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와서 매일 하는 생각은 오늘은 어딜가지?였다. 매일매일 어딘가를 찾고 가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 것도 스트레스랄까? 아니면 투정이랄까? 아무튼 우리가 가보지 못한 곳을 찾기 위해 매일매일 지도를 뚫어져라 쳐다 봤다.
제주터미널로 이제는 매일 출근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뚜벅이 여행자다 보니 대중교통을 이요하기 가장 편한 곳이 이곳이기에 매일매일 출근하듯 이곳으로 왔다.
오늘은 쇠소깍을 가기로 했다. 우리가 타려는 버스는 오지 않고, 다른 버스들만 끊임없이 플랫홈으로 들어왔다.
며칠전에도 한번 타봤던 231번 버스를 타고 쇠소깍 근처 정류장으로 향했다.
또 얼마만큼을 달렸을까? 지칠쯤 되니 효돈중학교에 도착했다. 맵어플에서는 마을버스로 갈아타고 가라고 알려주지만 여기서 걸어서 900미터 정도라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면 도착할 것 같아서 걸어서 갔다. 아침에 날씨가 좋지 않았는데, 서귀포쪽으로 오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우산 하나 편의점에서 사가지고 올 걸 그랬나?!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비도 오고 평일인데다가 주고 차로 여행오는 지역이다 보니 걸어서 가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지도에는 강이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비가 오지 않아서 강은 흔적만 남아 있었다.
다행히 인도가 잘 되어 있어서 걷는 것이 힘들지는 않았다. 비가 올 때만 강이 만들어 지나 보다. 비가 오면 이렇게 물웅덩이에 물이 차서 나중에 강처럼 흐르는 것 같았다. 아무튼 제주의 자연은 육지 사람에게는 익숙한 환경이 아닌 것 같다.
요전에 미친듯이 많은 동백꽃을 보았지만, 길가에 이렇게 피어있는 동백꽃을 보니 너무 이뻐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안보고 가면 동백꽃이 삐질 것 같아서 다정히 사진을 찍었다.
비도 살랑살랑 내리고 사람도 없고 약간 기분이 촤악하고 가라앉는 날이였다. 비가 오면 왜 그렇게 빗방울처럼 내마음이 가라 앉는지 모르겠다.
무채색의 강가를 따라 걷다가 다리 하나를 건너니, 에메랄듯 빛의 물이 보였다. 이거 실화냐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뭐 큰 기대를 하고 온 곳이 아니기에 더욱더 물빛에 감명을 받았다.
어떻게 이런색의 물이 생겼을까? 제주에서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 물빛을 볼 수 있었다.
비가 많이 와서 수량이 많아지면 이곳이 폭포처럼 보일 것 같았다.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비가 와서 길이 조금 미끄러웠지만, 우거진 풀들로 인해 비를 어느정도 피할 수 있었다.
풀숲사이로 보이는 푸른 물빛은 한국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이곳에 올 때는 비도오고 해서 마음이 착찹했는데, 이국적인 푸른 물빛을 보니 모든 스트레스와 짜증이 나도 모르게 사라져 버렸다.
푸른 물 속으로 바닥의 자갈들이 보였다. 그리고 아빠는 두갈래로 나뉘어서 자란 나무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아무튼 가끔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우리는 버스정류장에서 걸어서 오느라 다른 관광객들과 반대방향으로 걷고 있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주차장에서 오다 보니 바다쪽에서 걸어오고, 우리는 바다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중간중간마다 쇠소깍을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었다.
사진을 찍으며 바다쪽으로 걸어갔다. 눈을 푸른 물빛에서 뗄 수가 없었다.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아래로 내려가 보았다. 우리가 걸어왔던 길들이 보였다.
우리가 간 날은 배를 타고 안으로 들어 갈 수는 없었다. 배를 타고 안쪽에서 밖을 보면 어떤 느낌일까? 안에서 밖을 보면 새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쇠소깍 끝은 바로 바다로 이어져 있었다.
쇠소깍 끝에 오니 검은 모래 해수욕장이 펼쳐져 있었다. 날이 맑았다면 좋았을 텐데, 날이 궂어서 검은 모래가 더욱더 검게 보였다.
날이 좋을 때 오면 나룻배 카약은 한번 타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이 너무 맑아서 타 볼만 한 것 같았다.
계단을 통해 해변으로 내려 갈 수 있었다.
