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는 남해 다랭이 마을이다. 통영에서 조금 늦게 출발하고 중간에 고성 상족암을 거쳐서 오느라 남해여행을 늦게 시작해서 시간이 빠듯했다. 다행히 여름이라 해가 길어서 나같은 게으른 여행자에게 조금더 늦게까지 구경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가천마을, 다랭이 마을로 들어가는 길부터 인상적이였다. 해안길을 따라서 굽이굽이 차를 타고 가야 했다.
이러다 하늘 끝까지 닿을 것 같았다. 고성 상족암, 남해 죽방렴, 독일마을, 미국마을을 거쳐서 다랭이 마을까지 오다 보니 벌써 하늘은 약간 어스름햊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이곳을 구경한 후 바로 여수로 이동을 해야했기 때문에 마음이 조급했다.
이곳은 주차하는 곳이 2군데 있었는데, 우리는 2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주차를 하고 밖으로 나가보니 바로 앞에 작은 마을이 보였다. 산이 마을을 에워싸고 있었다. 내려가는 길이 가파르게 보였으나, 마을만은 편안하게 보였다.
시간이 부족한 여행자는 위에서 내려다 보는 것 만으로도 다랭이 논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호기심이 많은 여행자는 한시간 정도 시간을 내어서 마을로 내려가 보는 것을 추천한다. 위에서 쓰윽하고 내려다 보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직접 몸과 마음으로 느껴보는 것이 훨씬 더 좋은 것 같다. 갓길을 따라 마을 입구로 내려갔다. 주차장이 두군데이기 때문에 내가 주차한 곳에서 가까운 입구로 내려가면 되었다. 우리는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른 길로 나와서 주차장까지 한참을 걸어야 했다. 그러나 걸어오면서 보았던 길은 너무 아름다웠다. 그러나 체력적으로 벅찼던 것 같다.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에 마을에 대한 간단한 안내판이 있었다. 마을이 산비탈에 있기 때문에 힘들면 카페에 앉아서 잠시 쉬었다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빠와 나는 시간에 쫒겨서 무한 걷기를 했지만 여유시간이 있으신 분은 카페에서 앉아서 오르막을 걷느라 바쁨 숨을 한번 거르고 가면 좋을 것 같다.
이제 내리막길을 따라 마을로 들어섰다. 마을 입구로 들어서는데 짜투리 공간도 논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전부 수작업으로 농사를 지어야 할 것 같아 보였다. 수업을 하다보면 쌀이 나무에서 자란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더러 있는데, 이런 곳 방문을 통해 아이들이 자연에 대해 친근감을 느끼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마을의 논들이 넓지 않고 조그마했다. 아주 작은 평지만 있어도 논으로 밭으로 바꾸어 농사를 짓고 있었다. 짜투리 공간을 활용하려는 사람들의 의지가 느껴졌다.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이다 보니 마을을 걷다 보면 마을 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마을 주민들께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 목소리도 낮추고 최대한 예를 갖추고 마을을 구경했다. 길가에 앉아서 일을 하시는 할머니를 보니 어릴적 시골에서의 추억이 떠올랐다.
산으로 둘러쌓인 가파른 언덕에 있는 마을이라 내려가는 길의 경사도가 꽤 되었다. 어느정도 아래로 내려오니 양옆으로 평지길이 나왔다. 계속 내리막길을 내려와서 그런지 허벅지에 꽤 텐션이 많이 생겨서 내다리가 내다리 같지 않았다.
옛날에는 큰 마을이었는지 이곳에 초등학교도 있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폐교가 된 학교인 것 같았다. 폐교가 된 학교 주변으로 상수리길이 펼쳐져 있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가 되시는 분은 상수리길을 한번 방문해 보시는 것 도 좋을 거 같다.
학교 근처에 있는 길에서 바라보니 바닷물결 같이 아름다운 곡선의 미를 뽐내는 논이 보였다. 밋밋한 일자 모양의 논이 아닌 사람이 일궈놓은 사람의 의지가 만든 아름다운 곡선으로 이루어진 다랭이 논이 보였다. 그리고 손에 닿을 것 같은 위치에 바다가 보였다. 산과 바다, 논을 전부 감상할 수 있는 곳이였다. 발리는 산 속 파 뭍혀 있기 때문에 아늑함을 느끼는데, 이곳은 마을을 둘러싼 산에서 포근함을 느끼고 푸른 바다를 통해 답답한 마음을 뻥 뚫어 주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남해에서 발리여행의 추억이 떠올랐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도 그림같아 보였다. 여기 살면 몸과 마음은 튼튼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오르막 길을 걷다 보면 심폐지구력이 좋아지지 않을까?!
