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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Oct 1.4 억새풀 가득한 산굼부리

너어디까지가봤니! 2022. 11. 2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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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녹차 한 잔의 녹차밭과 녹차 동굴을 구경하고 나니 숙소로 돌아가기에 시간이 많이 남았었다. 그래서 온 김에 보고 싶은 곳 다 보고 가자는 마음으로 다음 목적지인 산굼부리로 향했다. 

 
 

제주 서쪽은 산간도로를 타고 가며 보이는 바다 풍경이 멋지지만 동부 쪽은 길게 쭉쭉 뻗은 나무의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제주 어느 곳이나 각각의 매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은 녹차 한 잔에서 산굼부리까지는 십여 분 걸린 것 같다. 주차장에 차가 많이 없기에 관광객 없이 여유롭겠다 생각했는데 매표소로 가니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 역시 이름난 관광지라 그런지 세월이 흘러도 그 시절을 추억하는 중년의 관광객과 이곳이 처음인 나이 어린 관광객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었다. 

 

65세 이상은 요금 할인이 되었다. 나는 역시 오늘도 정가를 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세월이 지나도 역시 이곳은 변화가 없는 것 같다. 익숙함이 너무 좋다. 예전부터 있던 돌이 된 나무도 그대로 있었다. 

 

1981년, 나보다 나이가 많다. 건물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이 보였다.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새 단장을 한 것 같지만 그래도 80년대의 느낌이 느껴졌다. 

 

한라산 중턱이라 그런지 날이 쌀쌀했다. 

 

쌀쌀한 날씨에 하늘은 아직도 구름이 낮고 짙게 깔려 있었다. 묘한 날씨다. 산굼부리는 이런 날 와야 되는 것 같다. 신선이 산다면 이런 분위기에 살고 있지 않을까. 

 
 
 

평소라면 촐랑거리면 이곳저곳 다니며 돌아다녔을 텐데 제주 여행 때 족저 근막염 때문에 발이 너무 아파서 평평한 바닥만 아주 조심조심 밟고 다녔다. 발이 아프니 빨리 걸을 수도 없고 울퉁불퉁한 바닥은 최악이었다. 

 

그래서 편안한 길을 따라 올라갔다. 온통 하얀 억새의 세상이었다. 원래는 새별 오름의 억새가 이쁘다고 해서 가려고 했으나 날도 좋지 않고 숙소인 성산에서 애월 쪽으로 가려면 한참을 걸리기에 산굼부리의 억새를 보며 새별 오름의 억새를 대신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살랑살랑 부는 억새가 가을을 타는 남자의 마음을 살랑살랑 간지럽히는 것 같았다. 

 
 

펜스에 가려 더 깊이는 억새밭으로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넓게 펼쳐진 억새는 우리가 지금 가을을 지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사진을 찍도 보니 다른 사람들에 비해 걷는 속도가 현저히 느렸다. 그래도 이 아름다움을 그냥 두고 휙 하고 지나가기에 너무 아깝지 않은가.

 
 

저 멀리 보이는 작은 오름들도 아름다웠다. 날이 맑았다면 한라산도 보였을 텐데 한라산은 구름 속에 모습을 감추고 있었ㄷ. 

 
 

나지막한 언덕길을 계속 걸어서 올라갔다. 관광객은 끊임없이 뒤에서 밀려들었다. 

 

조금 위로 올라오면 아래에서 봤던 풍경이 더 선명해지고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진을 찍어도 찍어도 질리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더 이 모습들을 잘 담아낼 수 있을까만 생각했다.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사진에 진심을 다했다. 

 
 
 
 

천천히 걸으니 발도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다. 발만 아프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조금 더 내가 발품을 팔았다면 더 좋은 사진을 찍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산굼부리 정상에는 기생화산의 분화구의 모습을 보기 위한 사람으로 붐볐다. 

 
 

산굼부리 정상도 억새꽃이 피어 하얀 세상을 만들었다. 