멀리서 봤을 때와 직접 내려와서 본 모래의 느낌은 전혀 달랐다. 모래 알갱이가 굵어서 손에 뭍지 않았다. 좁쌀만한 스치로폼 알갱이 같은 느낌이랄까? 아니면 붕어 밥주는 밥 같다고 해야할까? 아! 구슬아이스크림 같은 느낌이 가장 비슷할 것 같다.
바다에서 파도는 무섭게 해변쪽으로 밀려왔다.
자리에 앉았다 일어나도 모래가 묻어 나지 않는 것이 신기했다. 여름에 왔으면 시원하게 물 속에 한번 들어가면 좋을 것 같은데, 겨울이라 그렇게 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오늘도 점심을 거른 상태라 배도 고프고 커피도 마시고 싶었다. 그래서 해변 바로 앞에 있는 투썸플레이스로 갔다. 아빠는 순대국을 드시고 싶다고 했는데, 내가 순대국을 못 먹어서 커피숍으로 갔다.
간단한 빵과 커피를 두잔 주문하고 사람들이 없는 자리에 앉았다.
아빠가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에 사진을 올리는 동안 나는 쇠소깍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그리고 나니 나무드리 갈대같이 그려 놓아서 아쉬웠다. 아직은 디테일하게 그림을 표현하는 것이 어려운 것 같다.
비맞은 옷도 적당히 말리고 빵으로 배도 채웠으니 칼로리를 태우기 위해 잠시 배현을 따리 걷기로 했다. 아직까지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서 나는 우산없이 걸을만 했다.
이곳은 올레 6코스로 몇 년전 올레길을 걸을 때 이곳은 빼고 걸었던 기억이 났다. 이곳까지 못오고 너무 힘들어서 버스를 타고 이동했었다.
가끔 차가 지나가서 약간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포장된 길이라 걷는데 수월했다.
확실히 올레는 혼자 걷기에도 좋지만 최소 둘이상 같이 걷는게 더 즐거운 것 같다. 은근히 올레길들이 외진 곳이 많아서 혼자 걷기에는 조금 위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비는 점점 굵어지기 시작했다. 옷이 어느정도 방수가 되기는 하지만 빗방울이 굵어지니 옷이 젖기 시작했다.
비만 안온다면 잠시 벤치에 앉아서 쉬었다 가면 좋을 것 같은데, 비로 인해 앉을 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어느 카페 앞에 놓여진 의자를 보고 낭만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앉아서 잠시라도 바다를 보며 커피 한잔을 하며 쉬면 좋을 것 같았다.
이제 빗방울은 더 굵어지고 바닷가 쪽도 안개가 자욱해 지기 시작했다. 다시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멀고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까 가려고 해도 이 길의 끝까지 가야하기에 또 다시 걸었다.
비는 바람을 타고 내 옷을 계속 적시고 있었다. 이제 거의 다 온 것 같다. 계속 내리는 비로 사진찍기도 힘들고, 고프로 촬영도 쉽지 않았다.
해안길의 끝에 포구가 있었다. 마을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버스를 확인하니 몇 분전에 이곳을 떠나버렸다. 그래서 다음 버스까지 너무 많이 기다려야 하기에 조금 더 큰길로 나가서 버스를 타기로 했다.
큰 길로 나가는 길, 어느집 담벼락이 다육이로 덮혀 있었다. 앞부분에 조금 있는줄 알았는데, 뒤쪽을 보니 완전히 다육이 담벼락이였다.
대략 포구에서 1키로미터 정도 걸었을까?! 버스정류장이 나왔다. 기다린지 5분정도 되었을까 바로 버스가 왔다.
원래는 급행버스로 갈아타고 가려고 했는데, 예전에 이곳에서 공항버스를 탄적이 있던 것 같아서 칼호텔 앞에서 버스를 내렸다. 그리고 조금 걸어가 파라다이스 호텔 앞에서 제주공항행 600번 버스를 탔다. 그런데 공항까지 이렇게 오래 걸릿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대락 여기서 공항까지 2시간이 걸렸다.
600번 버스가 지도상에는 그렇게 코스가 길지는 않으나, 중문단지에 들어간 후로는 모든 호텔을 거쳐가서 여기서 많은 시간을 소모했다. 그리고 아빠는 속이 빈 상태로 버스에 타셔서 그런지 2시간 동안 멀미를 하셨다. 제주공항에 도착해서 바로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비만 아니면 참 좋았을 것 같은데, 비로 인해 여행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푸른 물빛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아빠는 속이 안 좋다고 하셔서 혼자 편의점에서 이렇게 도시락을 사와서 먹었다. 혼자 먹으니 왠지 눈치도 보이고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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