. 더블백을 메고 배에 탑승하는 군인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이제 군생활의 시작이니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을까!

 

탑승하자 마자 캐리어만 캐리어 보관하는 장소에 놓고 자리로 갔다. 가지고 있던 큰 백팩은 좌석 사이에 넣을 수 없어서 배 가운데 큰가방만 모아두는 곳에 두었다. 승객들이 가져온 짐이 너무 많아서 어떤 승객들은 카고(수화물 창고)에 가방을 넣어야 했다. 반려동물을 가지고 온 사람도 볼 수 있었다. 반려동물은 객실에 두지 못하고 케이지에 넣어 카고에 넣는 것 같았다.

 

창가쪽에 앉고 싶었는데 모르고 티켓팅할 때 말을 하지 않아서 복도쪽에 좌석을 배정받았다.

 

 

좌석의 앞뒤 간격이 그다지 넓지 않았다. 저가항공보다 조금 넓은 정도였다. 모든 승객들이 탑승하는데 한 30분이 걸린 것 같다. 승무원들은 승객들의 짐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좌석 앞에는 위생봉투가 놓여져 있었다. 배는 포항을 출발해 울릉도로 향했다. 포항을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배는 위아래로 심하게 요동쳤다. 배는 붕하고 떴다가 가라앉았다 다시 뜨기를 반복했다. 아빠는 속이 좋지 않으시다며 화장실로 가셨다. 난 이때까지 어지럽지 않았는데, 아빠 등을 두드려 주기 위해 화장실을 따라간 후, 자리로 돌아오니 어지럽기 시작했다. 아빠는 속이 너무 안좋으셔서 위생봉투에 토를 하시고 배 뒤쪽에 있는 공간에 누워 계셨다. 아빠 말에 의하면 멀미가 너무 심해서 힘드니 체면이고 뭐고 신경이 안쓰인다고 하셨다. 그냥 죽을 것 같으니 바닥에 누워있는 것도 챙피하게 느껴지지 않으셨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멀리로 인해 한손에는 위생봉투를 들고 바닥에 누워있었다. 울릉도에서 택시기사 아저씨게 들었는데, 일본쪽에서 한국쪽으로 바람이 불면 울릉도에 올 때 배가 붕붕 떠서 멀미를 심하게 한다고 한다. 대신 울릉도에서 포항으로 나올 때는 뒤에서 바람이 밀어주기 때문에 멀미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했다.

 

한참을 탄 것 같은데 아직 반밖에 안왔다. 롤러코스터를 4시간 타고 있는 것 같았다. 승무원들도 구토를 하는 승객들을 부축해서 계속해서 화장실로 데려다 주었다. 소변이 마려워서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배가 붕붕 뜨니 화장실을 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포항에서 울릉도까지 거의 4시간이 걸려 도착했다. 섬하나 없는 망망대해를 달리다 갑자기 섬이 보였다. 울릉도였다.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드디어 말로만 듣던 울릉도에 도착한 것이다. 울릉도에 도착했는데 아빠는 멀리로 인해 거의 기절상태이셨다. 포항에서 출발할 때는 설레임이 가득했는데, 울릉도에 도착하니 만신창이가 되어 버리셨다.

 

4시간 만에 땅을 밟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땅을 걷고 있는데 울렁울렁한 느낌이 조금 남아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로 저동항여객터미널은 정신이 없었다. 방금 배에서 내린 승객과 배를 타려는 승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728x90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