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의 자연환경은 매시간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제주도는 제주도만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면 완도는 다도해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숙소에 쉬다 보니 벌써 해가지기 시작했다. 뭔가 지금 이렇게 숙소 방에서 시간을 보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인가 해야 하는데 뭐를 해야 할까? 발코니로 나가서 일단 사진을 찍었다. 뭔가 아쉬웠다. 그래서 아빠를 졸라서 밖으로 나갔다. 아빠는 노을에 관심이 없으셨다. 해 질 무렵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에서 사진을 찍고 싶어 하셨다. 그래서 일단 우리는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으로 네비를 설정하고 출발을 했다.
완도 시내를 지나 다리를 건넜다. 하늘이 완전히 붉어졌다. 핏빛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생각해 보니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은 해가 지는 반대편에 있어서 노을을 볼 수 없을 같았다. 우리는 달리던 도로를 나와 가장 가까운 항구를 찾았다. 항구의 경우 차를 주차하기 편하고 부두가 있으니 사진 찍기도 좋을 것 같았다. 지도를 보니 송곡항이 가장 가까웠다. 그래서 네비를 송곡항으로 재설정을 하고 항구로 갔다. 매초 매분마다 하늘은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바꾸고 있었다.
송곡항 부근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빨갛고 노랗고 파랗고 하나의 하늘에 여러 가지 색이 물감처럼 풀어져 있었다. 물감보다는 유화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서로 쉽게 섞이지 않는 색들에서 유화의 끈적임이 느껴졌다.
역시 이런 곳에서는 실루엣 사진이 최고인 것 같다. 사람 얼굴이 나오면 하늘이 하얗게 나와버리기에 이런 역광을 이용해 실루엣 사진을 찍어 보았다. DSLR 같은 경우는 완전히 실루엣으로 찍을 수 있었는데, 똑딱이 카메라의 경우는 실루엣보다는 사람의 얼굴과 배경이 조화를 이루게 사진을 찍어 주었다.
나는 한 손에는 DSLR을 들고 찍고, 목에는 파나소닉 LX10을 걸고 미친 듯이 뭔가에 홀린 듯이 사진을 찍었다.
하늘이 너무 붉을 때는 솔직히 너무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속에서 뭔가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바다에 불이 난 것 같기도 했다.
송곡항 주변에서 어느 정도 사진을 찍은 후 원래 가려고 했던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에 있기에 노을이 질 때 잠시 들려도 좋은 노을 명소>
차를 타고 가는데 지는 노을이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거울에 비치는 노을을 담고 싶어 흔들리는 차 안에서 열심히 초점을 맞춰서 사진을 찍었다. 차가 흔들리다 보니 생각했던 구도와는 조금 다른 사진이 나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뒤로 보이는 노을과 전깃줄이 나와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에 거의 도착할 무렵이었다. 송곡항에서 본 것보다 하늘은 더 절정에 달하고 있었다.
이런 노을은 처음인 것 같다. 이렇게 하늘이 붉을 수 있을까? 뉴스에서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아마 산불이 크게 났을 때의 모습이 이런 모습이었다. 어쩌면 산불의 붉은 하늘보다 더 붉은색이었다.
우리는 부두를 따라 바다 쪽으로 나가보았다. 누군가는 벌써 이곳에 와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물이 들어오는 시간일까? 물이 조금씩 출렁일 때마다 물이 선착장 위로 올라올 것만 같았다.
하늘에 누가 프리즘을 설치해 놓은 것일까? 노랗고 빨갛고 파랗고 보랗고 하늘은 무지개색으로 층을 이루었다.
해는 저 산 너머로 져버린 지 한참이 지났지만 아직도 자신의 영향력을 더 과시하고 싶었나 보다. 더 강하고 더 강렬한 색으로 보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다.
해가 지고 딱 40분까지 우리는 노을을 볼 수 있다. 예전에도 한번 적은 적이 있는 것 같다. 해가 질 때도 아름답지만, 해가 수평선 아래로 내려간 후 40분간이 가장 아름다운 하늘을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사람들은 그런데 해가 수면 아래로 숨어버리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노을의 절정은 해가 진 후 딱 40분, 아니 해가 진 후 20분 남짓인 것 같다. 30분이 넘어가면 너무 어두워져 육안으로 사물을 알아보기 조금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하늘을 보며 그냥 미쳤구나! 이런 모습을 못 보고 그냥 숙소에만 있었으면 얼마나 후회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는 그냥 차 안에서 지나가면서 바라만 보았어도 평생 후회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있는 쪽은 많이 어두워졌다. 아직 저 멀리 있는 곳에는 빛의 기운이 남아 있어서 불게 노랗게 보이기는 했지만, 우리가 있는 하늘은 푸른색에서 검은색으로 바뀌고 있었다.
아쉽지만 너무 어두워지면 위험할 것 같아서 아쉽지만 뒤돌아서서 차로 갔다. 그러나 너무 아쉬웠다. 이 순간은 다신 돌아오지 않기에 돌아가는 길에도 뭐가 그렇게 미련이 남는지 계속 몸을 돌려 사진을 찍으며 걸었다.
<우연히 찾은 노을 명소인데 정확한 이름은 알지 못함. 부두 앞에 카페 같은 것이 있어서 카페에서 노을을 보는 사람들이 꽤 많았음.>
노을 사진을 찍다 보니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에는 깜깜해져서야 도착했다. 낮에 이곳에 오려면 미리 네이버 등에서 예약을 해야 해수욕장에 입장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저녁시간이라 그런지 발열 체크나 예약을 확인하는 사람이 없어서 바로 해수욕장으로 갈 수 있었다.
블루 플래그는 깨끗한 환경에서 안전하고 친환경적으로 운영되는 해수욕장이란 의미로 블루 플래그의 마스코트가 스머프였다. 이곳에 와서 블루 플래그가 무엇인지 몰랐는데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만큼 이곳의 자연이 깨끗하다는 의미가 아닐까?!
저녁 바다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몇몇 사람들만이 해수욕장을 걷고 있었다. 명사십리라는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해변이 넓고 길었다. 그리고 모래도 부드러웠다. 제주도와 동해안의 해변과는 모래의 느낌이 달랐다. 누군가 금가루를 이곳에 뿌려 놓은 것 같이 금빛으로 반짝였다.
해는 졌지만, 서쪽하늘에 아주 조금 붉은 기운이 남아 있었다. 파도는 거칠지 않았다. 철썩철썩 모래사장으로 밀려오는 바닷물이 위협적이지 않고 사람을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낯에 왔으면 수영도 했을 것 같은데, 너무 늦게 해수욕장에 온 것이 아쉬웠다.
낯에 비해 온도가 많이 내려가기는 했지만 그래도 덥다는 느낌이 들었다. 끈적임과 함께 살짝 더위가 느껴졌다. 역시 바다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 끈적임과 친해질 수밖에.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을 나와 다시 숙소가 있는 완도 시내로 돌아왔다. 도시가 조용했다. 우리는 항상 시끌시끌한 도시에 살아서 그런지 이런 조용함에서 어색함을 느껴졌다. 숙소로 돌아가는 것이 아쉬웠다. 오늘이 지나면 내일은 집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밖에서 더 걷고 싶었지만, 날도 덥고 힘이 들어서 아쉬움을 마음속에 넣어 둔 채 숙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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