길가에 핀 꽃무리가 밋밋하게 보일 수 있는 풍경을 화사하게 바꾸어 주었다.
발리의 계단식 논과 견주어 이곳도 절대로 풍광이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더 멋진 것 같은데, 아마 접근성이 힘들기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 않은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에서 이렇게 발모양의 표시가 되어 있었다. 계단식 논으로 이루어진 마을이기에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면 돌담이 높게 쌓여져 있었다. 돌담을 보고 있으니, 쿠스코의 돌담이 떠올랐다. 쿠스코의 돌담은 빈틈하나 없는 칼같이 아귀가 맞는 돌담이지만, 이곳은 듬성등성 돌을 쌓은 후 빈공간을 작은 돌로 쌓아서 올린 곳이기에 인간적인 미가 쿠스코보다 좀 더 느껴졌다.
다랑이 논을 보는 것도 멋진 일이지만, 오랜만에 시골마을 길을 걷는 느낌이 더 좋았다. 어릴적 시골에 갔을 때의 추억이 떠올랐다. 도시에 살다보니 이런 길이 불편했다. 도시의 길들은 반듯하고 차가 다니기 편한 길들이라 사람이 다니기 지루하고 불편한 길이다. 이곳의 길은 경사지고 숨이 가쁜 길이지만, 오히려 사람의 몸을 자극하고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였다. 그러나 이런 길이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부모님께 힘들다고 투덜거리는 것을 지나가면서 들을 수 있었다.
다랑이 마을에서 하루 쉼을 하면서 여유롭게 즐기고 싶으신 분은 마을 안 민박집을 이용해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행자들을 단지 스쳐지나가듯 이곳을 잠시 들렸다 갔다.
마을을 따라서 바닷가 쪽으로 내려갔다. 바닷가로 내려가니 바다가 손에 닿을 것 같았다. 저 멀리 바다와 구름사이로 무지개가 떠있었다.
마을 아래에는 해안 절경을 볼 수 있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었다.
전날 비가 와서 길이 조금 질퍽거렸다. 중간중간 있는 물웅덩이를 피해서 길을 걸어야 했다.
하루종일 바다를 보았지만 보아도 보아도 질리지 않는 것 같다. 아래로 더 내려갈 수 있었는데, 올라오는 길이 힘들 것 같아서 위에서 내려다 보기만 하고 내려가지는 않았다. 주차장에서 마을까지 다시 해안까지 내려왔는데, 다시 올라갈 생각을 하니 약간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
해안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편하게 걸을 수 있었다. 해안 산책로는 좌우 방향으로 걷는데 평지길이라 편하게 대화를 하면서 걸을 수 있었다.
8월의 산은 녹음이 푸르렀다. 그리고 푸른 바다는 하늘의 태양 빛을 머금어서인지더욱 더 짙고 시원한 파란색을 띠었다.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 보니 머리가 핑 도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생각보다 너무 많이 내려왔기에 다시 올라가기로 했다. 습하고 더운 날씨라 올라가는 길은 쉬워보이지 않았다.
다시 발길을 주차장으로 가기 위해 돌렸다. 마을 가운데에 조각공원 같은 곳이 있었다. 조금은 쌩뚱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이게 무엇일까 생각하며 조각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트레킹을 좋아하는 사람은 남해 바래길을 따라 남해의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돌아가는 길이겠지 생각하며 그냥 생각없이 오르막길을 올라갔다. 그런데 오르다 보니 내려올 때 갔던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일단 위로 올라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위로 위로 숨을 고르며 올라갔다. 내려가는 길은 신나서 사진을 찍으며 내려 갔는데, 올라가는 길은 몇 번의 쉼이 필요했다.
아마 이곳이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인가 보다. 우리는 2주차장에서 마을로 들어 갔는데 원래는 1주차장을 통해서 들어가야 했었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1주차장에 주차를 하던 2주차장에 하던 마을로 진입하는데는 별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서로 다른 입구로 들어갔다 나오니 마을의 풍경을 온전히 볼 수 있었다.
1주차장에서 2주차장까지 걸어가야 했다. 오르막을 오르면서 에너지를 다 사용해서 그런지 온몸에 힘이 없어서 터벅터벅 걸었다.
땀범벅인 된채로 습한 여름 바다의 바람을 맞으며 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불편하고 끈적이고, 속옷까지 젖어서 허벅지가 쓸리는 것 같았다. 그래도 시각적인 시원함에 걸을만 했었다.
가천마을이라 써있는 마을 표지석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세수를 한 후 우리는 숙소가 있는 여수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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