 

산굼부리의 분화구는 분화구의 기능을 상실하고 나무가 빼곡히 자라고 있었다. 

 

정상에 올라오니 주변 오름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제주에는 360여 개의 오름이 있다고 한다.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지형이기에 오름의 모습들이 신선하고 아름다웠다. 

 
 
 
 

종종 구름이 짙게 깔리면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데 이날은 분화구의 모습을 선명하게 보였다. 전망대의 난간이 높아서 까치발을 하고 밖을 봐야 했다.

 

우리가 올라왔던 길을 위에 올라와서 보니 억새밭이 더 넓게 보였다.

 

정상에 왔으니 정상을 알리는 비석 앞에서 사진 하나는 찍어야 하지 않을까. 사진을 찍는 줄이 길지 않기에 잠시 기다렸다. 사진을 찍었다. 

 
 
 

다른 오름에 비해 오르기 쉽고 관리가 잘되어 누구나 관광하기 좋은 장소였다. 

 
 

정상에서 주변을 바라보니 풍경이 시원했다. 

 
 

정상을 지나 돌담길을 따라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돌담 안쪽에는 무덤이 있었다. 누구의 무덤일까. 제주도 특유의 무덤을 볼 수 있었다. 

 
 
 

파란 초원 위의 무덤들이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원래 이곳에 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무덤마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았다. 

 
 

산굼부리라 적힌 조형물까지 내려가려다 발이 아파서 저 아래까지 내려가지 못하고 위에서 볼 수밖에 없는 것이 아쉬웠다. 

 
 
 

지대가 높다 보니 같은 해안보다 이곳이 더 쌀쌀하고 으슬으슬했다. 몸살에 걸린 것 마냥 온몸이 으슬으슬함이 느껴졌다. 

 
 

이쁘다. 어디를 둘러봐도 이쁘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시시각각 변하는 한라산 중턱의 날씨. 변덕스러운 내 마음 같았다. 평소엔 2곳 정도 구경했으면 숙소로 돌아갔을 텐데 이날을 벌써 3군데나 돌아다녔다. 

 
 
 

또 안개에 휩싸이려는지 한 가닥의 구름이 산굼부리 분화구를 넘어오고 있었다.

 
 

왔던 길을 따라 다시 주차장으로 향했다. 우리가 올라왔던 길이 완만했기에 왔던 길로 다시 걸었다. 

 
 
 
 

올라올 때와 내려갈 때 보이는 풍경이 다르게 느껴졌다. 올라올 때 보지 못했던 내가 놓쳤던 뒤로 보이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음은 빨리 내려가고 싶은데 손은 계속해서 셔터를 누르느라 내려가는 속도가 느렸다. 

 
 
 
 

여러 번 왔던 곳이지만 오늘은 또 새로웠다. 왔던 곳도 언제 오냐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볼 수 있기에 처음 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해가 많이 짧아져 조금씩 어둠이 찾아오는 것 같았다. 특히 구름이 짙게 깔려 있으니 더 빨리 어둠이 하늘을 덮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단체 관광객이 많아진 것이 이제는 확연히 느껴진다. 단체관광객이 많다 보니 가끔은 짜증이 날 때도 있지만 사람들이 단체로 사진 찍는 것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졌다. 

 
 

우리의 인생도 여행일까. 가끔이 인생의 여행이 힘들어 여행을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지만 그래도 살만한 가치가 있기에 오늘도 한 가닥의 희망의 줄을 잡고 지내는 것 같다. 

 
 

많은 관광객이 산굼부리를 구경하고 빠져나가고 있었다. 산굼부리라 적힌 의자에 앉아서 사진을 찍는데, 눈치가 있으신(?) 분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산굼부리, 한 번쯤 다시 오고 싶었는데 이렇게 억새가 활짝 피어 있을 때 오니 기분이 좋았다. 날씨가 조금만 더 좋았으면 금상첨화였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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